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2023 여름학기 특기적성 교육과정’ 수강생을 모집한다. 교육과정은 마음요리사, 쿠킹베이킹, 드론항공, 융합코딩, 아트영어, 뮤지컬, 뉴스포츠, 화랑문화탐방 등 37개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1개월 과정으로 진행한다. 참가 대상은 경주에 거주하는 청소년 및 성인(화랑문화탐방에 한함)이다. 접수는 17일 오전 10시부터 21일 오후 5시까지 경주공공서비스예약(인터넷)을 통해 선착순 마감된다. 단 수강료가 감면되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시설 아동은 12일부터 14일까지 청소년수련관 방문 혹은 전화로 우선 접수해야 한다. 수강료는 청소년 1만원, 성인 2만원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청소년수련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고하거나 경주시 아동청소년과 청소년활동팀에 문의하면 된다.
분묘로 도시 미관을 해쳐온 속칭 ‘황성동 공동묘지’에 추진됐던 공영주차장이 완공돼 이달 중순경 개방된다. 경주시는 황성동 지역 일원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황성동 공영주차장’이 완공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곳은 주거밀집지역 내 분묘들이 위치한 탓에 도시미관 저해는 물론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되면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시는 공영주차장 조성을 결정하고, 2019년부터 분묘조사를 시작으로 분묘 연고자 찾기에 나서 지난해 10월 시유지 내 분묘 157기(유연 62, 무연 95) 전체를 개장 완료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도시계획시설(주차장)사업 실시계획 인가 고시와 올해 2월 주차장 시설에 편입된 사유지 286㎡(분묘 1기포함)를 보상 완료하고, 3월 주차장 공사를 착공했다. 총사업비 14억원이 투입됐으며, 주차장 부지면적 4030㎡에 주차면수 99면과 폭 8m, 연장 55m 규모의 도시계획도로를 조성했다. 현재 막바지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며, 시설물 점검 등을 거친 후 7월 중순 이후부터 시민들과 이용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할 방침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주차장 완공으로 황성동 주거·상업 밀집지역 내 주차문제 해소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주시와 월성원자력본부가 지역 공공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 ‘경주시 의료장비 PET-CT 지원’을 위한 이번 협약식은 지난 3일 경주시청 대외협력실에서 주낙영 시장과 김한성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협약은 지난 2022년 1월 11일 체결한 월성원전 맥스터 추가건설에 따른 지역발전 상생협력 기본합의서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월성원자력본부는 PET-CT 장비 구입에 25억원을 지원한다. 또 경북도도 경주시에 10억원을 보조한다. 첨단 의료 장비를 운영할 사업자는 공모를 통해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이 선정됐다. 해당 장비를 통한 검사 시 경주시민은 검사비의 30~40%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김한성 월성원자력본부장은 “이번 의료장비 지원사업이 지역 공공의료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월성원전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사업이 지자체, 지역기업, 공공의료기관의 협력을 통한 지역민 건강증진 도모의 혁신적인 모범사례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분에서 비단벌레 장식을 한 새로운 형태의 말다래가 확인됐다. 또 삼국시대 직물 중 삼색경금과 산양털로 만든 모직물 등도 최초로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시사회를 갖고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쪽샘44호분 발굴 10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성과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5세기 후반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는 ‘비단벌레 장식 말다래’를 비롯해 바둑돌, 금동관, 금동신발 등 총 780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은 착장 장신구와 부장유물 조합의 정밀분석을 통해 44호분의 주인공은 키 130cm 내외, 10세 전후로 추정되는 신라 왕실 공주로 추정했다. 실제 발굴일 수 총1350일 조사과정을 통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돌무지덧널무덤의 전체 구조와 축조 공정을 복원했다. 또 보존과학, 의류직물학, 토목공학, 지질학 등 여러 학문과 협업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냈다. 특히 2020년 발굴조사 당시 주인공의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 공간에서 수백점이 확인됐던 비단벌레 금동장식이 말다래의 일부임을 확인했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아래에 늘어뜨리는 판으로, 그간 신라고분에서 출토된 말다래는 모두 하늘을 날아오르는 천마문양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쪽샘33호분에서 발굴된 말다래의 바탕틀은 대나무 살을 엮은 편조물 위에 직물을 여러겹 덧댄 양식으로 천마총 출토 ‘죽제 천마문 말다래’와 유사한 구조다. 반면 비단벌레 1쌍을 올린 나뭇잎 모양 ‘금동심엽형 장식’과 ‘보요구반구형장식’, ‘금동대’로 구성된 영롱화고 화려한 꽃무늬 패턴으로 제작된 말다래는 첫 사례다.<사진> 심현철 특별연구관은 “비단벌레 금동장식을 십자 형태로 만들어 장식한 말다래는 신라고분에서는 처음 확인됐고, 이러한 모티브가 경주 주변으로 퍼져나간 현상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밝혔다. 앞서 금관총에서 비단벌레를 이용한 심엽형장식편이 확인된 바 있으며, 경산 임당 5A호에서는 금동심엽형장식과 보요부반구형장식이 일체화된 형태의 장신구가 안장과 공반돼 확인된 바 있다. 