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 28일 월정교 남천에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얼음썰매를 즐기고 있다.
경주시가 2023년도 국비 8321억원, 도비 1782억원 등 국·도비 예산 1조103억원을 확보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은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주시가 본예산 2조원 시대를 앞두고 국·도비 확보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동해남부선 등 대형 SOC사업이 마무리돼 지난해 대비 700억원의 예산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국·도비 확보액은 오히려 1373억원(15.7%) 증가해 주목된다. 확보한 국·도비는 지역교통 및 물류 등 SOC분야에서 △매전∼건천간 국도개량 119억원 △양남~감포간 국도2차로 개량 122억원 △상구∼효현 국도대체우회도로 257억원 △외동 녹동~문산간 국도확장 11억원 △강동∼안강간 국지도 건설 2억원 등이다. 또 신성장산업 육성과 경주의 미래발전을 견인할 산업·중소기업 분야는 △혁신원자력 연구개발 기반 조성 454억원 △전기이륜차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 54억원 △탄소 소재부품 리사이클링 기반구축사업 33억원 등이 편성됐다. 특히 문화관광분야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 정비사업 200억원 △신라왕경 타임머신 플랫폼 구축 90억원 △문무대왕해양 역사관건립 27억원 △라원조성 20억원 △경주하이코 증축 30억원 △최시형선생 생가복원 설계용역비 5000만원 등이 반영됐다. 농림해양수산 분야는 △농촌중심지활성화 38억원 △연안정비사업 20억원 △감포항 태풍피해 복구 66억원 △귀농귀촌 웰컴하우스 조성 35억원 등이 포함됐다. 또 환경·교통 분야는 △황남 공영주차장 조성 10억원 △상수도 비상공급망구축 17억원 △도시바람숲길 조성 30억원 △기초생활거점 조성 26억원 등이다. 특히 국회 마지막 심의과정에서 예결위와 기재부를 설득한 결과 △혁신원자력 연구개발 기반조성사업 100억원 △외동∼울산 농소간 국도건설 26억원 △양남∼감포간 국도건설 22억원 △건천∼매전간 국도개량 14억원 등 9개 사업에 197억원 증액됐다. 이중 △국립 선부 해양역사 기념공원 조성 10억원 △SMR 단지 연계 감포 해양레저복합단지 조성 10억원 △경주 서천지구 하수도 정비 5억원 등 신규 사업도 상당수 포함돼 경주시가 추진 중인 미래전략사업이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성과는 경주시와 경북도, 김석기 국회의원 간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이철우 도지사는 경주 주요 대규모 전략사업을 경북도의 중점사업으로 적극 지원했고, 김석기 국회의원도 국회 예산심의 과정과 중앙부처별 세부사업까지 모두 챙겼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발전을 앞당기기 위한 국·도비를 확보해 보람이 크다”며 “경주 발전의 큰 전환점이고 소중한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는 정부 각 부처와 경북도가 주관하는 공모사업에 올해만 산업단지 대개조 3322억원 등 64건, 총사업비 5035억원(국비 2719억원)이 선정·지정됐다. 역대 최대 규모 공모사업 실적으로 향후 국가지원 예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를 치르는 각 조합에서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들이 나오고 있다. 내년 3월 8일 제3회 조합장선거에서 경주는 총 13개 조합 중 12개 조합이 선거를 치르게 된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 경주농협은 지난 5월 31일 천북농협과 합병해 조합장 선거가 2년 유예됐다. 지금까지 각 선거를 치르는 각 조합에서 물망에 오른 인물들은 총 24명. 지난 제2회 조합장선거에 35명이 입후보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인원이 이번 조합장 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초선 조합장 7명의 재선 도전이 예상돼, 재선까지 무난하게 당선되는 지역의 선거 풍토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조합장 단독 출마 예상 조합 현직 조합장의 단독 출마가 예상되는 조합은 5곳이다. △강동농협 이종해 조합장 △경주시산림조합 신용덕 조합장 △경주축협 하상욱 조합장 △동경주농협 김재호 조합장 △현곡농협 이종권 조합장 등으로 큰 변수가 없는 한 무투표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4개 조합 이파전 예상 4개 조합이 현직 조합장과의 양자 대결구도가 예상된다. 먼저 경주시수협에서는 재선에 도전하는 이영웅 현 조합장과 전철호 전 조합장이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내남농협 또한 재선을 원하는 이연우 현 조합장과 공무원 퇴직 후 조합장에 도전하는 박재오 전 경주시 농업유통과장이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50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던 불국사농협은 김영도 현 조합장과 박도훈 전 불국사농협 이사의 재대결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양남농협도 백민석 현 조합장과 지난 선거에 출마해 60표 차이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서대길 전 양남농협 대의원이 다시금 승부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3명 이상 출마 예상, 3개 조합 신경주농협, 안강농협, 외동농협에서는 3명 이상이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경주농협에서는 김병철 현 조합장과 장동호 전 시의원, 그리고 지난 선거에 출마했었던 김후봉 전 신경주농협 이사의 출마가 예상된다. 안강농협은 최덕병 현 조합장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정운락 전 안강농협 조합장, 권용환 전 경주한농연 회장, 이상철 전 안강새마을금고 이사장 등 4명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현직 조합장 불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는 외동농협에서도 4명의 출마가 예상된다. 이원부 전 외동농협 연안지점장과 이채철 전 외동농협 감사, 이이환 경주시농어업회의소 회장, 이완천 외동농협 대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편,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2023년 3월 8일 치러지며, 후보자등록 신청은 2월 21일부터 22일 양일간 진행된다.
‘2023 계묘년 새해맞이-제야의 종 타종식’이 31일 밤 11시 신라대종 일대에서 개최된다.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야의 종 타종식’은 성덕대왕신종을 재현한 신라대종이 완공된 해인 2017년부터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에 중단, 2021년에는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경주시민들과 함께하는..
