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내년 초 탄소중립 실천 선도도시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7일에는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오는 20일에는 경주 시민원탁회의에서 탄소중립을 토론 주제로 다룬다. 경주시에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시민들을 참여시켜 실질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시민 참여가 없는 탄소중립 실천 선도도시 선포는 이름뿐인 정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2022년 환경부에서 선정한 12곳의 탄소중립 추진 우수지역 선정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정된 우수지역들이 지방정부와 기업은 물론 시민들까지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민 참여도가 저조한 이름뿐인 정책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가 내년 탄소중립 실천 선도도시를 선포하는 것은 사실 시기적으로 빠른 것은 아니지만 타 시·도, 시·군·구에서 시행한 선례를 참고한다면 성공적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의 실질적인 실천은 지방정부의 재정 및 정책 지원도 중요하며, 기업들의 실천의지 또한 중요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세 가지 요소가 다 필요하지만 탄소중립 실천 선도도시로서 이름뿐만 아닌 정말 탄소중립을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경기를 포함한 대도시에 비해 경주시민들의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은 낮고,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경주시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실천 선도도시가 성공하려면 시민 인식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경주시는 이번 경주 시민원탁회의가 시민 참여를 독려하는 본격적인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실질적인 탄소중립 실천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안들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다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것이다. 경주시가 이름뿐만이 아닌 진정한 탄소중립 실천 선도도시를 꿈꾼다면 원탁회의에서 시민들이 제안하는 여러 방안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시민들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탄소중립 실천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경주는 한국문학의 두 거목을 배출한 곳이다. 바로 동리와 목월로 이들은 한국문단의 큰 별과 같은 존재다. 시와 소설 두 양대 산맥을 이루며 한국문단을 좌우했다. 동리 선생은 경주 지역을 소재로 한 소설 ‘무녀도’와 ‘화랑의 후예’를 비롯해 ‘등신불’, ‘까치소리’, ‘을화’ 등의 작품을 남겨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오르기도 했다. 목월 선생은 ‘경상도가랑잎’, ‘난, 기타’, ‘산도화’ 등의 시집을 통해 후배 문인들에게 문학적 유산을 이어줬다. 현대문학의 두 거목을 기념해 2006년 동리목월문학관이 건립돼 동리관과 목월관, 신라를 빛낸 인물관으로 나눠 오늘날까지 전시·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기리는 동리목월문학상은 전국 최고의 상금과 권위를 지닌 상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리목월문학상을 주관하는 동리목월기념사업회의 개인과 시스템 문제로 동리목월문학상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동리목월 기념사업회 A 회장이 공식절차인 운영위원회의 개최 없이 독단적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작품공모 및 수상자 선정으로 이어졌다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감사에서 지적된 회계 문제를 보완 요구에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동리목월문학상을 후원하는 한수원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후원 재개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자칫 미봉책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경우 문학상 위상과 권위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 지게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어온 문제들은 과감히 개선하고 누구나 공감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완비해 모두에게 사랑받는 동리목월문학관, 문학상이 되길 기원해 본다.
2023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대두는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2024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지방 도시의 도심 쇠퇴 문제는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주는 도시가 외곽으로 발전하다 보니 도심공동화가 일어나고 많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경주시내는 기업이나 관공서가 없기 때문에 인구공동화가 심해지고 있다. 많은 도시공학자나 도시전문가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대책을 내놓지만 정해진 정답이 없다. 이러한 배경 아래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네이버 클로바 X등 선도적인 인공지능 플랫폼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물어보았다. 물론 도심 쇠퇴 문제는 경주시만의 문제는 아니고 인공지능들이 궁극적인 해답을 제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문제에 관해 얼마나 많은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있는지와 필자 같은 전문가와의 견해차를 알아보는 차원에서 가장 일반적인 질문을 물어 본 것이다. 질문 내용은 ‘지방 도시의 도심 쇠퇴를 방지를 위한 방법?’이었다. 챗GPT는 다음과 같은 7가지의 방안을 제시해 주었다. 첫 번째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특산품이나 산업을 발전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고 솔루션으로 지역 농산품, 수공예품, 또는 관광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경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두 번째는 도심 재개발을 통해 낙후된 도심 지역을 현대화하고 재개발하는 것은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하였다. 도심 재개발을 통해 상업적, 주거적, 문화적 공간을 개선하여 사람들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인공지능이 제시하였다. 세 번째는 교통 및 인프라 개선을 제시했는데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과 잘 연결된 인프라는 사람들이 도시 내외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하며, 경제 활동을 촉진한다는 인공지능의 제언이었다. 네 번째는 기술 및 혁신 지원으로 스타트업 및 기술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혁신을 장려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하였다. 다섯 번째는 교육 및 문화 시설에 투자하라고 제언하였다. 고품질의 교육 기관과 다양한 문화 시설은 지역 사회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젊은 인재와 가족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제시하였고 여섯 번째로는 지역 커뮤니티 강화하라고 제시하였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이벤트를 조직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한다고 제언했다. 일곱 번째로는 환경친화적 개발을 제시하였다. 공원, 녹지 공간 및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해 쾌적하고 건강한 도시 환경을 조성한다고 하였다. 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도 유사하게 답했지만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혁신지구 지정과 도시환경 개선사업, 스마트시티 사업을 하라는 정도의 답을 주었다. 경주시장은 최근 시의회에서 2024년도 시정 운영 방향을 밝혔다. 이 계획에는 APEC 유치, 경주읍성 2단계 사업, 신라왕경 역사가로길 조성, 중심상권 르네상스사업, 경주형 e-커머스 활성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농어촌 체질 개선과 친환경 도시 조성을 위한 교통 인프라 및 도시 구조 개선, 통합환승주차장, 복합문화도서관, 장애인을 위한 운영 방안 등도 제시되었다. 