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강지역에 플라스틱 제조의 중화학계 필수 소재인 메탈로센 촉매와 반도체용 핵심 전자소재 전문 기업이 들어선다. 경주시는 지난 10일 시청 대외협력실에서 ㈜에스피씨아이와 투자금액 630억원, 50명의 신규 일자리창출을 핵심으로 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체결에 따라 ㈜에스피씨아이는 안강 검단산단 내 메탈로센 촉매, 반도체용 전구체 등 반도체용 소재 전문생산 경주 3공장을 증설하게 된다. 협약식에는 주낙영 시장, 이철우 시의장, 이락우 경제산업위원장, 정성룡·이강희 지역구 시의원을 비롯해 이철 ㈜에스피씨아이 대표 및 임직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에스피씨아이는 2009년 울산테크노파크에서 설립한 플라스틱용 촉매 제조 전문회사다. 폴리올레핀(PO)의 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촉매인 메탈로센 촉매를 LG화학, DL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중화학 대기업에 공급하는 강소기업이다. 그동안 해외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메탈로센 촉매를 국산화해 국내 최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유럽의 글로벌토탈(Total) 및 태국 PTTGC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반도체용 핵심 전자소재(프리커서)를 삼성전자 1차 협력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2021년 경주 안강지역에 제2공장과 최신 설비의 연구소를 신설했었다. 제3공장은 2025년까지 630억원을 들여 안강 검단일반산단 내 2만5680㎡ 부지에 성장성이 높은 메탈로센 촉매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한 전용 촉매 공장과 다양한 반도체용 고순도 프리커서를 생산할 계획이다. 제3공장이 본격 가동하게 될 2026년에는 매출 15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이철 대표이사는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R&D와 직원 역량계발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며, 향후 제3공장에는 경주시민을 우선 채용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우리나라 중화학계의 필수 소재인 메탈로센 촉매를 100% 국산화하고, 다양한 IT 소재를 개발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을 갖춘 핵심 소재의 1인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안강 검단산단이 반도체 소재, 이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해 경주의 새로운 산업도시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우량·강소기업 적극 유치와 성공투자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지원과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1973년, 황남대총을 발굴하기 앞서 시험 삼아 조사한 무덤에서 금관을 비롯한 황금 장신구와 상상도 못한 그림이 발견됐다. 그 그림은 천마였고, 그렇게 무덤은 천마총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천마도가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오는 7월 16일까지 ‘천마, 다시 만나다’ 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천마그림 말다래’와 금동판에 새긴 ‘천마무늬 말대래’, 사진작가 구본창의 천마총 출토 유물 촬영작품, 천마총 출토 황금 장신구와 유리잔, 목걸이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시의 주인공인 천마그림 말다래는 빛에 약한 탓에 상시 공개에 제한적이었다. 지난 1997년,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 두 차례 공개한 이후 계속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가 나온 것이라 더 특별하다. 1973년 8월, 천마총 발굴이 한창이던 시기 부장품 궤짝에서는 천마그림 말다래 2점과 천마무늬 말다래 2점 등이 발견됐다. 국립경주박물관 정효은 학예연구사는 “출토된 ‘천마그림 말다래’ 두 점이 모두 왼쪽 방향인 것과 말다래에 영락이 장엄된 것으로 미뤄 장착용이 아닌 매장용(장례용) 말다래로 추정된다”면서 “함께 출토된 금동판을 오려 만든 ‘천마무늬 말다래’는 2013년 보존처리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으며, 이후 금관총과 금령총에서도 흡사한 말다래가 있음을 알게 해준 중요한 유물이다. 함께 발견된 한 점은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전시에서는 천마의 모습이 드러난 한 점과 금관총, 금령총에서 확인된 천마무늬 말다래를 함께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관람객에게 천마그림 말다래를 복제품이 아닌 진품으로 오랜 기간 선보이기 위해 두 점을 교체 전시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마도를 6월 11일까지 공개한 후 12일부터는 또 다른 천마도를 선보이게 된다. 정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서 155호 무덤이 천마총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패널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한국 예술사진을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게 한 구본창 작가의 렌즈 너머로 본 천마총의 황금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천마총 발굴 50년 기념사업 ‘1973, 천마를 깨우다’의 일환이다. 문화재청은 천마총 발굴 50년을 맞아 천마총을 재조명하고 신라문화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추진단과 경주시, 경상북도와 협력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12월까지 추진한다. 한편 천마총 발굴은 신라 능묘를 정비하고 내부를 볼 수 있는 관광지로 꾸미고자 하는 계획에서 출발했다. 당초 정부는 가장 큰 98호 무덤을 조사해 내부를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당시 한국고고학계의 수준으로는 커다란 무덤을 발굴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98호 무덤보다 작은 155호 무덤을 조사하며 돌무지덧널무덤의 구조를 파악하고자 했다. 1973년 발굴조사에 착수한 155호 무덤에서는 금관보다 더 귀한 유물이 확인됐고, 신라의 유일한 회화자료라 할 수 있는 천마그림 말다래가 확인돼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또 천마그림 말다래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과학도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광고사 박성범 대표가 지난 3일 황오동을 찾아 후원금 50만원을 지정 기탁했다. 이번 후원금 기탁은 박 대표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황오동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준비했다. 박성범 대표는 “5월은 모두가 설레는 가정의 달인 만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작은 희망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기부를 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지역사회에 작지만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나눔을 실천해가겠다”고 전했다.