또 이번 발굴을 통해 금동관, 은허리띠, 금동신발 등에서 다양한 직물이 확인됐고, 연구소는 삼국시대 토기와 칠기의 문양을 모티브로 출토 직물 재현품을 선보이며 이해를 도왔다. 심 연구관은 “금동관에서 발견된 삼색경금은 실제로 삼국시대 직물 중 최초로 확인된 실물자료”라면서 “염색에 사용된 재료들도 최초로 확인됐는데, 홍색은 꼭두서니, 자색은 자근이 사용됐다. 그러나 황색의 경우, 연구 진행 중이며 재현품은 치자로 대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동신발에는 가죽, 견직물, 산양털로 만든 모직물 등이 확인됐으며, 해당 직물들은 앞으로 직물연구사에 중요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2020년 발견된 금동관 주변 폭 5cm의 유기물 다발과 다발을 감싸고 있는 직물흔이 피장자의 머리카락으로 확인됐다. 현미경 분석결과 유기물 다발 주변에 두개골편이 확인된 점, 황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미뤄 사람의 모발로 추정되는 것. 이로써 1cm 내외 두께로 모발을 모아 직물로 감거나 장식한 흔적을 통해 고대인의 머리장식, 꾸밈새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확보됐다. 쪽샘유적 발굴관이란 이름으로 유적지 전체를 반구 형태의 건축물로 덮고 있는 쪽샘 44호분은 관광객들이 많이 밀집돼있는 황리단길, 대릉원과 인접해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현장이다. 앞으로 쪽샘유적발굴관의 활용에 대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원 측은 “보존 방향이 결정되기까지 약 2년 동안 유적 보존 및 연구를 위해 고분을 발굴한 역순으로 실제 고분을 축조하는 고분재현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도 정부혁신과 적극행정의 하나로 발굴성과 유물의 출토·보존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다양한 체험 행사를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민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공원 물놀이장이 지난 1일 개장했다.경주시는 황성공원 물놀이장을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1일부터 8월 27일까지 50일간 운영할 예정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별도의 이용요금은 없다.운영시간은 1부 오잔 10시 30분부터 12시30분까지, 2부 오후 1시부터 3시, 3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다.수질관리를 위해 각 부별로..
초록주간복지센터는 지난 21일 대승(주)·디에스코리아(주)·디에스글로벌(주) 백승엽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지역 곳곳에 정기적인 후원을 통해 나눔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백승엽 회장은 지난 2021년 5월부터 사회복지시설 노인주간센터 초록주간복지센터(대표 김화영)에도 후원금을 전하고 있다. 초록주간복지센터..
■ 6급 전보△김경은 홍보담당관 △김정민 홍보담당관 △이승우 정책기획관 △이혜련 미래전략실 △최서윤 청렴감사관 △한승익 문화재과 △이재훤 체육진흥과 △정재화 기업지원과 △박설림 투자산업과 △이상림 일자리청년정책과 △장진향 건설과 △김성희 폐철도활용사업단 △윤병준 안전정책과 △조익환 토지정보과 ..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본보에서는 3회에 걸쳐 경주 출신 독립유공자들을 연재했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 따르면 현재 출생지가 경주로 확정된 독립유공자들은 총 61명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에 학생운동부터 독립운동 군자금 모금, 국내외를 넘나드는 의혈투쟁, 의병항쟁 및 광복군 활동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독립운동을 펼치다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옥고를 치르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심지어 사형을 선고 받아 순국하기도 했고 머나먼 타지에서 의혈투쟁을 펼치다 굶주림과 추위에 동사로 순국하기도 했다. 이렇듯 조국을 위해 인생의 가장 젊은 시기를 바친 독립유공자들이지만 잊혀가고 있다. 경북남부보훈지청이 관리하는 독립운동 현충시설은 61명 중 건천읍에 위치한 ‘의사 일천 정수기 선생 기념비’ 하나밖에 없다. 나머지 60명의 독립유공자들은 인터넷이나 국가보훈부 발간 자료를 직접 찾아야 알 수 있는 현실로 잊혀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매년 3·1절이나 현충일에 독립유공자들을 비롯한 순국선열을 기리는 여러 행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누구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지역 출신인 훌륭한 독립유공자들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막연한 대상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일제 강점기와 독립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된 역사로만 기억되고 전해지고 있으며, 수업에서나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더욱이 경주에서도 훌륭히 나라를 위해 일제와 맞서고 목숨을 바친 영웅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지 못한다. 다가오는 8월 15일은 83주년을 맞게 되는 광복절이다. 조국의 독립을 맞이한 지 100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잊혀 졌고 잊혀져가고 있는 지역 출신의 독립유공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록 공적사항에 사진 한 장 없고, 한 줄로 요약된 이들이라도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를 오로지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그들이기에 후대에 알려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도래했다. 