경주시의 이러한 구상은 인공지능이 제시한 방안들과 상당 부분 일치하지만 타지역의 정책과도 상당히 유사한 것이 많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정책이나 타 도시의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이 시대 상황이나 일반적 견해들을 잘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해당 도시에 맞게 실천되고 피드백을 통해 수정되고 올바르게 정착되어야 해당 도시가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경주시의 정책이나 인공지능이 제시한 정책, 타도시가 실행하는 일반론적 정책을 막론하고 좋은 정책이고 효과가 난다면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그 정책이 시대에 맞는 정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이러한 제안들과 상관없이 우리는 더 면밀하고 수준 높은 차원에서 새로운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경주시정이 안정적이고 도시민들의 삶에 촘촘하게 지원되어 살기 좋은 2024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지난 11월 30일 오전 4시 55분께 경주시 문무대왕면(양북면) 동남동쪽 19km지점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월성원자력 발전소와 10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아서 많은 경주시민들은 원전과 방폐장의 안전과 함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불안한 마음으로 여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제는 2016년 9월 12일 규모5.8 경주강진, 2016년 10월 태풍 ‘차바’, 2017년 11월 15일 규모5.4 포항 강진, 2018년 10월 6일 태풍 ‘콩레이’, 2022년 태풍 ‘힌남노’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지진, 집중호우, 이상기후에 대한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작년 태풍 ‘힌남노’로 인해서 원전 인근지역인 문무대왕면(대종천, 토함산 인근, 기림사 인근지역)의 피해가 컸는데 아직 복구도 되기 전에 이번에 지진까지 겹쳐 동경주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진이 날 때마다 종편 방송과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정부의 대책을 내 놓고 있지만 2016년 9월 경주 강진 이후에 지난 7년 동안 정부의 지진대책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물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는 ‘단층검토위원회’를 신설하고 단층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한다고 한다. 특히 내년부터 추진하는 ‘제3차 지진방재종합계획’(2024~2028년)에는 각 부처별 협업체계를 강화해 단층조사의 통합적 관리와 공공시설물 내진보강을 신속히 추진하고, 민간건축물의 내진보강 활성화, 현장에서 작동하는 지진대비 역량을 강화한다고 한다. 정부의 단층에 대한 정확한 기술적 검증과 단층조사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지진과 재난에 대해서 국민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홍보하며, 실질적인 대피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이 공개되어야 한다. 이번 지진을 통해서 월성원전과 중저준위방폐장의 지진안전성은 어떠한지 다시금 점검해봐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원전 시설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내진성능과 내진설계기준을 0.3g(규모 6.5~7.0)이상으로 상향하여 확보된 것으로 안다. 이번 4.0 지진은 월성원전과 방폐장과의 거리가 10km 이내라 앞으로 지진에 대한 주민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우리 경주는 역사적으로도 삼국사기에 나와 있는 신라 혜공왕 15년(서기 779년)의 지진 기록도 있고, 많은 지진전문가들이 경주는 활성단층대의 지진발생지역으로 분류한다. 경주지역은 김해-양산-경주-영해를 잇는 길이 170km, 너비 1km의 양산단층에 인접해 있다. 월성원전으로부터 5km 인근의 양남면에 ‘수렴단층’이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임이 밝혀졌고, 월성원전으로부터 2km의 읍천단층과 왕산단층(인근 25km) 등 대규모 단층들이 발견되고 있고, 토함산 자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동읍 ‘말방리 단층’이 월성원전에서 12Km밖에 안 된다. 아직도 국내 약450개 활성단층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땅 밑에서 일어날 위험에 대해서 과학적 조사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한반도에 잦은 지진과 태풍, 폭염, 집중호우에 대해서 정말 다양한 생각과 시각을 갖고 안전성에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지진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자연재해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몇 가지 안전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특히 토함산 일대는 지금도 화산석이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동해안 일대에 지진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자연재해를 통한 복합재난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잦은 지진, 집중호우에 대한 월성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의 경사면은 과연 안전한지, 원전이 규모 6.5이상의 지진에도 안전하다고 하지만 경사면의 내진성능은 과연 규모 6.5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어 소외전력상실이나 철탑이 붕괴되는 끔직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살펴봐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와 경주시 차원에서 원전과 방폐장의 안전을 위해서 지진, 해일, 기상, 토양, 지질, 생태, 환경 전문가와 경주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칭)‘경주재난안전방재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2016년, 9월 12일 규모 5.8 지진과 2023년 11월 30일 규모 4.0지진으로 인해서 우리 경주는 관광, 숙박, 부동산 등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사실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 진앙 반경 50km 내에서는 1978년 이후 규모 2.0이상 지진이 이번까지 총 418번 발생했다고 한다. 올해만 해도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현재까지 규모 2.0이상 지진이 99번 발생했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으로 인한 지역경제 피해 예방대책(언론홍보)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다섯째, 더 높은 강진이 올 것을 대비하고 살아야 한다. 어떻게 피해야 하고, 어디로 대피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철저한 실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박근혜, 문재인)가 추진했던 ‘지진방재 종합개선대책’(선진사례와 법·제도, 조직·예산 등 지진관련 전 분야를 재검토해 대국민 신속 전파체계 개선, 지진매뉴얼 정비 및 교육·훈련 강화, 시설물 내진보강 등)을 점검하고 지금 정부(윤석열)가 실효성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제는 실질적인 지진 대비 훈련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지진대피훈련과 대피장소가 중요하고 지속적인 반복 훈련이 중요한 것이다. 경주시민 눈높이에 맞는 실천적이고 실행 가능한 지진방재 대책이 필요하다.
