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누구인가? 인류의 역사에서 영웅이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대부분의 전쟁 영화나 액션 영화는 영웅들을 묘사하는 데 많은 자본과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영화들의 대부분은 세계를 정복하거나 전쟁에서 이긴 인물들을 주로 다룬다. 책도 마찬가지다. 영웅이랍시고 다룬 책의 대부분은 세계를 정복하거나 전쟁에서 이긴 장군들이다. 유럽에서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나라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의 필독서로 권장하는데 그 영웅전의 대부분 주인공도 전쟁에서 이긴 장군들이다. 액션 영화도 마찬가지다. 중국 무협이나 허리우드 액션물에는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하는 초절정고수나 액션 히어로가 등장하는데 그들이 한 번 휘두르는 검이나 한번 쏟아내는 총에 수십 명의 병사나 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그러나 전쟁만큼 끔찍한 살인현장도 없다는 사실을 영웅들을 기록한 책과 영화에서는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몇십만 혹은 몇만명이 전투에 참가해 그중에서 몇천명 혹은 몇명이 살아서 도망갔다는 정도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액션 영화에서는 고수의 칼에 목이 달아난 상대를 집중해 보여주지 않는다. 히어로의 총이나 초능력에 의해 살상된 상대에 대해서도 아무런 추가적인 묘사가 없다. 그런 것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그러나 ‘모든’ 역사에서 전쟁은 불과 한두 사람의 욕심이 일으키는 땅따먹기에 불과하다. 알렉산더도 그랬고 시저도 그랬고 칭기스칸도 그랬고 나폴레옹도 그랬다. 그들은 자신이 더 넓은 영토를 지배하겠다는 욕심으로 전쟁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리고 역사는 그들을 놀라운 영웅으로 묘사한다. 전 세계의 역사 교과서는 그들이 정복한 땅의 넓이를 알려주지만 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갔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들려주지 않는다. 만약에 그 전쟁으로 인해 죽어간 사람들 한명한명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전쟁 미치광이이자 최고의 악마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고대로부터의 왕들은 대부분 영토를 넓히거나 전쟁에서 이긴 전쟁 전문 왕들이다. 광개토왕, 진흥왕, 무열왕, 왕건, 이성계 등은 알고보면 자신의 지배욕으로 인해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은 왕들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존경받고 있으니 다행 중의 다행이다. 그런데 그 세종대왕의 업적에도 4군6진 개척과 대마도 정벌 같은 전쟁사가 대서특필 된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장군 역시 ‘~~대첩’으로 적병 수십만을 죽인 장군들이 대부분이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아는 대부분 장군들은 그나마 침략한 적군을 맞아 이를 물리친 장군들이다. 을지문덕, 양만춘, 강감찬, 서희, 윤관, 권율, 이순신이 대표적이다. 신라의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김유신은 엄밀히 따지면 통일이라는 명분을 위해 삼국을 피로 물들인 침략자다. 침략자라는 표현에 대해 화들짝 놀라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영웅에 대한 이상한 착각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듯 학교에서는 대놓고 전쟁 미치광이들을 영웅이라고 가르치면서 말로는 ‘평화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평소의 생활 주변에서 TV와 영화는 살인귀들을 펼쳐 놓으면서 인류를 사랑하라고 떠들어 댄다. 이렇게 황당한 이율배반이 어디에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는 지금도 전쟁 미치광이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은 채 그들의 전쟁을 무슨 업적처럼 기록하고 있다. 역사를 전쟁사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6.25가 막 지났다. 그런 역사 공부에 탐닉했을 것이니 김일성도 스스로 영웅이 되고자 동족을 상대로 6.25 그 끔찍한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 전쟁으로 인해 수백만 국민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고 수많은 국민이 이산의 슬픔을 겪어야 했고 남북한 할 것 없이 전국이 초토화되었다. 우습게도 그 전쟁에서 실제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 더군다나 북한 주민들은 그들이 죽는 이유가 그 말도 안 되는 영웅주의, 전쟁 미치광이 때문임을 전혀 모른 채 지금도 김일성 일가를 영웅으로 받들고 있다. 그들 역시 어릴 때부터 황당무계하고 비뚤어진 김일성 위주의 역사를 세뇌당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시저, 칭기스칸, 나폴레옹 같은 역사의 모든 침략자들이 천하의 개잡놈, 극악무도한 악마였다고 대대로 역사에 기록되었다면 과연 김일성이 그런 무참한 전쟁을 일으켰을까? 6.25를 지나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영웅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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