집중호우, 태풍, 폭염 등 여름철 재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이고, 특히 올해 여름엔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높아 강수량이 예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돼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9월 경주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었고, 완전 복구는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경주시는 태풍 등 급격한 기상이변에 대응하고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점검과 여름철 재난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한다. 저수지 붕괴에 대비해 관계기관과 합동 대응·복구 훈련을 실시하고, 안강지구 등 재해예방사업장 4개소에 대한 현장점검을 마쳤다. 또 성건1·2, 양동, 유금, 모아 등 배수펌프장 13개소에 대한 가동준비를 점검했고, 급경사지·침수취약시설 등 인명피해우려지역 38개소에 대한 안전점검 및 주민대피계획 수립을 완료했다고 한다. 이 같은 대책들이 재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난은 대부분 사전 준비가 미흡하거나 소홀한 대책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지난해 피해를 입은 취약 지대를 중심으로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수방시설 설치 및 작동여부, 집중호우 시 긴급 전파 및 주민대피 체계 등을 수시로 점검해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특히 하천 진입로·산사태 및 침수가 우려되는 위험지역을 미리 점검하고 출입을 차단해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기상 재난 대비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주시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풀이돼선 결코 안될 것이다.
영웅은 누구인가? 인류의 역사에서 영웅이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대부분의 전쟁 영화나 액션 영화는 영웅들을 묘사하는 데 많은 자본과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영화들의 대부분은 세계를 정복하거나 전쟁에서 이긴 인물들을 주로 다룬다. 책도 마찬가지다. 영웅이랍시고 다룬 책의 대부분은 세계를 정복하거나 전쟁에서 이긴 장군들이다. 유럽에서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나라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의 필독서로 권장하는데 그 영웅전의 대부분 주인공도 전쟁에서 이긴 장군들이다. 액션 영화도 마찬가지다. 중국 무협이나 허리우드 액션물에는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하는 초절정고수나 액션 히어로가 등장하는데 그들이 한 번 휘두르는 검이나 한번 쏟아내는 총에 수십 명의 병사나 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그러나 전쟁만큼 끔찍한 살인현장도 없다는 사실을 영웅들을 기록한 책과 영화에서는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몇십만 혹은 몇만명이 전투에 참가해 그중에서 몇천명 혹은 몇명이 살아서 도망갔다는 정도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액션 영화에서는 고수의 칼에 목이 달아난 상대를 집중해 보여주지 않는다. 히어로의 총이나 초능력에 의해 살상된 상대에 대해서도 아무런 추가적인 묘사가 없다. 그런 것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그러나 ‘모든’ 역사에서 전쟁은 불과 한두 사람의 욕심이 일으키는 땅따먹기에 불과하다. 알렉산더도 그랬고 시저도 그랬고 칭기스칸도 그랬고 나폴레옹도 그랬다. 그들은 자신이 더 넓은 영토를 지배하겠다는 욕심으로 전쟁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리고 역사는 그들을 놀라운 영웅으로 묘사한다. 전 세계의 역사 교과서는 그들이 정복한 땅의 넓이를 알려주지만 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갔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들려주지 않는다. 만약에 그 전쟁으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 한명한명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전쟁 미치광이이자 최고의 악마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고대로부터의 왕들은 대부분 영토를 넓히거나 전쟁에서 이긴 전쟁 전문 왕들이다. 광개토왕, 진흥왕, 무열왕, 왕건, 이성계 등은 알고보면 자신의 지배욕으로 인해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은 왕들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존경받고 있으니 다행 중의 다행이다. 그런데 그 세종대왕의 업적에도 4군6진 개척과 대마도 정벌 같은 전쟁사가 대서특필 된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장군 역시 ‘~~대첩’으로 적병 수십만을 죽인 장군들이 대부분이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아는 대부분 장군들은 그나마 침략한 적군을 맞아 이를 물리친 장군들이다. 을지문덕, 양만춘, 강감찬, 서희, 윤관, 권율, 이순신이 대표적이다. 신라의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김유신은 엄밀히 따지면 통일이라는 명분을 위해 삼국을 피로 물들인 침략자다. 침략자라는 표현에 대해 화들짝 놀라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영웅에 대한 이상한 착각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듯 학교에서는 대놓고 전쟁 미치광이들을 영웅이라고 가르치면서 말로는 ‘평화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평소의 생활 주변에서 TV와 영화는 살인귀들을 펼쳐 놓으면서 인류를 사랑하라고 떠들어 댄다. 이렇게 황당한 이율배반이 어디에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는 지금도 전쟁 미치광이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은 채 그들의 전쟁을 무슨 업적처럼 기록하고 있다. 