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후보가 출마하는 안강농협은 그 결과가 쉽사리 예측되지 않는다. 각 후보마다 나름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 2931명의 안강농협 조합원들의 마음을 잡은 후보는?
2020년 9월 치러진 신경주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현 조합장인 김병철 후보는 70.9%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시 김후봉 후보의 득표는 12.3%. 4자 대결에서 맞대결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신경주농협 조합원 3952명의 표심은?
지난 제2회 조합장선거에서 3자 대결을 펼쳤던 두 후보가 이번엔 맞대결을 가진다. 불국사농협의 선거인단은 총 1488명. 조합원들의 표를 얻어 불국사농협의 발전을 이끌 인물은 누구일까?
-출마의 변 오늘날 이렇게 발전된 경주축협이 있기까지는 초창기 눈물겨운 출자로 씨를 뿌려주신 원로조합원님과 축협의 주인인 조합원님의 땀과 눈물, 임직원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40여년 동안 축산에 종사했으며 축산이 저의 모든 것이자 인생의 전부입니다. 한때는 경주한우협회 2·3대 지부장을 맡아 수입생우 저지 운동의 선봉에 서서 모든 전략을 수립하고 현장을 지휘해 완벽한 성공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함께 앞장서 주신 지역 축산인 선·후배, 동료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사룟값은 오르고 소 값은 바닥을 치는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생존의 위기에 축산 농가는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경주 축산업계는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며 4분5열돼 있으며 타협과 화합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그 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축협을 맡겨 주시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겠습니다. 축산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강한 리더가 되겠습니다 -주요 공약 △위탁(예탁)사업의 전면 백지화 △퇴비 처리를 위한 유기질 비료공장 설립 △천년한우 종모우 확보 및 정액센터 설립 △북부 및 남·서부 서비스센터 설립 △소규모 번식농가의 신속한 임신감정 및 송아지 출하 수송비 지원 △직원 전문화를 통한 축산 컨설팅 지원 △가축시장 제도 개선 △조합직원 채용 투명성 강화로 우수 인재 영입 △전축종 동반성장 위한 대의원제도 개편 △원로조합원 복지 증대, 청년 후계축산농가 지원 도입 외
경주시수협은 전직 조합장과 현직 조합장이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 선거에 투표하는 조합원은 모두 796명. 현직 조합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지, 아니면 전직 조합장을 다시금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주시 산내면의 한 폐병원이 유튜버들의 흉가체험장으로 전락해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행정과 치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간 소유의 폐건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곳 폐병원은 지난 2005년 건립한 요양병원이다. 6만6600여㎡ 부지에 건물 2동 규모로 내과·신경과·정신과·가정의학과·병리과 등이 개원했다. 또 병상 214개, 장례식장을 갖춰 건립 당시만 해도 주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경영난으로 인해 개원 후 9개월 만에 문을 닫은 이후 현재까지 십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문제는 수년전부터 유튜버들의 야간 흉가체험 영상이 올라오면서 소위 이들이 말하는 ‘명소’로 부상했다. 그러면서 흉가체험 영상을 찍으려는 유튜버들이 야간에 수없이 몰려들자 주민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폐병원 건물은 층층마다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됐고, 각종 쓰레기와 함께 노숙의 흔적도 있다고 했다. 범죄와 연관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 주민들은 저녁부터 새벽녘까지 콘텐츠를 찍기 위해 많은 차들이 이곳을 찾으며 자동차 불빛과 소음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사유지로 출입을 못하게 막으면 유튜버들이 폭언과 협박 등을 일삼아 주민들은 위협감마저 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폐병원 인근의 한 주민은 “젊은 사람들로부터 평생 듣지도 못할 정도의 심한 욕설을 많이 들었다. 밤늦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사유지니 들어갈 수 없다고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욕설과 폭언, 협박이었다”면서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거리가 멀어 출동에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유지라 경찰이 오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실제 병원 입구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지만, 유튜버들에 의해 손상된 것으로 보였다. 손상된 폴리스라인과 출입금지 현수막 외에는 유튜버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행정과 치안의 제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주경찰서 산내파출소 관계자는 “유튜버들에게 사유지에서 나오라고 해도 나오지 않고, 또 법적으로 명확하게 제제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은 경주시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경주시는 해당 장소가 사유지라 행정적으로 민원 대응이 어렵다는 답변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 A씨는 “인근 마을에는 나이 많은 노인들 밖에 없어 젊은 사람들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토바이와 자동차 소음에 잠조차 잘 수도 없는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할 지 모른 채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외부 차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아버리고 싶지만, 농사짓는 경운기도 지나는 자리라 함부로 막지도 못한다”며 “사유지라서 아무런 조치를 못한다는 말만 돌아올 뿐인 상황에서 폐병원 내 흉악한 사건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서야 산내면사무소에서 출입금지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흉가체험은 여전해 우려가 앞선다”며 발 빠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서울시와 대구시 등에서 공·사립 작은도서관 예산 전액 삭감을 논의 중인 가운데 지역에서는 사립으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 지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작은도서관 지원 사업을 전면 폐지하려다 최근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작은도서관이 최근 10년간 증가한 데 반해 이용자와 대출 권수가 감소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예산 삭감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지원 삭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커지자 다시 예산 지원을 추진한 것이다. 