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불국사역에서 왔다는 한 관객은 “주말 공연이 없으면 늦은 막차 때문에 관람이 어렵다”며 불편을 털어놨다. 보통 막차가 밤 9시 40분인데 비해 평일 저녁 공연 시작은 7시 30분이다. 기자 역시 몇 해 전까진 있던 토요일 공연이 왜 사라졌는지 궁금해졌다.
경주시에 물었다. 돌아온 설명은 세 가지였다. 첫째, 평일과 주말 관객 수 차이가 크지 않다. 둘째, 주말 공연을 하면 초과근무수당이 발생해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셋째, 예산 대비 효율성이 낮다. 그럴 듯 했다. 하지만 객석이 느끼는 불편, 배우가 느끼는 허탈감이 거기엔 없었다.
단원에게 물었다. 반면 그들은 수당 없이도 무대에 서겠다고 했다. 현실성 없는 감정론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난 예술가 입장에서 이해됐다. 그렇게 시와 극단의 시선 차이가 분명했음을 인지했다.
이에 전주시립극단은 다른 답을 줬다. “주말에 공연이 없으면 관객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주는 금·토·일 공연을 기본으로 하고, 학교·복지관 등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관객 저변을 넓힌다. 문제의 핵심은 예산이 아니라 운영 방식이었다.
이후 기자는 시, 시의회, 단원, 노조, 관객, 타 문화예술단체, 전문가까지 이야기를 차례로 들었다. 각자 위치는 달랐지만 지역에서 연극이 지속되길 원한다는 점만큼은 같았다. 결국 기사는 세편으로 이어졌고, 기사가 홈페이지와 지면으로 게재될 때마다 관계자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연락을 받았다.
변화의 신호는 8월에 나타났다. 오는 11월에 진행되는 정기공연 ‘리어왕, 다시 부르다’ 객원 배우 오디션 공고를 SNS를 통해 확인했다. 전원 상임제로 운영되던 극단이 외부 배우에게 문을 열었다. 공연 일정도 11월 20~22일 목·금·토 3회로 확정됐고, 객원 배우 인건비는 시 예산 협조로 충당된다고 했다. 계산서에도 숨통이 트인 셈이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남은 과제가 분명하다. 단무장·기획실장 부재로 공연과 행정이 뒤엉킨 구조, 손에 잡히지 않는 관객 데이터, 구두로만 오가다 기록으로 남지 않는 노사 소통, 대중교통(막차)과 같은 생활밀착형 접근성 등 무엇을 어떻게 고칠지 이제는 함께 고민하고, 책임 있는 언어로 내놓아야 한다.
단원들에게도 과제가 있다. 새로운 고용 형태가 들어오면 내부 경쟁과 역할 조정은 피하기 어렵다. 관객을 향한 태도, 무대 밖에서의 전문성까지 포함해 유연한 구조 속에서 각자의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솔직히 공연을 토요일 한 번 더 연다고 체질이 바뀌진 않는다. 예산 몇 줄 옮기는 걸 개편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시와 극단, 시민이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누가 어떻게 이행하는지 그 기록이 다음 논쟁의 출발점이 되어야한다.
11월 화랑홀 무대가 첫 시험대다. 이번 변화가 에피소드로 끝날지, 구조로 굳어질지 그날 객석과 백스테이지가 말해줄 것이다.
작은 톱니는 돌기 시작했다. 이제 큰 톱니를 움직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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