역사를 전쟁사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6.25가 막 지났다. 그런 역사 공부에 탐닉했을 것이니 김일성도 스스로 영웅이 되고자 동족을 상대로 6.25 그 끔찍한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 국민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고 수많은 국민이 이산의 슬픔을 겪어야 했고 남북한 할 것 없이 전국이 초토화되었다. 우습게도 그 전쟁에서 실제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 더군다나 북한 주민들은 그들이 죽는 이유가 그 말도 안 되는 영웅주의, 전쟁 미치광이 때문임을 전혀 모른 채 지금도 김일성 일가를 영웅으로 받들고 있다. 그들 역시 어릴 때부터 황당무계하고 비뚤어진 김일성 위주의 역사를 세뇌당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시저, 칭기스칸, 나폴레옹 같은 역사의 모든 침략자들이 천하의 개잡놈, 극악무도한 악마였다고 대대로 역사에 기록되었다면 과연 김일성이 그런 무참한 전쟁을 일으켰을까? 6.25를 지나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영웅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청년마을 ‘가자미마을’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해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가는 경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이주해 오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은 희소식이다. 가자미마을은 지난 2022년 지역 청년단체인 ‘마카모디’가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위해 추진되는 행안부 사업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3년간 국비 6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시작됐다. 선정 당시 11:1의 경쟁률이던 행안부 사업에 지역의 청년모임이 선정된 것으로 지역에서도 상당한 이슈였었다. 이들은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그동안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감포를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가을부터다. 감포를 배경으로 한 ‘영상제작’ ‘상품촬영’ ‘워크숍’ 감포주민들과 함께하는 ‘기억을 담는 목욕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1925감포’라는 앵커공간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또 청년들이 지역 정책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는 팟캐스트도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그만큼 마카모디라는 모임이 지역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었고, 청년마을 사업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발판이 됐다. 이들이 만들어갈 감포는 ‘가자 미래로’라는 슬로건에 감포의 특산품인 ‘가자미’를 접목시킨 ‘가자미마을’이다. 이들은 가자미마을 이라는 이름에 4가지 의미를 담았다. 가자미의 끝 글자인 ‘미’에 맛 味, 멋 美, 미래 未, 그리고 나 자신을 뜻하는 ME가 그것이다. 풀이하자면 청년들이 감포의 맛과 멋, 미래와 나 자신을 찾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의미대로 이들은 가자미를 매개로 식당(맛)과 영화제작(미래의 꿈), 마을 여행(멋), 나 자신의 삶의 터전(ME) 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년동안 총 67명의 청년들이 가자미마을을 체험했고, 이중 10여명이 경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이주해 지역에 정착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프로그램을 통해 1명의 참여자가 지역으로 이주해 왔다. 가자미마을의 정착률은 타 지역 청년마을에 비해 많이 높다. 기자는 지난 3월부터 가자미마을을 통해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을 인터뷰해 연재했다. 기자가 만난 청년들 중 일부는 타 지역 청년마을을 체험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경주였다. 그들이 지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의 대부분은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경주가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여행자로서는 볼 수 없는 마을의 이야기, 주민들의 정이 그들이 느낀 매력이었던 것이다.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경주의 매력’ 이것을 찾을 수 있도록 서포트 하는 것이 바로 가자미마을이 타 지역의 청년마을과는 차별화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자미마을은 체험자들이 단순히 경주의 감포라는 바다마을을 체험만 하게 하는 것이 아닌, 감포라는 마을을 스스로 공부하고, 그곳에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보조의 역할만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체험자들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이 이곳에서 정착할 이유와 미래를 찾는다. 때문에 가자미마을을 체험한 청년들이 경주와 감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열심히 활약한 덕분일까. 지난 4월에는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전국 청년마을 중 유일하게 가자미마을을 방문하기도 했고, 6월에는 경주시가 ‘2023년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비 10억원을 확보했다. 경주시는 시비 10억원을 포함해 총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감포 전촌리 일대에 청년 공유주거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청년마을과 공유주거시설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는 초고령화 도시다. 