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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준비된 자에게만 곁을 내준다

경주신문 기자 gjnews21@hanmail.net 1749호 입력 2026/10/08 10:16 수정 2026/10/08 10:18

가을 산은 유혹적이다. 붉고 노랗게 물든 능선은 일상에 지친 이들을 자연스레 배낭을 메게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풍경 한편에서 우리는 해마다 같은 소식을 듣는다. 아름다움을 좇아 오른 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 산악사고 2779건 가운데 562건, 20.2%가 10월과 11월에 몰렸다. 일교차는 커지고 해는 짧아지는 가을의 속성이 위험을 키운 탓이다. 낮의 포근함만 믿고 가볍게 나섰다가 해 질 무렵 어둠과 추위 앞에 놓이는 일이 드물지 않다.

원인은 더욱 안타깝다. 대부분 실족과 추락, 조난 같은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19일 포항 동대산 비룡폭포 인근에서 산행하던 60대 남성이 2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이튿날 청송에서는 약초를 캐러 간 60대 남성이 조난 끝에 숨진 채 발견됐다. 불가항력의 재난이 아니라 조금만 더 살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일 우리의 일일 수 있다.

소방본부가 제시한 수칙은 평범하다. 기상예보 확인, 음주 산행 금지, 오후 4시 이전 하산, 여벌 옷과 손전등, 보조배터리 준비, 2인 이상 동행, 지정 등산로 이용이다. 그러나 안전은 평범한 원칙을 얼마나 성실히 지키느냐에서 갈린다. 보조배터리 하나가 구조 요청의 마지막 수단이 되고, 동행 한 사람이 위급한 순간의 생명줄이 된다. 특히 고령 산행객일수록 자신의 체력을 냉정하게 헤아려야 한다. 지자체와 관계기관의 몫도 크다. 위험 구간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위치 표지판을 보완하며 안전 홍보를 촘촘히 해야 한다. 지정 등산로를 벗어난 산행을 줄이려면 이용하기 편한 길을 만드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단풍은 짧고 산은 오래 그 자리에 있다. 출발 전 날씨를 한 번 더 확인하고 해가 기울기 전에 내려오는 것, 그 사소한 절제가 가을 산의 가장 값진 풍경을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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