인근 대구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구시가 전액 삭감한 작은도서관 예산을 대구시의회에서 되살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액 삭감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 작은도서관 예산 삭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작은도서관 예산 삭감 기류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사립도서관 예산 지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경주시립도서관에 따르면 지역에는 공립도서관 6개소와 사립도서관 19개소 등 25개소의 작은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공립은 양남 꿈나무 작은도서관, 양북 꿈나문 작은도서관, 현곡 꿈나무 작은도서관, 강동 꿈나무 작은도서관, 화랑마을 꿈나무 작은도서관, 황오 작은 도서관 등 6개소로 지자체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황오 작은 도서관은 도시재생과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 5개소는 잡지와 도서 구입비, 인건비, 기타 운영비 등 연간 1억47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반면 사립으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은 예산 지원이 없었다. 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소장 서적이 1만여 권에 육박하는 감포 ‘고맙습니다 해송’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보유 소장량 1만5000여 권이 넘는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작은도서관’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도서관도 지자체 예산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지역의 작은도서관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 등으로 연간 100~200만원 정도의 도서 구입비 조차 지원되지 않고 있다”면서 “도서 구입비 지원은 작은 예산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주시가 작은도서관 지원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산 지원은 신중히 시는 지역 사립 작은도서관에 도서 구입비 등의 지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규모가 작고 제대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19곳의 사립 작은도서관 가운데 도서 보유 규모가 크고 법인에서 운영 중인 해송 작은도서관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작은도서관은 비교적 운영이 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규모가 작은 사립 도서관은 제대로 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작은도서관은 도서 1000여권에 면적도 10평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도서관 운영이 가능해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면서 “보유 도서들도 오래되고 운영 주체의 관심도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작은도서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예산 지원했던 작은도서관이 있었지만 운영상의 문제로 현재는 지원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은 2023년 청소년 자기주도적 성장지원 자원봉사 프로그램 ‘꿈꾸고 도전하는 사람’(이하 ‘꿈·도·사’) 청소년 봉사단을 모집한다. 봉사단 활동은 월 2∼3회로 진행이 예정이며, 자원봉사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자원봉사 프로그램 기획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청소년(14세~19세)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지역 중·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지는 봉사단은 지금까지 자전거도로 설치, 일회용품 줄이기 등과 같은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선정해 활동했다. 지난해는 유기동물 방지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참가 청소년들이 수제 간식을 제작해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하고, 유기동물 방지 캠페인을 진행해 지역주민에게 유기동물 상황을 알리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참가자 모집은 이번 달 23일부터 진행하고 오리엔테이션은 3월 18일 진행될 예정이며 복지관 방문 및 유선 상담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복지관 지역조직화팀(054-771-8107, 성평강 사회복지사)으로 연락하면 알 수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꿈도사 청소년 봉사단은 매년 지역의 청소년들로 구성해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슈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자기주도적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며 "자원봉사에 뜻이 있는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며 봉사단 모집 마감은 선착순으로 마감되며, 학생들은 3월 교육을 시작으로 활동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농협경주교육원이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3월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자 등록 결과 경주에서는 12개 조합에 총 26명이 후보자가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후보자 등록은 지난 21일, 22일 양일간 진행됐다. 12개 조합 중 안강농협과 외동농협은 각각 4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쳐 격전이 예상된다. 조합별로 후보 등록 현황에 따르면 안강농협·외동농협이 각각 4명으로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내남농협은 3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경주시수협·경주축협·불국사농협·신경주농협·양남농협·현곡농협 등 6개 조합은 각각 2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양자대결 구도를 이뤘다. 또 강동농협과 경주시산림조합, 동경주농협 등 3개 조합은 현 조합장들이 단독 입후보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외동농협을 제외한 모든 조합에서 현 조합장이 도전에 나섰다. 또 경주시수협과 안강농협은 전직 조합장이 다시금 도전장을 내밀어 과거의 영예를 되찾을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 제2회 조합장선거 당시 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던 불국사농협(50표)과 양남농협(60표)에서도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등록한 인원은 26명으로, 4년 전 선거에 비해 9명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선거에서 초선이나 재선에 도전한 조합장이 많이 당선된 결과로 보인다. 한편,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23일부터 선거 전날인 3월 7일까지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투표는 오는 3월 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각 지정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동행 좋은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 중 하나는 ‘공감능력’이다. 피사체를 단순하게 보지 말고 ‘공감’하고 ‘동화’해야만 피사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표현해 낼 수 있다. 이 작품은 2019년 벨기에 브뤼셀로 가는 기차 안에서 친해진 노인을 촬영한 사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나도 그들에게 동화해 동행하고 있었다.
