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요구에 부응하고 최적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시민과 협력하며 시민의 잠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지방정부)를 개혁하고 재설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한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국가, 시민사회, 시장을 공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힘을 한데 모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의 민과 관의 ‘명령-반응 관계’를 양자의 ‘상호작용 관계’로 대체시키는 거버넌스(협치) 구조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거버넌스는 시민 행동주의(civic activism)를 낳으며 과거의 능률적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한 참여 민주주의로 전환시켜 줄 수 있다. 국제적·국가적·지방적 차원의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 세계 각국의 NGO들은 지속불가능성에 대한 대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과 실천, 인권 옹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지자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한다. 따라서 정부(지자체)가 이들과 손을 잡으면 복잡한 사회문제의 민주적·능률적 해결에 유리하다. 지역사회 거버넌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하고, 내용 면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거버넌스 체제에서 시민은 ‘수동적인 고객’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정보교환과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시민사회 단체들(CSOs: Civil Society Organizations)의 참여와 공동실행은 거버넌스를 통해 논의된 의제와 녹색 정책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버넌스 실천의 경험을 통해 시장(기업) 주도형, 정부 주도형과 달리 시민사회 주도형 거버넌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CSOs의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적 조직에서는 행위자 간의 상호 의존도가 높고 파트너십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 행위자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원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행위자 간의 신뢰는 협력과 연대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물론, 우리나라 현실(선과 악, 적과 동지의 이분법, 구조화된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 소통과 협력을 위한 윤리와 문화, 사회적 학습 부재 등)에서 거버넌스를 실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현실을 지배하는 일상적 가치체계와 제도적 양식들이 여전히 거버넌스 활성화를 제약하고 있다. 거버넌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참여민주주의, 다원민주주의, 담론민주주의 등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자원·정보·권한과 책임·성찰성의 공유 정도를 차츰 높여나가야 한다. 물론 그동안 관계가 단절되어 있던 공공과 민간부문이 상이한 활동 목표와 조직 운영 논리에서 벗어나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 실천을 끌어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사회 변화에 기반을 둔 활발한 상향적 참여와 의안 발의, 지역사회 포럼 등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라는 차원에서 거버넌스는 중요하다. 거버넌스의 민주적 구축은 대의제의 한계 보완, 권력의 정당성 증진, 시민참여의 강화, 다원적 가치 보존,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의 확장, 공론장의 활성화, 시민성 개발 등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강화한다. 그동안 로컬 거버넌스는 문화적·제도적 혁신, 즉 새로운 사회계약인 공동 책임의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해왔다. 균형 잡힌 경험의 교환, 존중될 필요성이 있는 공유된 원칙의 발견과 이행은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정부체제에 비해 시장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응성을 높이는 것도 거버넌스 체제가 가진 장점이다. 로컬 차원의 거버넌스 논의와 실천은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정의, 변화의 방향과 비전을 합의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창언 경주대 SDGs·ESG 경영학과 학과장, 경주대 SDGs·ESG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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