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서 약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내놓았다.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5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은 저성장과 인구 절벽 앞에서 국가가 전략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제는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다. 경북 22개 시·군 단체장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 대목이다. 경상북도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달 21일 입장문에서 “지방재정의 자율성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며 법정 지방교부세를 우선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기금 재원 적립 방식이 적용되면 내년 보통교부세는 전국에서 약 30조5000억원, 경북 22개 시·군에서만 약 4조5000억원 줄어든다는 것이 협의회의 추계다. 지방이 느끼는 위기감을 엄살로 치부할 수는 없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춰 스스로 쓰는 일반재원으로, 지방자치의 실질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이 재원이 줄면 필수 행정서비스가 흔들리고 부족분은 지방채로 메울 수밖에 없다. 인구감소와 부동산 침체라는 이중고에 놓인 비수도권 기초지자체에는 더욱 가혹하다. 2023~2024년 세수 결손의 여파를 감내해 온 지방에 또다시 희생을 요구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정부가 기금 안에 두겠다는 15조3000억원 규모의 ‘지방계정’ 역시 대안이 되기 어렵다. 목적과 기준을 중앙이 정하는 재원은 이름만 ‘지방’일 뿐 지방의 것이 아니다. 여건이 판이한 22개 시·군에 획일적 잣대를 들이대면 현장의 수요와 어긋나기 마련이다.
물론 지방도 재정 운용의 책임성과 투명성으로 신뢰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정부와 국회는 협의회의 세 가지 요구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법정 교부 재원의 우선 보장과 기금 재설계, 제도 개편 전 지방정부와의 충분한 협의·동의, 지방 재원을 분리한 ‘지방발전기금’ 마련이 그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지방의 현재를 담보로 잡아서는 지속될 수 없다. 기금의 취지가 옳다면 설계 또한 옳아야 한다. 정부는 지방의 우려에 귀 기울여 상생의 해법을 찾기 바란다.



홈
오피니언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