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시내버스 업체인 ㈜새천년미소가 36억원의 결손비용을 받지 못했다며 버스 운행 중단을 거론하고 나섰다. 하지만 업체 측은 경영난을 호소하면서도 임원 연봉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방만 경영을 일삼고 있어 시민을 볼모로 한 협박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주시내버스 운영업체인 ㈜새천년미소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주시가 공익사업인 시내버스 결손분을 보전하지 않고 있어 버스 운행이 전면 정지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업체는 2018년 16억원, 2019년 20억원 등 총 36억원의 결손분을 경주시로부터 지원받지 못했다며 적자가 누적되면서 직원 임금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주시는 일방적 주장만 내세우며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며 법인이 승계됐다고 해서 경주시가 이전의 결손분을 보전하지 않으면 공익사업인 시내버스는 적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손(缺損)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생기는 금전상의 손실이다. 경주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자체는 자동차운수사업법과 관련 조례 등에 따라 공익적 성격이 있는 시내버스 결손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비판여론은 확산하고 있다. 경주시는 올해 ㈜새천년미소에 손실 보조금 명목으로 1차 추경에서 55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2차 추경을 통해 10억원을 추가로 제공했다. 당초 예산을 통한 보조금 96억원을 합하면 올해만 161억원의 예산을 버스업체에 지원한 것이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보조금 액수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경주시는 2015년 75억원, 2016년 70억원, 2017년 73억원, 2018년 85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업체 측은 임원들의 연봉을 두 배 가량 올리는 등 방만 경영을 일삼아 비판여론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대표이사 A씨의 연봉은 1억 56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2억 7600만원으로 1억 2천만원 인상됐다. 전무이사 B씨는 6천만 원에서 무려 3배가 오른 1억8천만 원으로 뛰었고, 부사장인 C씨의 연봉도 2760만원에서 두 배 이상 오른 5760만원으로 책정됐다. C씨는 A씨의 부인이다. 게다가 A씨는 지난해 9월 버스업체를 인수한 이후 1억 1000만 원을 들여 벤츠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업체가 시민들의 혈세를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다. 업체는 올해 161억원의 보조금을 받고도 지난 3월에 이어 지난달 14일 또다시 운행 횟수를 줄이는 감축운행을 강행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결손액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결손액이 제때 지급되지 않은 이유는 시내버스 보조금에 대한 공익신고가 접수돼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현재 보조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이에 대한 점검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업체 측이 언론을 활용해 결손액을 무리하게 받아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주시 관계자는 “버스업체의 운영상이나 경영상 손실을 모두 보전해달하는 주장은 떼쓰기나 다를바 없다”면서 “올해 말까지 해당 연도의 결산을 마무리할 방침으로 회계감사와 변호사 자문을 받아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전하고 쾌적한 경주로 거듭나길…
경주지역 시내버스 업체인 ㈜새천년미소가 경주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등 여러 부당한 방법으로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주시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업체 측에 시정 또는 권고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지난 25일 경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 간담회에서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지도·점검’ 결과를 보고했다. 점검 결과 대표이사 및 임원 급여 상승에 따른 회사부담 증가, 고문 선임 및 임금지급 부적정, 차량정비 부품단가 과다집행 등 모두 11건에 대해 시정·권고조치를 내렸다. 이번 점검은 시내버스 경영분석 및 운송원가 산정 결과에 따른 적법 집행여부,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 재정지원금 사용계획 검증 등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 결과 먼저 (사)새천년미소가 지방재정법 규정을 어기고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받은 보조금으로 지난해 사용한 유류비와 차량유지비, 임차료 등에 16억2500만원 가량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는 것. 지방재정법은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 10대 원칙에 ‘세출예산은 회계연도 개시 전은 물론 당해 회계연도를 경과한 후에는 집행할 수 없고, 전년도에 발생한 업무와 관련하여 현년도 예산에서 집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체 대표이사와 임원 급여도 2배가량 인상해 경주시 보조금 증액의 원인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표이사 A씨의 연봉 1억5600만원에서 올해는 2억76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인상했고, 전무이사 B씨는 6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3배 올렸다. 