경주시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종교문화여행 치유 순례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공모는 경북도를 포함 전국 4개 광역시·도에서 8개 사업이 제출된 가운데 1차 서류심사 및 2차 PT 심사를 거쳐 5개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 이들 지자체 간 경쟁에서 경주시는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경주시는 그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 종교문화 유산을 중심으로 한 ‘감성 순례, 내 마음 다시 봄’을 주제로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주시는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국비 8500만원을 포함해 사업비 1억7000만원을 확보했으며, 향후 5년간 계속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종교 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경주시가 기획한 ‘감성 순례, 내 마음 다시 봄’ 치유 순례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힘들었던 국민들의 우울감을 치유하고 다양한 종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됐다. 또 힘든 시기를 지나며 외부와 단절돼가는 현대인들에게 종교가 주는 안정과 위로를 통해 심신을 회복하고, 삶의 짐을 내려놓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코자 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천도교(용담정) 발상지에서 나에게 나를 묻다 △기독교(봉황대인근)의 3·1운동 민족사랑 새기기 △천주교(진목정) 순교자들을 위한 추모와 평화기원 △유교(경주향교)교육의 현장 예술에 물들다 △불교(경주남산) 천년의 미소를 찾아서 등이다.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은 ‘신라를 빛낸 위대한 유산들’이라는 역사노래로 일반에 잘 알려진 지역 역사체험단체 ‘놀이와 답사연구소’가 맡는다. 이수진 놀이와 답사연구소 대표는 “다년간의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으로 차별화된 힐링 체험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보다 많은 분들이 ‘감성 순례, 내 마음 다시 봄’을 통해 마음의 봄을 찾고 새롭게 나아갈 에너지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시가 이번 사업을 통해 기독교, 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의 5대 종교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종교문화 콘텐츠로 명실상부한 인문학 관광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그램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의 안일한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감사원이 경주시에 장애인시설 부당 행정조치, 조례와 다르게 소상공인 지원사업 추진, 국유재산 관리업무 지도·감독 부적정 등 지적 사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경주시행정 감사에 대해 공익신고자에 대한 부당해고건, 소상공인 지원사업건, 국유재산 관리업무에 대해 주의 등의 조치를 내렸다. #장애인시설 부당 행정조치 감사원은 지난 13일 공익 신고자를 부당해고한 후 복직시키지 않은 A 장애시설에 행정조치를 미룬 경주시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올해 2월 22일∼3월 4일 감사인원 3명을 투입해 실지 감사를 벌였고, 5월 24일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이번 감사는 경주시의 지도·감독을 받는 장애인시설에서 공익신고자가 지난 2018년 1월 부당해고 후 복직되지 않아 장애인단체가 지난해 3월 9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번에 공개한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시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지 않고, 구두로 원직 복직시키라는 행정지도를 6차례만 하고, 개선명령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감사원은 경주시가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받지 않고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부당행위를 알게 된 후 11개월여가 지나서야 행정처분 한 것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장애인복지시설을 지도·감독할 때 행정처분 기준이 모호할 경우 소관 부처의 유권해석을 받지 않아 행정 처분이 지연되는 일이 없게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경주시에 주의 요구했다”고 전했다. #조례와 다른 소상공인 지원사업 추진 경주시가 조례와 다르게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운영한 것도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는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소상공인 지원대상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이에 경주시는 사업장 주소와 거주지 주소가 달라 소상공인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사업장과 거주지의 주소가 달라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시가 조례를 제정하고도 지역 내 거주지 주소를 두고 있지 않은 소상공인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조례와는 다르게 행정 조치한 것을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경주시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장 운영 등 경제활동을 하면서 타 지역에 거주지 주소를 두고있는 소상공인에 대해 소상공인 지원 관련 조례와 다르게 지원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국유재산 관리업무 국토교통부 소관 용도폐지 및 무단점유 추정 국유재산에 대해 용도폐지 및 변상금 부과·징수의 적정성 점검에서도 경주시가 언급됐다. 감사원보고서에 따르면 용도폐지 및 무단점유 추정 국유재산에 용도폐지하거나 변상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국토교통부에 통보하고도 경주시가 계획대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용도폐지 및 무단점유로 추정되는 국유재산을 통보 후 국유재산을 적정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이 지난 8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최종 지정됐다.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은 역사적 공간성, 신라 불교 성지로의 상징성, 불교 공인 이후 변화된 신라 (매장)의례 공간성 등을 지닌 곳이다.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 주요 배경과 현존하는 유적 등에 대해 살펴봤다. -신라 건국 도모한 역사적 장소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곳 일원의 ‘역사적 공간성’은 바로 신라의 국가적인 중대사를 논의하던 사령지(四靈地)이자 왕경오악(王京五岳) 중 북악이라는 점에 있다. 화백회의가 열렸던 곳으로, 신라사 전 시기에 걸쳐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돼왔다는 것. 오악은 왕경의 중앙과 사방을 둘러싼 신성한 산으로 동악(토함산), 서악(선도산), 남악(남산), 중악(낭산), 북악(금강산)이 있다. 사령지는 신라의 중대한 일들이 있을 때 모여 회의하던 장소로 동(청송산), 남(우지산), 서(피전), 북(금강산)이 있다. 북악인 금강산은 신라초기 왕경 북쪽을 구획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특히 표암봉은 진한 6촌 가운데 알천 양산촌과 명활산 고야촌 시조 탄강지로 인식돼왔다. 또 통일 이전 왕경 주변의 사령지 중 하나로 6부의 촌장들이 모여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하고, 신라 건국을 도모한 장소로 신성시돼왔다. 특히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대신들의 화백회의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신라의 건국과 고대국가로 이어지는 과정의 역사를 담고 있는 신성한 곳으로 역사적 공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이번 심의 과정에서 내놓은 문화재위원들의 의견이다. 또 역사적 상징성은 ‘동경잡기’ 등 여러 기록 자료를 통해 조선시대까지 이곳 일원을 신성시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고 밝혔다. -불교 성지로 자리 잡은 역사적 가치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은 신라 초기 신성한 성지에서 향후 ‘불교의 성지’로서 자리 잡게 되는 역사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삼국유사 등 여러 사료들에 따르면 신라의 불교 공인은 왕경 귀족들의 반발 등으로 쉽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불교가 공식적으로 수용되는데 핵심 역할을 한 것은 이차돈의 순교였다. 