그동안 정책 대부분이 노인 인구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청년들도 가만히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작은 소모임으로 시작해 청년마을로 진화한 ‘가자미마을’처럼 제2, 제3의 청년마을이 생겨 활기가 넘치는 지역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겨울에 눈으로 뒤덮인 러시아를 여행 중이던 어느 한 남작. 어디서 조그만 쇠가 삐죽하고 솟아 있길래 잘됐다 싶어 말고삐를 거기에다 묶었다. 너무 피곤했던 터라 잠시 눈을 붙였다 떠보니, 이 일을 어째? 그 많던 눈은 다 녹았고 말은 교회 꼭대기에 매달려 있더란다. 삐죽한 쇠붙이는 사실 교회 첨탑이었다. 프리드리히 뮌하우젠(Friedrich Munchausen) 남작이 주인공인 동화 《허풍선이 남작의 대모험》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18세기 실제로 독일 군인이자 관료였던 그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가짜를 사실처럼 과장하거나 말과 행동을 꾸며대는 재주가 있었다. 어딜 가나 이런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병원에도 있다.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 환자라고 불리는 이들 환자는 끊임없는 허풍과 거짓말을 섞는 정신질환자다. 의사에게 자신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왜 자신을 픽션으로 만들까? 한마디로 주목받기 위해서다. 이들이 원하는 건 의사와 환자 관계가 아니다. 가짜를 정말이지 그럴듯하게 꾸미거나 과장하는 이면에는 사람에 대한 인정과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다. 자신의 삶에 타인의 시선이 깊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 며칠 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한국인들의 허풍 문화를 지적했다. 한국인들의 프러포즈 문화인데, 제목부터가 ‘결혼식장까지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값비싼 장애물: 4,500달러의 화려한 프러포즈’다. 결혼식도 아니고 프러포즈에만 자그마치 600만원을 쓴다고? 호텔에다, 그것도 제일 비싼 스위트룸에다, 그 중요한 순간에 어울리는 명품 핸드백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집 마련이며 애들 학원비며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과 출산조차 꺼리는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라니 믿기지 않을 것이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스위트룸 프러포즈를 받아보고 싶는 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숙박료가 100만원이 넘는다면 어떨까? 호텔 프러포즈 유행은 코로나 덕분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지는 분석하고 있지만, 본질은 우리의 과시욕과 과한 명품 사랑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품 소비액은 약 21조원으로 1인당 명품 소비가 세계 1위다. 자동차 한 대 값이 아파트 한 채 값인 명차 롤*로이스사에서 신차 소개를 한국에서 했다고 한다. “한국은 패션, 예술, 건축 분야에서 국제적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롤스로이스의 엄격한 품질과 장인정신을 선도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란다. 롤스로이스모터카 아시아태평양 총괄의 말이다. 그는 이어서 “이전 세대의 성공과 마찬가지로 이번 슈퍼 럭셔리 세단도 그 명성을 이어갈 걸로 확신”한다니 그 확신이 제품인지 대한민국이 ‘호갱’이란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기사에는 실제 커플들의 인터뷰도 싣고 있는데, 남성은 “솔직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근데 여자친구의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는 첨언에서는 같은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든다. “누구나 호텔 프러포즈를 선호한다. 이는 모든 여성의 꿈”이라는 프러포즈받은 한 여성의 말도 전한다. 기사에서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호텔 프러포즈’ 관련 한국 게시물이 4만건이 넘고, 올라온 사진에는 하나같이 명품 보석과 핸드백이 놓여 있다”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과한 행동은 분명 남의 시선이 전제되는, 한국의 집단 뮌하우젠 증후군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젊은이들은 또 오마카세(おまかせ) 식당에 열광한다고 한다. 대유행이란다. 음식의 선택권이 손님에게 있는 게 아니라 주방장에게 있는, 마치 저가의 회전초밥집이라기보다 주방장이 직접 내어주는 고급 일식 코스 요리 같은 개념이다. 어느 일본 주간지에서도 이런 오마카세 열풍을 “한국 젊은이들의 사치의 상징”이라고 꼬집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우익 성향 타블로이드지는 “한국 젊은이들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빈 에*메스 상자를 배경으로 짝퉁 롤*스 손목시계를 찬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건강하지도 않고 어쩌면 치료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내 행복이 페이스북의 ‘엄지척’에 달려 있고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에 여자친구가 프러포즈를 수락하는 세상이라면, 교회 첨탑에 매달린 말처럼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비석의 이면과 측면에 ‘이견대(利見坮)’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런데 ‘利見臺’가 아니고 ‘利見坮’이다. ‘坮’는 ‘臺’의 고자(古字)로 같은 의미의 글자이다. 측면에는 이 비를 세운 날짜가 표기되어 있는데 단기 4313년 경신년 1월이니, 서력기원으로는 1980년이다. 후손들이 표기되어 있는데 모두 망자의 9-10세손들이다. 한 세대를 25-30년으로 본다면 약 225-300년의 세월이 흐른 후 건립된 비이다. 