오는 3월 8일 치러질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가 본격 레이스에 들어갔다. 농·축·임·수협 전국동시선거가 지난 22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2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 1346명의 조합장이 선출되고, 경주지역에서는 합병이 성사된 경주농협을 제외한 12개 조합에서 대표를 선출한다. 지역 조합장 선거 후보등록 결과 안강농협과 외동농협 2곳이 각각 4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내남농협은 3명, 경주시수협·경주축협·불국사농협·신경주농협·양남농협·현곡농협은 각각 2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강동농협, 경주시산림조합, 동경주농협 등 3개 조합은 현 조합장이 단독 입후보해 사실상 무투표 당선이 유력하다. 조합장 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게 된 것은 지난 2015년부터다. 앞서 2005년부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해오고 있다. 이는 과거 조합마다 선거시기가 다르고, 선거 때마다 금품이 오가는 등 과열양상이 빚어지다보니 그 폐단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따른 폐해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주에서는 지난 2015년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구두경고 37건, 서면경고 1건, 수사의뢰 2건, 고발 1건 등 총 41건이 적발됐다. 2019년 제2회 조합장선거에서도 공명선거 협조요청 1건, 경고 14건, 고발 4건, 과태료 1건 등 총 20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이전 선거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이지만, 현재도 후보자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각종 루머가 나돌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예비후보 등록제나 후보자 토론 등이 없다 보니 유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리려다 정해진 법의 선을 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선거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선거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후보자들은 지난 2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막강한 권한이 있는 조합장직을 두고 후보자 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축·수산업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위기를 감안하면 그 어느 때보다 공명선거 실천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의지와 조합원들의 확고한 주인 의식이 중요하다. 공명정대한 선거는 조합장 한 사람을 뽑는데 그치지 않고 위기의 농·축·수산업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는 4월 1일, 4년 만에 정상 개최되는 경주벚꽃마라톤대회가 참가자 접수 단계에서부터 순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주시가 지난달 4일부터 대회 참가자 사전접수를 시작했는데 20일 기준 외국인 87명, 내국인 4677명 등 총 5262명이 신청했다. 접수 40여일 만에 모집정원 1만2000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신청자가 몰렸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대회에 같은 기간 접수 인원 2560명 보다는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마라토너들의 대회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경주벚꽃마라톤대회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2020년 대회 취소, 2021년 비대면 개최, 지난해는 대회 잠정 중단됐었다. 그러면서 대회 폐지수순까지 밟으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21년 8월 경주시가 경주시체육회에 벚꽃마라톤대회 개최여부 관련 공문에서 대회 폐지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일었던 것이다. 경주시는 지난 1월 제30회 경주벚꽃마라톤대회를 정상 개최한다고 공식발표했다. 반면 대회 규모와 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한국관광공사, 일본 요미우리신문사와 공동 개최해오던 대회를 경주시가 단독으로 개최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과 우려 끝에 최근 대회 참가 신청과 문의가 쇄도하면서 경주시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4년만의 정상 개최에다 경주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마라토너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된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주벚꽃마라톤대회는 오랜 기간 동안 경주 관광산업의 한 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경북도 유망축제로 선정된 경주벚꽃축제와 연계해 관광객들에게 보다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제기됐던 교통 혼잡 등이 민원을 고려해 풀코스를 제외하고 하프, 10㎞, 5㎞ 등 3개 부문으로 대회를 진행한다. 모쪼록 올해 대회가 벚꽃 개화시기와 맞물려 화려한 꽃잎이 수놓은 환상적인 코스에서 수많은 건각들의 달리는 장면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지방대학이 위기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한다. 예측은 현실이 되고 있다. 소위 ‘인서울’로 불리는 서울과 인근 수도권 소재 대학을 제외한 지방대들의 신입생 충원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 감소는 대학의 위기를 가져왔고, 이는 지방 도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방 도시에서 대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역 사회의 중심의 될 뿐 아니라 대학 상권을 통해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인적자원과 기술적 자원을 지역에 제공하여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루는데도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실제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역 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은 타지로 떠나고 있고 기존 캠퍼스 상권도 원룸촌 규모로 그마저도 방학이면 침체기를 겪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주에 소재한 대학들이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경주에 맞는 대학 모델로 경주 원도심에 대학 캠퍼스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을 제안해본다. 원도심에 캠퍼스가 들어갈 수준의 규모 있는 부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학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산속에 있는 대학 캠퍼스 건물들 또는 일부를 원도심에 두자는 것이다. 