삼국유사에서는 순교한 이차돈의 머리가 금강산으로 날아가 떨어졌고, 이 자리에 자추사(지금의 백률사)를 건립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왕경오악의 북악이며, 사령지로 신성시되던 금강산에 이차돈의 순교 과정을 통해 토착(종교)세력과 새로운 이데올로기인 불교가 융합돼가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 즉 금강산이 신라인에게 건국의 신성한 공간이라는 인식에 불교 성지라는 종교적 신성지의 가치가 더해졌다는 해석이다. -왕경 구조 개편과 의례 공간으로 변모 금강산은 6세기 불교 공인 후 신라왕경의 새로운 구조 개편에 따라 왕경인의 사후 안식처로서의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실질적인 (매장)의례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신라 불교 성지로서의 의미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분 유적인 탈해왕릉(사적)을 비롯해 동천동 고분군이 중리마을에서부터 금강산 정상부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들 고분은 6~7세기 무덤군으로 추정되고 있어 불교 공인 후 금강산이 사후 세계의 중요한 안식처가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불교 공인과 더불어 왕경 도시구조의 확대와 개편, 장례에 대한 인식변화 등 시대적 환경과 조건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산 표암봉 일원 문화재는?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문화재는 모두 15건이다. 국가지정문화재 2건, 경상북도 지정문화재 4건, 비지정문화재도 7건 등 13건이 현존하고 있다. 또 국보인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과 소유권 문제로 보물 지정이 유보된 이차돈 순교비는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보관·전시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는 경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보물)과 경주 탈해왕릉(사적)이 있다. 경북도 지정 문화재는 경주 표암(기념물), 경주 동천동 마애삼존불좌상(유형문화재), 백률사 대웅전(문화재자료), 숭신전(문화재자료) 등이다. 비지정 문화재는 광림대 내 석감, 표암 선각화, 백률사 마애탑, 굴불사지, 동천동 선각마애불입상, 동천동 고분군, 이공유허비 등이다. -국보·보물 등 주요 문화재 유래도 ‘주목’ 이번 사적 지정으로 재조명되는 문화재는 바로 경주 표암이다. 표암은 ‘박바위’, ‘밝은바위’를 의미한다. 신라 6촌 가운데 알천 양산촌의 시조 이알평이 이 바위에 내려와 세상을 밝게 했다고 해 표암이라고 부르게 됐다. 기원전 69년 6촌장이 경주 표암에 모여 화백회의를 열고 신라 건국을 의결했으며, 기원전 57년 신라가 건국됐다. 표암은 경주 이씨 혈맥의 근원지인 동시에 신라 건국의 산실이고 화백이라는 민주 정치제도의 발상지인 성스러운 곳이다. 이러한 뜻을 새긴 조선 순조 6년(1806) 유허비가 세워졌고, 1925년 표암재가 건립된 뒤 매년 3월 제사를 지내고 있다. 다음은 백률사다. 신라 불교 공인의 원인이 됐던 순교한 이차돈(506~527)을 기리고자 세운 ‘자추사’(刺楸寺)로, 이후 사찰명이 백률사로 바뀌었다. 사찰 건물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돼 재건했다. 백률사 대웅전에 모신 ‘금동약사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 3대 금동불로 꼽힐 만큼 조형 기법이 우수해 국보로 지정됐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또 신라 헌덕왕 9년(817)에 백률사터에 세워진 ‘이차돈 순교비’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이동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지난 2014년 2월 3일 문화재청이 이차돈 순교비의 보물 지정을 예고했지만, 불교계의 소유권 문제 제기로 현재까지 보물 지정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또 백률사 초입에 위치한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보물)은 통일신라 8세기경 조성됐으며 높이 3.5m로, 사방에는 각각 다른 불상이 새겨져 있다. 서쪽은 서방 극락정토 아미타삼존불, 동쪽 유리광세계 약사여래, 남쪽 석가여래입상, 북쪽은 미래의 부처 미륵불이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바위에 몸체를 새기고 머릿돌을 따로 만든 형태다. 굴불사는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이 이차돈 순교 사찰인 백률사를 찾았을 때 땅 속에서 염불을 외는 소리가 들려 파보니 커다란 바위가 나왔다. 이 바위의 사면에 불상을 새기고 절을 지어 굴불사라고 했다. ‘동천동마애삼존불좌상’은 금강산 정상 동쪽에 위치한다. 자연 바위벽에 새긴 삼존불상은 높이 3m에 본존불을 중심으로 협시보살이 새겨져 있다. 마모는 심한 상태지만 조각된 옷의 표현과 손의 모습이 돋을새김으로 표현돼 있어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추진 10여년 만에 ‘결실’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주이씨 표암화수회는 표암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지난 2011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표암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사적 지정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월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는 역사적·학술적 가치 규명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사·연구 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유로 금강산 표암봉 일원 사적 지정안이 보류됐었다. 당시 문화재위원들은 경주 표암의 경우 삼국시대라고 하는 시대적인 배경, 탄강처로서의 장소성을 뒷받침하기에는 근거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추가적인 학술 평가를 통해 사적의 진정성, 완전성, 역사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문화재위원회의 보류 결정 후 7년이 지나 이번에 사적으로 지정됐다. 금강산 표암봉 일원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고, 다수의 국가지정문화재가 분포돼있어 사적으로 지정해 체계적·통합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결정적이었다. 이상걸 경주이씨 중앙청장년회장은 “사적 지정까지는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표암봉 일원의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증된 것이어서 다행스럽다”면서 “앞으로 표암봉 일원을 보존하고 신라 건국의 상징성과 가치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금강산 표암봉 일원의 사적 지정으로 왕경오악 중 동악(토함산), 남악(남산), 중악(낭산), 북악(금강산) 등 네 곳이 사적으로 지정됐다. 서악(선도산)은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사적 지정이 무산되는 등 지연되고 있다.
경주의 미래를 위해 유능하고 젊은 청년들과 여성들을적극적으로 키워나가야 할 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주시가 지난 15일까지 팥 재배농가·우리농산영농조합법인과 함께 읍·면·동 농업인상담소에서 수매계약(계약재배)을 체결했다. <사진> 경주시는 지난 2011년부터 12년째 경주에서 생산된 팥으로 경주특산품과 연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농업인의 소득 증대는 물론 농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거둘 방침이다. 경주지역 팥 재배현황은 2020년 44톤에서 지난해 67톤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품종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고품질 종자인 ‘아라리’와 ‘홍다’다. 두 품종은 앙금을 만들었을 때 입자가 곱고 색과 향이 뛰어나며 가공적성이 좋은데다, 수량성도 우수해 농업인과 가공업체 모두 선호하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는 주로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팥 심기가 이뤄지는데 계약재배로 판로 걱정이 없어,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상생하는 사업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수매 계약을 한 농가는 강원도 등 팥 주산지의 유통가격을 근거로 해 전량 수매돼 팥 가격이 하락해도 100% 수매는 물론, 안정적으로 보장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권연남 경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팥 재배 전 과정의 기계화 개선 및 보급으로 고품질 팥 생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좁은 철도교로 교통정체와 안전을 위협해왔던 안강읍 출입로가 4차선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동해남부선 개통으로 폐선된 안강중앙로 철도교 철거가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으로 합의점을 찾은 것. 1919년 1월 14일 철로가 개통된 것을 감안하면, 이곳 철도교는 10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10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동해남부선이 폐선됨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철도교 철거를 논의해 왔다. 