내년 3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출마가 예상되는 당권 주자들이 경주시 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모였다. 당 대표 경선이 당원 투표 100%로 지난 5일 결정돼 지역 당원들의 결정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여준기 당선인은 22일 치러진 민선 제2대 경주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207표 중 134표를 얻어 73표를 얻은 최대락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화랑마을에서 실시한 이번 선거에서는 각 읍·면·동 체육회 및 종목단체 관계자 등 총선거인 216명 중 207명이 투표해 95.8%의 높은 투..
나무, 형태의 재구측 완벽한 구, 혹은 사각형의 형태보다 다각형이라는 불안정한 형태의 도형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구면에 가까운 형태로 만든 다면체인 지오데식 돔에서 착안해 작품을 제작했다. 차가운 다각형 형태이지만 결이 강조된 나무를 소재로 관람자들에게 편안함과 따스함을 전하고 싶다.
최근 남해축산농협·동경주농협·합천농협·제주사라신협에서 고금리 적금 특판 금융상품을 비대면으로 판매했다가 해지를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해 조합들의 신뢰가 흔들렸다. 동경주농협의 경우, 지난달 25일 연 8.2% 적금 특판을 진행했고 목표치 100억원의 무려 90배인 9000억원이 계약됐다. 이에 동경주농협은 계약고객들에게 해지를 읍소하기에 이르렀고 해지호소 문자 발송일인 12월 7일부터 15일까지 해지한 고객들에게 약정이자를 지급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힘썼다. 동경주농협에 따르면 고객들의 배려로 경영 정상화가 가능한 만큼 해지가 이뤄져 당초 파산을 염두해야 할 위기를 넘겼고 조합원들의 피해 또한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 사태는 지역조합들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활성화, 한도 미설정 등의 실수로 야기됐다. 기본적으로 조합의 잘못이 맞다. 하지만 조합의 잘못으로만 따지기에는 아쉬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 중앙회에서 시중은행과 같은 검증 절차 시스템을 사전에 마련해뒀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조심스러운 예상이다. 시중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시 각종 복잡한 검증 절차를 거치게 돼 사고 발생률이 극히 적을뿐더러 만에 하나 발생하더라도 긴급하게 전산을 멈출 수 있는 이른바 ‘비상키’를 가지고 있다. 반면, 지역조합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은 급하게 상호금융중앙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중앙회 차원의 재발 방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주요 골자로 하는 개선안이 나왔다. 뒤늦은 대책이지만 차후 동일한 사태가 발생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동경주농협만이 아니라 지역의 각 조합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합들이 잘 운영된다면 지역민들로부터 신뢰와 환영을 받지만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불신은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 지역조합은 지역민과 함께 살아간다. 이를 명심하고 작은 금융거래에도 신중하고 또 신중을 기해 신뢰를 잃지 않는 경주지역 조합들이 되길 바란다.
동해남부선·중앙선 폐선에 따른 폐철도 활용사업과 관련 도심 외곽 철도부지 인근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재필 경주시의회 의원은 지난 20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역 내 몇몇 사례를 들며 경주시가 폐철도 활용사업에 주민안전을 위한 사업을 서둘러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그 사례로는 78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석장동 부엉마을을 들었다. 이곳 마을을 지나는 철도는 1918년 개설되면서 통로박스나 철교가 설치됐는데, 소형 펌프차나 중형급 소방차 정도만 진·출입이 가능해 재해발생 시 인적·물적 피해가 상당히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또 배반동 하강선길, 안강읍 안현로 등에도 재난발생 시 진·출입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했다. 지적의 핵심은 폐철도 활용사업과 관련해 경주시가 도심을 제외한 교외지역은 소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철도 활용방안을 도심형과 교외형으로 구분한다면 도심형에 비해 교외형은 활용방안 사업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 예산조차 수반되지 않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폐철도·폐역사 활용까지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소유권과 관리권을 갖고 있는 국가철도공단 등과의 협의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경주시는 국가철도공단에 폐철도 구조물 철거와 주변정비를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황오지하차도 평면화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는 등 숱한 노력도 있어왔다. 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안전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철도가 운영돼왔던 오랜 세월동안 인내하며 지내왔던 주민들의 고충을 고려한다면 폐철도 활용사업의 우선순위에 올라야 마땅하다. 지금부터라도 재해 상황 발생 시 폐철도와 시설로 인한 긴급차량 진·출입이 어려운 곳이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예산을 반영해 개선해주길 바란다.
고향 경주에서 초·중학교를 보내고 성장하던 시절인 한국의 70년대 초반은 급격한 산업화가 있었다. 이로 인해 다수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는 이촌향도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상당한 지방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2021년 기준으로 대구를 포함하는 경상북도의 인구가 515만명으로 전국 인구의 10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분단 이전에는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였었다. 당시 라디오에서 중계하던 전국체전에서 인구도 많고 도세가 컸었던 경상북도가 의당 1위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비슷하게 고교야구가 인기 있었던 시절엔 대구상고와 경북고가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맞붙기도 했다. 프로야구가 태동하는 시기는 어쩌면 대구 경북 야구가 전성기를 막 넘긴 시점이었다. 가히 초창기 삼성라이온즈가 만년 2위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대구 경북 출신의 유명 야구선수들의 전성기는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의 실업야구에서다. 특히 그 실업야구 팀에 국군체육부대 산하 야구단으로 육군경리단이라는 팀이 있었다. 지금은 상무야구단으로 이름이 바뀌어 프로야구 퓨쳐스리그에 참가한다. 육군경리단이 70년대 후반 실업야구를 주름잡던 일도 동시에 기억난다. 야구팀으로 기억된 이 경리단은 대한민국 국군의 부대로 국군의 재정을 관리하는 부대라고 한다. 훗날 3군의 경리단이 통합하면서 국군재정관리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제 야구도 부대명칭도 잊혀졌지만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이 유행하고 있다. 옛 경리단 부대가 위치해 있는 길이라는 뜻에서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녹사평역이 근처에 있고 이태원동에 속한 지역이다. 경리단이 유명해진 것은 온 국민의 걷기 열풍과 더불어 올레길이 유행한 이후다. 상가와 카페가 겸한 골목이 유행하면서 경리단길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 길은 용산 미군기지와 가까워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2000년 초까지만 해도 그냥 외국인이 좀 돌아다니는 소박한 주택가였다. 그러다가 평택으로 미군기지 이전이 진행되면서 급속도로 식당이나 술집 같은 가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식당보다는 분위기 좋은 술집이나 카페가 많아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찾아오며, 좁은 길을 중심으로 주택들이 가게로 개조되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호황이던 이 길이 코로나 이후 완전히 침체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 할로윈 축제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이태원참사에는 경리단길의 이러한 분위기도 맞물려 있다. 