경주 원도심에 들어설 대학은 울타리가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교들은 대부분 울타리가 있다. 정문, 후문도 있고 각 단과대 건물이 무리 지어 큰 캠퍼스를 이루기도 한다.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안과 밖을 구분 짓는 물리적 경계가 모호한 곳이 많다. 영국 런던에는 런던정경대, 킹스칼리지, 유니버시티칼리지 등의 캠퍼스 건물들이 도심에 있다. 런던 도심을 걷다 보면 쉽게 이들 각 대학의 건물들을 지나치게 된다.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강의실을 나가면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담은 지역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도심에 대학 캠퍼스가 융화되어 조성되는 대학도시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젊은 층을 원도심으로 끌어와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 침체한 도심에 다시 활력을 찾을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생활할 거주지도 생겨나고 이전보다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학생들은 학교 주변 상점과 식당을 이용할 것이므로, 지역 상점들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대학 축제와 같은 이벤트는 지역에 더 큰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원도심 캠퍼스가 마치 학원 건물처럼 되어 대학생들에게 대학의 낭만과 휴식을 뺏어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경주 원도심 캠퍼스는 대학생들에게 더 좋은 양질의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법원, 경찰서, 상가, 학교 등 책 밖의 현실이 바로 곁에 있게 된다. 그리고 도심에는 역사 유적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자원도 존재한다. 황리단길과 같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거리도 있다. 주변을 보면 대릉원과 봉황대만 하더라도 어느 대학에서도 제공하지 못했던 넓은 면적과 얼마든지 쉴 수 있는 녹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오히려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질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공학이나 의학계열의 경우 원도심 환경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외곽의 기존 캠퍼스를 그대로 활용하면 된다. 다수의 건물이 도심으로 이전하게 되면 실험장비와 연구 공간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공간 마련도 오히려 수월해질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학사 서비스 기능은 새롭게 조성되는 구 경주역사 부지에 통합 서비스센터를 마련하면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경주 원도심에는 이미 지역종합대학의 의과대 부속병원도 있어 학생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가능하다. 어찌 보면 경주에서도 런던과 같은 연합대학교를 한번 구상해 볼 수도 있다. 이는 경주의 사회·문화·환경·경제적 인프라를 최대한 공유하여 경주에 소재한 대학들이 연합하여 함께 발전하는 방안으로 될 것이다. 지금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경주에 있는 대학들은 모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위기의 대학, 산속 울타리 안에서 성장의 길을 고민하지 말고 도심으로 나와 상생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을 제안한다.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방폐물법)이 세 개나 계류돼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주당안,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의 정부안,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구미을)의 원전업계안 등 3개 법안이다.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0일 소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은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핵폐기물이 포화되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사용후 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한빛원전이 2030년부터 저장 공간이 가득차고,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원전 등의 순서로 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따라 포화시점이 지난 2021년 12월 전망 당시보다 대부분 1∼2년 앞당겨진 것이다. 새 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7년 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원자력발전 가동이 순차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고준위 방폐물법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폐기물 저장 용량’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이 때문이다. 원전 설계수명만큼 폐기물만 저장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원전 수명을 연장해 폐기물 저장량을 늘려야 한다는 국민의힘 입장이 맞서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 관리 주체도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 김영식 의원 안은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담당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나머지 2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을 관리주체로 했다. 이를 두고도 여야 간 입장 간격을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법에는 모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 ‘부지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까? 결코 아니다. 법률안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마련이 주 내용이지만, 처분시설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각 원전 외부에 ‘중간 저장시설’을 둘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원전 내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미반출에 따른 사과와 함께 대안제시를 촉구했다. 