부사장이자 A씨 아내인 C씨 연봉은 2760만원에서 두 배 이상 인상한 5760만원이었다. 시는 2019년 3월 대표이사 A씨가 ㈜새천년미소를 인수함에 따라 임원 및 경영진을 변경한 후 급여가 급격히 상승해 보조금 증액 요인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또 전 대표이사였던 D씨를 고문으로 임명하고, 현재까지 급여와 상여금을 지급해 총 1억4850만원을 지급해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침과 동시에 부적절하게 보조금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전체 관리직 37명 중 15명의 기본급도 12~31%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운전직 버스기사의 통상임금 인상률은 3%에 그쳤다. 유형자산인 시내버스의 감가상각 방법도 부적절하게 적용해 보조금을 받은 것도 확인됐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에 따르면 차령을 9년으로 정하고 정액법을 적용해 감가상각을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법인세법에서 정하는 정률법을 적용해 그 차액이 2018년 기준 6억2000만원으로, 이 금액만큼 보조금을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량정비를 위한 부품의 납품단가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부터 납품을 시작한 경주 한 업체의 납품단가는 현대모비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공식가격보다 무려 25% 높게 책정했다는 것. 반면 이전 납품업체는 현대모비스 기준 단가보다 더 싸게 공급한 것으로 확인돼 보조금 유용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경조사 지출내역 확인결과 대표 A씨는 업무와 관련한 인사가 아닌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경조사비를 판매관리비 명목으로 부적절하게 집행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사무실을 임차해 월 120만원의 임차료도 지급해 판매관리비 집행이 부적절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운전직을 비롯한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급여를 지출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과 퇴직급여 예치금도 17.4%에 그친 사실도 이날 보고를 통해 확인됐다. 경주시는 이날 보고에서 총 11건의 지적사항 중 8건은 시정, 3건은 권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부적절하게 집행된 보조금 16억2500만원에 대해서는 업체 측으로부터 환수 조치할 방침이다. 시는 이번 점검 결과를 최근 ㈜새천년미소에 전달하고, 오는 연말까지 시정 조치 결과를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주시의회 집행부에 대책 마련 촉구 이날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지도·점검’ 보고 이후 경주시의회는 집행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동해 의원은 “새천년미소를 인수하면서 임원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원들의 고용승계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부품 납품단가가 부풀려졌다는 것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이라며 “이사들의 지시가 있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시민 모두가 어려운 엄중한 시기에 시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업체의 임원 급여를 2배 이상 인상하는 것은 공감 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집행부의 조치가 모두 시정과 권고인데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선자 의원도 “시내버스 감가상각 방법 적용이 부적절한 것은 업체 인수 후 1~2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 경주시 행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박광호 의원은 “이번 점검 결과는 모두 도덕적 해이와 관련한 사항이다. 경주시 행정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며 “사업자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부품이나 타이어, 유류 등을 입찰을 통해 구입 단가를 낮추려는 노력도 없고, 행정도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며 앞으로 철저한 지도와 점검을 촉구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행법이나 조례상 시내버스 보조금 사용은 명백한 기준이 없어 시정이나 권고 이상의 조치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오는 연말까지 새천년미소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만큼 결과에 따라 추가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주국립공원 토함산지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인 벌매(Pernis ptilorhynchus orientalis)가 신규로 발견됐다. 국립공원공단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인 벌매를 신규 발견하고 담비, 삵, 참매 등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을 확인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경주 도심지와 구정동 지역의 건물 고도제한이 완화된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북도는 지난 20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경주 도심지 및 불국사 인근 구정동 고도지구의 개발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동안 고도지구에서 제외된 황성·용강동 지역은 아파..