경주에 황리단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성장하던 시기엔 들어보지 못한 길이라 의아했다. 황리단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여 찾아보니 황남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으로 만들어졌단다. 심지어 이 경리단길에서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이 파생된 길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이 경리단길은 쇠락했다. 이 경리단길에서 유래한 무슨무슨 ~리단 길이 수십 개가 되는데 대부분 실패하고 성공한 것이 전주의 객리단길과 우리 경주의 황리단길이라고 하니 황송할 따름이다. 성공여부를 떠나 이런 길이 우후죽순 생긴 자체로 서울을 모방하는 지방의 시대라 할 수 있다. 80년대 전국의 로데오 거리가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것과 흡사하다. 제주에서 시작된 올레길이 전국적인 ~~레길로 유행한 것도 결국 향유의 주체가 서울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트렌드다. 이런 길의 활성화는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문화적 힘도 상대적으로 커진 반증일 것이다. 특히 ~~길의 내면에는 종전에 가졌던 영어와 외국어 콤플렉스를 벗어난 것이 한결 좋아 보인다. 거기다 번지 중심에서 길 중심으로 주소를 바꾸면서 ‘~~로’이던 길이 ~~길로 바뀐 것은 한글과 우리말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트렌드로 보여 더욱 좋다. 그러나 황리단길은 서울 문화를 단순히 이름만 차용해 썼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런 차원에서 기왕이면 사고방식과 문화도 서울 중심에서 경주 중심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물론 사소한 명칭이라도 그것의 중심은 소비자와 이용자인 것이 당연하지만 경주 문화를 향유하는 시민들의 자부심과 외부인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는 명칭이라 단언한다. 이왕이면 경주 황리단길이 대릉원길과 포석정길이 되어 전국의 길을 선도했으면 싶은 마음이다. 그 길에 들어 있는 콘텐츠도 조금씩 경주만의 것으로 차별화되고 다듬어져 갔으면 싶다.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요구에 부응하고 최적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시민과 협력하며 시민의 잠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지방정부)를 개혁하고 재설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한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국가, 시민사회, 시장을 공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힘을 한데 모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의 민과 관의 ‘명령-반응 관계’를 양자의 ‘상호작용 관계’로 대체시키는 거버넌스(협치) 구조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거버넌스는 시민 행동주의(civic activism)를 낳으며 과거의 능률적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한 참여 민주주의로 전환시켜 줄 수 있다. 국제적·국가적·지방적 차원의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 세계 각국의 NGO들은 지속불가능성에 대한 대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과 실천, 인권 옹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지자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한다. 따라서 정부(지자체)가 이들과 손을 잡으면 복잡한 사회문제의 민주적·능률적 해결에 유리하다. 지역사회 거버넌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고, 내용 면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거버넌스 체제에서 시민은 ‘수동적인 고객’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정보교환과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시민사회 단체들(CSOs: Civil Society Organizations)의 참여와 공동실행은 거버넌스를 통해 논의된 의제와 녹색 정책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버넌스 실천의 경험을 통해 시장(기업) 주도형, 정부 주도형과 달리 시민사회 주도형 거버넌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CSOs의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적 조직에서는 행위자 간의 상호 의존도가 높고 파트너십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 행위자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원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행위자 간의 신뢰는 협력과 연대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물론, 우리나라 현실(선과 악, 적과 동지의 이분법, 구조화된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 소통과 협력을 위한 윤리와 문화, 사회적 학습 부재 등)에서 거버넌스를 실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현실을 지배하는 일상적 가치체계와 제도적 양식들이 여전히 거버넌스 활성화를 제약하고 있다. 거버넌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참여민주주의, 다원민주주의, 담론민주주의 등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자원·정보·권한과 책임·성찰성의 공유 정도를 차츰 높여나가야 한다. 물론 그동안 관계가 단절되어 있던 공공과 민간부문이 상이한 활동 목표와 조직 운영 논리에서 벗어나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 실천을 끌어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사회 변화에 기반을 둔 활발한 상향적 참여와 의안 발의, 지역사회 포럼 등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라는 차원에서 거버넌스는 중요하다. 거버넌스의 민주적 구축은 대의제의 한계 보완, 권력의 정당성 증진, 시민참여의 강화, 다원적 가치 보존,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의 확장, 공론장의 활성화, 시민성 개발 등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강화한다. 그동안 로컬 거버넌스는 문화적·제도적 혁신, 즉 새로운 사회계약인 공동 책임의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해왔다. 균형 잡힌 경험의 교환, 존중될 필요성이 있는 공유된 원칙의 발견과 이행은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정부체제에 비해 시장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응성을 높이는 것도 거버넌스 체제가 가진 장점이다. 로컬 차원의 거버넌스 논의와 실천은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정의, 변화의 방향과 비전을 합의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3년 차인 요즘,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있어서 소개한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실태 및 현황’을 파악하고자 전국 조사를 실시했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분기별로 실시한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올해(2022년 2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고, 점진적이지만 일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실시한 조사라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전국의 성인(19~71세) 2063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했다. 질문 내용은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 불안, 우울, 자살 생각, 일상생활 방해 정도 등 총 16개 항목으로 조사했다.