정부가 중저준위 방폐장 경주유치 후 2016년까지 고준위핵폐기물을 경주 밖으로 반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맥스터 7기를 추가 건설해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고준위 방폐물법안에 명시된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운영’은 독소조항으로 즉시 삭제하고, 관리주체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책위는 경주시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우선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의 기자회견 내용에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되더라도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가 담겼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해서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는 중대 과제임은 틀림없다. 방폐장 부지 선정이 쉽지 않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한시가 급한 것도 맞다. 고준위 방폐물을 무한정 임시시설에 보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구처분을 위한 로드맵 설정이 절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미봉책이 아닌 고준위방폐물 처리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으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특히 현재 원전 내 임시로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불신과 불안이 가득했던 주민에게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떠안기는 셈이 되는 만큼 그냥 넘어가서 될 일은 아니다. 그동안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을 적체한 것에 대해 소위 ‘보관세’ 명목의 지원 등 실현 가능한 방안은 분명히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주민을 위한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 그것이 고준위 방폐장을 적기에 건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아들 녀석과 나는 공포 영화를 안 본다. 아니 못 본다. 무섭기 때문이다. 갑자기 뭔가가 툭 하고 튀어나오질 않나, 반전을 암시하는 듯한 전화벨 소리는 왜 그리 우렁찬 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웃고 있는 주인공을 감싼 배경 음악이 스산한 것도 불편하고, 아무튼 공포영화는 안 본다. 그랬던 우리가 어느 소녀의 춤 동영상을 보며 낄낄대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메건(M3GAN, 2023)〉이라는 이름의 로봇이 추는 춤인데, 지금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겟아웃〉,〈23 아이덴티티〉 같은 히트작으로 유명한 미국 공포 영화의 명가(名家) 블럼 하우스의 이번 신작은 공포영화 초짜인 우리가 보기에도 좀 어설펐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읜 아홉 살짜리 소녀를 위해 이모가 인공지능 로봇을 친구로 만들어 주는 걸로 영화는 시작된다. 무엇보다 저예산 티가 팍팍 났고 등장인물의 연기도 그저 그래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그다음 날까지 아들이랑 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메건이 춤추는 장면이다. 왜 하필 그 장면일까. 신나게 춤은 추는데 얼굴은 표정의 변화를 읽을 수 없는, 그 콘트라스트(대조)의 불편함이랄까? 춤을 추고 있는 몸의 감정은 쉽게 읽히는데 외려 얼굴은 그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다면 그 자체로 공포다. 감정의 인간보다 로봇이라는 설정이 그래서 영화를 더욱 무섭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그렇지, 120cm짜리 아이 크기의 로봇이 무서우면 또 얼마나 무섭겠나 할 수도 있다. 주인공 로봇은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인 큰 머리를 하고 있다. 젖살도 안 빠진, 진짜 아홉 살짜리 귀여운 얼굴인데도 왜 우리는 공포심을 느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인간은 타인의 얼굴을 살피는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화해 온 것이다. 인간은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얼굴 표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도록 발전해 왔다. 따라서 표정은 인간 의사소통의 보편적인 측면이며 특정한 얼굴 표정은 특정한 감정과 연관되어 있다. 미소가 행복의 표시로 인식되고, 찌푸린 얼굴은 슬픔과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사람 얼굴에는 43개의 근육이 있다고 한다. 이 근육의 움직임으로 우아한 미소를 짓고, 인상도 쓰며, 한쪽 눈썹만 올려 시큰둥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인간의 얼굴은 약 1만가지 이상의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표정의 강도, 미묘함, 안면 해부학과 근육 조절의 개인차 등등으로 볼 때 표정은 더욱더 다양해지는데, 이걸 인공지능이 무슨 수로 모방할 수 있으랴!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거다.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는 사람과 흡사해질수록 로봇에 대한 호감도는 증가하지만,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오히려 섬뜩함과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딱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인조인간의 얼굴이 바로 이런 경우다. 얼굴 표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타고 난다. 또한 문화를 초월해서 사람들은 특정 얼굴 표정과 관련된 감정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얼굴 표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인간의 능력이다. ‘감정 모방’이라고 불러도 좋고 ‘감정 전염’이라고 해도 좋은 이 능력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나아가 사회적 상호 작용과 관계 구축에 핵심이 된다. 즉 인간은 그 다양한 표정으로 인해 비로소 인간인 셈이다. 이런 우리가 왜 마스크를 벗기를 주저하는 것일까? 코로나로 3년이 흐른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어렵다는데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 이유로 사스나 메르스 같은 감염병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습관이 되었고, 마스크는 타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이며, 미세먼지 등 공해에 실제 마스크가 효과가 있음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습관이 제 2의 천성이 될 수는 없다. 일본인들은 마스크를 안 쓰면 마치 속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불안하다지만, 마스크를 오래 쓴 아이들이 언어 발달과 감정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비일상을 받아들이는 데 걸린 시간만큼 이젠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한 요즘이다.