시는 철도교가 해체되고 나면 이곳을 통과하는 안강중앙도시계획도로를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고 경사진 도로를 개량할 계획이다. 이곳은 상부에 설치된 철도교로 인해 도로 폭이 2차선으로 좁아지고 경사가 진 탓에 안전사고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경주시는 10일 북경주행정복지센터에서 주낙영 시장, 이정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김공수 국가철도공단 영남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 안강중앙도시계획도로 폐철도교 철거를 위한 현장조정회의’를 통해 철거에 필요한 사전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날 회의에서 경주시는 국가철도공단 영남본부와 폐철도교 철거와 도로확장에 편입되는 폐철도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가철도공단은 다음 달부터 폐철교 해체공사를 본격 진행하고, 경주시는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도로 확장 등 선형 개량공사를 추진한다. 주낙영 시장은 “안강중앙로 폐철도교가 철거되면 차량 양방향 통행이 원활해져 교통체증 해소는 물론 지역 균형발전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협의내용을 조속히 이행해 안강중앙도시계획도로를 확장하고 안강읍민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시민이 바라는 경주역사부지 활용방안이 ‘행정복합타운’ ‘문화관광 체험공간’ ‘보존형 문화시설’ ‘복합 상업시설’ ‘시민 커뮤니티 지원시설’ ‘경주생태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주역 광장에서는 지난 10일 경주역사부지 활용 방안 마련을 위한 제6회 경주시민원탁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전문 퍼실리테이터와 시민 토론자 등 200여명이 참여해 4만5000여평에 달하는 경주역사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토론을 벌였다. 토론 후 투표를 실시한 결과 경주시민이 바라는 경주역사부지 활용방안으로 △행정복합타운 28.6% △문화관광 체험공간 24.5% △보존형 문화시설 13.6% △복합 상업시설 10.9% △시민 커뮤니티 지원시설 7.3% △경주생태공원 6.4% △친환경조성 4.1% △교통관련 시설 2.3% △아파트 단지조성 0.9% 등의 의견이 나왔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행정복합타운 건설에 대해 시민들의 구체적인 의견은 “협소하고 외진 현 시청의 대안공간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 높은 경주역 부지가 적격”이라면서 “이 밖에 우체국, 세무서, 경찰서, 법원 등 원스톱 업무처리 기능을 통합한 행정복합타운 건설을 통해 유동인구로 인한 주변 상권 및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도 충분히 공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경주역사부지를 문화관광체험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시민들은 도시타워, 모노레일, 레일바이크, 서바이벌 놀이시설 등 ‘관광투어 시설에 따른 상업지역을 확대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경주역 사택 리모델링 후 관광호텔로 활용, 경주홍보관 운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전망대 설치, 경주 근대역사 건축물 지향 역사공원, 철도역사박물관 등 ‘역사 보존을 통한 관광시설’, 황리단길 연계한 골목투어 가능한 관광타운 조성, 민속촌(신라촌) 등 ‘경주문화체험 관광거리 조성’, 스마트미디어, 메타버스로 미리 경주관광을 체험할 수 있는 골든시티스테이션, 즉 ‘스마트한 체험공간 조성’ 등의 세부 의견을 제시했다. 보존형문화시설 활용에 대해서는 ‘역사박물관’ ‘경주시 공공미술 전시관’ ‘문화예술 중심 실크로드 교류센터’ ‘경주문화예술 플랫폼’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버스킹문화공간’ 조성 등의 의견이 나왔다. 복합상업시설 건설에 대해 시민들은 백화점, 문화센터, 키즈카페, 영화관 등 시민을 위한 수준 높은 ‘복합문화쇼핑몰’과 야간 경주문화를 즐길 수 있는 야시장, 경주특산품을 살 수 있는 상설 프리마켓, 특색있는 한상차림, 인근 성동·중앙시장, 황리단길과 연계할 수 있는 ‘관광용 상업시설’, 폐철로 활용 상가 등 최대한 ‘역사를 보존한 상업시설’ 등 지역주민과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 생각지 못한 다양한 경주역사부지 활용방안이 도출됐다”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잘 수렴돼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본격 토론에 앞서 사전 조사에서는 △행정복합타운 34.6% △문화관광 체험공간 20.3% △보존형 문화시설 18.8% △경주생태공원 10.5% △시민 커뮤니티 지원시설 7.5% △복합상업시설 4.5% △교통관련활용 3.0% △아파트 단지조성 0.0% △친환경조성 0.0% 등의 의견이 나왔으며, 원탁시민회의를 거치며 시민들의 생각의 변화를 이끌었다. 한편 경주시는 토론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3월 경주시민을 대상으로 토론진행자인 퍼실리테이터 양성교육 참가자를 모집한 바 있으며, 참가자 총 54명 가운데 32명의 퍼실리테이터를 배출했다. 이 중 11명은 이번 원탁회의에서 토론 진행자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물가 상승 영향으로 시민들의 지갑은 한층 얇아질 전망이다.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원유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달부터 가스, 전기료 인상도 예고됐기 때문이다. -밥상물가 상승 시민들의 식생활과 직결되는 밥상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경상북도 물가관리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 15일 기준 경주지역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500g 기준 1만6639원으로 지난해 5월 평균 가격 1만3389원보다 24%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2년 10개월 동안(2019년 1월 9796원→2021년 10월 1만3258원) 3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가격 상승 폭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인 닭고기 가격도 1kg기준 7321원으로 2021년 5월 6721원보다 8% 상승했다. 무 역시 136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67원보다 28% 상승했으며 배추 34%(2021년 5월 2200원→2022년 5월 2967원), 감자 24%(2021년 5월 3156원→2022년 5월 3922원), 고등어 8%(2021년 5월 5688원→2022년 5월 6188원), 쇠고기 3%(2021년 5월 3만3811원→2022년 5월 3만4922원) 등 밥상물가 전반적으로 상승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쌀 가격은 6만1000원으로 지난해 10월 6만3375원보다 하락해 농산물 가격 상승이 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유 47% 수직상승 지역 경유와 휘발유 평균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5월 경북 평균 경유가격은 1953원으로 지난해 5월 경북평균 경유가격 1321원 대비 4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휘발유 가격도 경북평균 1956원으로 지난해 5월 휘발유 평균가격 1523원 대비 28% 상승했다. 기름값 상승으로 지역 경유 최고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2285원까지 올랐으며 휘발유 역시 최고가격이 2295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지속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이 2~3주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원유 재고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다 경유의 경우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다.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는다면 유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가스, 전기료 다음 달 인상 전망 밥상물가와 기름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와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도시가스 요금을 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0.67원이 올릴 예정으로 요금을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올려왔다. 전기요금도 인상될 예정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3분기(7∼9월) 전기 요금 인상안을 제출하면 조만간 정부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전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는 것이다. 재료비와 원유 가격에 이어 에너지 가격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이면서 지역 시민들과 소상공인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경주의 한 외식업 관계자는 “그동안 착한 가격으로 영업해 오던 곳들도 원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팔면 팔수록 손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가격 상승이 고객 감소로 이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삶의 희로애락 저 여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저 배경은 무엇을 의미하며, 이 그림을 그릴 때 작가는 어떤 생각과 무슨 의도를 가지고 그렸는지… 굳이 답하지 않아도,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림 속에는 이미 일상과 삶, 우주가 다 들어 있다. 몸은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다. 특히 엄마의 몸은 원초적인 우리의 태초의 근원, 본질, 궁극적 회귀본능, 고향 그 자체이기도 하다. 캔버스에 나이프로 물감을 겹겹이 쌓으며 우리네 일상을 차곡차곡 쌓는다. 울퉁불퉁하고 두툼한 살갗의 질감 구석구석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스민다.
