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에 들어서자 거대한 보드게임이 펼쳐진다. 관람자는 스스로 게임의 말이 돼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 게임을 즐긴다. 한 칸 한 칸 다니며 파티를 즐길 수도, 빙글빙글 낯선 공간 속에 빠지기도 하며 다양한 공간을 마주한다. 유쾌한 공간 속 자신만의 스토리를 상상하며 미술관은 어느새 친근한 놀이터가 된다. <사진, 프로젝트 그룹 옆[엽]_PoP, Party, Play_혼합재료, 2022>
우양미술관 제3전시실에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A-Maze-ing’전시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존의 공간을 변형해 재창조하는 예술가 6팀(프로젝트 그룹 옆[엽], 박정현, 이정윤, 정혜련, EASTHug, EVERYWARE)의 ‘재현공간’을 선보인다.
이유경, 이은구 작가로 이뤄진 프로젝트 그룹 옆[엽]은 스스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공간재단사’로 일컫는다. 그들은 실재하는 벽, 계단, 혹은 주목받지 모하던 일상의 공간에 테이프로 선을 그리고 색을 더함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낸다. 예술과 만화, 디자인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그들의 놀이판에 관람자들을 초대해 함께 즐기면서 감상하는 경험을 선물한다.
푸른색 고무줄이 좌우로 연결돼 전시 공간을 상하로 구분 짓는다. 관람자는 작품을 통과하기 위해 허리와 머리를 숙이고 불편한 자세로 이동하며, 일반적인 생활에서 쉽게 바라볼 수 없는 새로운 시점으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박정현 작가의 작품 ‘Re-born:Disturbing’은 공간에 신체적, 시각적 방해물을 배치해 관람자가 이를 유연하게 헤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을 능동적으로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프리카산의 유연하고 약한 나무, 프랑스 광산 지역에서 채취해온 부유물, 스페인 테네리페의 화산재, 부산 다대포의 모래, 경주 밭의 많은 유기물이 모여 생긴 흙 등 작가의 수집물이 전시 공간을 자유분방하게 유영한다.
정혜련 작가는 과거로부터 쌓아 올려진 전시 공간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중심으로 지도의 형상을 상상해 시각화한다. 과거란 사라지는 것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밑거름이며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전재로 공간드로잉을 선보이고 있다.
EASTHug는 연출 및 그래픽 감독이자 대표 고동욱, 음악 감독, 준도, 미디어기술 감독, 김상완, 공간다지이너 장윤혁 총 4명으로 구성된 미디어아티스트 그룹이다.
이번에 선보인 ‘신명:풀림과 맺음’은 전통연희로써의 ‘굿’에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작품으로 새로운 경험을 통한 초월적인 치유를 꾀하고 있다.
방현우, 허윤실 작가로 구성된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EVERYWARE은 인터렉티브 아트를 주요장르로 활용해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경계넘기를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게임을 현실공간에 옮겨낸 작품 ‘MAWAR @Wooyang’은 미로를 뜻하는 Maze와 AR(증강현실)을 결합한 이름으로 분해결합이 자유로운 플라스틱 브릭으로 물리적인 미로 공간이 구성돼있다. 관람자는 미로 안에서 가상의 생명체를 스마트폰을 통한 AR앱으로 찾아내며 주인공이 돼 일인청 시점으로 현실미로와 가상공간을 넘나들게 된다.
바람을 품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20여미터의 공기터널을 걷게되면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관람자들의 실시간 이미지가 외부로 전사된다. 내부를 걷고 있는 관람자는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 사이 미술관 벽과 좌대에 투사돼 영상의 주인공이자 작품이 일부가 된다.
상호작용을 통해 과정 자체를 표현하는 관계의 예술가 이정윤 작가는 작품 ‘숨쉬는 통로’를 통해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삶은 예측 불가능한 보행이다. 그 안에서 나 자신이 주인공으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거리를 두고 보아야 비로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된다고 설명했다.
우양미술관 측은 “작가들의 재현공간과 관람자의 경험이 만나는 순간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는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을 유연하게 만들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변모시킨다”면서 “공간 생성과 변형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통해 움츠러든 우리의 모든 일상이 새롭고 긍정적인 전화점을 맞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장 한켠에는 프로젝트 그룹 옆[엽]의 ‘Pop, Party, Play’ 작품 속에서 다양한 공간감을 느껴보고, 작품 속에 깃든 소재와 기법을 관람자가 직접 아티스트가 돼 라인테이프를 활용해 자유롭게 드로잉을 할 수 있는 ‘라인드로잉 스테이지’와 ‘여행하는 가방’이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