그렇다면 이 비의 주인공이 돌아가신 해는 1680-1765년 경이다. 주위를 살펴보니 여기저기 와편(瓦片)이 보이고 특히 대왕암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으로부터 십여년 전 모 모임에서 산행을 하던 중 처음 이곳을 지난 적이 있다. 주위에서 누군가가 이곳이 진짜 이견대 터라고 했지만 그때에는 문화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라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다. 이후 몇 차례 이곳을 지나면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곳이 진짜 이견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주 외동 출신의 의병장 이눌(李訥, 1569-1599)이 남긴 『낙의재유집(樂義齋遺集)』에 ‘癸巳四月十一日 進軍于利見臺下’ 즉 ‘계사년(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인 1593년) 4월11일 이견대 아래로 진군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현 이견정의 위치가 맞는다면 ‘이견대 옆으로 또는 그 위로 진군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눌의 기록에 의하면 산 위에 있는 이곳이 이견대라야 하는 것이다. 앞서 묘의 주인공이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되는 때 이견대는 이미 폐허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묘를 쓰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견대가 있는 곳의 마을이 ‘대본(臺本)’이다. 여기서 ‘臺’는 ‘이견대(利見臺)’를 ‘本’ ‘근본 본’이나 이는 지사문자(指事文字)로 나무(木) 아래에 줄을 그어 나무의 뿌리 즉 ‘아래’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대본’은 ‘이견대’의 아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현 이견대는 대본의 아래에 있으니 맞지 않다. 그러므로 대왕암이 한눈에 조망되는 이곳이 이견대가 있던 자리라야 한다. 이곳을 지나 왼쪽으로 300m를 내려가면 바로 감은사이다. 그러니 이 오솔길이 감은사에서 대왕암까지 가는 지름길이다. 신문왕이 감은사에서 묵고 이튿날 바로 이 장소에서 감은사 쪽으로 둥둥 떠 오는 산을 보았을 것이다. 1967년 발굴조사를 통해 구 대본초등학교 아래에 있는 이견대로 추정되는 건물터를 확인한 당사자인 황수영 박사도 이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산 위 이곳이 이견대일 가능성을 시사했으니 언젠가는 이 일대의 발굴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견대에 대해 마무리를 하면서 몇 차례 쓰다가 지우기를 되풀이하면서 문득 영국의 문인 오스카 와일드의 다음 일화가 머리를 스친다. 어느 날 저녁 오스카 와일드에게 이웃 사람이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 “선생님께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오스카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오전에 시를 한 편 손질하면서 쉼표 하나를 지웠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다시 그곳에 쉼표 하나를 끼워 넣었지요!” 오스카 와일드에 자신을 비유하는 것이 터무니없지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처음 쓴 글 그대로 원고를 완성하게 되었다. 조용헌은 ‘나의 글쓰기’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생각한 것의 반만이라도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은 웅변가이고 자기 말의 반만이라도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문장가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저 잡문을 끄적거리는 수준이니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해도 되지 않을까?
마음이 세운 육체의 시 안상학 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 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네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지 말았어야 했네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 그 때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렸어야 했네 어둠 속을 쏘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 다니지 말았어야 했네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거기 없었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시간이 가고 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그때 나는 거기 서서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한 행동을 한 화자의 뉘우침이 절절히 드러나는 한 편의 연시를 본다.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할 수 있는 이런 스토리의 시가 가진 힘은 무엇일까? 그건 두말할 나위 없이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배면에 깔려 있기에 우리는 이런 시를 신뢰한다. 그렇다고 진정성만이 시의 감동을 유발할 수 있을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 이미 진정성을 가진 시들이 미학적인 깊이가 없는 경우를 무수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 시의 가장 큰 힘은 툭툭 불거지는 직유의 사용에 있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1연) “밤을 기다려 향기를 머금는 연꽃처럼” “봄을 기다려 자리를 펴는 민들레처럼”(2연) “그 사람이 아침처럼 왔을 때” “그 사람이 봄처럼 돌아왔을 때”(3연) 어떻게 직유를 이렇게 절묘하게 또 시적 상황과 문맥에 맞게 쓰고 있나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직유는 한 장소를 통한 기다림을 수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나’ “그 사람을 찾아 눈 내리는 들판을 헤매”거나 “어둠 속을 쏘다”녔다. “해가 진다고 서쪽 벌판 너머로 달려가”거나 “새벽이 멀다고 동쪽 강을 건너가”기도 했다. 