6.1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청년·여성 정치인에 대한 가산점 부여 등 공천기준에 유리한 조건을 약속해 이들의 바람이 매서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망과는 다른 결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지방선거 경주시의원 선거 결과 21명(지역구 18명, 비례 3명) 중 연령대별로는 50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4명, 60대 3명, 30대는 1명에 그쳤다. 성별로는 남성이 1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여성은 3명이다. 이들 중 여성·청년 정치인은 사선거구에서 당선된 김소현 당선자 단 1명 뿐이다. 다른 여성 당선인 2명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무투표 당선됐다. 정당별로 당내 경선에서 가산점 부여 등으로 여성·청년·신인들의 진출을 장려하고 있으나 이번 선거에서도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30~40대의 출마나 당선이 지방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그동안의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지역사회 내에는 다양한 사람과 계층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만큼 다양한 목소리와 요구들이 있기 마련이고, 경우에 따라 서로 갈등하면서 대립되는 구도가 표출되기도 한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고, 대립된 의견과 갈등을 조정해나가는 일이 정치이고, 정치인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여성 정치인의 육성은 지방정치의 시야를 넓히고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 청년 정치인은 인재를 발굴하는 차원과 향후 사회적·경제적 변화에 따른 정치적 자원으로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경주는 기초의원이 직업이 아니라 경륜과 나이가 쌓이면 명예나 사회봉사를 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관습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는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세계와 국내 정세에 발맞춰 지역의 경제, 문화, 교육 등 분야에서 대응과 발전을 주도해나가기 어렵다. 청년과 여성들의 지방정치 진출은 시대적 요구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관광도시에 대한 접근방식이 기성 정치인과 다르고, 자치분권 2.0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계층의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측면에서도 여성·청년 정치인은 더 많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지역 정당들은 많은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이 지방정치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더 열고, 제도적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악취 등으로 오랜 세월 민원이 그치지 않고 있는 안강읍 소재 두류공단의 환경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7일 경주시 두류공업지역을 ‘광역단위 대기개선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 및 악취저감 시설 교체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2년간 국비 포함 총 30억원 예산을 투입해 악취제거를 위한 집중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안강 두류공단에는 인근 주거지역 악취 저감을 위한 고효율 악취저감 시설 등이 설치된다. 특히 악취저감 시설 설치와 함께 사후 관리도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환경부는 시설 설치가 후 사물인터넷(IOT) 측정기기를 부착해 상시 운영관리하고, 환경기술 관리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또 대기개선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 지원에서 확대해 공단 내 중견기업까지도 시설 설치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경북도가 안강읍 두류리 340번지 일원 일반공업지역 216만8000㎡를 악취 관리지역으로 지정·고시한바 있다. 이에 따라 악취 관련 대상 업체는 오는 11월 11일까지 의무적으로 악취 배출시설 보완을 완료해야 하고, 악취 방지시설은 내년 5월 11일까지 설치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사용 중지 및 고발 대상이 되며, 위반 시 행정 처분도 강화했다. 현재 두류리 일반공업지역에 입주한 61개 업체 가운데 폐기물 처리업체 등 악취 배출시설 업체는 44개에 이른다. 폐기물 처리업체가 밀집함에 따라 악취와 관련한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2013년 6월엔 공업지역 내 주민을 집단이주 조치하고, 행정당국이 수시로 계도·단속해왔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 환경부의 ‘광역단위 대기개선 사업’ 대상지 선정과 경북도의 악취 관리지역 지정·고시로 안강읍 주민들의 오랜 고충이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 경주시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향후 행정조치 강화를 통해 공단 내 악취 배출량을 줄이고, 주민들이 더 이상 악취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에 살면서 장애인 시위를 보면서 단순히 불편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22개월은 선거가 없이 한국사회가 내실을 다지며 발전해야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대선 때나 지방선거 때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선거를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코로나팬데믹 직전에 지인의 초청으로 식구들과 4일정도 동경지역을 관광한적이 있다. 보통은 택시나 관광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식구들과 일본문화 체험겸 대중교통을 이용한 관광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착한 첫날 지하철로 이동하다 처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해야 했고 식구들과 모처럼 잡은 관광 일정을 취소하려고 했었다. 초청했던 지인의 집에 장애인이 있어 여분의 휠체어가 있었고 그것을 빌려줄 테니 일본의 장애인 체험을 해보라고 했다. 이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지하철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면 역무원에게 이야기하면 목적지가 어딘지 이야기하면 환승역에서까지 장애인을 안내하는 사람이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까지 안내를 해줬고 휠체어 타는 칸이 있었지만 다른 칸에 타니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었다. 용기를 얻은 우리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장애인 전용 저상버스가 있었지만 모든 일반버스에는 장애인이 쉽게 탈 수 있도록 전용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버스 기사가 차를 세우고 친절하게 올려주었다. 일정 내내 어디를 다니더라도 불편함 없이 다녔고 공항이나 관광지에서 장애인과 함께 있으니 식구들 모두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관광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오니 불편한 점이 매우 많았다. 공항에서는 그나마 나았지만 공항 밖을 나오면서부터 장애인이 다니기에 너무 불편했다. 