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우울 위험군은 16.9%로 코로나19 실태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행히 수치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 이전(2019년(3.2%))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여전히 높고 위험한 수준이다. 고(高) 위험군은 삶의 흥미와 희망 여부, 피로감, 자살 생각 등을 물어 총 27점 중 10점 이상이면 해당된다. 연령별로는 30대(24.2%)가 가장 높다. 그다음이 40대(17.0%), 50대(16.0%), 20대(14.3%), 60대(13.0%) 순이다. 성별로는 여성(18.6%)이 남성(15.3%) 보다 더 높다. 한편 코로나로 인한 소득 하락은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집단(11.5%)에 비해 소득이 감소(22.1%) 한 경우 우울 위험군이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 문제가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가족 구성 형태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1인 가구(23.3%)의 우울 위험군이 2인 이상 가구(15.6%)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미혼, 사별이나 이혼 등 배우자가 없는 경우(20.6%)가 기혼(14.3%)에 비해 우울증에 더욱 취약한 점으로 볼 때, 가구 형태도 주요 변수임이 분명하다. 인간의 사회적 구속력을 저해하는 코로나에 대한 효과적인 제어는 결국 끈끈한 사회관계망에서 시작된다. 코로나 초기(2020년 3월)에 9.6%로 시작한 자살생각률은 21년 3월에 16.2%로 상승하였고, 2022년 올 3월에는 11.5%로 약간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에 자살생각률이 4.6%인 것으로 볼 때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30대(18.8%)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20대(14.8%), 40대(13.1%), 50대(9.8%), 60대(7.3%) 순이다. 성별로는 조사 기간 내내 남성의 자살생각률이 여성을 조금씩 앞서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소득이 감소(16.1%)하면 자살생각률이 소득이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는 집단(9.2%)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가구 형태에 따른 자살생각률은 앞서 다룬 우울 위험군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나홀로’ 가구의 자살생각률(18.2%)은 2인 이상으로 이루어진 가구(11.6%)에 비해 약 1.5배가 높았고, 결혼상태 별로는 미혼, 사별이나 이혼 등 배우자가 없는 경우(16.9%)가 기혼(9.8%)보다 높았다. 코로나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어서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에 대한 수치는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6월의 결과치는 코로나 기간 실시한 조사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한 ‘사회에 대한 해악’, 또는 ‘혐오스럽다’ 등 코로나 감염에 대한 낙인 정도도 크게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 서비스 인지도 및 이용 의사에 관한 조사 결과다.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12.0%에 불과했는데, 이용 의사 비율은 60.2%에 이르렀다. 코로나로 위축된 정신 건강에 관한 서비스에 대한 홍보나 접근성을 높인다면 자발적으로 이용할 의지가 충분히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은 외부의 자극에 지속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행복과 불행은 예외 없이 적응(adaptation)을 통해 일상의 조각으로 희석되고 만다.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이나 불안도 언젠가는 감소하고 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계묘년) 새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동지이다. 골굴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바빠진다. 동지와 관련되어 전해오는 이야기가 퍼뜩 머리에 떠오른다. 하지만 골굴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다. 부산 연산동에 마하사라는 절이 있다. 이 절 나한전에 신라 때 조성한 16나한이 안치되어 있다. 지금부터 500여년 전 어느 동짓날의 일이다. 공양주가 팥죽을 쑤려고 부엌에 나가 화로에 묻어둔 불덩이를 찾았으나 불이라곤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먼저 팥을 씻어 솥에다 안쳐 놓고 불씨를 얻으려고 아랫마을 산지기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조금 전 한 행자가 불을 얻으러 왔기에 팥죽을 주었더니 먹고 불씨까지 얻어 갔다고 했다. 절에는 행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불씨를 얻으러 누구를 보낸 일도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절 부엌으로 돌아와 보니 화로에 불덩이가 벌겋게 들어 있었다. 이것을 본 공양주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여기며 그 불로 동지 팥죽을 쑤었다. 그리고는 그 죽을 퍼서 나한전에 올리려고 갔더니 오른쪽 셋째 나한 입술에 팥죽이 묻어 있었다. 공양주는 자신의 게으름 탓에 불씨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나한님께 용서를 빌고 그때부터 열심히 기도하여 성불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2009년 동지 무렵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일행과 더불어 중국여행을 하면서 용문석굴, 2015년에는 돈황막고굴과 베제클리크의 천불동을 찾았다. 중국의 3대 석굴사원 중 두 군데를 둘러본 셈이다. 언젠가는 운강석굴도 찾을 것이다. 2016년에는 BBS 불교방송이 주관하는 부처님 8대 성지 순례에 참여하여 불교유적을 둘러보는 중 영축산을 오르면서 아난다와 사리불의 수행처인 석굴을 본 적이 있다. 이 석굴은 인위적으로 굴착한 것이 아닌 자연 동굴이었다. 또 2019년에는 역시 BBS 불교방송에서 주관하는 아잔타, 엘로라 석굴을 둘러보는 인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일부 석굴에서는 채색한 불보살상도 만날 수 있었다. 인도와 중국의 석굴사원을 둘러보면서 석굴 내부의 불상을 표현하는 다양한 기법보다는 먼저 그 규모에 압도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이런 석굴사원이 없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석굴은 모두 석회암이나 사암 등 비교적 굴착이 쉬운 암석이었다. 우리 경주 지역에는 큰 규모의 자연 석굴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 단단한 석질의 화강암이 대부분이라 석굴을 조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석굴암과 같은 인공 석굴을 조성하였던 것이다. 『삼국유사』 「의해」편 ‘원효불기’조에 ‘曉嘗所居穴寺旁’ 즉 ‘원효가 일찍이 거처하던 혈사(穴寺)’라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경주 동천동 분황사 북쪽 동천사지로 전칭되는 부근 농가에서 발견된 서당화상비에는 원효가 입적한 곳이 혈사라고 하였다. 그런데 혈사라고 지칭할만한 사찰은 이곳 골굴사 외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기림사를 원효가 중창하였다고 하니 이곳 골굴사에서 입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창건 당시 골굴사의 사찰 이름은 혈사였을 것이고, 사격은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 이 사찰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기록이 보이지 않다가, 1688년 정시한(丁時翰)이 「산중일기」에서 이곳 골굴암을 둘러보고는 “돌 봉우리는 기괴하고 층층으로 이뤄진 굴과 전각은 완연한 그림 같다”고 감탄하고 있다. 그리고 또 1733년 정선(鄭敾)이 영남 지방 34개 지역 58개소의 명승지를 그린 「교남명승첩(嶠南名勝帖)」 2권 가운데에 경주의 골굴과 석굴이 있다. 골굴사(骨窟寺)는 사찰 이름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다. 골(骨)은 뼈를 의미한다. 왜 사찰명이 골굴(骨窟)인지는 사찰 안으로 들어가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암석의 색깔은 물론 그 형태가 흡사 살이 모두 빠져나가 뼈만 남은 것 같은 모습이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안동리에 있는 골굴사는 얼마 전까지는 골굴암으로 기림사의 사내 암자이었다가 현재는 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이다. 경주에서 4번 국도를 따라 감포 방향으로 가다가 골굴사와 기림사의 진입로인 안동3거리에서 죄회전을 하여 약 1.1km를 가면 전방 좌측으로 골굴사 표시판과 그 안쪽으로 일주문이 있다.
