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세계경주포럼’이 28개국 2500여 명의 참여 속에 막을 내렸다. ‘문화가 이끄는 공동번영과 공동성장’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포스트 APEC’ 협력으로 잇는 첫걸음이었다. 외교 무대의 열기는 정상회의가 끝나는 순간 식기 마련이다. 그 온기를 일상의 협력으로 옮겨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논의의 결도 눈여겨볼 만하다. 문화협력을 산업과 교역의 틀을 넘어 삶의 질과 사회적 결속의 관점에서 보자는 공감대가 모였고, AI 번역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문화적 맥락을 읽는 힘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술이 언어의 장벽을 낮출수록 이해의 깊이는 사람과 문화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한글·한복·한식 같은 경북의 문화자산을 글로벌 브랜드로 연결하는 구상, 600여 명의 청년과 청소년이 경주의 문화와 상권, 기후 문제를 풀어낼 아이디어를 내놓은 점도 고무적이다. 문화를 미래 세대와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현장에서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좋은 논의가 곧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국제회의의 역사는 후속 조치 없이 잊힌 선언으로 가득하다. 포럼이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매년 개최를 원칙으로 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일정과 예산이 불안정하면 국제 네트워크는 쌓이지 않는다. 둘째, 올해의 의제가 내년에 얼마나 진전됐는지 점검하는 후속 장치다. 그래야 포럼이 ‘말의 잔치’를 넘어 ‘성과의 플랫폼’이 된다. 셋째,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안정적인 역할 분담이다. 경주는 이 무대에 가장 어울리는 도시다. 신라 천년의 유산은 ‘문화가 이끄는 공동번영’이라는 의제에 설득력을 더한다. APEC이 경주를 세계에 알린 계기였다면, 문화 포럼은 경주가 세계에 말을 거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포럼을 세계 문화 의제를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경북도와 경주시의 다짐을 이제 구체적인 계획으로 증명할 때다. 첫발은 뗐다. 세계경주포럼이 상설 플랫폼으로 뿌리내릴 때, 경주의 APEC은 한 번의 행사가 아닌 지속되는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홈
오피니언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