그와 동시에 경주는 어떤지 궁금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경주가 장애인의 이동권과 인권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장애를 지닌 관광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양한 관광지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는지, 성동시장에서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는지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척도라 할 것이다. 2021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2호선, 3호선, 4호선, 5호선, 인천국제공항철도와 대구 지하철 1호선 역에서 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이동권 보장을 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열차가 지연되고 5호선 스크린 도어가 파손되고 4호선 혜화역 등 승강장 벽면이 훼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 확보와 30%에 불과한 저상버스 도입률을 높이기 위해 의무화 요구, 특별교통수단 이용 개선, 시외 이동권 보장 등을 주장했고 그 결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되어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환승, 연계체계 도입을 이뤄냈다. 하지만 특별교통수단의 국비 지원 의무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위가 계속되었다. 장애인 단체는 버스를 타려면 계단밖에 없어서 탈 수 없고, 승강장까지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이런 문제는 결국 이동을 제한해 사회적응에 필요한 교육조차 받을 수 없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세계적 문화 관광도시인 경주에서는 이러한 일이 없어야 한다. 오늘날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인권은 절대적 지위에서 논쟁적 지위로 자리바꿈을 했다. 이 논쟁은 지역사회와 한국사회에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계몽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인간 존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가치관의 문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선거에서 공약으로 써먹고 금방 잊어버리는 정도의 얄팍한 정책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주는 장애인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행권과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천부적인 부분이라는 것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 그게 세계적 관광도시라는 위상에 합당한 정책적 기조다.
임기를 마치고 양산에 집을 지어 내려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자신의 집 주위에서 그에게 항의성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드디어 그는 시위하는 사람들을 모욕, 명예훼손과 살인 및 방화협박의 혐의로 고소를 하였다. 어마어마한 혐의 죄명으로 보아 그가 지금 받고 있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한계치를 넘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이런 불행이 어쩌면 다름 아닌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아직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점이 의아하다. 나는 그가 선량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천성은 대통령이 되어 국정전반을 이끌어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리더십의 부족을 실감한 그는 기꺼이 팬덤정치에 올라탔다. 초반의 열성적 지지자들이 보이는 행동을 민주주의 정치의 양념이라며 부추겼다. 차츰 그들은 단순한 지지자에서, 저 멀리 군산에서 횟집을 하는 함운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의 룰을 파괴하는 훌리건으로 변해갔다. 그는 이로 인해 국민이 반반으로 심하게 갈라져도 한 톨의 염려조차 베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부족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보충해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으로 생각하였다. 팬덤정치로 기운 것을 포함하여, 그는 임기 내내 시종일관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기를 했다. 덕분에 그는 임기를 40%대의 지지율로 마감하는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고, 끝날까지 새정부를 당당하게 적대시할 수 있었다. 우스운 사실은 그가 임기 마지막이 되어서 유난히 사회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자주 발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모른다. 아니 모르는 체 했을지 모른다. 대깨문의 좌표에 찍혀 비열하고 야만적인 공격을 받는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의 고통을 무시했다. 죽창가를 부르며 걸핏하면 생업에 종사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토착왜구’로 몰아 공격하는 현상이 이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졌어도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내가 나를 가차없이 공격하는 열혈 대깨문의 횡포를 보았다. 나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적 위협의 언사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음흉한 눈길을 번득이는 것을 보며, 갑자기 공황장애를 일으켰다. 숨을 쉴 수 없다고 소리를 질렀다. 현대병원 조윤철 원장을 비롯한 지인들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당기간 계속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오늘의 한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그가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의 집 주위에서 평온을 깨뜨리며 떠드는 이들은 물론 잘못이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 외의 다른 주민들에게는 모진 이 옆에 있다가 갑자기 벼락 맞는 격이다. 그러나 시위자들은 바로 그가 이끈 정부가 남긴 음울한 유산의 하나다. 그가 만들어낸 훌리건 집단의 반대쪽에서 생긴 훌리건이다. 그리고 그의 쪽 훌리건들이 저지르는 난폭한 횡포는 훨씬 더 광범하고 폭력적이었다. 그 훌리건들이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며 벌인 엄청난 행태는 사실 이번 그가 겪는 일에 비교하기도 힘들다. 그가 집 주위에 몰려든 훌리건을 엄청난 혐의로 고소하기 전, 이 모든 일이 자신의 판단잘못으로 생긴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라도 이를 사과하며 국민의 통합을 호소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진중권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집 주위의 시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조로 생긴 듯이 주장하였다. “그 저질보다 더 악질은 그거 보고 말리기는커녕 ‘너도 양념 좀 당해 보라’며 방조하는 인간들”이라며 “5년 후에 윤석열도 똑같이 당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진 교수는 평소 탁월한 감각으로 사회의 문제들을 지적하고 그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었으나 이번에는 틀린 것이 아닐까 한다. 윤 대통령이 양산에서 벌어진 훌리건 소동에 무슨 책임이 있는가. 뜬금없는 말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사저의 경비원처럼 그 소동을 나서서 뜯어말려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소동의 방조자가 된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그런 직책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대통령이라 한들 헌법상의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법에 따라 행해지는 시위를 함부로 막을 수 있는가. 한편 생각해보라. 이 모든 일의 시원(始原)에는 바로 문 전 대통령 본인의 무책임한 팬덤정치 편승과 방치, 조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는가. 여하튼 지금 양산 문 전 대통령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 공동체가 의식을 심화시켜 분열과 저주의 굿판정치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특수한 배경을 가진 어느 속옷 모델의 등장에 세계적으로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24살 소피아 히라우(Sofía Jirau)인데, 그녀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은 상염색체 이상으로 생긴 질환 중 가장 흔하게 보이는 형태로 알려져 있다. 보통 두 개만 가지는 21번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게 되어 생기는데, 특징적인 얼굴과 신체 구조가 나타나게 되며 지능적으로도 핸디캡이 있다. 커다란 천사의 날개를 단 금발 모델을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시크릿 사(社)에서 최근 자사 홍보 모델로 그녀를 깜짝 발탁한 것이다. 보통 속옷 모델이라면 깡마른 몸과 비현실적인 외모 등을 기대한다. 두 조건 앞에 ‘지나치게’라는 부사를 덧붙이는 게 더욱 적절할 정도다.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와, 이쁘다!, 멋있다!” 