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이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계승해야 할 자랑스러운 고유의 식문화는 아니다. 의식주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시대의 경쟁력이다.
최근 개고기 식용에 대한 오랜 논쟁이 ‘개고기 식용 종식’을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영부인에 의해 다시 불붙고 있다. 88올림픽의 개최지로 세계의 관심이었던 대한민국을 향해 “개고기를 먹는 나라는 야만인들이며, 문화적 가치가 없는 나라다”라고 올림픽 보이콧과 한국제품 불매운동을 주장한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가 “아름다운 관습의 나라 한국이 개고기를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혹평하여 세계적인 관심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빅마우스(Big mouth)들이 개고기는 우리나라 전통 식문화이며, 민족의 뿌리라고 맞대응을 하여 국민 정서를 이분화 하였고, 개고기 식용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기원전 6세기경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며, 동아시아에서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중국 한족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현재 개고기는 한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 식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주로 만주족들과 중국 한족들이다. 근래까지 개고기를 식용했던 홍콩, 타이, 대만, 필리핀, 인도 등은 상업적 목적의 도살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개고기 식용의 출발이었던 중국도 가축에서 개를 제외시켰다. 이제 세계에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권은 대한민국과 일부 나라의 소수지역 뿐이다.
B.C 1세기 삼천포 사천 늑도의 패총 유적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량인 27마리의 개 뼈가 26구의 인골과 함께 공동묘역에서 발굴되었다. 개 뼈는 죽기 직전에 가해진 외상이나, 뼈를 발라내기 위한 칼자국이 전혀 없었고, 주로 남자나 어린이와 함께 나란히 묻혀 있었다. 이 시대에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것이 학술적인 결론이다. 또 신라와 고려는 불교 국가로 국법으로 개고기 식용이 금지되었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는 개가 길흉사를 미리 알려주는 벽사의 의미로 신격화되었다. 고구려 덕흥리, 무용총, 안악, 장천 등의 고분군 내벽에는 오늘날보다도 훨씬 뛰어난 고급 목테를 한 개가 무덤의 호위무사견, 반려견, 경비견 등으로 그려져 있다. 무덤을 장식한 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수호신이었다. 신라, 고구려, 고려의 선조들은 개고기 식용을 터부시 하였다.
조선이 유교를 숭상하자 고려의 불교문화는 쇠퇴하게 되었고, 조선은 고려보다 개고기 식용에 관해 관대했다. 조선시대는 유교의 영향으로 개고기가 제물로 제사 음복으로 이용되면서, 제례에 참석한 선비를 중심으로 개고기가 식용으로 인식되었다. 또 개고기 식용에 관한 기록은 대부분 18∼19세기이며, 단백질 공급을 위한 치료용의 일시적인 처방음식으로 서민 대상의 식문화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문화가 서민층으로 확산된 계기는 일제 강점기부터이다. 조선총독부는 군수용품으로 년 50만 마리 이상의 견피를 강압적으로 공출해 갔다. 견피 공출 후의 부산물이었던 살코기는 먹거리가 부족했던 서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식용되었다. 개고기를 식용하지 않았던 일본은 조선인들에게 개고기를 먹도록 유도하여 일본 국민과 차별화하는 목적으로도 이용하였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경제는 훨씬 더 어려워져 한 끼의 밥을 먹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개고기는 목숨을 잇는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서민용 보양식으로 확산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개는 축산법에 의해 가축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개고기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위생 관리를 받지 않는다. 즉, 우리나라의 개고기 판매 식당은 식품위생법에 어긋나므로 개고기 취급과 위생관리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민족의 혼까지 들먹이면서 개고기 식용을 정당화 하려는 움직임은 21세기 반려동물 문화를 정면으로 도전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1000만 반려견 동호인에 의해 정립된 선진 반려견 문화와 산업 선진국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모범국가이다.
의식주는 나라의 부와 문화의식의 품위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땅히 변하는 것이다. 개고기 식용이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계승해야 할 자랑스러운 고유의 식문화는 아니다. 의식주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시대의 경쟁력이다. 개고기 식용 고집은 시대적 어리석음이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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