Downtown_night 내게 있어 표현소재는 섬유이고 기법은 염료이다. 염료가 구현하는 명징한 색채의 환희와 그것이 인간의 시각을 통해 전달하는 에너지, 염색기법으로 표현되는 형상의 신비함이 지금껏 작업에 몰두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을 거치면서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일련의 작품들은 바느질 기법으로 천을 염색하고 안료를 입히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표현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도 하지만 거대한 도시의 야경의 표현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바느질과 염료가 만들어내는 우연적인 효과를 컨트롤함으로써 비로소 펼쳐지는 도시의 빌딩숲 사이사이를 이루고 있는 거리와 골목, 상하구분 없는 하늘. 천과 염료가 만들어 내는 힘은 어느새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자연을 뒤덮고 있는 인간의 삶 속에 서 있는 빌딩조차 인간과 함께 생명체가 되어 상생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도시의 밤을 밝히고 있다.
질병에 의한 국민 사망원인 중 1위는 암이다. 정부는 암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 사회적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체 건강보험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를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사업을 벌이고 있다. 위암과 유방암 검사는 만 40세 이상부터 2년에 한번씩, 대장암은 만 50세 이상부터 1년에 한 번씩 받을 수 있다. 간암은 만 40세 이상 간염 보균자 등 고위험군만 6개월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은 만 20세 이상부터 2년에 한 번씩 받는다. 건강보험 가입자 중 소득상위 50%는 암 검진비용의 10%만 부담하면 되고, 건강보험 가입자 하위 50%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과 대장암 검사는 무료다. 국가암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하면 국가에서 별도로 의료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당해 국가암검진 대상자임에도 검진을 안 받았다가 뒤늦게 암을 발견하면 별도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국가암검진사업은 암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발견하고 조기치료로 사망률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경주시민들의 암검진 수검률이 전국과 경북 평균보다 낮게 집계돼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주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자 암검진 수검률 집계결과 경주지역에서는 전체 검진 대상자 중 42.3%만 암검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상의 경주시민 10명 중 4명만 본인이 받을 수 있는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 암 검진 중 하나를 받은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전국 평균(45.6%)과 경북 평균(44.0%)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인구와 검진대상자가 비슷한 도내 포항 북구(46.9%), 구미(46.8%), 경산(44.81%)보다도 낮았다. 경주시민들의 암검진 수검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통계수치다.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 등의 실천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건강·암검진은 건강위험 요인을 사전에 발견해 위험을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 이를 모를 시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 또는 매년 마다 대부분의 암검진 등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으니 검진만 받으면 된다. 암 발병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국가암검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경주시 등 관련당국은 이 같은 시민의식이 자리 잡을 때까지 암검진사업에 대한 홍보와 독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주시가 해양수산부 공모에서 선정돼 추진하고 있는 ‘어촌뉴딜 300사업’이 하나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는 지난 2일 감포 나정항에서 ‘나정항 어촌뉴딜 300사업’ 준공식을 가졌다. 앞서 지난 2021년 수렴항, 지난 4월엔 연동항이 준공한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경주시는 2019년 수렴항, 2020년 나정·연동항, 2021년 척사항, 2022년 가곡항 등 5개항이 어촌뉴딜 300사업에 선정됐다. 경주시가 전국 지자체와 경쟁해 5곳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어촌 뉴딜 300 사업은 지역 밀착형 생활SOC(사회간접자본)사업이다. 전국 300개 어촌·어항을 선정해 낙후 어촌을 활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에 준공한 나정항은 73억500만원 예산을 들여 어항기반시설 정비, 활성화센터 및 다목적광장 등 특화사업, 바리스타 육성 및 지역협의체 운영의 주민역량 강화사업 등을 추진했다. 특화사업으로는 작은카페, 나정 활성화센터 등을 조성해 어업활동 외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준공한 연동항도 74억8100만원 예산을 들여 어항기반시설 정비, 해양레저 체험공간 조성, 어촌체험마을 기능 개선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연동항 역시 어촌체험마을센터 일부를 리모델링해 마을카페를 운영해 일자리창출과 마을 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예정인 척사항과 가곡항도 지역 특성을 살려 각각의 특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특화사업은 무엇보다 어촌이 보유한 핵심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해양관광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낙후된 어촌경제에 활력도 전망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경주시가 사업 공모에 응모할 당시의 초심을 잊지 말고 기본 인프라 확충은 물론, 활력 넘치는 어촌 조성을 위해 행정력을 끝까지 집중해야 할 때다. 어촌 소멸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어촌 뉴딜사업이 추진된 만큼 어촌마을에 희망을 불어 넣어 주기 바란다.