‘띵동~’ 조용한 마을의 정적을 깨는 벨소리다. 현관문 외시경(peep hole) 너머로 더벅머리를 한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집주인이 묻는다. “무슨 일이니?” 문 안에서 반응을 보이자 12살 소년은 렌즈를 향해 조심스레 손을 흔들며 “안녕하세요” 한다. 잠시 쭈뼛거리던 녀석은 결심이 섰는지 용기를 내어 물어본다. “혹시 주변에 11살이나 12살 정도 되는 아이를 알고 계세요?” 아직 변성기가 안 왔는지 미성의 목소리로 녀석은 떠듬거리며 “치... 친구가 필요해요... 정말로요”라고 고백한다. 영화 죠스 포스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셰이든 워커는 친구가 절실했다. 현관문 너머 집주인이 말을 이어간다. “저기 저 집만 해도 네 또래가 두 명 있잖니?” 하자 “(오른손으로 가리키며) 이쪽에 사는 애요? 아님 (다른 손으로 반대쪽을 가리키며) 저쪽 애 말인가요?” 하고는 또 쭈뼛거리다가 “사실 개네들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에요. 저를 따돌리고 괴롭혔거든요” 문구멍 너머 녀석은 마을의 골칫덩어리처럼 생겼지만, 아무 집이나 벨을 눌러 친구를 구할 정도로 외로웠던 소년이었다. “오, 저런, 그거 참 안됐구나” 아저씨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녀석이 기습적으로 묻는다. “아저씨네는 애들 있어요?” 아저씨는 미안하다는 듯 “근데 어쩌지? 이제 겨우 2살인데...” 했더니 워커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저 두 살짜리 아기 정말 좋아해요!” 무의식적으로 올렸다가 내리는 팔이 어색하고 말까지 더듬는 걸 보니 흥분한 상태임에 분명하다. 또래 친구를 찾던 초딩 녀석의 새로운 국면 전개다. 심각했던 얼굴에 처음으로 웃음기가 번진다. “아기들은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거든요. 나는 여동생이 둘이 있는데요···” 녀석은 대화를 중단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정말이지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많이 외로웠던 녀석이었다. 이쯤 되면 오히려 집주인 아저씨가 야속하다. 기꺼이 문을 열고 두 살짜리 아기를 보여줄 만도 한데 말이다. 집주인은 사실 집에 없었다. 초인종에 설치해 둔 카메라를 통해 원격에서 녀석과 대화를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두 살짜리 아기를 둔 부부는 또래 대신 기꺼이 워커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친구가 된 기념으로 죠스 티셔츠도 맞춰 입었다. 또한 문 앞의 대화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러자 7천만회 조회수가 말해주듯 전 세계 친구들과 삼촌 누나 형들이 녀석의 친구가 되었으며 그가 외롭지 않게 지켜주었다. 이쯤 되면 해피엔딩은 당연하고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미안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워커의 여자친구가 인공지능(AI)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젊은 남성의 60% 이상이 싱글이고 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우리 한국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앞에 놓인 결혼과 출산 등 골치 아프고 값비싼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진짜 말고 가상의 여자친구를 선택할 조짐은 불가피해 보인다.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 5명 중 1명은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3년이라는 지리했던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친구와의 사회 활동 시간은 한 달 기준 20시간으로 확 쪼그라들었다. 새 친구를 만들 수도, 기존 친구들도 관계 지속도 점점 어려워진 오늘날이다. 여자친구를 만들어야 결혼도 할 것 아닌가, 아쉽게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아이를 낳는 여성 비율이 54.9%(2011~2014)에서 52.1%(2015~2019)로 줄었고 덩달아 아빠가 되는 남성 비율도 43.8%에서 39.7%로 줄었다고 보고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식구가 줄어들더니 이젠 한입 사이즈도 줄어들었다. 앞으로 일본에서는 라지(Large) 사이즈 피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의 라지(L)나 레귤러(R)보다 작은 크기의 1인용 제품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다보고 있다. 두세 명이 먹기 적당한 라지나 그보다 작은 레귤러 사이즈가 사라지고 소위 P 사이즈가 그 공백을 메꿀 것으로 보고 있다. 혼자(person)서 먹기에 딱 좋은 크기가 요즘 대세라는 거다. 일본 특유의 소식(小食) 문화보다는 아무래도 1인 가구의 확산이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외로움이 만들어 낼 미래 모습이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신선사 석굴의 북쪽으로는 2개의 바위가 있고 그 사이는 틔어져 있다. 그중에서 동쪽의 바위에는 주불이 있고 서쪽의 바위에는 반가사유보살상, 여래입상 3구, 보살입상 1구, 공양인물상 2구 등 모두 7구의 불보살상 등이 있다. 북쪽 바위 바깥쪽 위 미륵불에 가장 가까운 쪽에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 있다. 정면상으로 연화대좌와 원형 두광을 구비하고 있다. 삼면관을 쓰고 앳된 표정이며 목에 삼도는 없고 상반신은 벗은 몸이다. 오른손을 꺾어 오른쪽 뺨에 대어서 사유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왼손은 아래로 내리고, 왼쪽 발의 무릎 위에 얹어서 반가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왼쪽 발은 연꽃 대좌 위에 올려져 있다. 원래의 위치를 지키고 광배와 대좌 등을 구비한 고신라 유일의 마애반가사유상이다. 전체높이 109cm이며 얇게 조각되어 있다. 신라시대 화랑은 미륵의 화현(化現)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반가사유상은 미륵보살이 도솔천에 머물다가 다시 태어날 때까지 먼 미래를 생각하며 명상에 잠겨 있는 자세를 표현한 것이다. 이 바위 면에 새겨진 미륵불과 반가사유상을 김유신장군 관련 설화와 관련지어 바로 화랑의 수련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반가 사유상의 왼쪽으로 3기의 여래입상과 보살상이 있는데 양쪽 손을 모두 주불인 미륵불 쪽으로 안내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이채롭다. 반가사유상 우측의 여래입상은 보주형 두광이 있으나 밑의 대좌는 바위 면의 탈락으로 분명하지 않다. 머리 정상에는 육계가 있고 법의는 편단우견이며 그 아래로 상의(裳衣, 치마) 주름이 보인다. 오른손은 가슴 위로 들었으며 왼손은 몸의 측면으로 나가서 석굴의 안쪽 즉 미륵불이 있는 쪽을 가리킨다. 정면상이며 전체 높이는 116cm이다. 반가사유상 우측 두 번째는 보살상으로 정면을 향하고 있다. 머리에는 삼각보관(三角寶冠)을 쓰고, 천의(天衣)는 두 어깨에 걸쳤으며 배 아래에서 U자형을 이루고 다시 두 팔에 걸쳐서 아래로 길게 내렸다. 오른손은 복부에, 왼손은 굴 안쪽 주존을 가리킨다. 둥근 두광과 연화좌를 지니고 있는데 몸의 높이는 102cm이다. 반가사유상 우측 세 번째 여래입상은 이곳의 세 입상 중 조각이 가장 선명하다. 보주형 두광에 대좌는 단판복련좌를 지니고 있는데 연화문에는 자엽(子葉)이 새겨져 있어 주목된다. 둥글고 큰 상호에 비해서 육계가 매우 적은 것이 특이하다. 두 눈은 부어오른 듯하며 두 귀 또한 길고 삼도는 없다. 법의는 편단우견이며 왼손에 걸쳐서 아래로 내려뜨렸으며 신체 하단에는 상의(裳衣)가 보인다. 두 손 모두 손가락을 펴고 오른손은 가슴 위에 올리고 왼손은 왼쪽으로 향하여 동쪽 끝에 있는 반가사유상과 나아가서는 굴 안쪽 주존을 가리키고 인도하는 듯하다. 몸의 높이는 105cm이다. 이 불상의 아래에 있는 인물상은 동쪽 굴 안쪽을 향하고 있는 공양자 상이다. 앞쪽 공양자는 두 손으로 자루달린 향로를 잡고 있다. 머리에는 버선 모양의 독특한 관모를 썼다. 얇게 조각되어 있으나 두 눈은 뚜렷하다. 몸의 높이는 122cm 이 석굴을 조성할 때 발원을 한 인물로 추정이 된다. 왼쪽 공양자 상은 오른쪽 상에 비해 약간은 작으나 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점과 자세와 의복이 동일하다. 다만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것이 앞의 상과 다르다. 최하단에 자리 잡은 불상은 가장 작은 입상으로서 편단우견이다. 육계가 뚜렷하고 목이 짧아 삼도가 표현되어 있지 않다. 몸의 높이는 57cm이며 조각연대는 다른 상에 비하여 늦은 감이 있다. 보조지눌의 수심결에 단지불회(但知不會) 시즉견성(是卽見性)이라는 말이 있다. ‘다만 모르는 줄 알면 곧바로 견성’이라는 의미이다. 모르는 줄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놓은 것 같다. 보조국사께서 심하게 칠책하실 것 같다.
국수 먹는 법 백무산 국수 먹을 때 나도 모르는 버릇 꼭 그렇게 먹더라는 말 듣는 버릇 아버지 짐자전거 연장통 위에 앉아 먼짓길 따라나선 왁자한 장거리 국숫집 공터에 가마솥 걸고 차일 친 그늘 긴 의자에 둘러앉은 아버지들 마차꾼 지게꾼 약초장수 놋그릇장수 고리체장수 삼밧줄장수 고무줄장수 바지게 괴어놓은 소금장수 허기 다 채울 수 없는 한그릇 국수 받아놓고 젓가락 걸치고 국물 먼저 쭉 바닥까지 비우고는 보소 여 메레치 궁물 좀 더 주쇼, 반쯤 채운 목에 헛트림하고 나서 굵은 손마디에 부러질 듯 휘어지던 대젓가락 천천히 놀리던 손톱 문드러진 손가락들 남매인지 부부인지 팔다 만 검정비누 봇짐 껴안고 둘이서 한그릇 시켜놓고 멸치 국물 거듭 청해 마시고 나서 천천히 먹던 국수 지친 다리 애간장에 거미줄처럼 휑한 허기 숭숭 뚫린 허기 다 메울 수 없었던 한그릇 국수 국수를 받을 때면 그 시절 허기 추모라도 하듯 두 손 받쳐 들고 후루룩 마시는 내 버릇 먹어도 먹어도 돌아서면 허기지던 국수 국수 받을 때면 저리도록 그리운 아버지 국수, 허기의 시절을 불러내는 그리움의 음식 아버지가 모는 짐자전거 연장통 위에 앉아 먼짓길 따라나선 유년의 기억을 따라 쓰여진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는 왜 가슴이 메이는가? “숭숭 뚫린 허기 다 메울 수 없”어 “젓가락 걸치고 국물 먼저 쭉 바닥까지 비우고는/보소 여 메레치 궁물 좀 더 주쇼,” 하면서 먹었다는 가난한 시절의 아버지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얼마나 허기졌으면 하나같이 육수 한 그릇을 먼저 먹어 배를 채워놓고 면발을 삼켰을까? 당시 장터에서 파는 식사는 국밥과 국수였는데 그 중에 국수는 국밥집에서 먹을 형편이 못 되는 사람이 끼니를 때우던 음식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노동으로 “손톱 문드러진 손가락들”을 가졌고, 심지어 사정이 더 어려워 “둘이서 한그릇 시켜놓고 멸치 국물 거듭/청해 마시고 나서” 천천히 국수를 청해 먹는 검정비누장수도 있었다 한다. “공터에 가마솥 걸고 차일 친 그늘/긴 의자에 둘러앉”아 국수를 먹던 사람들! 마차꾼, 지게꾼, 약초장수, 놋그릇장수, 체장수, 삼밧줄장수, 고무줄장수, 소금장수. 요즘 사람들은 그런 풍모들을 기억도 하기 어렵겠지만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것이다. 먹거리가 남아도는 요즘도 국수를 받아들면 “두 손 받쳐 들고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나중에 면발을 먹는 “나도 모르는 버릇”이 나오는 건 가난에 대한 절실함일까? 아니면 그 시절 선한 얼굴들 때문일까?
