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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품위를 지키는 그날이 오기를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49호 입력 2026/10/08 10:18 수정 2026/10/08 10:20
경주 아주망 고람수다[105]

이승미 경주 아주망확대
이승미 경주 아주망
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있었다. 우리나라 구기 종목들이 다들 일본과 결승전을 하게 되면서 아줌마도 아시안게임에 뒤늦게 발동이 걸렸다.

예전에는 금메달 순위도 나오고 해서 나라별 경쟁 구도가 꽤 뚜렷했다. 그런데 나라가 발전하면서 그런 경쟁을 앞세우는 것이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올림픽에서 먼저 사라지더니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 순위를 예전처럼 강조하지 않게 되었다.

아줌마는 연식이 50년이 넘은 사람이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발전상은 가히 혁명적이다. 나라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시절에는 스포츠에서라도 다른 나라를 이기는 것이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었다. 나라에서, 언론에서 그런 분위기를 몰아갔다고 해도 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한국이 그렇게 아시안게임에서도 라이벌이었다.

그러더니 1980년대 말 우리나라에 해외여행 자유화 시대가 열렸다.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걱정하던 나라에서 우리 국민들이 자유롭게 해외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혹시 아는가? 그 시절 우리나라 해외여행객들의 추태를 말이다.

목소리를 높여 일행을 찾고, 공공장소에서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는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준을 두고 ‘꼴불견’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여행 에티켓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방송에서는 각종 공공규범을 지키자는 공익광고를 꾸준히 내보냈다.

대한민국에도 자성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의 공공의식도 차츰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중국 관광객들의 공중 에티켓 문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아줌마의 고향 제주도에서는 그 정도가 조금 심해 보인다.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이 사진으로 올라오는가 하면 공중화장실에서 발을 씻거나 몸을 씻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인들끼리 다툼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했다는 기사까지 접한다.

서울은 또 어떤가. 경복궁에서 담배나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논란이 되고, 문화재를 함부로 만지거나 훼손하는 행동도 문제가 된다. 최근에는 한푸나 중국 황제의 복식을 입고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눈에 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과거가 겹쳐 보일 때가 있다.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그 속도를 시민의식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던 시절 말이다.

그런데 중국을 알아갈수록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만은 아닌 것 같은 이상한 기류도 발견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한국 문화와 역사를 바라보는 일부 중국인들의 시선이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공자다. 한국 사람들이 중국의 고대 사상가인 공자를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는 이야기가 중국 인터넷에서 돌아다닌다고 한다.

이해가 되는가?

한국 사람들은 유학을 국가의 근본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부터 공자를 추앙했고, 지금도 성균관 문묘에 공자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들이 공자를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공자의 학문과 공덕을 기리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오히려 한국이 중국의 것을 훔치려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동북공정이나 한푸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문화는 중국에서 유래했으니 결국 한국의 것은 중국의 것이라는 식이다.

한푸를 둘러싼 모습도 흥미롭다. 중국의 젊은 세대에서는 한푸를 중국의 전통복식이라며 입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나이 든 중국인들에게는 낯선 옷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안타까운 역사다. 수많은 문화유산과 전통이 훼손되고 단절되는 시간을 겪었다. 그렇다고 그 단절된 역사와 전통의 빈자리를 다른 나라의 문화에서 찾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전통 매듭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우리 전통 매듭을 두고 중국의 매듭을 흉내 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브랜드와 우리나라 매듭 장인에게까지 비난이 쏟아졌다.

우리 장인이 중국에 가서 매듭 기술을 배워놓고 자기네 것인 양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우리 장인은 중국에 가서 매듭을 배운 이력이 없었고, 집안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매듭 기술을 계승한 사람이었다. 그 전통과 기술을 인정해 명품 브랜드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한 것이었다.

중국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도 그랬다. 경제가 먼저 성장했고 그 뒤를 시민의식이 쫓아갔다. 해외에 나가 꼴불견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공공질서를 지키자는 광고를 보면서 하나씩 배워갔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국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제의 크기가 곧 문화의 크기는 아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세울 수는 없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대국이다.

이제 그 크기에 걸맞게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자신의 역사와 문화도 당당하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품위를 지키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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