『삼국유사』「기이」편 ‘만파식적’조에 감은사의 창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제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대왕을 위하여 동해 변에 감은사를 세웠다’ 그리고, 주(註)에서는 다음과 같이 사중기(寺中記)의 기록을 인용하고 있다. ‘문무왕이 왜병을 진압하고자 처음으로 짓다가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동해의 용이 되었다. 그 아들 신문왕이 왕위에 올라 개요 2년(682)에 공사를 마쳤다. 금당 섬돌 아래에 동쪽을 향해 구멍 하나를 뚫어 두었는데 이는 용이 들어와서 서리고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삼한일통을 이룬 문무왕은 바다 건너 왜가 무거운 걱정거리였다. 왜의 잦은 침입은 신라를 초기부터 괴롭혔다. 그래서 문무왕은 왜를 진압한다는 ‘진호국가(鎭護國家)’ 의미를 가진 진국사(鎭國寺)를 짓다가 죽는다. 처음 진국사라고 한 것은 남쪽 바다 건너 있는 왜를 진압한다는 진남루(鎭南樓), 진남관(鎭南館)과도 같은 맥락이다. 바로 이웃 기림사에 진남루가 있고 여수 전라좌수영에 진남관 등이 있다. 왕위를 이어받은 신문왕은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이 되겠다는 부왕의 은혜에 감사해 진국사를 감은사로 사명을 고쳤다. 이곳은 동해로 나가고 들어오는 입구인 동해구(東海口)다. 또한 수도 신라에서 동해로 드나드는 최단 거리라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국찰의 격에 맞는 거대한 탑을 세우고 절을 지었다. 이후 경덕왕 때 감은사성전을 두었다. 성전(成典)은 사천왕사, 봉성사, 영묘사, 영흥사 등 주요 사찰을 관리하고 수리를 관장하던 관청이다. 월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감은사의 비중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옛 선착장으로 추정되는 석축 위 목재 계단을 오르면 바로 중문지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기단석은 남아 있지 않고 초석이 놓인 자리만 확인된다. 중문지에 올라서서 좌우를 살피면 웅장한 삼층석탑이 떡 버티고 있다. 중문지 앞 좌우에 석주가 누워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놀랍게도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다. 금당의 기단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재의 면에는 톱니 같은 이등변삼각형 수십 개와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사찰에 유학의 원리를 뜻하는 태극이 새겨진 이유가 궁금하다. 감은사지는 남쪽에서부터 중문, 쌍탑, 금당, 강당 순으로 배열된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쌍탑식 가람이다. 중문 좌우에서부터 후면의 강당지에 이르기까지 회랑으로 이어져 있다. 금당은 정연하게 쌓아올린 2중 기단 위에 세워졌으며, 정면 5칸, 측면 3칸이다. 기단의 사방 중앙에는 돌계단이 각각 배치되었고 기단은 턱이 있는 지대석 위에 면석을 세우고 그 위에 부연이 있는 갑석을 얹은 가구식이다. 금당 아래에서는 특이하게 지하공간을 이룬 석조 유구가 있다. 윗면에 남북으로 홈을 둔 사각형의 돌을 정면 6열, 측면 4열로 놓고 이 홈들에 장대석을 끼워 연결하고, 그 위에 동-서 방향으로 장대석들을 마루널처럼 잇대어 깔아 약 60㎝ 높이의 지하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 공간은 동해의 용이 된 문무왕을 감은사 금당에 들어오게 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 그대로이다. 금당 북쪽의 강당은 지대석, 면석, 갑석을 수직으로 쌓은 가구식의 기단 위에 세워졌는데, 발굴조사에 의하면 처음에는 정면 8칸, 측면 4칸이었으나 후대에는 서쪽 3칸이 축소되어 정면 5칸, 측면 4칸으로 변경되었다. 창건 당시에는 강당 좌우에 각각 독립된 건물을 배치하였으나 후대에는 회랑형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회랑 중에서 남회랑은 중문 동 · 서쪽으로 각각 10칸씩 20칸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동회랑과 서회랑은 남회랑과 접속되는 칸을 포함하여 각각 20칸인데, 남단에서 12번째 칸에 7칸의 익랑(翼廊)이 금당 좌우로 연결된다. 이 회랑들도 지대석, 면석, 갑석을 갖춘 가구식 기단으로 꾸며졌다. 서회랑의 바깥쪽으로는 승방지가 있고 강당지 뒤쪽은 높게 축대를 쌓았다.