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3고(高)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에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일수록 조그만 용돈벌이라도 해보고자 SNS를 통해 재테크와 부업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 소개할 사기는 불과 수 년 전까지 대한민국을 광풍으로 몰아넣은 주식·코인 열풍에 편승하여 피해자들의 돈을 편취하는 수법으로, 메신저를 통해 투자 종목을 추천해주거나 피해자 대신 투자를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투자 리딩방 사기’라고 불린다. 투자 리딩방 사기의 주요 무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다. 이들은 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초보자도 가능한 재테크·부업, 원금보장·수익보장·당일출금이 가능하다며 허위의 투자 정보를 소개하거나 허위의 수익이 난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쳐한 사진을 올린다. 이에 현혹된 피해자들이 링크를 클릭하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접속하면 ‘코인이나 해외선물의 상승 및 하락에 배팅을 하면 원금보장은 물론이고 500% 이상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허위의 거래사이트에 회원가입 하도록 유도한 뒤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금을 입금받는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이 입금을 하면, 이들은 허위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여 마치 수익이 난 것처럼 속여 ‘수익금을 출금하고 싶으면 일정 수수료나 세금을 내야한다’며 계속해서 입금을 요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많은 피해자들은 사기꾼이 만들어낸 가상의 수익금이라는 허상에 현혹되어 피 같은 실제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다. 최근에는 코인 투자 손실을 보상해주는 업체라고 접근해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위와 같은 사기 사례는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처럼 손쉽고 친숙한 매체를 이용하여 어린 학생부터 연세 많은 어르신까지 별다른 의심 없이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주경찰서 수사과에서만 접수되는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 피해자들만해도 적게는 수백만 원부터 많게는 수억원까지 막대한 피해금이 발생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위와 같은 사기 피해는 현재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 쉽고 빠르게 돈을 버는 방법은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항상 되새기며, 부디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은 단 한 명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기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위 사례를 소개하였다. 모르는 사람이 원금·고수익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나 메시지는 100% 사기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고, 상대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될 때는 경찰과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인 신고를 하여야 할 것이다.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사실 그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항상 경제가 어렵다고 말해왔다. 우리 사회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지금의 우리는 경제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호황이 청년세대들에게는 어려움을 만들어 주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앞서 제기한 바 있다. 부모세대들은 헝그리정신으로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이루며 고도성장의 시대를 살아왔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청년세대에게는 어려움의 원천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무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을 안겨주었다. 비교적 풍요로웠던 청년들의 성장환경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더 나아지리라는 낙관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세대는 그들이 살아왔던 시대와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여전히 무조건적인 도전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부모세대가 살아왔던 시기를 돌이켜보면 성장기에 자신의 꿈만을 생각한다는 것은 호사스러운 욕망인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주어진 일을 무조건 열심히 해야만 했고 그 결과로 오늘의 호황을 이루는, 이른바 고진감래의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자녀세대의 미래를 설계하는 단계에서의 착오는 여기서 생겨난다. 경제적인 성장이 더해질수록 새로운 세대는 더 많은 경쟁에 시달리고 있고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부모세대인 우리는 시각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청년들에게 무조건적인 도전과 노력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들이 올바른 진로로 진입하고 있는지를 먼저 챙겨봐야 한다. 세상은 다변화되고 청년들의 욕구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적인 통념으로 제시하는 ‘좋은 일자리’가 지금의 청년세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습경쟁에서 이겨야 좋은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다거나 혹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진부한 것 같지만, 그들에게 꿈을 다시 심어줄 필요가 있다. 혹자는 요즘 세대는 꿈이 없는 세대라고 폄하하면서 그들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과연 그들에게는 꿈이 없을까 반문해본다. 그들에게 꿈을 찾을 시간을 주었던가, 아니면 꿈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주었던가 돌이켜본다. 꿈은 머릿속에서 막연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꿈을 가지기 위해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더 많은 체험을 의도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대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꿈을 가질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심지어는 꿈을 가지라는 사회적인 기대감도 껍데기만 남은 상태이다. 