감탄하지만 절대 자신의 삶에 개입시키지 않는다. 반면에 그들의 완벽한(!) 조건을 선망하는 동시에 자신의 외모를 폄하하고 강박한다. 문제는 후자 쪽이다. 이처럼 외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가령 신체 이형증이나 거식증 같은 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 일부분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믿는 신체 이형증 환자들은,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강하게 거부한다. 그 대신 자기 신체의 어느 부위가 ‘정말’로 이상하다고 믿는다. 거의 망상적인 수준으로 말이다. 매력은커녕 자기 자신을 기형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조롱한다는 망상에 시달린다. 또한 외모 때문에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한편, 거식증은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음식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한다. 이 또한 육체보다는 정신적인 왜곡 성향이 강하다. 공식 명칭인 신경성 식욕 부진증에서도 알 수 있듯 ‘씹뱉(씹고 뱉기)’, ‘먹토(먹고 토하기)’,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매)’ 등 그들이 자주 쓰는 용어에는 체중 증가와 비만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녹아 있다. 이 모든 병적 현상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높은 미의식에서 비롯됐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자 세계 여러 국가들과 패션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낸다. ‘디지털상 변형된 신체 이미지 법안(Digitally Altered Body Image Bill)’이 그 대표적이다. 영국의 루크 에반스(의사이며 보수당 의원)가 발의한 이 법안은, 온라인 상에 올라오는 광고용 게시물에 보정된 사진이 포함되었다면 이를 꼭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있는 허리 한 줌의 모델은 컴퓨터로 완성한 가짜니까, 절대 우울해하거나 자학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흐름은 이렇게도 이어진다. 외부를 향하던 시선을 이제 안으로 돌려, 우리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캠페인으로 말이다. 획일화된, 상업적 잣대로 마련된 미의 기준에서 이젠 벗어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걸 흥미롭다 해야 할지 징글징글하다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패션 업계는 이제 보디 포지티브 트렌드의 유행(?)을 고심 중이란다.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당연히 속옷도 변하고 있다. 보다 본질에 충실하게 되었다. 편안함이나 기능성 면에서 말이다. 여태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는 시각적인 볼륨에 신경을 썼다면 이제 실용성과 착용감이 중요해졌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사각팬티나 트렁크 형태가 여성형으로 출시되자, 높은 통기성과 신축성 등 신세계를 경험해 본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돌기 시작했다. 화려하고 우아한 디자인에서 편안한 착용감으로 선택 기준이 점점 바뀌게 되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새 모델 히라우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안으로 밖으로 어떠한 장애도 없어요. 저처럼 다운증후군이 있는 사람도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사업을 할 수도 있지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당당함이 느껴진다. 세상은 여전히 거식증과 같은 정신 건강상 핸디캡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정하고 싶은 사실이다. 하지만 희망도 선명하다. 한국의 어느 패션 브랜드에서 ‘사이즈 차별 없는 마네킹’을 매장에 비치했다고 한다. 190cm이던 남자 마네킹이 이제 172.8cm로, 184cm이던 여자 마네킹도 160.9cm로 줄어들었다. 이게 더 현실적이다. 170cm이 안 되는 나도 크게 안심이 되고...
영축산 통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삼보(三寶) 사찰을 비롯하여 유명 사찰은 모두 산중에 있다. 이곳 함월산 기림사도 산속에 있다. 지금은 비록 불국사의 말사로 사찰 규모가 삼보 사찰에는 미치지 않지만 일제강점기에는 31본사의 하나였다. 불국사를 비롯하여 분황사 등 경주지방 사찰은 물론 오어사를 비롯한 포항의 사찰, 더 멀리로는 영덕의 청령사까지 말사로 거느렸다. 기림사를 우리 경주 사람들은 일찍이 지림사라고 했다. ‘길’을 ‘질’로, ‘기름’을 ‘지름’이라고 하는 등 경주 사투리는 ‘ㄱ’을 ‘ㅈ’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에게 이 절의 유래에 대해 여쭤보려면 지림사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경주 시내에서 이 절을 찾으려면 경감로(4번 국도)를 이용하여 감포로 가다가 안동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약 4.5km쯤 가면 기림사 주차장이 이르게 된다.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료(1000원)와 사찰관람료(3000원)를 지불하고 주차를 한 후 일주문에 이르기 전 무지개다리인 임정교를 건너야 한다. 현세인 차안(此岸)에서 부처님의 나라인 피안으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 저 앞쪽을 보면 부도와 탑비가 보인다. 탑비 전면에 율암대사비(栗庵大師碑)라고 되어 있으니 부도는 율암대사의 부도로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석종형인 부도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듯하나 탑비는 세운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하다. 실제 부도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낭허당연담대사탑(廊虛堂蓮潭大師塔)이다. 이 스님의 부도가 불국사에도 있으나 연담대사가 어떤 분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탑비의 주인인 율암대사는 1927년 송광사를 중창한 분이라고도 하는데 그분이 바로 이 탑비의 주인공인 율암대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삼국유사』 「탑상」편 ‘전후소장사리’조와 ‘낙산이대성(洛山二大聖) 관음(觀音) · 정취(正趣) · 조신(調信)’조에 기림사(祇林寺) 주지 대선사(大禪師) 각유(覺猷)에 대한 언급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고려 때까지 기림사는 선종 사찰이었음이 분명한데도 고승의 부도가 왜 단지 1기만 있을까? 기림사 경내로 들어서기 위해 일주문에 이르렀다. 사찰에는 중생이 미혹의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 깨달음의 불국정토(佛國淨土)로 들어가기 위해서 수행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문이 있다. 이 문은 불국정토를 염원하는 사람, 성불(成佛)에 이르기를 다짐하는 이가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기에 불교에서는 부처님이나 고승(高僧)들의 설법(說法)을 ‘법문(法門)’이라고 한다. 글월 문(文)자 ‘法文’이라 하지 않고 문 문(門)자 ‘法門’이다. 진리의 세계, 그 법의 세계는 귀로 듣거나 눈으로 읽어서 알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다는 것은 곧 법의 문을 보는 것이다. 그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그 문은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이요 실천의 문이기 때문에 법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수미산에 있는 불전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일주문에 들어선다. 속세를 벗어나 부처님의 땅인 진리의 터전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인 것이다. 일주문이라고 해서 글자 그대로 기둥 한 개로 된 문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둥이 한 줄로 늘어서 있기 때문에 일주문이라는 것이다. 일직선상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린 것은 일심(一心)을 의미한다. 분별심을 버리고 한마음으로 이 문을 통과해서 부처님께로 다가오라는 의미이다.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 고개를 드니 ‘含月山 祇林寺’ 편액이 반긴다. 향토 서예 대가인 심천 한영구 선생의 글씨이다. 좌우 기둥에는 사격(寺格)을 나타내는 ‘佛國叢林律院道場(불국총림율원도량)’, ‘佛國金剛學林道場(불국금강학림도량)’이라 쓴 주련(柱聯)이 걸려 있다. 주지 스님이 현재 불국사 승가대학 학장을 겸임하고 있으니 본사인 불국사 소속의 율원(律院)임과 동시에 학림(學林)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리라. 율원은 강원의 대교과(大敎科)를 마친 비구승 중에서 특별히 계율의 연구에 뜻을 지닌 스님들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현재 전통 사찰 중 해인사와 송광사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학림은 불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곳으로 스님들의 학교를 지칭한다.