목도장 장석남 서랍의 거미줄 아래 아버지의 목도장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서 한번 종이에 찍어보니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이 도장으로 무엇을 하셨나 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으니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를 나는 저녁 어스름이라고나 불러야 할까보다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표구가 되었으나 그림은 비어있네 -닳아진 도장에서 떠올려보는 쓸쓸한 왕국의 실존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는 가만히 있던 것들이 시인이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말을 걸 듯 반응하는 사물이 있다. 아니다 사물은 이미 말을 걸고 있었음에도, 시인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사물은 자신의 의미를, 전 존재를 개진한다. 시인에게 그것은 거미줄과 함께 숨 쉬고 있는 목도장 속 아버지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 종이에 한번 찍어본다. 아버지의 성과 이름이 “문턱처럼 닳아”져 희미하다. 이것으로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닳았을까? 생각에 잠기는데 대답처럼 시인의 눈시울이 붉지며 눈물이 떨어진다(“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아버지는 아마 식구들의 양식과 공부를 위해, 감당할 수 없이 기울어가는 가계 때문에, 혹은 딱한 지인들의 보증이라도 서 주시기 위해 우리 집이고 남의 집이고를 가리지 않고 문턱이 닳도록 다니셨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도 없이 고개를 숙이기도 하셨으리라.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구나. 시인의 마음에 이제사 아버지의 고독한 실존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도장 속 아버지의 이름은 나라의 이미지로 확장된다. 아버지가 나라라니? 예부터 그 함의는 당연하다. 도장은 ‘옥쇄’ 이미지를 가진다. 옥쇄는 말하자면 왕국의 도장이다. 그러니 닳은 도장은 ‘흐린 나라’로 화한다. 우리 가문의 옥쇄를 분실하시지 않고 자식에게 침묵으로 물려주신 닳아진 이름, 닳아진 이름, 이름의 소멸은 왕국의 소멸과 같다. 시인은 그것을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로 상상력을 끌고 간다. 여기서 나라는, 권력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마음속에 세워지는, 한없이 쓸쓸하고 어진, 무릎이 꿇어지는 나라다. 그 나라는 헐거워지는 국경처럼 빛과 어둠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저녁 어스름”으로 번진다. 문득 시인은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놓”아 본다. 아, 이 어스름의 표구는 낙관만 있고, 그림이 비어 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유와 무, 있음과 없음을 초극한 공기(어스름)로 휘발되며 물질화되고 있다. 그것은 고독으로 귀결된 ‘아버지라는 나라’를 떠나보내는 의식이면서, 그것이 대기가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의식이리라. 어찌 이런 아버지가 한 사람뿐이었을까? 그 시절 대부분의 아버지들의 표상이고 실존이 아니었을까? 목도장 하나로 이 땅의 무수한 아버지들이 스쳐 지나가게 하고, 사라지지 않는 여백을 만드는 시인! 장석남을 한국적 서정의 적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찰리 채플린(1889-1977)이 감독하고 주연한 첫 번째 유성영화 위대한 독재자(1940)는 영화사적인 가치를 넘어 인류의 자유와 정의에 대한 통렬한 의식을 느끼게 하는 영화로 평가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 등 파시스트들이 지배하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경멸하고 핍박받는 유태인들을 고통에서 구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영화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아리안 독재자 총통 힌켈(찰리 채플린)과 흡사한 용모를 가진 유태인 이발사 찰리(찰리 채플린 1인2역)는 총통의 비뚤어진 폭정에 의해 탄압받다 감옥에 갇힌다. 탈옥해 도망 중이던 이발사는 우연하게 총통과 같은 장소를 지나다 자리가 바뀌며 총통으로 인식되어 황제로 추대될 상황이다. 반대로 총통은 이발사로 오인되어 감옥으로 끌러간다. 이발사는 라디오 방송으로 전 국민이 듣는 황제수락 연설에서 마음을 다잡아 먹고 3분 30초의 통렬한 선언을 외친다. 양화의 전편에는 히틀러와 무솔리니뿐 아니라 세기를 막론한 독재자들의 행태와 언행들이 적나라하게 비꼬아진다. 그런 대사들을 듣다 보면 찰리 채플린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잠깐, 힌켈 총통의 대사를 빌려보자 “민주주의는 피곤한 것이야. 분열을 조장하지. 언론은 통폐합되어야 국민이 단합해 !” “최고를 지키려면 희생이 필요한 법이야. 