슈퍼히어로, 초능력을 다룬 만화나 애니매이션, 드라마와 영화는 얼핏 미국이나 일본, 중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미국의 경우는 대체로 세 가지 부류다. 슈퍼맨처럼 외계에서 오거나 스파이더맨과 헐크처럼 과학 실험이나 사고를 통해서 혹은 토르처럼 고대로부터 숨겨져 온 신화의 주인공이 부활하는 것 등이다. 일본의 경우 초능력자들은 일본의 정령문화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동네마다 몇 개씩 되는 일본의 정령문화는 다양한 이야기를 꾸미는 원천적인 소재다. 대표적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노노케 히메, 음양사 등에서 보이는 초능력자들이 이런 류이다. 중국의 경우 초능력자들은 무협지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랜 수련을 통해 가공할 무공을 익히게 되면 힘도 세지고 빨라지고 심지어 날아다니는 경지에 이른다. 최근 들어서 ‘한국형 슈퍼히어로’를 표방한 드라마나 영화들이 만들어지며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한국형 초능력자들은 주로 설화나 전설을 통해 등장하거나 고대 소설 등에서 도를 닦아서 탄생한다. 구미호는 천년 묵은 여우가 재탄생한 초능력자이고 홍길동과 전우치, 박씨부인은 도를 닦아서 초능력을 얻는다. 이들은 바람을 부르고 비를 오게 하는 재주에 축지법과 변신술 등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런 초능력은 ‘도술’ 정도의 의미로만 제한될 뿐 허리우드 식의 구체적 초능력으로 세분화되지는 않았고 지나치게 자주 영화나 TV로 제작되며 식상해졌다. 이런 한국형 초능력 세상이 요즘 들어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슈퍼히어로의 전형이 다각도로 발전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급상승하고 있다. 이를테면 ‘도깨비’는 고대 장군의 원혼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경우다. 절륜한 무공과 혼령화 되면서 터득한 초능력으로 순간이동과 염동력 등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에서 지구로 온 외계인이 지구인과 동화하면서 드러내는 초능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도봉구의 초능력자 도봉순, 강남구의 힘쎈 여자 강남순은 집안 여성들에게만 전해지는 마법 같은 힘을 다루었다. 연약하게 보이는 도봉순과 강남순은 수십명의 악당들을 맨손으로 순식간에 제압한다. 그러나 이렇게 단독으로 움직이는 초능력자들은 홍길동과 전우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역량을 중심으로 악당을 물리치거나 잘못된 사회를 바꾸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단독성에 과감하게 벗어난 것이 슈퍼히어로들의 단체 등장이다. 경이로운 소문은 뜻밖에 죽은 정의로운 사람들을 ‘카운터’라는 이름으로 되살리고 초능력을 심어준 경우다. 이들은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강력한 힘과 빠른 속도, 염동력까지 갖추며 사회를 어지럽히고 악행을 일삼는 악귀들을 소환해 지옥으로 보낸다. 악귀 역시 사람의 혼령을 먹어치울수록 카운터들 못지않은 강한 힘을 얻게 되므로 이들 카운터와 악귀들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최근 방영된 무빙은 사회 속에 은밀히 숨어 있는 초능력자들의 활약을 그린다. 이들의 초능력은 제각각 개성이 있다. 힘이 엄청나게 세거나 전기를 일으킬 수 있다거나 소리를 잘 듣고 귀가 밝다거나 하늘을 날 수 있다거나 상처가 급속히 낫는 탁월한 재생력을 가졌거나 하는 등이다. 이들은 CIA가 양성한 초능력자와 대결하거나 북한에서 양성한 초능력자들과 싸우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심지어 이들의 초능력은 자녀들에게 대물림 되어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을 점치게도 한다. 이런 한국형 슈퍼 히어로들의 드라마는 OTT방송을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바야흐로 K-콘텐츠의 저변을 이루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들 대부분이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화를 바탕으로 한 헐리우드와 애니매이션 천국을 표방한 일본과 또 다른 비교점이다. 이제 절대다수 대중은 스마트 폰에 의해 콘텐츠를 선택하는 세대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웹툰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것은 급속한 스마트 폰 배급에 맞추어 스마트 폰 화면에 맞춘 웹툰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정형화 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웹툰에 익숙해진 세계의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한국형 슈퍼히어로들과 친숙해졌고 그 결과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 세계 시장의 활짝 열린 문을 맛본 한국형 슈퍼히어로들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야흐로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다.
경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경주범피)는 지난 8일 현대강업(주)의 후원으로 범죄피해 가정을 대상으로 ‘김장 나눔’을 실시했다. 경주범피는 이상춘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현대강업(주)에서 범죄피해자를 위한 김장 김치 370kg을 후원받아 범죄피해가정 23세대와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14세대를 포함한 총 37세대에 지원하는 피해회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김장 나눔을 실시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서 이상현 지청장과 김지영 부장검사, 권은비검사, 이상춘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피해자 3명이 함께 해 김치를 전달하는 전달식을 가진 후 가정을 직접 방문해 김치를 전달했다. 김치를 전달받은 안강읍 피해자 김모(여, 72)씨는 “김장할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김치를 보내줘 올 겨울을 맛나게 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강업(주) 이상춘 회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올해 처음으로 범죄피해자를 위한 김장을 준비했다”며 “너무 호응이 좋아 매년 정기적으로 김장을 후원하고 수혜 대상 세대수도 늘릴 것이며, 이 작은 정성이 피해자들의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범피)와 경주시 의사회(회장 이길호)는 지난 7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대회의실에서 ‘범죄피해자 원스톱 의료지원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 협약식은 경주지청 이상현 지청장과 김지영 부장검사, 권은비 검사, 경주시 의사회 이길호 회장과 정주호 부회장, 범피 이상춘 이사장과 곽정환, 김영숙 부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두 기관은 협약식을 통해 지역내 범죄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종합적인 맞춤형 원스톱 의료지원으로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상현 지청장은 “범죄피해자 지원에 함께 해준 경주시 의사회의 큰 결단과 나눔을 실천하는 경주범피 구성원들에게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전한다”며 “경주지청에서도 주어진 역할을 잘 감당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길호 회장은 “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을 위한 일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한다면서 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범피와 같은 길을 함께 가겠다”고 전했다. 이상춘 경주범피 이사장은 “지난 6월 건강보험공단 경주지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주시의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범죄피해자 의료지원 시스템을 완성하는 자리를 가지게 됐다”며 “경주시의사회에 감사를 표하고 이 협약을 계기로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하고 원활한 의료지원으로 피해자들의 빠른 피해회복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유엔은 지구촌 구성원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17개 목표를 담아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채택했다. SDGs는 2030년까지 세계 전역에서 빈곤과 기아 근절, 국가 내 그리고 국가 간 불평등 해소, 평화롭고 공정하며 포용적인 사회 조성, 인권 보호와 성 평등의 촉진, 여성과 여아의 역량 강화, 지구와 천연자원의 항구적인 보호를 보장할 것을 결의한다. 