구름이 낮아 보이는 까닭 박용하 오랜만에 오는 전화 속에는 계산이 묻어나온다 반갑기보다 저의가 묻어나온다 내심 잘도 잊지 않았구나 싶은데 낯 뜨거운 목적이 속 뜨겁게 올라온다 때로 뻔뻔하고 뻔하기도 하구나 궁금하기도 해서 난 하나도 궁금하지 않는데 넌 먼 강산과 오늘 날씨를 말하더구나 나의 형제들과 출신 성분을 끌어들이더구나 나의 흐린 문장을 말하더구나 뜻밖에 오는 전화 속에는 뜻밖의 일이 없다 쓸개 빠진 덕담과 공허한 잡담 부탁 아니면 둘도 없는 네 외로움 전화를 기다리던 날들이 지나갔다 오랜만에 오는 전화 속에는 얄팍한 산술이 기어 나오더구나 네가 아직도 글을 쓰더구나 나는 내가 쓴 글에 관심 없는데 넌 먼 평판과 오늘 인심을 말하더구나 나의 벌거숭이 문장을 말하더구나 아직도 여전하구먼 하더구나 술에 취해 전화하던 날들이 지나갔다 돈 빌릴 데가 있던 날들이 지나갔다 심심한데 만나서 담배나 한 대 피자는 날들이 가 버렸다 파도의 높이를 향해 떠나가던 날들 역시 감감해졌구나 그럼에도 혹시 돈 가진 거 없냐고 묻더구나 인간에게 향기가 있었던가 나만의 향기 너에의 향기 만물에 다가가는 향기 보고픈 향기 오랜만에 오는 전화 속에는 설렘이 없다 나의 냉대가 있다 -향기가 사라진 인간을 일깨우는 한 통의 전화 박용하에게 사물들이 근원적인 생명력으로 작용하며 “국가의 틈을 비집고 기우뚱……, 폭포와도 같이 거칠게 거칠게 완전히 못 견디며/불타오”(「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시인이 이제는 현실을 관조하고 사유하는 방향으로 시를 경작하고 있다. “거짓말을 끼니처럼 하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구름이 높아 보이는 까닭」)에 이어, 이 시에서도 숨기고 싶었던 현대인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바로 “오랜만에 오는 전화 속에” 묻어나오는 저의와 계산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나’의 비애이다. “먼 강산과 오늘 날씨”, “나의 형제들과 출신 성분”, “나의 흐린 문장”을 말하는 ‘너’의 말을 듣는 ‘나’의 비틀린 심사는 비아냥의 ‘말놀이’(“낯 뜨거운 목적이 속 뜨겁게 올라온다/때로 뻔뻔하고 뻔하기도 하구나”, “뜻밖에 오는 전화 속에는 뜻밖의 일이 없다”)로 치밀고 올라온다. 번지르르한 상투적인 언술 끝에는 여지없이 “혹시 돈 가진 거 없냐”는 말이 따라 나온다. 평소에는 연락이 없다가 돈이 궁해지니 몇십 년 만에 연락해서 한다는 소리가 얄팍한 산술이 기어 나오는 돈 이야기라니! 술 취해 전화하고, 돈 빌려 달라하고, 만나서 담배 한 대 피자 하고, 파도를 보러 여행 가자는 젊은 날의 낭만, 그 광기와 열정은 다 어디 갔는가? 언제부터 “나만의 향기/너에의 향기/만물에 다가가는 향기/보고픈 향기”가 사라지고 낮게 깔린 구름 같은 말을 참고 들어야 하는가? 그에게 이제 시는 삶의 문제가 되었다. 생명의 분출을 노래하는 시도 좋았지만 당대 세계에 대한 진단과 성찰을 요구하는 시의 역할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가 이 소식을 가족에게 말했더니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소연이가 ‘기적이요, 기적’이라고 외쳤심더!” 경주의 인기 SNS활동가인 우리광고사 박성범 대표에게 마음에 길이 새겨질 영화 한 편 소개해 보라고 청탁한 후 한 시간 후에 전화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마침 며칠 전 가족들이 함께 본 영화 ‘기적’으로 인해 가족들 모두 감동했고 특히 딸 소연이가 눈물까지 흘렸다는 것이다. “아니, 소연이가 그 영화를 이해했단 말이가?” “그럼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고 얼매나 똑똑한데요!!” 영화 이야기보다 숫제 딸내미 아들내미 자랑이 더 급한 박성범 대표다. 그럴 만한 것이 박성범 대표가 올리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스토리의 일상에서 표현된 딸 소연이와 아들 재영이의 다재다능은 능히 영화 ‘기적’을 소화하고도 남을 듯 보였다. ‘기적’은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지만 실상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로 활동하는 누나 ‘보경’의 역할을 이해하기에는 10살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버거운 것이 분명하다. 영화 ‘기적(2021)’은 1988년 기차역이 없던 마을 철길에 동네 주민들이 십시일반 힘과 비용을 모아 만든 이름 그대도 ‘국내 최초의 민자역’인 ‘양원역’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양원역’은 영동선의 승부역과 분천역 사이에 만들어진 간이역으로 지금은 하루 세 번씩 상하행 무궁화 열차가 정차하는 곳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이 지역 관광열차인 V-트레인, O-트레인 등도 활동했지만 지금은 잠정 휴업 중이다. 기차역이 없다는 사실이 오죽 답답하고 힘들었으면 그 엄혹한 시절에 시골 동네 주민들이 간이역을 세웠을까. 양원역은 영화에서처럼 시골 동네 주민들이 대통령에게 꾸준히 청원을 넣는 등 온갖 고생과 사연 끝에 마침내 특별설치허락을 받아 개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간이역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준경(박정민 분)과 준경이 좋아 혼신을 다해 간이역 설치를 돕는 라희(임윤아 분), 일밖에 모른 채 곧이곧대로 살아가는 아버지(이성민 분)와 그들을 말없이 돌아보는 보경(이수경 분) 등이다. 사실과 상관없이 영화는 이들 사이에 가슴 아픈 사연 하나를 몰래 올려놓고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치미들 뗀다. 배경이 1980년대이고 보니 이 영화는 그 시대의 시골 풍경과 일상적 모습들을 담아내며 향수를 자극한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까지 쓴 이장훈 감독은 전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를 만든 감독답게 탄탄한 스토리와 감성적인 영상을 편하게 펼쳐 놓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장면은 다소 무리하게 보일 수 있는 보경의 역할을 영화가 끝나는 후반부까지 힘있게 밀고 나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박성범 대표에게 궁금함이 커졌다. “그게..., 식스 센스 같은 전개가 펼쳐지는 영화인데 소연이가 그걸 제대로 이해했을랑가?” 이 물음에 박성범 대표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아니, 저도 놀랐다니까요. 영화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데 그 내용을 모른다면 울 수가 없잖아요!” 그러면서 박성범 대표는 소연이가 ‘무엇이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며 영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 주어진 교훈까지 찾아낸 것을 대견해했다. 또 한 가지, “영화 속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무뚝뚝하고 완고하기 이를 데 없지만 아빠는 ‘항상 우리 편이다!”는 말로 자신의 기를 한껏 세워주더란다. 이만하면 영화 속에서 수학경시대회에서 우승하는 준경 못지않은 수재의 싹이 보인다. 이로써 영화 ‘기적’은 박성범 대표뿐 아니라 그의 가족에 이르기까지 함께 가슴속에 남은 명작이자 인생작을 넘어선 ‘가족작’이 된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함께 긴장하고 놀라고 울먹였을 가족들이 쌓은 추억이야말로 이 영화가 박성범 대표 가족에게 준 가장 좋은 선물일 것이다. 시간이 오래 흐른 후에도 이 영화를 기억하며 그때는 지금보다 더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어 더 많은 영화를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핏빛 바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은 백제 의자왕이 항복하자 왕과 수많은 백제인들을 잡아 당나라로 끌고 갔다. 전광석화와 같았던 신라와 당의 기습공격에 왕이 피랍되고 수도였던 사비 도성이 함락되었으나 후방에서는 백제인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군사를 재정비함으로써 다시 전황은 혼미해졌다. 이 때 왜국의 실권자 중대형(中大兄) 황태자는 한반도 최근접점인 후쿠오카(福岡)로 직접와 그곳에 진을 치고 파병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백제와 연락을 취하면서 의자왕의 아들 풍장(豊璋)을 폭풍 속의 백제로 보내 왕으로 추대토록 한 데 이어 세 차례에 걸쳐 5만여명의 병력을 파견하였다. 국운을 건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백제와 왜국의 수만 연합군이 신라와 당나라 군을 공격하였고, 신라와 당은 백제 지휘부에 대해 분열책을 꾀하였다. 치열한 심리전은 큰 성과를 거두어 백제왕 풍장이 그간 백제 부흥군의 중심인물이었던 도침 장군을 주살하였다. 백제 부흥군 내부에서 적전분열이 일어났다. 드디어 대규모 국제전은 종말에 다가갔다. 오늘의 서해안 백마강 하구 일대, 전쟁이 시작된지 3년도 더 지난 663년 8월 28일. 백제의 운명을 가르는 전투에 불이 당겨졌다. 결전은 해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먼저 당나라의 대형 군선 170척이 왜국의 수군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왜국군의 지휘부는 자신들이 먼저 엉금엉금 다가오는 당나라 수군을 맹렬히 공격한다면 당나라 배들이 물러설 것으로 예측하고 그들이 후퇴할 때 맹공을 퍼부어 떼로 수장시켜 버릴 작전을 세웠다. 그러나 그날 오늘날까지도 군기 빠진 군대로 악명 높은 당나라군이 웬일인지 물러나지 않았다. 당나라군은 아마도 학익진을 전개하였을 것이다. 그들은 학의 양 날개를 펴 왜국의 수군을 가운데 두고 둘러쌌다. 당나라 군인들은 화공을 펼쳐 왜국의 배에 불을 지르는 한편, 혼란에 빠진 배로 올라와 칼을 마구 휘둘렀다. 한국의 역사서 삼국사기는 이날의 싸움을 두고 ‘불꽃은 하늘을 붉게 물들였고, 바닷물은 핏빛이 되었다’고 기록해놓고 있다. 왜국 수군이 완전히 패배하고 말았던 것이다. 