왜 “그곳에서 뿌리내린 듯 기다”리지 못하고 섣불리 움직여서 ‘그 사람’을 맞이하지 못했을까? 이런 때늦은 후회는 이어지는 깨달음을 통한 인생론적 진술로 이어진다. “아무리 급해도 내일로 갈 수 없고/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어제로 돌아갈 수 없네” 이 엄연한 사실을 손바닥 안에 쥐고 평생의 살아가야 하는 화자를 보는 우리의 마음이라니! 이런 사랑은 곁에 있는 이들, 읽는 이들도 아프고 울컥하게 한다. 연시도 이쯤은 되어야 한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일어난 이유는 순전히 각국 지도자들의 패권 다툼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전쟁에서 가장 격전지였던 ‘서부전선’에서 전쟁의 중심에 섰던 프랑스와 독일이 얻은 결과는 더 어처구니없다. 더불어 싸운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독일 세 나라에서 5년 동안 무려 300만 명의 병사들이 죽었지만 고작 참호 한 줄 더 얻고 덜 얻고의 땅을 얻었을 뿐이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2022년/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는 전쟁을 일으키는 대의명분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며 반대로 그 전쟁에 실제로 참여하는 군인들에게는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참고로 이 영화는 1930년과 1979년에도 제작된 바 있는 대표적인 반전(反戰)영화다. 이 영화는 많은 전쟁영화에서 보여주는 전쟁 영웅이 한 명도 없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정치가나 장군도 없고 쏟아지는 적의 총탄을 뚫고 들어가 용감하게 적군을 무찌르는 전사도 없다. 그에 비해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의 갖가지 모습을 참혹하게 보여준다. 참호에서 폭격에 맞아 죽고 무모한 적진 탈환 명령에 나갔다가 총에 맞아 죽고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아군의 총에 맞아죽고 행군 중에 포격을 맞아 죽는다. 영화의 조연은 먹을 것을 훔치다 어린아이가 쏜 총에 맞아 죽는다. 주인공은 전쟁이 끝나기 단 일 분도 남기지 않고 적군이 찌른 총검에 찔려 죽는다. 그런가 하면 전쟁을 뒤에서 지휘하는 최고위층들이 맛있는 음식과 최고급 고냑을 마시며 스테이크 조각을 애완견에게 던져 주는 호사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종전이 되었음에도 자신이 허황된 명예를 위해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장군도 등장한다. 요컨대 전쟁은 그 전쟁에 참여하는 모든 군인에게 명예나 자부심과 전혀 상관없는 지옥과 같은 것이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그런 지옥에 내몰려 목숨을 잃은 군인이 무려 1600만 명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집을 잃은 일반인들은 유럽 전역에서 수억 명에 이를 것이다. 그들에게는 전쟁은 씻을 수 없는 고통이고 죽을 때까지 회복되지 않는 상처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최고위층 인사들은 그들과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쟁을 내려다본다. 그들에게 전쟁은 죽음도 아니고 고통도 아닌, 단순한 권력과 이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최후의 일각까지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몬다. 말을 듣지 않으면 가차 없이 총살하면서!! 통계에 의하면 6.25 전쟁에서 가장 많은 군인들이 죽은 시기가 ‘휴전 협상 시기’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 무렵 남북을 가로지르는 전선에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빼앗기 위해 매일 남북한 병사가 치른 전투에서 엄청난 전사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역시 허망하기 이를 데 없어 남북한 모두 휴전 논의 이전과 이후 얻은 땅은 큰 변화가 없이 매일처럼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을 뿐이다. 마치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서부전선에서 치른 그 참혹한 참호전의 결과가 양 진영 모두 서로 불과 몇 백 미터 정도의 땅을 주고받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전쟁은 최고위층들의 권력 놀음으로 인해 그보다 몇만 혹은 몇십만 배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는 도살극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분명히 보여준다. 그게 전쟁의 본질이고 실상인데도 그것을 선동하는 정치가들은 늘 조국이니 민족이니 정의와 자유 등 그럴싸한 명분을 늘어놓는다. 이 영화의 초반부에도 기껏해야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대한 게르만이 파리를 함락해야 하는 이유’를 대의명분으로 내걸고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그 위대함에 동참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아주 웃기는 것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전쟁을 주장하는 쪽은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거나 전쟁을 경험해보지 않은 풋내기인 반면 전쟁을 겪은 백전노장들은 가급적 전쟁을 피한다는 사실이다. 백전노장들은 전쟁의 부질없음과 참상을 잘 알기 때문이고 신출내기들은 명분과 혈기, 명예 따위에 혈안이 되어 병사와 국민이 당해야 하는 고통과 절망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 시대 대한민국에 전쟁을 함부로 선동하거나 소홀히 여기는 무리가 있다면 제발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보기 바란다. 그 어떤 명분도 국민의 목숨과 맞바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하고 섣부른 전쟁 선동을 자제하기 바란다.