먹을 만큼 먹었고 잘 만큼 잤다 김미소 불치병을 가지고 태어나 평생을 골골댔지 세비체 다이너 타말리 라클레트 죽기 전에 꼭 먹어 봐야 할 음식 처음부터 먹어 본 적 없으니 그리울 일도 없다 피자 치킨 탕수육 냉면 족발 그래, 먹을 만큼 먹었다 가서 좀 쉬지 그러니? 잠은 어차피 밤에도 자는 걸요 영원한 잠에 대해 생각한다 적당히 행복하게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 칼 한 자루 숨기고 살았나 보다 엄마의 심장을 찔렀나 보다 나를 왜 낳았느냐고 말하지 못하는 슬픔 구멍이 커지는지도 모르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칼이 아닌 총이었나? 걸음마다 재가 쏟아진다 마른 울음을 우는 걸까 가슴이 무너지는지도 모르고 등을 구부러뜨린 엄마는 덤덤하게 비질하며 항생제를 수거한다 -딸과 엄마, 양가성의 마음 무늬가 돌올한 시편 김미소의 시는 자신의 삶에 솔직하다. 그러면서도 사실과 반어를 미학적으로 여며 탄력있는 문장으로 튕길 줄 안다. 그런 시들이 여럿 있지만 오늘은 그 중 한 편을 소개하기로 한다. 시인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을 못 먹는다. 아토피 때문이다. “붉은 손톱을 씹어 먹으며 겹겹의 표정을 벗겨”내는(「나의 잘못이 아닌」), 얼마나 심했으면 시인은 그 고통을 “가죽이 산 채로 벗겨지는/개의 마지막”(「아토피」)이라 생각했을까. “불치병을 가지고 태어나 평생을 골골댔지”는 바로 아토피를 두고 이른 말이다. 그러니 시인은 “죽기 전에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 “세비체 다이너 타말리 라클레트”를 떠올리다 이내 “먹어 본 적 없으니 그리울 일도 없다”고 시니컬한 냉소를 흘려 보낸다. 남미의 날생선 샐러드 세비체나, 미국의 튀김음식 다이너, 멕시코 전통음식 타말리. 삶은 감자에 치즈를 버무린 스위스 음식 라클레트는 당연히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남들이 쉽게 다 먹는 “피자 치킨 탕수육 냉면 족발”도 “먹을 만큼 먹었다”며 짐짓 반어를 넘어 자조의 어조를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내면의 체념과 자조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게로 튄다. “가서 좀 쉬지 그러니?” 하는 엄마의 권면에 “잠은 어차피 밤에도 자는 걸요” 냉정한 비아냥을 쏟아낸다. 이내 화두는 염원한 잠, 죽음으로 이어진다. 어차피 “적당히 행복하게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 왜 가슴 안에 “칼 한 자루”를 “숨기고” “엄마의 심장을 찔렀나”는 회한. 그러나 시인의 마음엔 여전히 “나를 왜 낳았느냐고 말하지 못하는/슬픔”이 차올라 “구멍”을 키운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은 참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 이 구멍은 마침내 “칼이 아닌 총이었나?”로 이어진다. 자신의 앞날에 “걸음마다 재가 쏟아”지는 것을 예감하며 우는 “마른 울음”. 그러나 나는 이걸 다 가슴에 담아야 하는 어머니의 “가슴이 무너지는지도 모”른다. “등을 구부러뜨”려 “덤덤하게 비질하며 항생제를 수거”하는 마음. 딸과 엄마의 이런 감정, 양가성의 무늬가 돌올한 시편이다.