또한 각 국가의 역량과 발전 정도의 차이를 고려하고, 지속적이며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고,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증진할 것을 결의한다. SDGs가 꿈꾸는 세상은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법치, 정의에 대한 보편적 존중이 있는 세상, 평등과 비차별의 세상, 인종과 민족,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고 동등한 기회를 통해 공동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기대한다. 아이들에게 투자하며 모든 아이가 폭력과 착취 없이 성장하는 세상, 모든 여성과 여아가 완전한 성평등을 누리고, 여성과 여아의 권익 신장을 저해하는 법적, 사회적, 경제적 장벽이 없는 세상, 가장 취약한 계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공정하고 공평하며 개방적이며, 관용과 포용적인 사회가 있는 세상(2030 지속가능발전의제 8항, 우리의 비전 중)”이다.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는 누구나 정의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누릴 수 있는, (발전에 대한 권리를 포함한) 인권에 대한 존중과 모든 측면에서 효과적인 법치와 선정(善政),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제도에 기반한 평화롭고, 공정하며, 포용적인 사회 조성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또한 2030 의제는 불평등, 부패, 열악한 거버넌스 및 불법 자금, 무기 거래 등 폭력과 불안, 불의를 야기하는 요소를 다루고 있다. SDGs는 분쟁의 해결과 방지를 위한 그리고 평화 구축, 국가 재건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을 보장하는 등 분쟁 후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며, 식민 지배 및 외부 세력의 점령 하에 사는 이들의 완전한 자결권과 경제, 사회적 발전과 환경을 저해하는 방해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법에 따른 효과적인 조치와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 (2030 의제 35항). SDGs는 세계인권선언과 인권 국제법과 관련된 기타 국제문서들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유엔 헌장에 따라 모든 국가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장애 또는 기타 신분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모든 인간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 보호, 증진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2030 의제 19항). SDGs 17개 목표 중 평등이 들어가는 목표는 두 개다. 목표 5(성평등 달성과 모든 여성 및 여아의 권익신장), 목표 10(국내 및 국가 간 불평등 완화)에는 평등 달성과 불평등 완화가 담겨져 있다. 평등, 불평등, 격차, 차별 해소를 포함한 SDGs 목표와 세부목표는 다음과 같다. 4-7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 및 지속가능한 생활방식, 인권, 성평등, 평화와 비폭력 문화 확산, 세계시민 의식, 문화적 다양성 존중 및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문화의 기여에 대한 교육을 통해 모든 학습자들이 지속가능발전을 촉진시키는데 필요한 지식 및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5-1 모든 곳에서 모든 여성과 여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종식한다. 5-c 모든 수준에서 성 평등 및 모든 여성과 여아의 권익신장을 위해 실질적인 정책과 집행 가능한 법을 채택하고 강화한다. 10-3 차별적인 법, 정책 및 관행 등을 철폐하고 이와 관련된 적절한 입법, 정책 그리고 조치를 강화하여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성과에 있어서 불평등을 감소한다. 10-4 특히 재정, 임금, 그리고 사회보장에 대한 정책 등을 채택하고 점진적으로 평등 확대를 달성한다. 16-3 국가 및 국제적 수준의 법치를 증진하고, 모든 사람에게 정의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보장한다. 16-b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비차별적인 법 그리고 정책을 증진하고 시행한다. 17-10. 도하 발전의제의 최종협상결과 등 보편성, 원칙, 개방성, 비차별성, 공평성에 기반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무역 체제를 증진한다. 세상에 사는 사람은 모든 면에서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은 존재하며 국가 내 또는 국가 간에서도 그 격차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UN이 채택한 SDG 10번 목표는 “사람과 국가 간의 불평등 해소”와 “차별 해소”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목표는 연령, 성별, 장애, 인종, 민족, 출신, 종교, 경제적 지위 또는 기타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권한 부여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포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지난 8일, 9일 양일간 경북관광두레 활성화 포럼을 열었다. 첫날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언론사와 학계 교수, 경북관광두레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해 ‘경북관광두레 5년의 발자취!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발전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명희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교수는 “관광두레는 지역의 관광 주체 인력 양성과 공동체 육성, 지역주민의 관광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행정적·제도적 협력체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류시영 한라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두레는 지역관광 활성화가 가능한 지역관광 추진조직(DMO)으로의 발전과 로컬 브랜딩으로 지역의 고유성을 찾아 로컬리즘을 형성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9일에는 경주와 상주에 위치한 주민사업체를 방문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경북관광두레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사업을 홍보할 수 있는 장으로 이어졌다. 한편 공사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지역관광 전문인력 양성과 주민사업체 육성을 위해 경북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2023 경북관광두레 아카데미’도 운영했다. 김성조 사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관광두레사업을 돌아보고 지역주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지속가능한 지역관광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광두레 사업은 전통협력 정신인 ‘두레’를 지역관광 분야에 접목해 3인 이상의 지역주민 공동체가 관광자원을 활용해 숙박, 기념품, 체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관광사업체를 육성·지원하고 있다. 경북 관광두레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2019년부터 5년간 추진하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지난 4일 2023년 ESG경영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통해 ESG경영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대내외적으로 확산하는 장을 마련했다. ESG경진대회는 ESG경영목표를 반영해 공사 주요 사업과 연계한 사례들을 대상으로 서면과 발표 심사를 거쳐 최우수 1건, 우수 2건, 장려 3건 등 총 6건의 우수사례를 선정했다. 최우수상은 사회공헌활동으로 추진 중인 소외계층 대상 복지관광 지원 사례가 선정됐다. 