그들은 오로지 학업 경쟁만이 답이었던 청소년기를 보내왔다. 꿈에도 조건이 있다. 우선 꿈은 자기가 스스로 결정 내려야 온전히 자신만의 꿈이 된다. 그래야 성취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꿈은 꿈을 꾸는 자신에게 우선 가치가 느껴져야 한다.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꿈이란 결국 부모도, 교사도 그리고 사회에서 주는 압박도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의 의지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꿈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꿈에 애정도 생기고 열정도 따르는 법이다. 다만 꿈은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서는 생산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적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이른바 비영리활동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기여하는 이타적인 활동도 사회적으로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 생산적인 활동이다. 청년세대들이 가치 있고 생산적인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그 꿈에 기반해서 이 시대의 청년들이 바라는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청년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지금 시대의 부모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부음을 들을 때마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 자신도 멀지 않아 세상과 이별해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된다. 몽테뉴(Montaigne, M.)의 『수상록』에 다음과 같이 구절이 있다. “어디에서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곳곳에서 기다리지 않겠는가! 죽음을 예측하는 것은 자유를 예측하는 일이다. 죽음을 배운 자는 굴종을 잊고, 죽음의 깨달음은 온갖 예속과 구속에서 우리들을 해방시킨다” 이제라도 죽음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문무왕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해방보다는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몽테뉴를 능가하는 생각을 가진 왕이었다. 문무왕은 통일을 완성한 후에도 큰 근심거리가 있었다. 바로 수시로 바닷가에 상륙해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 문무왕은 죽은 후에라도 왜구를 막겠다고 서원하고 자신이 죽으면 불교식으로 화장을 해 동해상의 큰 바위, 즉 지금의 대왕암에 장사를 지내라는 유언을 남기게 된다. 왕이라면 현세는 물론이고 내세에도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한다. 그러나 문무왕은 달랐다. 죽음이 다가오는 중에도 자신의 평안보다는 국가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다. 어쩌면 나라를 걱정하며 눈을 감지 못한 것은 아닐까? 문무왕의 유언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삼국유사』 「기이」편 ‘문무왕 법민’조에는 지의법사에게 남긴 왕의 유언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짐은 죽은 후 나라를 지키는 큰 용이 되어 불교를 받들고 나라를 보위하겠노라” 이어 법사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용은 축생인데 어찌 용이 되려 하시옵니까?” “나는 세상의 영화를 싫어한 지가 오래 되었소. 만약에 추한 인연에 따라 축생이 된다면 이는 내가 바라는 바와 꼭 맞는 것이오” 『삼국사기』 「신라본기」 ‘문무왕’조에는 왕의 유언을 좀 더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과인은 어지러운 때에 태어난 운명이어서 자주 전쟁을 만났다. 서쪽을 치고 북쪽을 정벌하여 강토를 평정하였으며, 반란자를 토벌하고 화해를 원하는 자와 손을 잡아, 마침내 원근을 안정시켰다. 위로는 선조의 유훈을 받들고 아래로는 부자의 원수를 갚았으며, 전쟁 중에 죽은 자와 산 자에게 공평하게 상을 주었고, 안팎으로 고르게 관작을 주었다. 병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어서, 백성들로 하여금 천수를 다하도록 하였으며, 납세와 부역을 줄여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게 하여, 백성들은 자기의 집을 편하게 여기고, 나라에는 근심이 사라지게 하였다. 창고에는 산더미처럼 곡식이 쌓이고 감옥에는 죄수가 없어 풀이 우거졌으니, 가히 선조들에게 부끄러울 것이 없었고, 백성들에게도 짐진 것이 없었다고 할만하였다. 내가 풍상을 겪어 드디어 병이 생겼고, 정사에 힘이 들어 더욱 병이 중하게 되었다. 운명이 다하면 이름만 남는 것은 고금에 동일하니, 홀연 죽음의 어두운 길로 되돌아가는 데에 무슨 여한이 있으랴! 태자는 일찍부터 빛난 덕을 지니고, 오랫동안 동궁의 자리에 있었으니, 위로는 여러 재상으로부터 아래로는 낮은 관리에 이르기까지, 죽은 자를 보내는 의리를 어기지 말고, 산 자를 섬기는 예를 잊지 말라. 종묘의 주인은 잠시라도 비어서는 안 될 것이니, 태자는 나의 관 앞에서 왕위를 계승하라. 세월이 가면 산과 계곡도 변하고, 세대 또한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니, 오나라 왕 합려의 북산 무덤에서 어찌 향로의 광채를 볼 수 있겠는가? 위나라 왕 조조의 서릉에는 동작이란 이름만 들릴 뿐이로다. 옛날 만사를 처리하던 영웅도 마지막에는 한 무더기 흙이 되어, 나뭇꾼과 목동들이 그 위에서 노래하고, 여우와 토끼는 그 옆에 굴을 팔 것이다. 그러므로 헛되이 재물을 낭비하는 것은 역사서의 비방거리가 될 것이요, 헛되이 사람을 수고롭게 하더라도 나의 혼백을 구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을 조용히 생각하면 마음 아프기 그지없으니, 이는 내가 즐기는 바가 아니다. 숨을 거둔 열흘 후, 바깥 뜰 창고 앞에서 나의 시체를 불교의 법식으로 화장하라. 상복의 경중은 본래의 규정이 있으니 그대로 하되, 장례의 절차는 철저히 검소하게 해야 할 것이다. 변경의 성과 요새 및 주와 군의 과세 중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것은 잘 살펴서 모두 폐지할 것이요, 법령과 격식에 불편한 것이 있으면 즉시 바꾸고, 원근에 포고하여, 백성들이 그 뜻을 알게 하라. 다음 왕이 이를 시행하라!”
