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소방본부가 내놓은 통계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올해 7월까지 농기계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이가 309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열에 아홉이 60대 이상 고령 농업인이라는 사실은 농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운기 사고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오래된 기계, 무뎌진 반사신경, 그리고 “지금까지 괜찮았다”는 익숙함이 겹쳐지면서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농기계 사고가 유독 치명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운전자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구조 탓에 전복이나 추락이 곧바로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경사로와 좁은 농로, 배수로 주변처럼 지형적 위험이 도사린 공간에서 방심은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이번 여름 구미와 경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고 역시 산길과 배수로라는, 농촌에서는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마음 아프다.
물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의 여건상 안전사고를 완전히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통계가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조작 미숙과 기계 노후화, 음주·과속 같은 안전수칙 미준수가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이상, 예방은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작업 전후 점검, 반사판과 등화장치 확인, 보호장구 착용처럼 사소해 보이는 습관들이 실제로는 생명을 가르는 경계선이 될 수 있다.
지자체와 소방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캠페인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고령 농업인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과 노후 농기계 점검 지원, 위험 구간에 대한 안전시설 확충 등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인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다. 평생 다뤄온 기계라는 익숙함이 오히려 방심을 부른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농기계 사용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이번 통계의 경고를 허투루 넘기지 말아야 한다. 안전수칙 준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오늘 하루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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