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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 쥔 붓끝에 핀 봄 ‘어촌 마을의 예술 기적’

윤태희 시민 기자 1750호 입력 2026/10/15 15:22 수정 2026/10/15 15:26
감포 전촌리 ‘우리마을예술동아리’ 성과공유회·가을 나들이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 ‘우리마을예술동아리’는 지난 8일 경주문화관1918에서 행사를 마치고, 어르신들을 위한 가을 문화 나들이도 함께 진행했다. 윤태희 시민기자확대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 ‘우리마을예술동아리’는 지난 8일 경주문화관1918에서 행사를 마치고, 어르신들을 위한 가을 문화 나들이도 함께 진행했다. 윤태희 시민기자
평균 79세 어촌 마을 어르신 23명이 8주간 갈고닦은 작품과 자작시를 선보이는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 ‘우리마을예술동아리’는 지난 8일 경주문화관1918에서 행사를 마치고, 어르신들을 위한 가을 문화 나들이도 함께 진행했다.

거친 바닷바람 속에서 평생을 바다와 밭에 바쳐 온 어르신들의 얼굴에 여고 시절 같은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감포읍 전촌권역 어촌신활력증진사업(앵커조직)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행사는 지난 8일 경주문화관1918(구 경주역) 전시실에서 열렸다. 기획전 ‘전촌에 살아요’(6∼12일)와 연계한 자리에는 어르신들과 사업 담당자, 전문 예술강사, 경주문화재단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해 8주간 함께 빚어낸 결실을 나눴다.

성과공유회는 사업 소개와 경주문화재단 인사말, 강사진의 경과보고에 이어 소감 발표, 그림일기·시 낭독 순으로 따뜻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전시실 벽면에 걸린 자개 항아리와 천 아트, 손 거푸집 앞에 선 어르신들은 자신의 손때 묻은 작품을 바라보며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옥자 전촌1리 노인부회장은 “8주 동안 수업을 받으며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배웠다”며 강사진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추자 전촌2리 노인회장은 “작년 첫 전시보다 작품의 질이 훨씬 좋아져 깜짝 놀랐다”며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고 머리도 맑아지고 건강에도 도움이 돼 매일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손태 어르신은 “내가 만든 작은 조각 하나가 이웃들의 손길과 모여 훌륭한 작품이 된 것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어르신은 “선생님들을 안 만났으면 죽을 때까지 못 해봤을 것들을 다 해봤다”며 “팔십 평생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그저 고맙고 눈물이 날 만큼 좋다”고 말해 객석에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행사를 마친 어르신들은 인근에서 점심을 함께한 뒤 경주황금정원을 거닐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보문호수 인근 카페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이어 고향 바다의 역사를 품은 문무대왕해양문화역사관을 탐방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 나들이는 거동과 교통이 불편해 외출이 쉽지 않았던 어르신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 소풍이 됐다.

사업 관계자는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어촌 어르신들이 문화예술 창작의 당당한 주체로 서는 뜻깊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삶의 자부심을 느끼고 마을에 새로운 활력이 샘솟도록 다양한 주민 주도형 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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