“아들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 오늘도 아침잠 많은 아들을 힘들게 깨우고 있다. “이제 고등학생이면 알아서 일어나야지 않겠니?” 하고 잔소리를 하는데 녀석이 빈손을 내밀며 “아빠, 내 아이스크림 어딨어?” 이런다. 뭔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지만 주변을 살피는 녀석의 얼굴은 꾀나 심각하다. 아마 아이스크림 먹는 꿈을 꾸고 있었던 모양이다. 인간은 누구나 꿈꾼다. 하루에 한 번 꾸는 줄 알지만 사실은 한 시간 반 단위로 꾼다. 우리가 어설프게 기억하는 꿈은 그 마지막 꿈일 뿐이다. 샤워하러 욕실로 걸어가면서 그런다. “이제 막 먹기 시작했는데...” 아쉬웠나 보다. 그렇다고 녀석의 꿈속으로 대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참 외로운 존재들이다.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단상들, 느낌 등등을 우린 결코 공유하지 못한다. 꿈이고 현실이고 간에 우리는 철저히 혼자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느낌을 온전히 전달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하나지만, 그 위에 살고 있는 사람 수만큼 우린 각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떤 꼬맹이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울면서 이러더란다. “엄만 어디 갔었어?” 놀이터에서 형아들끼리 노느라 자기를 안 끼워줬던 모양이다.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천진함이 귀엽다. 이러한 인간의 생래적 한계에 어쩌면 실금이라도 낼 것 같은 희망이랄까?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뇌 속의 혈류 변화 등의 데이터로 인공지능은 인간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려낼 수 있다고 한다. 이론상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다. 아들 녀석의 꿈속 세상을 엿볼(?) 수 있는 세상이 정말 올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수학 시간에 무슨 문제를 풀었는지 누구랑 잡담을 하는지도 말이다. 오사카대학의 연구가 기대되는 건 인간의 뇌에 인공지능을 연결하려는 시도에 있다. 후두엽과 측두엽 등 인간의 뇌 속에서 흐르는 피의 움직임 그 방대한 데이터를, 요즘 가장 핫한 인공지능(AI)으로 학습시키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인지하는 대상(A)과 인공지능이 재현해 내는 이미지(B)와의 싱크로율(비교 대상이 서로 같거나 들어맞는 비율)을 높이는 학습 과정이 연구의 핵심 내용이다. 가령 내가 보고 있는 저 빨간 자동차와 내 혈류를 해독한 인공지능이 내놓는 이미지가 똑같을 때까지 반복해서 학습시키는 것이다. 논문에 실린 이미지 자료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시간의 도움으로 첨단 기술이 인간의 근원적인 고립을 해방시켜 줄지 두고 볼 일이다. 허물어졌음 싶은 꿈의 한계는 또 있다. 어떤 인간도 꿈을 꿈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시간도 없고 공간 개념도 없는, 정말 ‘개꿈’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거짓 세상을, 우린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다. 꿈에 분명 자신은 나비였는데 깨어보니 장주 자신이더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나비의 비유는 (장주의 꿈속) 장주가 나비인지 (나비의 꿈속) 나비가 장주인지 묻고 있다. 불교 인식론[唯識學]의 주장은 이렇다. 나와 함께 지금 대화하고 있는 대상은 사실 상대 곧 타자(他者)가 아니란다. 오히려 나라고 해석한다. 눈에 보이는 저기 저 높은 빌딩도, 지금 내 코에 이렇게 분명한 커피 향도 모두 나라고 말한다. 근거는 이렇다. 가령 내(인식주체)가 강아지(인식 대상)를 보고 있다고 치자. 아들이 하도 졸라서 새 식구가 된 하얀색 시추 종인데, 기분이 좋은지 혀를 쏙 내밀고는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다. 이걸 인식론적으로 정리해 보면 하나의 인식 현상[아이고 귀여워!]은 그 주체[나]와 대상[시추]이 전제되었을 때만이 작동한다. 주체와 대상으로 마련된 인식의 토대를 마음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나고 시추는 시추지만, 시추나 나나 모두 동일한 인식환경[마음] 속에 있다는 점에서 ‘내가 곧 시추고 시추가 곧 나’인 셈이다. 마음이라는 측면에서 나[我]는 대상[物]과 한 몸[一切]이다. 오사카대학 연구팀은 인간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하고 그 자료를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입력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미지뿐 아니라 우리 마음에는 다짐이나 속삭임 생각이나 느낌으로 가득하니, 길은 멀겠지만 꿈을 잃지는 말자. 꿈은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니까.
지붕 위의 자전거 박화남 허공에도 길을 내어 달리고 싶은 걸까 보름달 이마 위에 지문 몰래 찍어 두고 아버지 바퀴를 굴린다 세상이 다 둥글도록 태풍이 길 막아도 멈춘 적 없었다는 사십 년 연애 같은 우체부 가방 놓자 어깨가 가벼워진다며 지붕 위로 올라갔다 -해도 달도 돌리시는 아버지의 사랑 일찍이 러시아 혁명기 우크라이나의 유대민족 수난을 다룬 숄렘 알레이헴의 원작 『테비에와 딸들』을 두 라노비치가 뮤지컬로 각색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라는 뮤지컬이 있었다. 주어진 삶에 긍지를 갖고 가난하지만 신실하게 살아가는 우직한 우유가공업자 테비에 일가의 삶을 다룬 이 작품에서, 지붕 위처럼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추락하지 않고 자신의 연주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비밀은 바로 ‘전통’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 작품에서 제목을 발상했을 법한 이 시조는 현실과 상상의 자재로운 변주가 놀랍도록 신선하다. 지붕위로 올라간 아버지의 자전거는 당연히 죽은 아버지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시인은 실제로 “어깨가/가벼워진다며/지붕 위로 올라갔다”라는 말로 죽은 아버지의 그곳으로의 이동을 감동적으로 묘파한다. 그러나 놀라운 건 그때부터 아버지의 삶은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된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약간 다르지만 우체부의 삶이란 길이 길을 부르는, 길 끝에 또 길이 더해지는, 인정人情과 세사世事가 놓인 길의 내력을 자전거 바퀴에 감아 돌리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 그 바퀴는 우체부인 아버지가 “사십 년 연애 같은 우체부 가방”에서 무수한 이름들을 호명해낼 때마다, 그 행복과 슬픔, 삶과 죽음의 길을 묵묵히 다져넣으며 때로는 햇살을 때로는 빗방울을 감으며 돌아갔으리라. 그러나 이제 자전거가, 아니 아버지가 지붕에 올라감으로써 우리는 우체부인 아버지가 홀가분하게 “세상이 다 둥글도록” 굴리는 그 리듬에 맞춰, 마침내 천체(달)를 돌리는 영원의 존재가 되는 경이를 체험한다. 시인의 환상과 무의식이 빚어내는 아버지의 노동행위는 당연히 현실의 곤고와는 다른 편에 놓인 “어깨가 가벼워진” 유쾌한 노동이다. 일생을 우직하게 길 위를 달리며 자신의 생을 겸허히 감당한 아버지 생애에 대한 감사와 빛나는 후생에 대한 헌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시조는 특히 첫째 수와 둘째 수의 시간을 역순행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시적 완성도와 깊이를 한결 돋보이게 한다. 문체와 리듬도 특히 유연성이 굽이친다. 삶의 핍진한 구체성과 사유를 밀고 가는 능력, 이미지가 가진 눈부심을 등한히 하지 않음으로써 예측하기 어려운 심미성에 도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젊은 시조 시인 박화남은 언어를 ‘엮고’ ‘풀고’ ‘다스리는’ 솜씨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깊이가 돋보이는 작가이다. 대상에 대한 깊은 사유와 오랜 숙성을 거친 후에 빚어내는 심미감 넘치는 선명한 형상화는 언어에 대한 예각으로 작품 읽는 맛을 싱그럽게 출렁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세계를 포화 속에 몰아넣은 2차 세계대전의 원흉 아돌프 히틀러는 미술에 남다른 조예가 있었던 인물이다. 