오케이부캐피탈삼성점 권상훈 대표는 몇 개의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다. 우정과 신뢰, 봉사가 그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면 인생설계, 재무상담, 증여상담 등과 같은 단어들은 그의 오랜 업무와 연결된다. 이들과 함께 ‘TOT(Top Of the Table)’라는 영예로운 타이틀도 연상된다. 보험업계에서 최고의 설계사,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린 재무상담사들에게 수여하는 타이틀이다. 그런 그가 선택한 인생영화는 ‘쇼생크 탈출(1995)’이다. 제목을 듣는 순간 권상훈이라는 사람이 왜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는지 여러 가지 관련성이 ‘훅’하고 느껴진다. “영화 전편에서 자유에 대한 인간의 숭고한 의지를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그 끔찍한 구속과 모멸, 극한의 감옥 속에서 상황을 자기편으로 승화시켜나가는 주인공 앤디의 치열한 몸부림을 보면서 우리가 평소에 누리는 자유의 소중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지요” 권상훈 대표의 말처럼 주인공 앤드류(극중 앤디 - 팀 로빈스)는 아내와 아내의 연인을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는다. 초기 수감생활에서 온갖 고초를 겪지만 은행업무에 익숙했던 자신의 수완을 발휘해 교도소장과 수감자 속의 유력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면서 도서관을 만들거나 그 유명한 ‘피가로의 결혼’을 방송하는 등 하나씩 교도소를 바꾸어나간다. “더욱 중요한 것은 레드와 끝내 의리를 지켰다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티켓을 받아들고 행복해하는 레드의 표정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아요!” 권상훈 대표의 말을 듣다 보면 오랜 기간 재무 컨설팅을 해오며 많은 이들의 인생을 설계하고 노후를 보장해준 권상훈 대표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앤디를, 그에게 보험과 재무설계를 맡겨온 수많은 고객들은 레드(모건 프리먼)를 연상하게 한다. 적어도 기자가 아는 범위에서 그와 함께한 많은 고객들은 지금도 권상훈 대표를 인생의 중요한 동반자로 생각하고 함께 해온 것에 대해 깊은 만족감을 표해 온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권상훈 대표가 지난 11월 30년 금융경력을 바탕으로 강남구 삼성동에서 대부업을 시작했다. “2022년 들어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및 세계 정치경제상황과 국내 환율, 물가, 금리 3고의 영향으로 금융시장의 경색 및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며 국내 경기도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또 춘천 레고랜드사태와 부동산 PF대출의 시한폭탄 등으로 인해 제1금융 및 제2금융권의 자금사정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 권상훈 대표는 유용한 대출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자신이 시작한 오케이부캐피탈삼성점의 모토로 내걸었다. 특히 권상훈 대표의 이번 사업에서 돈을 빌려줄 사람과 돈을 빌릴 사람 양측을 모두 중요한 고객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여유가 있는 고객들에게는 투자의 측면에서 자금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탈출구를 열어준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대부업창업플랫폼지원’을 통해 대부업에 관심을 가진 창업자를 적극 지원하기도 한다. 권상훈 대표는 금융 쪽으로는 소문난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상담사, 집합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 자산관리사, 국제금융자산관리사 자격을 가지고 있던 중 최근에는 대부업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강남캐피털대부에서 진행하는 ‘창업아카데미실무과정’도 수료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에서도 그랬듯 이번 대부업도 함께 살아간다는 전제를 언제나 가슴속에 품고 일해 나갈 계획입니다” 권상훈 대표는 영화속 애디가 어두운 감옥생활에서 탈출하는 표면적 자유와 함께 더 큰 자유인 ‘경제적 자유’까지 동시에 획득한 것을 이 영화의 또 다른 모티브로 제시한다. “앤디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낀 것은 그가 자신을 믿고 응원해준 레드에게 자신과 같은 신체적, 경제적 자유를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저 역시 저를 믿는 고객들과 함께 살고자 합니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 현실의 쇼생크를 탈출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권상훈 대표를 떠올릴 법하다.
지난 14일 밤,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 하모니볼륨에서 경주중고 서울동창회(회장 이태우 / 이하 동창회)가 300여 동문이 참석한 가운데 오랜만에 송년회를 열렸다. 특히 이날 송년회에는 제1회 봉사대상행사를 마련해 수상자로 오랜기간 나눔을 해온 한주식 씨를 선정해 포상했고, 여느 해의 행사와 달리 후반부에 동춘서커스단(단장 박세춘)의 초청공연을 넣어 ‘공연형 송년회’라는 칭송을 들었다.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 동창회 행사는 여러 가지 기록할 만한 선례를 남긴 것으로 알려지며 앞으로 대규모 모임들의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 동창회는 그간 후진국형 행사로 알려졌던 축사와 격려사 같은 군더더기 요식행위 인사말을 모두 1부 식사시간으로 돌려 연설을 듣느라 지루한 행사를 개선했으며, 본회의인 2부 행사에서는 중요한 동문들의 인사말을 20~30초짜리 영상으로 받아 화면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연출을 시도했다. 대신 전경회장단과 고문단 등 중요한 동문들에 대한 예우는 기수 입장시 함께 등장하며 박수로 맞이해 동창회에 헌신한 인사들에 대한 예우도 각별히 표현했다. 또 이날 동창회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튜브 ‘경주중고등학교서울동창회TV’로 생방송 중계해 송년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동문들의 간접참여도 이끌어냈다. 이 동창회는 공로상으로 제 28대 동창회장 손병기 회장과 제29대 황문섭 회장, 제29대 윤주식 감사, 제28대 및 29대 유춘록 사무총장 등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동창회는 이어 이윤희 씨 등 신임고문과 진세호 씨 등 신임자문위원을 위촉한 후 모교 경주중고에 야구부 후원금 및 장학금을 전달하고 경주고 3학년 주임 주기영 교사에게 올해의 교사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이 동창회에는 동창회 사상 처음으로 봉사대상 시상식을 거행, 이 동창회 고문이기도 한 지산그룹 한주식 회장을 첫 수상자로 선정 시상했다. 한주식 회장은 다년간 매년 20억 넘는 기부로 불우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도운 공로를 인정 받아 첫 봉사대상을 수상했다. 한주식 회장은 돈을 버는 방법은 돈과 밀당하는 것으로 기부와 나눔이 돈을 버는 비결이라 강조하고 어떤 상황에서건 어려운 순간이 오면 그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동창회에는 소프라노 서진경 교수의 초청공연과 이 동창회 회원이자 고문으로 위촉된 박세환 씨가 이끄는 동춘서커스단의 초청공연으로 공연형 송년회의 신기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경 교수는 그리운 금강산, 오 솔레미오(오 나의 태양), 오미오 밥비노카로(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 세 곡을 불러 참석자들을 감동시켰다. 