해전에서 승리한 신라와 당나라와 군사들은 크게 사기가 올랐다. 그들은 육지의 백제군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마침내 내륙의 거점 주유성까지 함락시켰다. 백제인들에게 청천벽력같은 급보가 전해졌다. 백제인들이 탄식했다. 그날 백제인들의 그 유명한 독백이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주유성이 항복하였다. 어찌할 수 없게 되었다. 백제의 이름이 오늘로 끊어졌다. 이제 조상의 묘가 있는 곳을 어떻게 갈 수 있겠는가’ 백제군과 그의 처자들은 한반도 남단 대례성(弖禮城)이라는 곳으로 가 철수하는 왜국 수군의 배를 얻어 타고 한반도를 떠나 왜국으로 향했다. 대례성(弖禮城)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당시 말로 섬을 '타리'라고 한다. ‘타리’는 ‘대례’와 통한다. 대례성이란 지명으로 보아 남해안 어느 섬에 있던 왜국군의 요새였을 것이다. 학자들은 남해도 쯤일 것으로 추측한다. 누군가 그곳을 논문으로 확정해주면 그날 그곳을 떠났던 수많은 도거인(渡去人)들의 후예가 끝도 없이 마음의 고향을 찾아올 것이다. 조상들의 흔적을 찾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역사는 돈벌이가 되는 학문이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간 곳, 오늘날 일본의 탯줄이 끊어진 곳이 대례성이다. 그날 한반도에서는 백제가 멸망하였으나 또 다른 백제가 어머니 한반도의 탯줄을 끊고 왜 열도로 배를 타고 떠나갔다. 음력으로 663년 9월 25일의 일이었다.
이름으로 남아 있었던 불개, 제주개, 밀양개, 오수개, 거제개 등의 토종개는 우리 주변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토종개의 복원은 올곧은 주장의 연구자와 동호인의 울부짖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과 보호를 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문화유적은 복원 환경이 조성되면 언제든지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라진 토종개의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이며 학문적인 결론이다. 토종개는 오랜 세월 동안 인류와 함께한 길들여진 최초의 동물이며, 오늘날에는 반려동물로 사람의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가족이 되었다. 역사가 오래된 민족일수록 개에 관한 기록이 많고, 세계 민족의 성품을 닮은 제각각의 토종개들이 있다. 세계 애견연맹에 등록된 품종은 380여종이 되며, 세계적으로 700∼800품종의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는 사람들의 선택에 의한 선별적인 번식에 의해 오늘날까지 개체를 이어온 동물이다. 소, 돼지, 양, 닭 등의 경제성 동물은 기르는 목적에 따라 단백질 공급원용 가축은 살코기를 많이 생산하는 품종으로 개량되었고, 알이 필요한 닭은 산란 수가 많은 개체가 선발되어 번식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는 가축으로 단백질 공급원인 식용의 목적으로 기르지 않았고, 사람의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가족과 잘 어울리고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데 서로 거슬림이 없는 개체가 대물림되어 오늘날의 토종개가 되었을 것이다. 대물림된 각 나라의 토종개는 민족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푸들은 프랑스를 기원하는 토종개이며 명랑하고 명석하고 발랄한 프랑스인의 성품을 닮았다. 느긋한 만만디의 품성과 포응력이 있는 차우차우는 중국인의 성품과 비슷하다.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명철한 독일인의 성품을 닮은 저먼셰퍼드와 아기자기하고, 영리하고, 잔잔바리한 시바견은 일본인의 성품을 닮은 일본의 토종개이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생활권에서 먹거리와 자연환경을 함께 누린 결과일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는 오랜 역사만큼 종류도 많았다. 주둥이가 긴 獫(험), 주둥이가 짧은 獦驕(갈교)와 韓獹(한로), 田犬(전견), 宋鵲(송작)이란 사냥개와 잘 짖는 경비견 吠犬(폐견), 애완견인 花狗(바독개), 발발이인 哈叭狗(합팔구), 金師狗(금사구), 방에 키웠다는 房狗(방구) 등이 문헌상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우리 토종개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경이, 삽살개, 진도개 등뿐이다. 불개, 제주개, 밀양개, 오수개, 거제개 등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삶을 이어가기 힘들었던 시기에 개를 보존과 보호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대부분 사라졌다.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는 토종개에 대한 애착이 필요하다. 제주개의 특성은 끈기와 용맹성이 뛰어나고, 날렵한 사냥개이며, 주둥이가 좀 튀어나와 여우 인상을 풍긴다. 제주축산진흥원에서 혈통을 보존하는 연구와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천연기념물 지정은 쉽지 않아 사라져가고 있다. 영주의 불개는 체고 60cm 내외, 체장 70cm 내외로 털은 붉은빛이 도는 누런 털과 코거울이 붉은색을 띄고, 늑대의 야성이라고 보이는 사나운 품성을 지닌 개다. 영주 동양대 고승태 교수님의 열정으로 혈통을 찾았으나. 지원이 되지 않아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고려시대『보한집』에 기록된 설화에서 붙여진 오수개, 크기가 6척 이상이었다는 오수개는 기록으로만 남아 있고 사라졌다. 노루를 사냥하는 능력을 가지고, 크기가 45∼60cm인 밀양개도 이미 사라졌다. 토종개의 복원은 올곧은 주장의 연구자와 동호인의 울부짖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과 보호를 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문화유적은 복원 환경이 조성되면 언제든지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라진 토종개의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이며 학문적인 결론이다. 우리들의 관심이 사라져가는 토종개를 보호할 수 있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아이슬란드 북쪽 끝 해변에 있는 항구도시 아이슬란드에는 약 70여개의 큰 폭포와 수만개의 작은 폭포들이 산재해 있는 폭포의 나라입니다. 중앙도로를 횡단하면서 좌우 산맥을 보면 산골을 통해 줄줄 물이 골을 이루며 흐르고 있어요. 이 중 제일 큰 폭포 2-3개 정도만 구경키로 했습니다. 우선 가장 큰 폭포가 (1)굴포스폭포(gullfoss waterfall)인데 레이크비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우리가 찾아갔습니다. 풍부한 수량에 넓게 굴곡을 이루며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인데 세찬 소용돌이 속에서 폭포에 비치는 햇살이 무지개를 이루어 눈이 부십니다. 그 속에서 금빛이 난다고 해서 ‘굴포스(황금폭포)’란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이 폭포 입구에 한 여자의 흉상조각이 있고, 안내판에 ‘I will not sell my friend’제목하에, 대강 이런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이 폭포를 이용하여 수력발전소를 만들려고, 영국을 중심으로 외국 투자가들이 정부에 압력을 넣었어요. 그러나 농민들이 반대하며 정부와 충돌하게 되고, 한 농부의 딸(흉상의 주인공:Sgri gur)이 농민들을 이끌며 반대 운동에 앞장서서 이 폭포를 지켰다고 합니다. 또한, 그녀가 아이슬란드의 최초 환경보호자라고도 적혀있고요.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2)‘스코카 포스’라는 폭포가 있어요. 100미터나 되는 낭떠러지에서 길게 떨어지는 낙수가 개천으로 이어져 흘러가는 모습 또한 근사합니다. 물이 흐르는 개울 주변에 푸른 이끼가 융단처럼 깔려있는 것도 보기 좋고, 산 능선과 물보라의 조화로운 경관이 신선하고 너무 멋있었어요. 전설에 의하면 수직으로 하강하는 폭포 뒷면 굴 안에 바이킹들이 보물을 숨겨놨다고 전해와 관람객들이 삐죽삐죽 들여다 보기도 해요. 그러나 폭포는 ‘너희들 눈앞에 보이는 것(폭포)이 바로 보물이니라’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요. 세 번째 찾은 곳이 (3)‘데티포스 폭포’인데 주차장에서 내려, 좌우 500여미터 이상 되는 펀펀한 넓은 절벽을 따라 내리쏟아지는 폭포수가 장관입니다. 이곳은 물줄기 주변 절벽이 계곡 따라 ‘주상절리’로 되어 있어 신기하기 조차해요. -하늘로 치솟는 지열 분화수(간헐천) 아이슬란드의 필수관광 코스로 ‘골든 서클’이 있습니다. 수도(레이크비크) 가까운 곳에 있는 필수 관광명소 3개 지역을 뜻하는 데, 폭포군, 지열 분화구와 싱벨리아 국립공원이 그것들입니다. 우리는 폭포를 먼저 보았고, 그다음 이곳 지열 분화수를 찾아왔어요. 차들이 밀집해 있고, ‘100도 온수, 위험’이라고 쓴 표지판이 넓적한 돌에 붙어있는 곳에 내렸습니다. 개울에 온수가 흘러내리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길가엔 풀과 여름꽃이 피어있어요. 유황 냄새가 진동하고, 솟구치는 온수주위에 관광객들이 둘러서서 떠들썩합니다. 거의 10분 간격으로 20여미터 상공으로 뿜어 오르는 온수 물기둥이 장관이며, 많은 사람이 이 모습을 카메라에 잡겠다고 우루루 몰려다니는 것도 재미있는 구경거리 구요. 이곳 ‘케이르관광센터’에서는 주변 공기가 깨끗하고 신선하다고 해서, 이 공기를 깡통 속에 저장하여 ‘아이슬란드 공기’로 상품화하여 팔기도 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공기를 넣은 캔(can) 하나에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를 받으니, 세상은 요지경으로 참 의아스럽고 신기하기도 하군요.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