그가 빈의 미술 아카데미에 두 번이나 응시했지만 결국 떨어지고 결국 군에 입대하면서 희대의 살인마로 변한다. 미술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진주한 유럽 각 지역의 미술품들을 약탈해 ‘총통 미술관’을 지을 야심에 들 떠 있었다. 그 결과 희대의 걸작들을 독일의 광산에 숨겨두는 만행을 저질렀고 만약에 그가 전쟁에 패하거나 그 자신이 죽을 경우 이들 예술품들을 모두 폭파하거나 불 지를 것을 명령한다. 영화 ‘모뉴먼츠 맨-세기의 작전(2014/조지 클루니 감독)’은 히틀러의 야욕을 알아채고 이를 저지해 미술품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으려는 연합군 측의 특수부대 ‘모뉴먼츠 맨’의 행적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특수부대의 구성원이 정말 ‘특수’하다. 코만도나 람보 같은 무지막지한 전사가 아닌 미술관장, 미술 감정가, 건축가, 미술품 거래상, 조각가 등으로 구성된 7명의 미술가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1943년 결성되어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전쟁의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약탈당한 미술품을 찾아 목숨을 건 여정에 나선 끝에 500만 점 가까운 미술품을 되찾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명의 부대원이 전사하는 아픔을 겪는다. 이 영화는 미술 작품을 위해 목숨을 건 특수부대의 활약을 그리면서도 ‘과연 미술품을 위해 목숨까지 버려야 하는가?’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그러나 극 중 대사에서 보듯 미술품을 되찾겠다는 지순한 마음은 한결같다.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 나가는데 누가 예술에 신경 쓰냐고? 한 세대의 인류를 휩쓸어 버릴 수는 있지만 문화와 우리의 삶의 방식은 결국 모두 돌아온다. 미술을 없앤다면 역사와 존재의 근거를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가 싸우는 것은 이것을 막기 위함이다” 비단 히틀러의 망상뿐 아니라 세계의 박물관을 방문하다 보면 숱한 약탈 문화, 약탈 미술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마주치게 된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 같은 세계적 박물관은 자국의 미술품이나 유물보다 해외로부터 약탈해온 것들이 절대적으로 더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숱한 시대별 문화재들을 일본에 강탈당했다. 간송 전형필 선생 같은 분들이 일제의 문화재 침탈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 많은 약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경주의 경우 일제강점기에 얼마나 많은 국보급 유물들이 일본에 약탈당했을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현재 청와대 뒤뜰에 고향을 잃은 채 외롭게 서 있는 석불좌상 역시 일제가 밀반출을 시도하려다 남겨둔 경주 불교문화의 대표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 화해하겠다는 다양한 구상들을 내놓곤 했지만 일본은 끝내 진정 어린 사과는커녕 국민의 관심사인 위안부, 징용에 대한 문제, 독도 영유권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때라는 듯’ 더 강한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일제강점기에 강탈당한 문화재 환수에 대한 말은 윤대통령 뿐 아니라 여야 정치인, 언론 등에서조차 일언반구 말이 없다. 비단 현 정권뿐 아니라 해방 후 20대 대통령이 선출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어떤 정권도 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무관심하게 지나왔을 뿐이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경주시민들이 심각하게 되새겨보아야 할 문제도 여기에 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경주에서 출토된 다수의 금관, 기마인물상, 천마도 등 경주를 대표할 만한 귀중한 문화재들이 모두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에 가 있다. 선조들의 위대한 작품이 더 안전하고 사람들 많은 곳에 전시되어 더 크게 빛을 발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다분히 경주가 문화적 역량이 모자랐을 때의 논리다. 이제 경주도 경주의 문화재를 지킬 만큼 역량을 갖추었고 국립경주박물관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경주의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운동이 필요하다. 만약 그럴 역량이 없다면 온 힘을 다해 그 힘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고 박물관이 서울에 비해 열악하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마땅히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작품은 프뤼해 성당에 있던 미켈란젤로의 ‘성모자상’과 천주교의 상징과 같은 얀반 에이크의 ‘캔터 제단화’다. 그에 비해 일제에 의해 사라진 다보탑 사자상과 서울에 가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못하지 않을 것이다. 미술작품은 원래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가치 있다는 것을 영화 모뉴멘츠 맨은 분명히 보여준다. 경주를 떠난 문화재들은 언제 돌아올 수 있을까? 국가적으로나 경주 자체로나 모뉴멘츠 맨이 필요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김관용, 사무처장 석동현)는 지난달 19일 유영백 자문위원과 사무처 직원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통일안보현장을 견학했다. 이번 행사는 정전협정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자유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통일안보 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문점 및 DMZ 현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방문은 통일부 판문점견학안내센터에서 출발, 판문점 ‘JSA 경비대대의 브리핑’을 시작으로 △돌아오지 않는 다리 △도끼만행사건 현장 △제3초소 △자유의 집 △군정위 회의실 △공동기념식수 장소 △장명기 상병 추모비 △순국 장병들에 대한 묵념 △제3땅굴 견학 △도라 전망대 방문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자문위원과 직원들은 분단의 상징이자 통일의 염원을 간직한 판문점 방문을 통해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함께했다. 민주평통 석동현 사무처장은 “우리가 원하는걸 들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카드는 남한이 들고 있다”며 북한의 태도변화에 주목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한국지역신문협회 회원사 김동인 기자(경기도협의회 시흥뉴스라인)가 민주평통 사무처 직원들과 일정을 함께하며 판문점 동선을 현장 취재했다. 한국지역신문협회 공동보도