경주시 외동읍 인구가 20년 만에 다시 2만명을 넘어섰다. 외동읍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인구수 1만8555명에서 1년새 1500여명이 증가, 지난 16일 기준으로 인구 2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외동읍 인구는 지난 1996년 2만908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인구 유출로 2012년 1만6342명까지 줄었었다. 경주시는 외동읍 인..
경주시는 2020년 하반기 민방위 사이버교육을 12월 11일까지 연장 운영한다. 교육에 미숙한 대원을 위한 서면교육도 함께 연장한다.당초 사이버교육 기간은 8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다. 시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1~4년차, 5년차 이상 민방위교육을 모두 사이버교육으로 진행하고 있다. 상·하반기 사이버교육에 모두..
경주시가 2021년 예산안을 전년대비 745억원(5.3%) 증가한 1조4895억원으로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다.23일 시에 따르면 일반회계는 올해보다 600억원(5.1%) 증가한 1조2400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특별회계는 145억원(6.2%)이 증가한 2495억원을 편성했다.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지방재정이 예상되지만 시는 면밀한 세..
국내 유일 문화재·박물관 분야 전문 전시회인 ‘2020 국제문화재산업전’이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간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올해는 코로나19로 온·오프라인이 병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열려 안전을 우선하는 행사로 진행한다.전시분야는 △문화재 보존 △문화재 방재 △문화재..
경주시는 2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무등록 정비업체 불법튜닝 등을 집중 점검한다. 자동차관리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불량·불법정비로 인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시는 점검을 위해 경북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과 경주자동차검사정비협의회와 합동으로 2개반 6명의 합동점검반을 편성했다. 중점 점검대상은 ..
조선시대 3대 보부상 장터였던 강동면 유금리 유역에 ‘형산강 역사문화관광공원’이 준공했다. 경주시는 20일 주낙영 시장과 이강덕 포항시장, 경주·포항 시의원, 강동면민을 비롯한 경주·포항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졌다.형산강 역사문화관광공원은 포항-경주 양 도시가 지난 2015년 2월 상생협약을 ..
2022년 열리는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개최지로 경주시가 최종 선정됐다. 박람회는 지난 2018년 1회 대구, 2019년 2회는 대전에서 개최됐으며, 올해 3회는 광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됐다. 경주서 개최되는 제4회 박람회는 2022년 7월 1일, 2일 양일간 열린다. 사회적경제 박..
경주시 농산물가공센터가 20일 문을 열었다. 경주시는 이날 주낙영 시장을 비롯해 시의원, 농업인단체, 학습조직체, 농업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가졌다. 지역 농산물 가공 활성화를 통한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조성된 센터는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경주대 복지관 1층을 임대해 조성했다. 사업비 5억원..
경주시는 오는 25일까지 오후 2시까지 관광두레사업 주민사업체 1개소를 추가 모집한다. 2020년 관광두레청년PD(박다현)가 추가로 선정됨에 따른 됨에 따라 모집한다. 기업 또는 개인, 민간단체 등 3~5명이 모여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 상품 개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관광두레PD와의 상담을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경주여자고등학교를 찾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유 부총리는 과거 지진과 여름 태풍 등과 관련한 재난상황에 대비해 시험장 안전을 살펴보기 위해 경주를 찾았다. 유 부총리는 이날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등과 현장 간담회를 갖고 “오늘부터 12월 3일까지..
경주시가 국내 최대 규모인 100㎽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유치했다.시는 18일 시청 대외협력실에서 ‘경주클린에너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성공적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주낙영 시장, 서호대 시의회의장, 임민규 경주클린에너지(주) 대표이사를 비롯해 지역 도·시의원,..
