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나가던 관광객들이 비교적 안전한 국내 여행을 많이 하고 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항상 만석이고 청정지역이라는 강원도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는 주말이면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목포도 최근의 근현대사 거리가 조명 받으며 전국에서 인파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주도는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유명관광지보다 오름이나 문화유산, 올레길 등 실제 주민들과 만나는 관광이 활성화 되고 있고 제주 한 달 살이, 일 년 살이를 통해 제주가 새로운 휴식처로 거듭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섬이라는 한계와 지리적 특성에 의한 비싼 소비재가격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젊은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강원도는 인파들이 몰리면서 최근까지 지켜온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다소 손상되어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며 방역당국이 지자체에 경계강도를 위임하는 지경이다.
목포의 근현대사 거리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구시가지의 관광 산업이 어려워져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가 비단 목포뿐 아니겠지만 이미 다른 지역에서 충분히 검증된 현상이 똑 같이 재현되는 것을 보면 과연 관광지 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도시나 향토에 비해 경주는 아직도 예년에 비해 관광객이 턱없이 덜 오는 모양이다. 경주는 KTX, SRT가 모두 들어오고 가까운 울산에는 저가항공사가 취항해 교통의 요지라는 이점도 있지만 코로나 발발 초기와 9~10월의 코로나19 급증 관련 소식 탓인지 지금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적인데 비해 관광객의 증가는 쉬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 한편 경주관광이 과연 코로나19나 지진 같은 악제들로 인해 관광객이 늘지 않을까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아직도 경주를 과거 고리타분한 수학여행의 추억을 파는 곳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서 그런 걱정을 하게 된다. 그게 언제 이야기인데 아직도 주변인들이 그런 단편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경주의 관광 마케팅이 잘 못 되었거나 실제로 상당부분 그 근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증일 수 있다. 한편으로 최근 집중적으로 두드러진 방폐장과 핵발전소 이야기가 경주를 은연중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제안하고 싶은 경주 관광의 방향이 추억을 파는 관광지가 아닌 삶을 즐길 수 있는 관광, 친환경 관광, 과거와 미래를 함께 관광을 할 수 있는 관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관광의 세계적인 추세와도 다분히 관련되어 있다.
다행히 경주는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즐길 만한 요건들이 갖추어진 도시다. 사방이 산지로 형성되어 있고 바로 근접한 거리에 감포를 비롯한 다채로운 바다와 해변이 있다. 다양한 레져 스포츠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지난 번 정갑식 선생의 첨성대 칼럼에서 보듯 바로 그 강과 산, 바다에서 나오는 산물과 신라로부터 전달된 고도의 음식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당연히 우리가 늘 자랑해왔던 신라천년의 화려하고 놀라운 유적과 문화도 있다.
문제는 이런 장점들을 묶을 정책적 배려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근년에 들면서 황리단길이 뜨고 있고 경주읍성주변의 관광지화를 통해 도심을 관통하는 새로운 매력의 포인트가 조성되었다. 이 거리들을 축으로 두고 성동시장과 구시가지, 중앙시장과 봉황대 및 노서동, 노동동 고분군 등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엮어낸다면 어느 도시도 가지지 못한 고도와 근·현대가 어울린 신개념 관광벨트, 관광객 뿐 아니라 시민이 고루 혜택 받는 관광벨트가 형성되지 않을까? 마침 구 경주역 맞은편 슬럼가에 도시재생작업이 시행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는 바, 이런 벨트라인을 조화롭게 보조할 장치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될 때 젊은이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고 아이디어 넘치는 사람들이 또 다른 경주를 만들기 위해 힘을 낼 것이다. 경주는 강원도나 목포가 흉내 낼 수 없는 곳이고 제주처럼 한 달 살이나 일 년 살이가 아닌 평생살이로서 전혀 손색없는 곳이어야 하고 바로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