동춘서커스단은 20여명의 단원이 출연해 모자 돌리기, 훌라후프, 발레 곡예, 전신 변검, 고난위도 아크로바틱, 삐에로 공연 등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여 예년에는 일찌감치 행사장을 떠났던 동문들을 행사가 끝날 때까지 붙들어 놓는 효과를 발휘했다. 한편 이날 이 동창회 이태우 회장은 경주중고서울동문들이야말로 진정한 화랑의 후예라 강조하고, 희망과 신념과 아량을 갖추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동문이 되자고 했다. 또 이번 행사를 기획한 손원락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를 무언가를 바꾸는 첫 시도로 기획했지만 한계도 분명히 있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재미있는 행사를 만드는 과도기적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한반도를 역동적이고 장엄하게 그려낸 소산 박대성 화백의 대형 신작 2점이 새로 공개됐다.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은 내년 5월 28일까지 ‘코리아 판타지’展을 열고 박대성 화백의 신작 ‘코리아 판타지(1200×500cm)’와 ‘청산백운(490×383cm)’ 2점과 소장 작품 4점을 새롭게 선보인 것. 이 두 작품은 조선 진경산수에서 즐겨 쓰는 부감법이 박 화백만의 독자적인 구도로 연출돼 관람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또한 이들 작품은 ‘해와 달’ 같은 천체와 자연 환경을 화면에 균형감 있게 배치하여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우주의 정기를 드러내고 있다. 풍경과 벽화, 소산체 등 다양한 대상이 지닌 조형성은 각자 서로를 주장하면서도 이어져 있어 폐쇄감과 개방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렇듯 역동적이고 리듬감이 살아있는 박 화백의 산수는 한반도의 산하가 가지고 있는 기운과 생기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들 작품은 박대성 화백이 올해 해외 전시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대작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한국화에 대한 그의 열정과 예술혼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두 대작 외에도 새롭게 공개되는 소장 작품 4점 역시 조선 진경산수의 기법을 이어 받아, 독창적인 화면구성과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소산수묵을 잘 드러내 보여 준다. 경주엑스포대공원 류희림 대표는 “자기세계에서 기운생동을 실현하는 소산수묵을 통해 솔거미술관은 현대적이고 역동성 있는 한국 수묵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고자 한다”며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 한국화의 매력을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박대성 화백은 올 4월 베를린 주독일문화원 초대전을 시작으로 6월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9월 하버드대 한국학 센터, 다트머스대 후드 미술관 전시 등 해외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3일부터 6일까지 미국서 열린 한국미술주간 행사에서는 미술한류 대표작가로 전시 및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등 한국화 한류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경주엑스포대공원 상설공연 ‘인피니티 플라잉’이 ‘2022년 제10회 대한민국한류대상에 선정됐다. ‘인피니티 플라잉’은 지난 16일 국회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과 대강당에서 열린 ‘2022 제10회 한류학술포럼 및 대한민국한류대상’ 시상식에서 순수문화대상 연극/뮤지컬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북도와 민간이 함께 제작한 공연 콘텐츠인 ‘인피니티 플라잉’은 지난 2011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공연으로 처음 선보인 후 경북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아 지역 상설공연으로는 최초로 12년째 롱런 중인 웰메이드 공연이다. 이 공연을 총감독한 최철기 연출가는 난타, 점프, 셰프 등을 연출해 대한민국 최정상 넌버벌 퍼포먼스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올해는 제49회 신라문화제 총감독을 맡아 지역 문화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인피니티 플라잉’은 경주 상설공연을 포함해 터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해외 7개국과 국내 59개 도시를 순회하며 2000회가 넘는 공연으로 누적관람객 90만명이 넘는 보기 드문 대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한 일본 19개 도시 투어 공연에서도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이며 한류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철기 연출가는 “코로나로 힘겨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때에 일본 19개 도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는 유럽 북미 투어도 만들어 향후 경주로 해외 관광객들이 찾아오도록 하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베스트셀러 시인이기도 한 정호승 시인을 ‘슬픔의 시인’ 또는 ‘따뜻한 슬픔의 시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나는 시인에게 ‘별의 시인’으로 부르고 싶다. 아니 ‘첨성대의 시인’이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시인이 되기까지 문학적 출발점이 바로 첨성대에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첨성대」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런가 하면 한 해전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당선되기도 했다. 군 생활 시절에 두 번이나 신춘문예 당선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 모두 경주를 대표하는 유적지를 소재로 하고 있다. 경주를 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외가가 경주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작품들이 태어날 수 있었다. 시인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기록상으론 경주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외가가 있는 경주에 자주 왔다. 시내에서 불국사 가는 길 중간 동방에 외가가 있었지만, 외사촌 형들이 중학교를 입학하면서 공부하기 위해 시내로 나와 살던 곳이 바로 첨성대 근처였다. 문을 열면 환히 첨성대가 내다보이는 그곳은 놀이터였음이 그의 산문집 속에 자세히 그림 그리듯 그려내고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울타리도 없던 시절이라 첨성대 위에 올라 보고 우물터에서 세수했던 추억들, 그리고 첨성대 하늘 위에 쏟아지는 별들과 할머니 이야기들은 모두 화강암이 되고 시가 되었다. 지척의 반월성과 계림, 왕릉들 모두 첨성대 쪽으로 몰려들어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태어났다. 정서적 고향은 경주라 해도 다름없을 것 같다. 배경이 되고 소재와 주제가 된 작품들 속 등장하는 어머니와 외할머니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시「첨성대」는 ‘할머니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이만큼 시인에게서 첨성대와 외할머니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시인의 첫 시집에도「경주 외할머니」라는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꼭 나의 할머니 같다. 