세월의 흔적 긴 겨울잠 속에 생동감 넘치는 봄의 기운을 만나다. 종이와 먹의 만남은 필선의 정신과 기운이 있는 선과 점의 표현으로 氣가 넘치면 여백을 채워주고 氣가 부족하면 여백은 허전하다. 有와 無는 서로 상통하면, 시작과 끝은 의식을 갖고 있으나 氣韻은 필선의 생동감으로 무의식이 있을 때 氣를 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나가던 관광객들이 비교적 안전한 국내 여행을 많이 하고 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항상 만석이고 청정지역이라는 강원도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는 주말이면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목포도 최근의 근현대사 거리가 조명 받으며 전국에서 인파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주도는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유명관광지보다 오름이나 문화유산, 올레길 등 실제 주민들과 만나는 관광이 활성화 되고 있고 제주 한 달 살이, 일 년 살이를 통해 제주가 새로운 휴식처로 거듭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섬이라는 한계와 지리적 특성에 의한 비싼 소비재가격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젊은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강원도는 인파들이 몰리면서 최근까지 지켜온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다소 손상되어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며 방역당국이 지자체에 경계강도를 위임하는 지경이다. 목포의 근현대사 거리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구시가지의 관광 산업이 어려워져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가 비단 목포뿐 아니겠지만 이미 다른 지역에서 충분히 검증된 현상이 똑 같이 재현되는 것을 보면 과연 관광지 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도시나 향토에 비해 경주는 아직도 예년에 비해 관광객이 턱없이 덜 오는 모양이다. 경주는 KTX, SRT가 모두 들어오고 가까운 울산에는 저가항공사가 취항해 교통의 요지라는 이점도 있지만 코로나 발발 초기와 9~10월의 코로나19 급증 관련 소식 탓인지 지금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적인데 비해 관광객의 증가는 쉬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 한편 경주관광이 과연 코로나19나 지진 같은 악제들로 인해 관광객이 늘지 않을까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아직도 경주를 과거 고리타분한 수학여행의 추억을 파는 곳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서 그런 걱정을 하게 된다. 그게 언제 이야기인데 아직도 주변인들이 그런 단편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경주의 관광 마케팅이 잘 못 되었거나 실제로 상당부분 그 근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증일 수 있다. 한편으로 최근 집중적으로 두드러진 방폐장과 핵발전소 이야기가 경주를 은연중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제안하고 싶은 경주 관광의 방향이 추억을 파는 관광지가 아닌 삶을 즐길 수 있는 관광, 친환경 관광, 과거와 미래를 함께 관광을 할 수 있는 관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관광의 세계적인 추세와도 다분히 관련되어 있다. 다행히 경주는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즐길 만한 요건들이 갖추어진 도시다. 사방이 산지로 형성되어 있고 바로 근접한 거리에 감포를 비롯한 다채로운 바다와 해변이 있다. 다양한 레져 스포츠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지난 번 정갑식 선생의 첨성대 칼럼에서 보듯 바로 그 강과 산, 바다에서 나오는 산물과 신라로부터 전달된 고도의 음식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당연히 우리가 늘 자랑해왔던 신라천년의 화려하고 놀라운 유적과 문화도 있다. 문제는 이런 장점들을 묶을 정책적 배려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근년에 들면서 황리단길이 뜨고 있고 경주읍성주변의 관광지화를 통해 도심을 관통하는 새로운 매력의 포인트가 조성되었다. 이 거리들을 축으로 두고 성동시장과 구시가지, 중앙시장과 봉황대 및 노서동, 노동동 고분군 등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엮어낸다면 어느 도시도 가지지 못한 고도와 근·현대가 어울린 신개념 관광벨트, 관광객 뿐 아니라 시민이 고루 혜택 받는 관광벨트가 형성되지 않을까? 마침 구 경주역 맞은편 슬럼가에 도시재생작업이 시행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는 바, 이런 벨트라인을 조화롭게 보조할 장치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될 때 젊은이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고 아이디어 넘치는 사람들이 또 다른 경주를 만들기 위해 힘을 낼 것이다. 경주는 강원도나 목포가 흉내 낼 수 없는 곳이고 제주처럼 한 달 살이나 일 년 살이가 아닌 평생살이로서 전혀 손색없는 곳이어야 하고 바로 그런 곳이다.