화랑마을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야외방탈출 미션게임(이하 야외방탈출)에 참가하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소확행 이벤트를 펼친다. 이벤트는 5월 한 달 간 화랑마을 야외방탈출을 이용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응모 가능하다. 응모자 중 50명을 추첨해 6월 5일 모바일 기프티콘을 핸드폰으로 지급한다. 응모방법은 야외방탈출 체험을 완료하고 클리어 화면을 화랑전시관 안내 데스크에 제시하고 이벤트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화랑마을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전시관 안내데스크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화랑마을은 올해 실내정원 조성과 시민친화 공간 사업 등으로 수련, 교육,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2023년 경북도 대표 ‘경주 청소년 어울림마당’이 지난달 29일 개막했다. <사진> 개막식은 이날 황성공원 타임캡슐 공원 앞 상설무대에서 어울림마당으로 열렸다. 리틀예인 무용단의 한국무용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태극기 퍼포먼스, 개막 선포식 등 10여개 청소년동아리 공연과 비보이 댄스가 열렸다. 특히 울진과 문경 청소년어울림마당이 이번 경북도 대표 경주청소년어울림마당과 함께 공동 선포식에 참석해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공연 등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 네일아트, 페이스페인팅, 이동상담실 등 19개 청소년동아리 부스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자원봉사 단체 등 6개 기관 등 총 25개의 체험부스도 선보였다. 시는 이번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매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5월에는 청소년 화랑문화제와 함께하는 청소년동아리 경진대회, 6월 역사해설 경진대회, 7월 버스킹-에코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8월에는 한여름밤의 음악회, 9월 진로체험, 10월은 폐막식과 함께 시상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주엑스포가 ‘빛과 환상의 나라 원더랜드’로 변신했다. <사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봄 시즌 이벤트가 5일부터 29일까지 화랑숲에서 펼쳐지는 것. 경주엑스포공원 화랑숲에는 살아있는 동화 속 캐릭터들, 화려한 조명과 다양한 포토존 등 19개 포인트로 동화 속 세계가 구성된다. 화랑숲 입구 ‘루미나 원더 게이트’를 지나 반짝반짝 빛나는 ‘토끼굴 빛 터널’, ‘빛과 환상의 나라 원더랜드’로 들어가게 들어서면 빛으로 가득찬 환상의 정원이 펼쳐진다. 원더랜드 방문을 환영하는 흰토끼의 부탁을 받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돼 동화 속 모험을 즐기게 되는 이벤트인 것이다. 화랑숲 입구 주변에는 원더랜드 테마 포토존이 마련돼 있으며, 동화 속 캐릭터로 깜짝 변신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는 ‘봄 요정의 마법 의상실’과 ‘봄 요정의 페이스페인팅 샵’이 유료로 운영된다. 이외에도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3시, 5시 경주타워 앞에서는 경북지역 실력파 싱어송 라이터들이 버스킹 공연으로 봄을 노래한다. 정규식 경주엑스포대공원 사무총장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봄 이벤트 ‘빛과 환상의 나라 원더랜드’를 준비했다”며 “경주의 아름답고 따뜻한 봄을 만끽하고, 환상의 동화 속 세상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5일부터 7일까지 열기구 탑승, 에어바운스 놀이터, 터링게임, 저글링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는 ‘봄빛 키즈랜드’도 방문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 볼 것”을 당부했다. 한편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시즌별 행사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야간 문화관광 명소로 경주엑스포대공원의 브랜드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불국사를 비롯한 전국 주요 사찰의 문화재관람료가 무료로 전환됐다. <사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난 4일부터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관람료가 대체되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산하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를 지원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화재관람료가 무료인 사찰은 불국사, 통도사, 해인사, 법주사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된 전국 65개 사찰이다. 양 기관은 협약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 유산인 △불교문화유산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제반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관람료의 단순 감면이나 그에 따른 비용의 지원 외에도 △사찰의 기존 ‘관람료 매표소’를 ‘불교문화유산 관람안내소’로 변경해 불교문화유산 향유 문화 조성과 안전 관람을 위한 안내 역할을 수행토록 하기로 했다. 한편 1970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통합 징수되던 문화재 관람료가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면서 국립공원 탐방객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따라서 이번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지원이 문화향유권 증진 및 불교문화유산 관람객 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들어 경주지역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 넘고 있다.먼저 전국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황리단길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지난 휴일 하루에만 방문객이 12만명에 달했다. 4월 하루 평균은 5만5000명, 한 달 누적 방문객은 164만6000여명에 달한다. 황리단길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인근 교촌마을과 대릉원, 동궁과 월지, 첨성대, 봉황대, 중심상가를 찾는 발길도 계속 늘고 있다. 보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어지면서 관광객 증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경주에서는 지난 4월부터 국제원자력에너지산업전, 한국태양에너지학회 춘계학술대회와 대한약학회 춘계학술대회를 비롯한 크고 작은 학술대회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또 기업과 관공서의 워크숍도 줄을 잇고 있고, 경북도가 주최하는 각종 워크숍도 4월 한 달에만 모두 5건이 경주에서 진행됐다.무엇보다 대기업의 인센티브 관광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굴지의 그룹 계열사인 L사는 4월말부터 한 번에 150~3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모두 14차례에 걸쳐 경주에 보내 휴식을 주고 있다. 