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학교를 새로 지으면서도 학생 수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도시다. 신경주역세권 개발에 맞춰 추진 중인 (가칭)화천초는 학생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로 계획됐지만 내년 예상 학생 수는 190명에 불과하다. 개교를 앞두고 빈 교실 걱정부터 나오는 이유다. 경주교육지원청도 학생 부족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초·중 통합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구체적인 대응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 현실은 비단 화천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용황지구는 학부모들의 중학교 신설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용황지구 내 황남초는 학생수 1500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가까운 중학교가 없어 학생들이 먼 거리로 통학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세대 수 부족을 이유로 학교 신설에 소극적이다. 현실적으로도 이해가 간다. 지역 출생아 수는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앞으로 입학생 수는 더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학교를 마냥 지을 수도 없다. 대안으로 기존 학교의 통합과 이전이 거론되고 있다. 학교가 인접한 신라중학교와 서라벌여중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두 학교 중 한 곳을 용황지구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교육청도 새로운 학교 신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 밝히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민과 동창회, 학부모 등의 동의를 구하는데 교육청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이전을 위해 나서야할 국회의원이나 도의원, 시의원 누구하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주민 반발과 동창회 반발에 누구도 책임지고 나서지 않는 것이다. 결국 시간만 흘러간다. 그 사이 학생 수는 더 줄고 비효율적인 학교 운영은 고착화되고 말 것이다. 학교를 인구 변화에 맞춰 학교를 새롭게 설계하고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학교를 지어두고 ‘혹시 늘어날지도 모를 학생’만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해답이 없다. 통합학교와 학교 이전 문제는 갈등이 아닌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미래를 위해 정치권과 학부모, 동창회 등 모두가 나서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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