아직은 어수선하다. 코로나 확진자는 멈추질 않고, 주춤하다 다시 세 자리 숫자로 돌아 섰다. 그 와중에 연말이 되면서 코로나 사태로 밀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분주해졌고, 단풍철 경주에는 관광객이 늘어나 보문단지나 황리단길, 교촌 등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마스크를 끼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차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듯하다. 해외여행이 다시 시작되는 날은 아직 요원하지만 국내 관광산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이참에 경주의 관광산업화 방안에 대해서 다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경주는 신라 천 년의 도읍이라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큰 홍보 없이도 밀려들어오는 관광객들 덕분에 관광중심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역사 유적지와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도 한몫했기 때문에 드라마촬영지로도 주목을 받으며 많은 관광객 유치가 쉬웠다. 최근에는 황리단길 등이 개발이 되면서 유적지 중심에서 민간주도로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성과이다. 그러나 젊은 층들이 경주를 방문하는 목적이 자칫 잘못하면 인생 샷 장면을 찍거나, 맛있는 집 탐방 등의 구경꾼으로서 방문한다면 경주라는 특수한 이미지는 유적지의 의미조차 점점 퇴색시킬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유행을 따르는 트랜드위주의 작은 소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경주라는 이름은 신라의 도읍과는 거리가 먼 이름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천년도읍이었던 서라벌을 경주라고 이름을 바꾼 데에는 신라의 정체성을 없애려는 의도도 다분히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왕조에 정신적 복속을 시키려면 오래된 정신과 문화의 도읍의 이미지를 퇴색시켜야만 했을 터이고,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사에 들어와서는 ‘셔블’이라는 경주의 옛 이름은 현재 서울에 빼앗기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주’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운동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조차 든다. 하지만 위기 속 기회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현시점에서 경주는 구경꾼으로서 관광객이 오는 곳이 아니라 정체성을 찾으러 오는 배움의 수도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주시민의 스스로 이 도시의 정체성을 찾는 공부를 하는 것을 건의하고 싶다. 비록 ‘서울’ 즉 중심지라는 이름은 빼앗겼어도 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에서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정신적 수도로서 역할을 다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내가 나를 연구하지 않으면 다른 자들이 나를 연구한다네 시장의 전문가와 지식장사꾼들이 나를 소비자로 시청자로 유권자로 내 꿈과 심리까지 연구해 써먹는다네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네 박노해 시인의 <자기 삶의 연구자>라는 시이다. 내가 나를 공부하지 않고 경주시민이 경주에 관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본주의의 생태에 물드는 관광도시로 물들어 갈 것이 뻔하다. 소위 트랜드라는 것도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상업주의가 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다. 경주인이 참다운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소수로 혹은 다수로 모여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답사를 가서도 역시 구경꾼이 아닌 토론자로 나서야 가능하다. 내 목소리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비로소 역사가 현대에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을 수가 있다. 적어도 경주는 관광콘텐츠로서 세계를 선도할 자원을 가지고 있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의 중심지로서 남북통일을 논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세계평화를 외칠 수 있는 곳이며, 또한 당시 신라가 기술에서는 최선진국이었던 만큼 현재에도 IT를 선도하는 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일의 주도는 경주시민이 깨어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몰려드는 관광객을 위주로 소비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경주를 배우기 위해서 경주를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배움의 도시로서의 면모를 되살리는 새로운 르네상스 운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토론하면서 공부를 했던 화랑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내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한국 재계(財界)의 큰 별 하나가 졌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영면(永眠)에 든 것이다. 