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이 위기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한다. 예측은 현실이 되고 있다. 소위 ‘인서울’로 불리는 서울과 인근 수도권 소재 대학을 제외한 지방대들의 신입생 충원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 감소는 대학의 위기를 가져왔고, 이는 지방 도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방 도시에서 대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역 사회의 중심의 될 뿐 아니라 대학 상권을 통해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인적자원과 기술적 자원을 지역에 제공하여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루는데도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실제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역 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은 타지로 떠나고 있고 기존 캠퍼스 상권도 원룸촌 규모로 그마저도 방학이면 침체기를 겪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주에 소재한 대학들이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경주에 맞는 대학 모델로 경주 원도심에 대학 캠퍼스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을 제안해본다. 원도심에 캠퍼스가 들어갈 수준의 규모 있는 부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학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산속에 있는 대학 캠퍼스 건물들 또는 일부를 원도심에 두자는 것이다. 경주 원도심에 들어설 대학은 울타리가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교들은 대부분 울타리가 있다. 정문, 후문도 있고 각 단과대 건물이 무리 지어 큰 캠퍼스를 이루기도 한다.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안과 밖을 구분 짓는 물리적 경계가 모호한 곳이 많다. 영국 런던에는 런던정경대, 킹스칼리지, 유니버시티칼리지 등의 캠퍼스 건물들이 도심에 있다. 런던 도심을 걷다 보면 쉽게 이들 각 대학의 건물들을 지나치게 된다.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강의실을 나가면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담은 지역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도심에 대학 캠퍼스가 융화되어 조성되는 대학도시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젊은 층을 원도심으로 끌어와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 침체한 도심에 다시 활력을 찾을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생활할 거주지도 생겨나고 이전보다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학생들은 학교 주변 상점과 식당을 이용할 것이므로, 지역 상점들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대학 축제와 같은 이벤트는 지역에 더 큰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원도심 캠퍼스가 마치 학원 건물처럼 되어 대학생들에게 대학의 낭만과 휴식을 뺏어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경주 원도심 캠퍼스는 대학생들에게 더 좋은 양질의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법원, 경찰서, 상가, 학교 등 책 밖의 현실이 바로 곁에 있게 된다. 그리고 도심에는 역사 유적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자원도 존재한다. 황리단길과 같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거리도 있다. 주변을 보면 대릉원과 봉황대만 하더라도 어느 대학에서도 제공하지 못했던 넓은 면적과 얼마든지 쉴 수 있는 녹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오히려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질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공학이나 의학계열의 경우 원도심 환경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외곽의 기존 캠퍼스를 그대로 활용하면 된다. 다수의 건물이 도심으로 이전하게 되면 실험장비와 연구 공간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공간 마련도 오히려 수월해질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학사 서비스 기능은 새롭게 조성되는 구 경주역사 부지에 통합 서비스센터를 마련하면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경주 원도심에는 이미 지역종합대학의 의과대 부속병원도 있어 학생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가능하다. 어찌 보면 경주에서도 런던과 같은 연합대학교를 한번 구상해 볼 수도 있다. 이는 경주의 사회·문화·환경·경제적 인프라를 최대한 공유하여 경주에 소재한 대학들이 연합하여 함께 발전하는 방안으로 될 것이다. 지금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경주에 있는 대학들은 모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위기의 대학, 산속 울타리 안에서 성장의 길을 고민하지 말고 도심으로 나와 상생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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