(사)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지난 24일 지역 중학생 30여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프로그램 ‘틴틴클럽’을 진행했다. <사진> 청소년 프로그램 ‘틴틴클럽’은 청소년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운영되고 있으며, 상·하반기 및 여름학기 총 3회에 걸쳐 회차마다 다른 테마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진행된 틴틴클럽은 제로웨이스트 교육과 밀랍랩 만들기 체험활동을 통해 생활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밀랍랩이란 벌집에서 채취하는 동물성 고체인 밀랍을 녹여 광목 면이나 삼베 같은 직물에 적신 후 식혀서 반영구로 사용하는 랩을 말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생들은 “이번 교육을 통해 기후 위기가 우리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며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도 생활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를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라문화원 경북남부문화재돌봄센터는 지난 22일, 23일 양일간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일대 대규모 예초작업을 가졌다. <사진> 예초작업은 휴가철에 앞서 관람객들의 방문을 대비한 사전 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은 문무대왕면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 석탑을 대표할 만한 국보 112호 쌍탑이다. 경북남부문화재돌봄센터는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과 같이 경북도내 520여개의 문화재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화재의 보존상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경미한 훼손 상황에 대하여 수리하며, 문화재 주변에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문화재에 대하여 예방적 관리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신라문화원 경북남부문화재돌봄센터 진병길 센터장은 “관람객들의 보다 쾌적한 관람환경을 위해 안전지침을 준수하며 문화재 주변 대규모 예초작업을 실시했다”면서 “계속해서 문화재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활동과 일상관리를 통해 문화재 119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라 금관이 출토된 ‘금관총’과 신라고분의 대한 이해도를 높일 ‘신라고분정보센터’가 정식 개관한다. 경주시는 사업비 153억원을 들여 조성한 노서동 ‘금관총’과 ‘신라고분정보센터’ 개관식은 30일 가진다. ‘금관총’과 ‘신라고분정보센터’는 2015년부터 발굴조사·설계공모 등을 거쳐 2018년 12월, 2020년 12월 각각 착공에 들어갔다. 두 곳 모두 2023년 5월까지 내부 정보화 구축사업을 거쳐 건축면적 1641.32㎡(금관총 617.32㎡, 고분정보센터 575.90㎡), 연면적 1555.9㎡(금관총 575.9㎡, 고분정보센터 980㎡) 규모로 조성됐다. 금관총은 지난해 8월부터 임시 개장해 내부를 공개해왔다. ‘금관총’과 ‘신라고분정보센터’은 현대식 건축물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두 건축물 모두 철근콘크리트와 철골구조의 건축물로 ‘현장유적 박물관’과 신라 고분의 모든 정보를 담는 신라 고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지식타워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경주시는 이번에 문을 연 ‘금관총과 신라고분정보센터’가 신라고분의 우수성을 알리고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사업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경주’의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추진된 사업”이라며 “금관총과 신라고분정보센터가 대릉원과 중심상가 일대를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신라 고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역사문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50회 신라문화제 청소년 그린리더 ‘화랑원화단’을 모집한다. <사진> 경주시가 주최하고 (재)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화랑원화단’은 친환경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는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의 시선으로 생활 속 환경 문제를 바라보고 플로깅 등 환경 정화를 위해 직접 나서는 역할을 한다. 화랑원화단 활동은 △플라스틱 문제 등 환경교육 수강 △바다 유리조각 쓰레기를 담은 가죽홀더 만들기 등 친환경 체험 △업사이클링 작품 창작 △축제 현장 플로깅 등이다. 본 과정을 통해 창작된 작품은 제50회 신라문화제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화랑원화단은 14세 이상 19세 이하 경주시 거주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중·고등학교 학생 및 학업 중단 청소년 모두 가능하다. 활동 시 소정의 교통비를 지원하고, 수료하면 활동 증명서와 자원봉사 시간을 받을 수 있다. 접수 기간은 오는 7월 10일 오후 6시까지며, 화랑원화단 지원은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재)경주문화재단 축제사업팀(054-777-5954)로 문의하면 된다.
감포 지역의 새로운 문화 향연이 펼쳐진다. 제2회 감포골목문화제가 7월 1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되며, 전시와 공연, 페이스 엔 바디 페인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감포골목문화제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색을 빚어내고자 기획된 문화 축제로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깊이 있는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축제 기간 내 감포 해국길 아르볼 앞 계단에서는 이유경 작가의 ‘페이스 엔 바디페인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카페1925, 감포 골목예술창고에서도 음악공연과 미술, 사진 전시가 이어진다. 감포골목문화제는 2023 경주시 주민(마을) 공동체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골목문화포럼 주관으로 진행된다. 골목문화포럼 측은 “감포골목문화제를 통해 지역의 문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