관광이라는 고유 업무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사회 분석을 통해 고객 니즈 파악과 친환경 관광지 선정, 지역사회 기여, 협력체계 구축 등으로 ESG의 각 요소가 잘 반영된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외에도 플로깅, 자원 재활용을 접목한 경북형 ESG관광 활성화 프로젝트, 종이 서적 대신 전자책을 활용한 독서교육지지(紙知)프로젝트 등이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우수사례는 카드뉴스로 재구성돼 ESG경영 확산을 위해 홍보할 예정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주대 ESG경영학과 이창언 교수는 “ESG경영 추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 감동 받았다”며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와 연계해 성과를 더욱 극대화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김성조 사장은 “ESG 경영성과들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유의 장으로 승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지에 지난 1992년부터 ‘孝子, 烈女碑(효자, 열녀비)’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한 기고자는 고 함종혁(咸鍾赫: 1935~1997) 선생이다. 함 선생은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1963년 동아일보 특파원으로 경주에 부임해 ‘석굴암 최종결정 내릴 제1차 복원공사’, ‘천룡사 기와 가마는 사찰 전용’ 등 200여건에 달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특히 1973~1975년까지 천마총, 황남대총 등 황남동 일대의 신라 능묘가 발굴될 때는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문화유산뿐 아니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신라문화동인회,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에밀레극회, 경주시립국악원 등 경주의 문화단체 및 예술인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견습이발사로 이발소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무료로 고아들의 머리를 깎아줬던 이상민 씨의 이야기, 입어권 조정에 한 숨 쉬는 감포의 해녀, 병에 걸려 하얗게 말라가는 벼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월성의 농민 등 애정 없이는 포착할 수 없는 일상의 모습을 담았다.그의 기자 생활은 19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에 따라 지방주재기자 철수가 단행되면서 막을 내렸다. 국림경주박물관은 지난 2017년 9월 함종혁 선생이 기록했던 경주를 만나볼 수 있는 특별전시 ‘경주를 기록하다, 특파원 함종혁展’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함종혁 선생이 본지를 통해 전하려했던 지역의 효자, 열녀 이야기를 다시 소개하면서 선조들의 충효사상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 효자·열녀비에 대한 관리 상황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신라시대 손순, 애틋한 효심으로 얻은 석종, 신라효자문효공손순유허비(新羅孝子文孝公孫順遺墟碑) 삼국유사에 따르면 손순(孫順)은 경주군 건천읍 모량리 사람으로 아버지는 학산이라 했다. 그의 아버지가 죽으매 부인과 더불어 남의 집에 품을 팔아 쌀을 얻어 노모를 봉양했으며, 노모의 이름은 운오였다. 순에게 어린 아이가 있어 매양 노모의 밥상음식을 빼앗아 먹자 민망하게 여기어 오던 중, 어느 날 그 부인이 이르기를 “아이는 다시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얻기 어렵다. 아이가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아 먹으니 어머니의 굶주림이 심하다. 차라리 이 아이를 묻어버리고 어머니의 배를 부르게 하는 것이 좋겠다”하고, 아이를 업고 취산(남사리 북쪽골)에 가서 땅을 파다가 홀연히 땅속에서 기이한 석종(石鐘)을 얻었다. 부부가 놀라고 이상히 여겨 잠깐 나무 위에 이 종을 걸고 두드려보았더니 그 소리가 은은하여 퍽이나 아름답고 귀여웠다. 부인이 “이 석종을 얻음은 이 아이의 복 같으니 묻지 맙시다”고 하였다. 아버지도 아이를 업고 석종을 갖고 집으로 돌아와 이 석종을 대들보에 달고 두드리니 그 소리가 반월성 대궐에도 들렸다. 흥덕왕이 그 종소리를 듣고 좌우에 이르기를 서쪽에서 이상한 종소리가 들리는데 청원함이 짝이 없으니 속히 조사하라 하였다. 신하가 손순집으로 가서 조사하고 사실대로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옛날 한나라 곽거가 아들을 파묻을 때 하늘이 금솥을 내렸었다. 지금 손순이 아이를 묻으려하매 땅이 석종을 냈으니 이 두 효도는 천지에 같은 귀감이라”고 말하고 집 한 채를 주고 해마다 벼 50석을 주었다. 순은 옛집을 희사하여 절을 삼고 ‘홍효사’라고 하여 석종을 안치했다. 진성왕대에 후백제의 도적이 그 마을에 침입, 종은 없어지고 절만 남았다. 신라효자문효공손순유허비는 현재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에 위치해 있다. 비각이 있는 자리가 손순의 집터라고 전해진다. 남편 살리려고 자신의 살 베어 내 이식한 열녀 기려, 이부인영양남씨창렬비(李夫人英陽南氏彰烈碑) 이부인영양남씨창렬비는 분황사 동쪽에 세워져 있는 비각이다. 6.25전쟁 때 북한군의 총에 맞은 남편 이진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 붙여 살려낸 열녀 남씨를 기리기 위해 세운 비각이다. 비문을 해석한 당시 보도에 따르면 영양남씨 분이씨는 18세 되던 해 8세 연상인 이진우 씨와 결혼, 경주군 양북면 용동3리 속칭 오암골에서 살았다. 자연부락 오암골은 오지마을로 30여가구가 골짝골짝 한집씩 살고 있는 산골마을이었다. 8·15 해방직후라 무장공비들이 밤마다 마을에 내려와 쌀과 곡식, 닭 등을 약탈해가고 소고 끌고가며 심지어 청장년들도 끌어갔다. 이 같은 피해를 계속 당할 수만 없다고 해서 당시 이 마을 반장일을 맡아왔던 진우 씨가 앞장서서 마을청년들을 규합, 마을 경비를 서게 했던 것이다. 6.25동란이 발발하던 해인 1950년 음력 2월 3일 밤 진우 씨는 마을청년 10명과 함께 마을회관에 모여 경비를 하고 있던 중 밤 12시가 되어 무장공비 10여명이 갑자기 나타나 마을경비원 10명을 전선줄로 손목을 묶어 방안에 세워놓고 장총으로 마구 쏴 죽이고 죽은 시체 위에 짚단을 덮고 그 위에 기름을 뿌린 다음 불을 질렀다. 이 경비실뿐아니고 마을 전체 민가에 불을 질렀다. 왼쪽 대퇴부에 총상을 입고 진우 씨(당시 42세)는 생명은 건졌으나 불에 타 화상이 심했다. 다음날이 밝아왔다. 마을 전체가 불타 잿더미로 변했다. 남씨 부인은 남편을 찾아 마을회관을 가서 살아 움직이는 남편을 발견했다. 남편을 업고 도로가에 나와 감포에서 생선을 싣고 대구 방면으로 가는 생선트럭 위에 남편을 태우고 경주까지 왔다. 남편의 다리는 흐늘흐늘 떨어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이때 한 원장은 “이대로는 생명을 구할 수 없다. 형제간이나 집안사람의 생살을 베어 이식하는 것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 남 여사는 내 생명 다해 남편의 생명만은 구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궁둥이와 허벅지 깊은 살을 예리한 칼로 마취하지도 않은 채 생채로 12편을 베어 병원에 주어 남편의 썩은 다리에 이식수술을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심하게 부패된 부분은 살을 이식했어도 살아나지 않았지만 부패가 심하지 않은 부분은 살이 살아나기 시작하여 생명을 구하게 됐다. 목숨은 살았으나 다리가 시원치 못해 절뚝절뚝 절면서 1982년 74세 돌아가실 때까지 불구의 몸이 되어 부인이 구걸행상으로 남편을 공양했다. 이 같은 일이 문중에 알려지자 1973년 3월 이곳에 높이 140cm, 두께 20cm 화강석에 이영우 씨의 글로 비석을 세우고 창렬각(彰烈閣)이라 했다. 1992년 10월 16일자 신문에는 이 비의 사진과 함께 당시 77세로 생존해있던 남분이 씨의 사진도 함께 담아 보도했다. 목숨 바쳐 지키려했던 효심, 최진간 부부 이야기, 고독효월성처사최공열부오천정씨기적비 오릉 인근 흥륜사 건너 도로변에 최진간과 그의 열부 오천정씨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비각이 있다. 고독효월성처사최공열부오천정씨기적비(故篤孝處士月城崔公烈婦烏川鄭氏記蹟碑)다. 경주시지에 따르면 지금부터 400여년전 이곳에는 월성 최씨들이 살고 있었다. 성균관 진사를 지낸 최신린의 4형제 중 둘째아들 최진간 부부의 효심어린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당시 보도에 정리하면 선조 25년(1952년) 뜻하지 않았던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일본은 많은 병력과 신병기인 소총으로 침략해 경주읍성이 여지없이 함락되고 말았다. 최신린 진사는 최진립(정무공)·최계종·최봉천 등 집안사람들과 함께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의병이 됐다. 그는 의병장인 김호의 진으로 달려가기에 앞서 아들들을 불러놓고 “내가 어머님의 말씀에 쫓아 싸움터로 나가니 병환에 계시는 할머니를 너의 형제들에게 부탁해야겠구나”하고 적진으로 달려갔다. “아버님 염려마십시오. 할머니는 저희들이 목숨바쳐 모실 것이옵니다” 형제들은 늙은 할머니를 모시로 난리를 피하여 황룡산(지금의 덕동호 안쪽 황룡골) 깊은 골짜기를 찾아 들어갔다. 하지만 산속에서 왜적의 무리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왜적대장이 번쩍이는 칼로 할머니를 내려치려할 때 진간은 큰 소리로 “이들아 내게 덤벼라. 나를 죽여도 좋으니 우리 할머니는 손도 대지 말아다오”하면서 할머니를 덮어 가리었다. 왜적의 칼날이 다시 한 번 번쩍이는 순간 검붉은 피는 하늘 높이 치솟고 진간의 몸은 힘없이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때 남편 진간을 따라 황룡산으로 피난갔던 정씨부인은 피비린내 나는 남편의 시체를 안고 땅을 치며 통곡하면서 “할머니는 왜적의 손에 무참히 돌아가셨고, 남편 진간은 지극한 효도를 다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아내된 도리로 어찌 죽기가 싫어 구차스럽게 살아 있겠는가!”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선조는 진간의 갸륵한 효성의 얘기를 전해 듣고 그 효행을 드높이기 위해 독효자(篤孝子)로 표창했다. 