방문 인원만 모두 33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엔데믹을 반영하듯 외국 관광객도 다시 경주를 찾고 있다. 5월에는 대만 관광객 400여명이 경주관광을 예약해둔 상태고, 일본 관광객들도 경주를 찾기 시작했다. 경주시는 관광객 증가에 발맞춰 지난 4일부터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한 대릉원 무료 개방과 미디어아트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또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주낙영 시장은 “관광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관련 인프라 확충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과 미주 관광객 유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위해 대릉원 무료개방과 미디어아트쇼, 동궁원 야간개방, 형산강 연등문화 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관련 인프라를 개선하고 확충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경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은 오늘과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다. 1900년대 초 경주지역 곳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본지를 통해 소개됐다. 1992년과 1994년에 걸쳐 본지에 화보로 실렸던 사진은 독자들이 제공했고, 사진에 대한 해석도 달았다. 이들 사진은 창간 34주년을 맞은 경주신문과 독자, 그리고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이에 당시 보도됐던 신문 속 과거 사진과 본지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을 지면을 통해 몇차례 소개하며 향수를 소환해본다. -편집자주 1930년대 전통혼례 장면 1930년대의 결혼식 장면. 요즘 젊은 세대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쓴 신랑·신부의 표정이 어색하다. 결혼 축하를 위해 걸려있는 만국기가 재미있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1930년대 예물식 장면 1930년대 예물식(禮物式) 장면. 신부가 시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예를 갖추어 인사를 드린다는 예물식에서 신부는 삼종지도(三從之道)에 따라 한평생을 살아갈 것을 약속하며 절을 올린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어려운 사이인 고부간이 예를 갖추고 마주 앉아 있는 모습에서 엄격함과 며느리의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결혼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군중 천막이 쳐진 마당에서 거행되는 결혼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군중(1930년대). 아낙네들은 신랑·신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발뒤꿈치를 들고 있지만, 남정네들은 점잖은듯 뒷짐을 진채 구경하고 있다. 요즘 보기 힘든 사립문도 있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중류 가정의 환갑잔치 기념사진 1930년대 중류 가정의 환갑잔치 모습이다.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데 병풍을 두 겹으로 치고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서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상류 가정의 장례식 풍경 1930년대 상류 가정의 장례식 장면.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와 만장, 상주가 말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유한 가정임을 알 수 있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한지를 만드는 작업 모습 ① 딱나무를 쪄서 펄프를 분리한다. ② 분리된 펄프로 종이를 떠낸다. ③ 철판에 가열하여 종이를 건조한 후 권으로 묶어낸다. 한지 만들기에 필요한 펄프를 얻기 위해 딱나무 껍질을 가마솥의 끓는 물에 넣어 찌고 있는 광경. 이 당시만 해도 문명 산업의 한 분야에서 제몫을 톡톡히 해왔던 한지 생산 공장이 경주 시·군 관내의 오지에 여러 곳 있었지만 이젠 산내면 대현리에서 몇몇 가내공업만 명맥을 겨우 유지해오고 있을 뿐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버린 셈이 되고 말았다. 우리 한지는 원래 질이 좋기로 멀리 당나라와 일본에까지 소문나서 국산 인삼과 함께 질 좋은 교역상품 중 주종이었다고 하는데 한가닥 향수만 남겨 놓은 채 명맥이 끊겨 간다고 생각하니 민족사에 점철된 애환과 함께 격세지감 누구에게나 없지 않으리라 여겨진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1930년대 우물가의 여인들 모습 한(恨)과 체념의 세월을 다시 보는 것만 같아 또 한 번 가슴 저며들게 하는 이 사진 한 장. 5천년 기나긴 세월이야 우리 민족사의 경우엔 차라리 숙명의 굴레 아니였을까? 부는 바람, 비치는 햇빛 어느 것 한가진들 서러움 아닌게 없었으련만 이렇게 함께 여인네들끼리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동구 밖의 우물터. 사랑과 꿈·삶과 인생을 두고 남모르게 겪어야 했던 갈등을 여기 아니었던들 어이 손톱만큼이라도 풀어보기라도 했었으랴. 막혔던 입과 귀와 눈이 트여 밝아지던 곳, 샘터야말로 여인들이 물처럼 솟구쳐 오르는 생활정서를 두레질하여 질그릇 동이 하나 가득 퍼담아 보는 실로 개방된 유일의 광장, 그 것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물오른 다래 부풀어 터지면 하얀 목화이듯 내밀한 꿈이 늘 그렇게 순박한 삶으로 표출되어 왔거늘 희가 검다 할 뿐인 단색무명 옷밖에 입을 줄 몰랐던 사진 속의 한국 여인상이란 부정 없는 순결의 생명 바로 그 자체 아니었나 싶을 뿐이다.<자료제공: 서울 아리재 주인 최덕환>
경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지난달 25일, 26일 양일간 여성행복드림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 32명을 대상으로 취업특강을 가졌다. <사진> 특강은 보편화된 스마트폰과 키오스크 활용법에 대한 내용으로 디지털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고, 퍼스널컬러 진단을 통해 면접 등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집단상담 프로그램 사후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경력단절여성들의 구직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디지털 나들이’와 ‘What is your color?’라는 부제로 각각 진행됐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직업정보 제공, 진로탐색, 지원서 컨설팅 및 경력개발 설계 등 구직기술을 코칭해주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이달까지 총 7회를 운영해 76명이 수료했으며, 취업준비와 경력개발을 위한 유용한 정보제공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이성환 센터장은 “다양한 분야에 구직능력을 돕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