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공시한 2024년 결산자료인 「개최한 모든 행사·축제 현황」에는 106개 행사가 수록돼 있다. 이는 경주 전체의 실제 행사 개최 건수가 106건이라는 뜻은 아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같은 해 개최된 213건의 행사, 경주문화재단의 연간 100~130회의 공연 등을 포함해 대학·연구기관, 교육기관, 민간단체의 행사까지 포괄하는 도시 전체의 행사 총량은 확인된 자료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일부 중복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수백 건 규모의 행사가 열리는 도시라는 점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행사가 풍성하다는 인상과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 사이에 간극이 크다.
행사가 열리는 것과 시민이 그 소식을 알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개행사의 안내가 주최기관과 기존 참여자의 연락망 안에서 주로 유통된다면 ‘아는 사람만 알고 참석하는 행사’가 되기 쉽다. 성황리에 개최되었다는 행사 후의 보도는 행사 전에 참여 기회를 알리는 일과 다르다. 객석이 찼다는 사실만으로 기회가 고르게 돌아갔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참석하지 않은 시민까지 포함해 행사 인지도와 정보 획득 경로를 조사하고, 참여를 가로막는 시간·교통·신청상의 어려움도 살펴야 한다.
평가 역시 실시 여부를 넘어 활용을 따져야 한다. 그동안 이뤄진 행사평가와 기관평가의 노력은 인정하되, 기관 전체의 평가와 개별 행사의 성과를 구분해 살펴야 한다. 개별 행사에서 무엇이 부족했고 어떻게 개선됐으며 그 결과가 다음 해 예산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성과가 부족해도 ‘지난해 했으니 올해도 한다’는 이유로 예산이 이어진다면, 세금은 관행을 유지하는 비용이 될 수 있다. 반복 개최 자체보다 반복할 이유와 개선의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체계적인 ‘경주 행사 통합사이트’를 구축하자. 공공재원이 투입된 행사부터 실제 날짜·시간·장소·회차·비용을 정리하고, 출연기관·대학·연구기관·민간의 정보를 연계해야 한다. MICE·문화·학술·교육·체육·축제의 분류 기준을 세우되, 복합행사는 주요 유형과 부대 프로그램을 구분해 중복 집계를 막아야 한다.
둘째, 통합 캘린더를 시민의 참여 창구로 만들자. 일정과 장소뿐 아니라 참여 대상, 신청 방법, 참가비, 교통·장애인 접근성 정보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일정이 확정된 공개행사는 개최 30일 전 안내를 목표로 하고, 사전 신청이 필요한 행사는 신청 전에 충분한 안내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읍면동·학교·대학·도서관의 안내망을 연결하고, 직장인의 참여 시간과 읍면지역 주민의 이동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행사 일정이 겹칠 때는 장소와 관객층을 살펴 조정하고, 연계가 가능한 행사는 공동 홍보와 이동 동선을 마련할 수 있다. 홍보의 성과도 게시물 수를 넘어 시민 인지도와 신규 참여자의 비율로 확인해야 한다.
셋째, 목적에 맞는 평가를 다음 해 예산 결정에 연결하자. MICE는 외지 참가자의 숙박과 지역 소비, 문화행사는 향유 기회와 콘텐츠의 질, 학술행사는 지식 공유와 후속 협력, 교육은 학습 성과를 살펴야 한다. 복지·전통문화 행사는 수익성이나 관람객 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참여 인원과 경제적 효과는 산정 방법까지 공개해 과장이나 중복 집계를 줄여야 한다. 행사별 비용과 참여 실적, 평가·개선사항을 담은 연례 ‘행사 백서’를 발간하고, 지속·개선·공동운영·통합·축소·종료의 결정과 그 이유를 공개하자. 평가 결과가 예산 증감과 사업 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설명하고, 개선이 필요한 행사를 계속 지원한다면 개선 조건과 이행 여부를 밝혀야 한다.
경주가 지향할 문화도시는 시민이 행사 소식을 제때 알고 참여하며, 그 결과를 함께 판단하는 도시다. 좋은 행사는 더 키우고 성과가 부족한 행사는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시민 참여 기회의 공정성과 재정 운영의 책임성을 높일 때, 행사도시의 활력은 문화도시의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도시의 품격은 행사의 수뿐 아니라 시민에게 돌아온 기회와 지역에 남겨진 성과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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