정씨 부인에게는 백미 100석을 내리면서 정렬부인으로 높여 포상했다.1972년 세운 이곳 효열각(孝烈閣) 비석에는 이 같은 공적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재)경주시장학회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지역 학생 588명에게 10억19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경주시장학회는 지난 7일 시청 알천홀에서 ‘2023년 경주사랑장학금 장학증서 수여식’을 가졌다. 올해 장학금은 △대학생 443명 각 200만원 △고등학생 79명 각 100만원 △중학생 38명 각 50만원 △체육 특기생 28명에 총 3500만원으로 나눠 지급됐다. 경주시장학회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학업성적 우수자와 체육, 과학, 문화, 예술분야 등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인 학생 5373명에게 80억571만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주낙영 장은 “이번 장학금이 지역의 많은 학생들이 미래를 밝히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시에서도 지역 인재육성 사업과 교육격차 해소 등 장학사업의 다변화를 모색해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9년 설립된 (재)경주시장학회는 경주시 출연금과 시민, 기관·사회단체, 기업체 등의 후원금으로 현재 194여억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해 우수한 인재를 발굴·지원하고 있다.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회장 박경복)는 12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통합사례관리 대상 가구의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제주도희망가족여행을 실시, 5가구 11명과 관계자 등 18명이 참여하였다. <사진> 제주도희망가족여행은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하고 현대강업(주)(회장 이상춘)이 후원하여 경주시 관내 통합사례관리 대상 가구 중 가족관계 갈등과 위기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우선 선정하여 가족여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특별히 한화호텔&리조트(대표 김형조) 경주에서 지역사회 자원연계 사업을 통해 제주의 한화리조트 숙박 및 아쿠아플라넷 관람을 지원하였다. 사업에 참여한 가족들은 2박 3일 동안 제주도의 자연경관을 만끽하고 바다낚시와 감귤체험 등 다양한 체험들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 간의 정을 느끼고,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이 함께 힘을 낼 수 있는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 박경복 회장은 “가족관계라는 것이 가장 가까운 사이인 것 같으면서도 먼 것 같다. 이번 제주도희망가족여행을 통해서 화합과 소통을 노력해보며 서로를 알아가는 즐거운 추억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라며 참여한 가족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한편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는 경주희망나눔센터를 통해 복지소외계층 발굴 및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 지원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복지 유관기관과 정기적인 통합사례회의를 실시하여 취약계층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회장 박경복)는 28일에 저소득층 가구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사랑의 집수리 현판식을 가졌다고 전했다. <사진>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사랑의 집수리’ 사업을 통해 원전지역 저소득층 6가구의 집수리 지원을 시행하였다. ‘사랑의 집수리’사업은 한수원(주)월성원자력본부(본부장 김한성)와 경상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전우헌)가 후원하고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회장 박경복)가 지원하여 2016년부터 발전소 지역(문무, 감포, 양남)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집수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번 현판식에는 박경복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장, 김한성 월성원자력본부장, 전우헌 경상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 8명이 참석하였다.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 박경복 회장은 “올해 현판식을 진행하였던 가구에서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해 수해를 입었지만 다문화 가구로 서투른 한국말 때문에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월성원자력본부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후원을 해주심으로 아늑한 집안을 선물 받아 기쁘다는 수혜가구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 지역사회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고 전했다. 한편 경주시사회복지협의회는 경주희망나눔센터를 통해 복지소외계층 발굴 및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 지원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복지 유관기관과 정기적인 통합사례회의를 실시하여 취약계층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주시가 ‘2023년 경상북도 평생교육 시책 추진 평가’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2년 연속 수상과 함께 우수 도시로 선정됐다. <사진> 경주시에 따르면 ‘경상북도 평생교육 시책 추진 평가’는 도내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다. 이번 평가는 평생학습 체계구축, 도민행복대학 운영 실적 및 성과, 우수시책 추진 실적, 도 및 전국단위 평생교육 활성화 기여도 등의 영역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경주시는 이번 평가에서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선정과 내실있는 도민행복대학 운영, 스마트 미래학습도시 조성 기반 확대, 평생학습활동가 ‘학습이랑’ 활용 확대 등 시책사업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시가 그간 펼쳐온 정책들이 우수 사례로 인정을 받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경주시만의 특화된 시책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도시 브랜드화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최부자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최부자 가훈이다. 흔히 육훈(六訓)과 육연(六然)을 말하는데 그중에서도 많은 독자들이 육훈을 더 기억하실 것이다. 굳이 언급하면 1.사방백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2.진사 이상 벼슬하지 마라 3.흉년에 땅 사지 마라 4.과객을 후히 대접하라 5.만석이상 재산을 불리지 마라 6. 며느리 3년 무명옷을 입혀라 등이다. 3268명 아너소사이어티, 동반성장위원회의 정신적 지주가 된 경주최부자 정신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1612호에서 ‘사랑의 열매’와 관련해 이 기획란에 쓴 기사를 잠시 떠올려 보겠다. 사랑의 열매는 기사에서 썼다시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준정부 기관이다. 그런데 기자는 이 사랑의 열매 1층 로비에 경주최부자댁 사랑채 사진이 크게 걸려 있는 것에 주목했다. 이 사진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나라 기부와 자선, 상생의 정신을 대표하는 곳이 경주최부자댁이란 사실을 증명한다고 믿은 것이다. 취재 당시 사랑의 열매 2층 1억 이상 기부자인 ‘아너소사어티 라운지’에는 3268명의 명단이 빛나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기부했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경주최부자가 중시한 정신의 일부가 스며 있을 것이다. 내가 쓴 ‘The 큰 바보 경주최부자’ 책에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회장의 일화가 있다. 이분이 2012년 경주 힐튼 호텔에서 열린 경주최부자 학술 심포지엄에 특강 차 참석했다가 행사 주최측에서 특강비를 지급하려 했더니 이 사례비를 한사코 거절하면서 최부자댁 종손인 최염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 제가 이번 경주최부자 심포지엄에 특강하기 위해 육훈을 공부하면서 배운 게 훨씬 많은데 그런 제가 어찌 특강비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실제로 정운찬 회장은 특강비를 끝내 사양했고 그 후 동반성장위원회 관련 행사를 할 때면 자주 경주최부자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기업 간 사회적 갈등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 합의를 도출하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설립된 단체다. 