거인의 죽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집무실 액자에 걸려 있었다던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금구(金口)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아들을 위해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쓴 글귀다. 원문에는 바로 뒤에 ‘이것이 인생이다[是人生]’가 붙어 한 문장이, 아니 인간의 한평생이 완성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탄생과 죽음, 그 예외 없이 시작되고 끝맺는 일생을 ‘빈손’으로 표현해 내는 지혜가 날카롭고도 씁쓸하다. 누구 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다들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난다. 또 언제 죽을지 알고 죽는 사람도 없다. 우리는 원치 않는데 태어났고 또 준비되지 않는 채 죽는다. 옛 고려 나옹(懶翁) 선사의 누이가 지었다는 ‘부운(浮雲)’이라는 제하의 시는 이어서 묻는다. ‘새 생명은 어디서 왔으며[生從何處來], 또 그 죽음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死向何處去]?’ 사실 이 대목은 우리에겐 매우 난처한 문제다. 겨우 한 생만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삶 이전과 그 이후를 알까? 인간의 좁은 시야로는 무리다. 하루살이는 가엾게도 입이 없다고 들었다. 영양분을 섭취할 기관이 없다는 것은 하루살이에게 ‘내일’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도 하루살이와 다르지 않다. “오랜만에 죽어봤는데 영 힘드네” 하고 엄살 부리는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에게 죽음 그 너머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일까, 동서양의 종교는 죽음 그 너머의 세계를 제시해 왔다. 유한함과 결핍의 주체인 우리가 태생적으로 갈망하는 건 무한과 영원이다. 한 번의 삶을 사는 우리(고객)에게 영원한 삶(서비스)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종교 비즈니스는 그래서 불황을 모른다. 노래는 이어 ‘태어남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生也一片浮雲起]이고, 죽음은 그 구름이 사라지는 것뿐[死也一片浮雲滅]이라고 했다. 삶과 죽음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란다. 또 구름이 한 번만 생겼다 사라지는 게 아닌 것처럼 태어남과 죽음도 어쩌면 계속 반복된다는 뉘앙스다. 영원과 불멸을 희망하는 우리에게 구름 같은 삶은 유한함이자 가짜(실체 없음)일뿐이다. 그러니 바로 이어 ‘뜬구름은 원래 진실함이 없나니[浮雲自體本無實] 태어남과 죽음도 모두 이와 같네[生也去來亦如然]’라고 했다. 빈손으로 시작된 노래는 이렇게 회색빛 암울한 결론에 이르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맹송하게 노래가 끝난다면 한국 드라마(?)가 저 멀리 남아메리카에서까지 인기일 리 없다. 엉뚱한 비유지만 노래의 진정한 ‘반전’은 이제부터다. ‘여기 한 물건이 항상 홀로 있어[獨有一物常獨露]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네[澹然不隨於生死]’ 흔히 불교에서 ‘한 물건’이란 우리의 순수한 참 마음을 가리킨다. 생사는 유한하지만 그것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토대나 장(場)으로 마음자리[참마음]는 영원하다고 주장한다. 그 순수한 마음자리가 사람이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이며 죽어서 가는 종착지다. 순우리말로 죽음을 ‘돌아가셨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를 전제로 한 개념이다. 불교 논리는 이렇게 부정적인 생과 사의 관점을 참 마음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절대 긍정한다. 마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게 봄이 ‘죽고’ 여름이 ‘태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생과 사의 방식으로 ‘불멸’의 세월이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단 1초의 멈춤도 허락하지 않는 영원한 세월이 있는데 어느 누가 봄이 죽었다고 울고 또 여름이 태어났다고 웃겠는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창업주가 이건희 회장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돈의 본질과 긍정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부(富)는 ‘소유’가 아니라 ‘흘러감’이자 ‘이어줌’이라는 본질을 환기하고 싶었을 테다. 소유하려 들면 빈손으로 허망하지만, 알아서 흘러가고 막히면 돌아가도록 두면 그 회복된 체성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외국엘 나가보면 공항에서부터 거리의 전광판, 사람들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삼성 마크가 잘 보이는 이유다. 경영권 승계 등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창업자로부터 면면이 이어온 그 ‘빈손 정신’이 부디 끊이지 않고 굳건히 이어나가길 바래본다. 어제도 있지만 우리에겐 더 중요한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