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역사소설 『서라벌』을 쓴 권길상 작가다. 황룡사 9층 목탑 건립을 중심으로 선덕여왕과 김유신, 비담 등 역사 속 인물과 목수·장인들의 삶, 사랑과 갈등을 그린 『서라벌』이 경주신문을 통해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연재에 앞서 권 작가에게 작품을 쓰게 된 계기와 목수의 시선으로 바라본 신라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친구들은 저를 ‘권 대목’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 목수 일을 배웠고 지금도 목수 일을 부탁받으면 연장을 챙겨 즐겁게 달려갑니다. 나무를 만지고 집을 짓는 일이 저에게는 직업이라기보다 살아가는 즐거움에 가깝습니다.
건축 관련 책을 집필했고 수필가와 소설가로 등단했습니다. 이번에는 경주를 배경으로 한 장편역사소설 『서라벌』을 썼습니다. 목수이기 때문에 역사 속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서라벌』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전통 한옥을 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라의 목조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황룡사 9층 목탑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탑은 불타 사라졌지만 주춧돌과 관련 기록은 남아 있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목수인데, 그렇다면 소설로나마 황룡사 9층 목탑을 한번 세워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라벌』은 탑을 세우려는 선덕여왕의 뜻과 집념, 실제로 탑을 만들어야 했던 목수와 장인들의 삶,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담은 작품입니다. 결국 거대한 탑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그 탑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주요 인물과 이야기를 소개한다면?
주인공 비목랑은 신라 대목장의 아들입니다. 백제의 목수 아비지에게 목조기술을 배우면서 그의 딸 연지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이후 신라로 돌아와 김유신이 이끌던 용화향도에서 활동하며 덕만과 인연을 맺고, 덕만이 선덕여왕이 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기에 황룡사 9층 목탑 건립을 둘러싼 비담과 귀족세력의 갈등이 더해집니다. 탑을 세우려는 사람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맞서고, 그 사이에서 사랑과 우정·배신과 충성이 얽힙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황룡사 9층 목탑입니다. 저는 이 탑이 단순히 높은 건축물이 아니라 당시 신라인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주는 상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목수의 입장에서 탑의 구조를 상상했습니다. 심주(탑의 진동을 조절하거나 중심을 지지하는 핵심 구조 요소)를 중심으로 한 구조와 그 안에 담겼을 불교적 세계관 등을 소설에 녹였습니다. 특히 후반부 심주를 세우는 장면에는 목수로 살아오며 생각했던 건축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습니다.
문화유산을 보면 완성된 모습보다 그것을 만든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 ‘누가 나무를 베고 다듬었을까, 누가 돌을 날랐을까, 그 사람들의 삶은 어땠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라벌』에서도 왕과 장군뿐만 아니라 목수와 장인, 백성들의 삶을 함께 그리고 싶었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의 경계는 어떻게 설정했습니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기록에 없는 부분은 소설적으로 상상했습니다. 첨성대와 경주의 여러 유적을 바라보면서 당시 신라인들이 하늘과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했을지도 그려봤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을 역사적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역사소설의 매력이 기록에 남은 사실을 따라가면서도 기록과 기록 사이의 빈 공간을 상상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주신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소설은 결국 독자가 완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라벌』의 사랑 이야기나 인물 관계도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역사에서 출발한 소설적 상상입니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과연 그랬을까?’ 하고 자신만의 상상을 더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경주신문 연재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황룡사 9층 목탑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하나쯤 가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것 같습니다.
비목랑과 연지, 덕만의 사랑은 어떻게 흘러갈지, 황룡사 9층 목탑은 어떻게 완성될지, 비담의 난은 어떤 결말을 맞을지도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역사 속 사람들과 함께 웃고 사랑하고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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