그 수장이었던 정운찬 총리가 동반성장 위원회의 성장 해법을 경주최부자의 육훈에서 찾았다고 하는 것 역시 사랑의 열매가 중시한 경주최부자 정신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주최부자댁의 교훈에 대한 기업들과 방송 언론, 각 방면 학자들의 관심이 해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과 언론에서 다룬 경주최부자 관련 프로그램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고 학자들이 최부자댁을 주제로 낸 연구논문과 책도 늘어나고 있다. 내가 쓴, 경주최부자댁의 전범이라 할 만한 ‘The 큰 바보 경주최부자’를 인용한 사례도 많아지는데 그 이전에는 이런 내용으로 다룬 책이 없었기에 좋은 모범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나친 허구로 인해 일찍 방송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경주최부자댁 시조격인 정무공 최진립 장군과 실제 부자로 입신하기 시작한 최국선 공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명가’라는 드라마도 있었다. 공통점은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근간이 육훈(六訓)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육훈이 어느 시기에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최부자댁 종가에서 정식으로 전해져 오는 게 없다. 나는 이점을 집중적으로 탐구해 보기로 하고 하나씩 육훈이 두른 베일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2대 최동량 공이 가거십훈(家居十訓)을 남기신 것과 3대 최국선 공이 명화적의 난을 겪은 후 나눔을 시작했다는 집안의 내력으로 미루어 육훈은 최국선 공 이후에 하나씩 더해졌을 것이라는 추론을 내려 보았다. 나는 그 과정을 소설형식으로 하나씩 꿰맞추어 놓았는데 출간하게 되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것이다. 최부자댁 기록과 내려온 구전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부를 일으킨 최국선 공은 사옹원 참봉 벼슬을 버리고 낙향, 황무지를 개간하여 전답의 기본을 마련했다. 여기에 이앙법, 즉 모내기를 도입함으로써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부를 이루었을 때 뜻하지 않게 명화적을 만나 곡식을 빼앗긴 이후에는 크게 깨들은 바가 있어서 이때 장리쌀 내준 장부를 태워 버리고 단갈림, 다시 말해서 소출에 대한 반분작을 시작한다. 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스스로 구휼미를 내어 백성들을 구제한 일화가 있다. 그러나 최국선 공은 부자는 되었지만 천석 정도의 부를 이룬 것으로 집안에서는 추측했다. 이것은 최염 선생님의 말씀이니 조상님들의 이야기를 늘 들어온 선생님의 말씀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만석꾼이 된 분은 4대 최의기 공으로 짐작된다. 최의기 공은 최국선 공의 둘째 아들로 이때는 재산 상속이 장자(큰아들) 중심이 아니고 여식까지 포함해 자식들이 균등 상속받던 시기였다. 다시 말해 최국선 공의 재산은 자식들에게 분할된 결과 누구도 두각을 드러낸 부자가 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최의기 공이 다시 재산을 모아 만석꾼 소리를 되찾았으니 이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최염 선생님은 최의기 공 역시 2~3000석 정도의 재산을 이룬 것으로 짐작했다. 구체적인 수치 개념이 부족하던 시대, 천석꾼이나 만석꾼은 재산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대명사의 의미가 있고 당연히 그 기준에는 과장이 섞였을 것이다. 그러니 2~300석 정도만 되어도 천석꾼으로 흔치 않은 부자, 2~3000석을 이루면 만석꾼으로 과대포장되었을 법하다. 육훈의 출발은 최의기 공! 과객 맞이·사회 환원·가용으로 삼분, 구체적인 재산 사용법 시작 그런가 하면 최의기 공은 재산을 사용하는 방법들을 구체화 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즉 매년 수확하는 곡식 중 삼 분의 일은 빈민구제를 위해서 쓰고 삼 분의 일은 과객 맞이에 쓰고 나머지는 가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삼분법은 육훈과도 사뭇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육훈 중에 만석 이상 재산을 늘리지 말라는 말은 그 초과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는 말이다. 어쩌면 최의기 공은 벼슬하지 못한 대신 덕을 쌓는 한편 중앙이나 지방 관리들과의 교분을 쌓아 집안의 입지를 다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나 중앙 관원이나 지방의 관원들이 공무로 경주를 들리거나 지나칠 경우에는 경주 부에서 지은 정식 객사인 동경관(東京館)이 있어서 이곳에서 묵을 수 있었다. 그러나 관원도 아니고 공무로 여행 오는 것도 아닌 중앙의 관료 출신 양반들이나 세도께나 있는 인사들이 경주로 올 경우 마음 편히 묵을 수 있는 곳이 최부자댁 같은 부잣집 이외에 별달리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과객 맞이는 비단 최의기 공이 아니라도 조선 시대 이전의 우리나라 지역 유지들은 자연스럽게 감당해야 할 일종의 의무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편, 과객맞이를 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필요도 있다. 옛날에는 요즘 같은 숙박업이 전무할 때이므로 부자들뿐만 아니라 여염집에서도 과객맞이가 일상적이던 시절이었다. 길을 가다가 아무집이나 들러서 ‘이리 오너라’하고 들어가 재워주기를 청하면 그를 굳이 내쫓지 않았던 것이 우리 선조들의 미풍양속이었다. 그런 시대에 부자로 사는 사람들은 과객맞이를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다. 정무공 이후 최동량 공은 현감 벼슬을 지냈고 최국선 공은 음직으로 찬봉을 지냈지만 최의기 공은 벼슬을 살지 않았고 과거에 급제도 하지 못했으니 어떤 면에서는 공부보다 재산을 늘리는 데 집중했을 것이다. 나 최부자댁 과객 맞이에는 다른 부자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마지막 경주최부자인 최준 선생 대의 경주에는 이른바 4대 부자가 있었다. 정부자, 배부자, 이부자 그리고 최부자가 그들이었다. 그런데 당시 경주사람들 말에 ‘3대부자를 모두 더해도 최부자와 안 바꾼다’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다른 부자들에 비해 최부자댁이 받는 존경의 정도나 유명세가 다른 부자들보다 각별해서였을 것이다. 그것은 12대의 시간이 쌓은 전국의 인맥, 요즘 표현으로 네트워크의 다양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난 10일 김경주 씨가 페이스북에 황리단길 근처에서 팔고 있는 부처빵을 올렸다. 단순히 맛있고 쫄깃한 빵을 사먹어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 포스팅에 논쟁의 불꽃이 튀었다. 이유인즉 ‘어떻게 부처님 머리로 빵을 만들어 팔 수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부처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빵을 종교적으로 해석해 ‘어떻게 신성한 부처님 머리를 빵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느냐?’고 선을 긋는다. 하필 존엄한 부처님 얼굴을 빵으로 만들어 부처님을 조롱하느냐는 것이다. 이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반응 몇 가지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부처 얼굴을 뜯어 먹기가 좀....ㅋ” “헐..., 부처님을 먹다니 충격이네요” “부처님 머리를 씹어 먹다니...!” “이 아이템은 쫌...”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아주 몰상식한 놈...” 그런가 하면 은근히 정치와 타종교를 엮는 사람도 있다. “부처 얼굴로 빵을 만들어 먹는다? 이상하지 않나요? 윤빵을 만들지 차라리. 분명히 기독교인일 겁니다....” 상관없다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이 글에 11일 오후3시 현재 ‘좋아요’가 275개나 달렸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경주에 가면 사먹어 보겠다는 식이다. 김경주 씨는 특히 극렬히 반대하는 댓글에 몇 개의 답글을 달았다. 예를 들어 부처님 초콜렛이 판매 되고 있다는 점이나 이것을 만든 판매상이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출신이라는 답을 해놓은 것 등이다. 관점이 다르고 가치기준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인 만큼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 기발한 댓글도 눈에 띈다. 2개를 골라 보았다. “별사탕 사리 들어 있나?” “부처 핸섬” 기자도 “빵은 빵일 뿐이다”는 댓글 하나 붙였다가 극렬히 반대하는 분으로부터 ‘당신의 머리로 빵 만들어 팔면 좋겠냐?’는 말을 들었다. 물론 기자는 신났다고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까지 할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발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