배고프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 이런 독재자들에게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아무데서나 마음대로 지껄여도 그를 비호하는 추종세력들과 야비한 언론들이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준다는 것이다. 그 신랄한 예가 힌켈 총통의 연설이다. 영어로 만들어진 영화는 힌켈의 독일어(과연 온전한 독일어인지 모르겠지만)연설을 번역하지 않고 내보낸다. 관객들은 힌켈 연설의 내용을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연설이 끝나고 나서 나온 자막에 폭소를 금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각하의 유일한 염원은 세계 평화뿐입니다”는 자막이 나오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통역에는 각하의 통역관이 준비된 원고대로 읽었습니다”는 자막도 나온다. 이 비유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도 절묘하게 겹쳐진다. 독재자들에게 국민의 목숨이나 안녕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신랄한 비판도 쏟아진다. “사회정화차원에서 5만 명쯤만 구속하지. 하루에 5만 명” 여기에 자신을 지지하고 따라오는 부류들만 살려두면 그만이라는 무서운 심보도 나타난다. “반발하는 주동자 5명 전원 죽여버려, 추종자가 3천 명이라고 다 죽여!” “아리안만 남겨. 금발. 순수한 갈색만 남기고 다 죽여” 그런가 하면 기업과 금융을 틀어쥐고 복종하지 않으면 가차 없지 도륙하는 잔혹성도 보인다. 영화에서는 유태인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려고 일시 유화정책을 쓴 총통이 돈을 빌리지 못하자 삽시간에 변해 유태인을 탄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체제에서는 기업이고 금융이고 독재자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반대의견을 내는 정적들을 가차없이 숙청하는 폭력성도 돋보인다. 극중에서는 슐츠 사령관이 유태인 탄압을 반대하다 즉각 체포되어 교육대로 송치된다. 반면 아부하는 자는 삽시간에 승진도 시킨다. 내편 위주의 인사가 횡행하는 것은 독재의 전형이다. 그러니 바른 말하는 사람이 버틸 수 없다. 이 영화에서 독재자들의 근성이 최고조로 표현되는 장면은 힌켈 총통과 나폴리니 총통이 나누는 대화다. “민주, 자유, 평등은 약한 놈들일 뿐이다. 진정한 국민화합은 정책에 동조하고 지도자를 따르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것은 마지막 부분 무려 3분30초에 해당하는 명연설이다. 특히 눈에 띄는 문구가 군인들, 즉 권력을 수행하는 집단에 대한 호소다. 지금 같으면 군인, 경찰, 검찰쯤 될 것이다. “유태인이건 흑인이건 백인이건 인간은 원래 평등합니다... 욕심이 양심을 짓밟아 미움의 벽을 쌓았고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이, 지식보다는 진실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겪는 불안과 공포는 전진을 두려워하는 자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독재자는 반드시 멸망하고 민중으로부터 뺏은 권력은 민중에게 돌려질 것입니다. 군인이여 복종치 마십시오 독재자에게만은! 그는 당신들을 조종합니다. 행동, 생각, 느낌까지도 그는 당신을 개돼지로 여깁니다.... 독재자는 그와 그 일당만이 자유롭습니다... 이제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싸웁시다. 자유를 위해 투쟁합시다. 군인이여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하나가 됩시다!” 1940년에 발표된 흑백 영화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돌아보니 새삼 찰리 채플린의 위대함이 돋보일 뿐이다.
2023년 경주시 평생학습대학이 지난 20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개강했다. <사진> 경주시 평생학습가족관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마을정원사 양성과정’의 전문교육과 ‘세계시민 교육과정’의 교양수업으로 2개 과정을 운영한다. 마을정원사 양성과정은 44명의 신입생을 모집해 20일부터 매주 월요일 3시간 상·하반기 12회차 과정으로 진행된다. 마을정원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수업과 현장에서 직접 정원을 설계하는 실습과정, 주요 정원도시를 답사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세계시민 교육과정은 4월에 모집해 5월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 흐름에 맞춰 인권, 문화 다양성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 있는 시민 의식함양 과정으로 진행된다. 평생학습대학은 삶의 동기부여와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김성학 부시장은 “100세 시대 평생학습이 중요해지는 만큼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 평생학습가족관은 경주사랑 시민캠퍼스, 학습포석정, 학습이랑 등 다양한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