이외에「검정 고무신」을 비롯하여 산문 속에는 어머니와 할머니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시인이 돌아가신 어머니 관속에 넣어드린「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라는 시를 읽으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의 시에는 유독 별이 많이 등장한다. 발간된 시집들을 다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읽어 본 시집을 예로 들어보면 1997년에 출간된 시집『사랑하다 죽어버려라』에는「별똥별」,「누더기별」등이 있고, 2017년에 출간된 시집『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속에는「별」,「명왕성에 가고 싶다」,「별을 바라보며」등이 있다. 시선집『수선화에게』에는「별들은 울지 않는다」,「별의 길」을 비롯하며 별을 노래한 시들이 여러 편이나 된다. 시집『풀잎에도 상처가 있다』속에는「북두칠성」,「별」,「저녁별」,「개밥바라기별」등 4편이나 별을 노래했다. 물론 제목이 별이 아닌 문장 속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눈을 뜨고 있다. 시집『별들은 따뜻하다』와 산문집『우리가 어느 별에서』처럼 아예 제목으로 삼은 책들도 있다. 읽어 보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시집들까지 다 합하면 별을 노래한 시편들을 합하면 시집 한 권 분량은 족히 넘을 것이다. 이처럼 그의 시 속에 뭇 별들이 등장하는 것도 첨성대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독 날씨가 추워지거나 마음이 쓸쓸해지면 그의 시들이 읽고 싶어진다. 진정한 기쁨은 진정한 슬픔에서 태어난다고 시인은 말했던가? 그의 시들은 붕어빵처럼 따뜻하다. 그리고 어떤 희망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날이 추워서일까 문청시절 즐겨 읽던 누렇게 빛이 바랜 첫 시집『슬픔이 기쁨에게』를 다시 꺼내 읽는 즐거움도 가질 수 있었다. 최근에는 그의 시「산산조각」을 좋아한다. 아내는「바닥에 대하여」를 좋아해서 시 낭송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시인은 직접 찍은 첨성대 사진을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사용하고 있을 만큼 첨성대를 사랑한다. 산문집의 마지막 부분에 시인은 아호를 첨성(瞻星), 바라볼 첨(瞻)에 별 성(星), 즉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란 뜻으로 스스로 이름을 지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 우리들이 많이 불러주면 된다. 특히 경주사람들이 많이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그가 별을 얼마나 좋아하는가는 ‘별’이라는 시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에 올라가 사다리를 버린 사람은 별이 되었다 나는 사다리를 버리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고 엄마가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시는데도 지붕 위에 앉아 평생 밤하늘 별만 바라본다 -「별」전문 시인은 운명적으로 별을 노래해야만 하는 소명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만약 필자가 신라의 왕이라도 된다면 그에게 첨성대 별지기로 임명하고 싶다. 여생을 첨성대 위에 올라가 평생 별을 보며 시나 쓰라며 아름다운 형벌을 내려주고 싶다. 현실적으로는 첨성대가 보이는 곳에 노래비 하나 만들어 첨성대를 찾는 사람들 눈을 즐겁게 해주고 가슴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 정호승 시인은 첨성대 시인이고 별의 시인이니까. 첨성대 정호승 할머님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 일평생 꺼내 보던 손거울 깨뜨리고 소나기 오듯 흘리신 할머니 눈물로 밤이면 나는 홀로 첨성대가 되었다. 한단 한단 눈물의 화강암이 되었다. 할아버지 대피리 밤새 불던 그믐밤 첨성대 꼭 껴안고 눈을 감은 할머니 수놓던 첨성대의 등잔불이 되었다. 밤마다 할머니도 첨성대 되어 댕기 댕기 꽃댕기 붉은 댕기 흔들며 별 속으로 달아난 순네를 따라 동짓날 흘린 눈물 북극성이 되었다. 싸락눈 같은 별들이 싸락싸락 내려와 첨성대 우물 속에 퐁당퐁당 빠지고 나는 홀로 빙빙 첨성대를 돌면서 첨성대에 떨어지는 별을 주웠다. 별 하나 질 때마다 한방울 떨어지는 할머니 눈물 속 별들의 언덕 위에 버려진 버선 한짝 남몰래 흐느끼고 붉은 명주 옷고름도 밤새 울었다. 여우가 아기 무덤 몰래 하나 파 먹고 토함산 별을 따라 산을 내려와 첨성대에 던져놓은 할머니 은비녀에 밤이면 내려앉는 산여우 울음소리. 첨성대 창문턱을 날마다 넘나드는 동해바다 별 재우는 잔물결 소리. 첨성대 앞 푸른 봄길 보리밭길을 빚쟁이 따라가던 송아지 울음소리. 빙빙 첨성대를 돌다가 보름달이 첨성대에 내려앉는다. 할아버진 대지팡이 첨성대에 기대놓고 온 마을 석등마다 불을 밝힌다. 할아버지 첫날밤 켠 촛불을 켜고 첨성대 속으로만 산길 가듯 걸어가서 나는 홀로 별을 보는 일관(日官)이 된다. 지게에 별을 지고 머슴은 떠나가고 할머닌 소반에 새벽별 가득 이고 인두로 고이 누빈 베동정 같은 반월성 고갯길을 걸어오신다. 단옷날 밤 그네 타고 계림숲을 떠오르면 흰 달빛 모시치마 홀로 선 누님이여. 오늘밤 어머니도 첨성댈 낳고 나는 수놓은 할머니의 첨성대가 되었다. 할머니 눈물의 화강암이 되었다.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첨성대’전문-
경북소방본부는 한파특보 발령에 따른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질환 발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겨울철 실외 활동 시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해 경북 119구급대가 이송한 한랭질환 환자는 전년 대비 91.6% 증가했고, 연령분포는 10대 17%, 30대 13%, 40대 9%, 50대 13%, 60대 48%로 고령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랭질환 중 저체온증은 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로 의식이 희미해지고 호흡과 맥박이 느려진다. 28℃ 미만이 되면 몸이 굳고,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한랭질환 발생위험이 더 높아 주의해야 한다. 저체온증 환자를 발견하면 가장 먼저 119로 신고하고 따뜻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며, 환자의 옷이 젖은 상태라면 벗긴 후 담요 등으로 감싸주고, 의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119가 올 때까지 말하면서 깨어있게 해야 한다. 이미 심정지 상태가 왔다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동창과 동상도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한랭질환이다. 주로 코, 귀, 뺨, 턱, 손·발가락 등에서 나타나기 쉬우며, 가려움과 화끈거림을 동반할 수 있다. 동창은 다습하고 가벼운 추위(0℃~10℃)에 지속해서 노출돼 말초의 혈류 장애로 인한 피부와 피부조직의 염증반응을 말한다. 동창 부위를 따뜻한 물(37~39℃)에 담그거나 약하게 마사지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동상의 경우는 동창보다 심각한 상태로 강한 한파에 노출됨으로써 피부 및 피하조직이 동결해 손상되는 것으로, 증상이 심해지면 동상 부위에 감각이 없어지고 조직이 괴사되며, 신체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동상이 생기면 따뜻한 물(37~39℃)에 해당 부위를 20~40분간 담근다. 이 때 동창과는 달리 마사지하거나 문지르면 더 많은 손상이 발생하므로 이런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영팔 경북도 소방본부장은 “고령자와 어린이는 일반 성인에 비해 체온유지 기능이 약하다”며 “한파 시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 시에는 보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