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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향기 나누는 ‘카페 바흐’ 최병한 카페지기

음악을 매개로 정서 회복하고 문화적 기쁨도 함께 나눴으면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61호입력 : 2018년 10월 18일
[경주인살롱]
음악 카페 운영하며 문화예술 향기 나누는 최병한 카페지기 ‘카페 바흐(cafe de bach’

↑↑ 카페 바흐(CAFE DE BACH) 주인장 최병한씨와 부인 이부미씨가 잘 가꿔진 정원 앞마당에서 힘께 했다.

지역에도 다양한 카페들이 있고 또, 하루가 멀다하고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기고 있다. 그 중 동화속 집들 같은 펜션 촌으로 유명한 경주시 하동에는 카페에 문화예술을 접목한 곳이 있다. 

바로 ‘카페 바흐(CAFE DE BACH)’다. 카페 바흐 대표 최병한(62) 카페지기의 명함에는 music cafe ‘BACH(Classical, Old Pop And Others)’라고 씌어져있다. 이 카페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이곳은 이미 경주의 문화 예술 부흥에 일조를 하고 있는 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그가 꿈꾼 것처럼 그의 행보가 하나씩 방문객들에게 스며들고 있었다.2016년 1월 개업해 입소문을 타면서 3년여의 시간에 비해 매우 영향력 있는 음악카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음악카페를 표방하지만 커피 판매 위주가 대부분인 여타 카페에 비해 이곳은 오롯하게 음악카페로 순항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카페 바흐를 찾았다. 카페 바흐의 사방으로 난 창 너머로는 가을의 정석과도 같이 무르익어가는 황금 들판과 자연이 무척 아름다웠다. 카페지기 최 대표의 음성은 교외의 맑고 한산한 공기같이 편안하고 유독 투명했다. 음역대가 높은 고음의 테너를 했던 이력이 짐작되는 대목이었다. 

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품질의 선율은 잠시나마 팍팍한 일상에서의 잡념을 잊게 한다. 잔잔하게, 혹은 폭풍처럼 흐르는 음악은 진한 커피 향기와 함께 사람들의 훌륭한 배경이 된다. 이곳에서의 음악은 형체없는 주인이자 또 다른 핵심 구성원인 듯했다. 카페에는 문학을 비롯한 문화예술 관련 책들과 평생 모은 3000여 장의 LP와 CD음반, 그랜드 피아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스크린, 고성능 오디오 기기들이 갖춰져 있었다. 

작은 무대에선 수시로 음악회가 열리고 소박한 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그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카페의 홀에는 빈자리가 없다. 울산, 대구, 경주, 포항 등지에서 음악애호가 및 여러 방문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손님들이 행복하게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하고 가는 것이 가장 기쁘다는 최병한 대표에게서 음악과 함께하며 힐링하는 삶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최병한 카페지기

-33년 교직생활 정리하고 오랫동안 꿈꿔오던 음악 카페 열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쉼’ 제공
울산과 경주에서 교사로 지내온 최 대표 부부는(최병한 대표 33년, 부인 이부미씨 34년) 동시에 명예퇴직을 한다. 최 대표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창녕 시골여고에서의 근무를 시작으로 울산여고 등 인근 여고에서 33년간 성실하게 교편(영어)을 잡았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의 나이는 58세였다.

자신의 제자들같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생중계로 보면서 두고두고 오랫동안 교사로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한다. 교직생활 33년여 동안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 사건이 2015년 명예퇴직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계기가 된다. 용단을 내려야했다. 

정년까지 근무한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가 사라질 것 같았다고 한다. 새로 시작할 음악카페 운영이 크게 경제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부부가 함께 ‘교직’이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음악 카페 운영이라는 꿈을 실현할 장소를 물색하다가 대구 포항 울산 부산에서 비교적 접근하기가 쉽고 유서깊은 천년 도시인 경주 하동에 터를 잡았다.

최 대표는 “인생의 전반은 우리 부부가 순탄하게 교편생활을 했다면, 인생후반전은 우리가 누린 복을 조금은 나누고 싶었습니다. 가장 행복하고 가치있는 일을 위한 중요한 고민을 명예퇴직하기 4~5년 전부터 했고 그렇다면, 제가 남보다 잘할 수 있고 봉사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다가 음악카페를 열게 됐지요. 우리가 사는 공간에 음악 공간을 따로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며 쉬는 공간을 만든 거죠” 라고 했다. 아마추어지만 음반을 수집하는 등 음악활동을 한 것도 음악카페 일을 늘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쉼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되겠다싶어 오래전부터 생각한 바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바흐 음악은 내면을 샘솟게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들을수록 매력적인 음악이지요” 이것이 최 대표가 카페 ‘바흐’라는 이름을 지은 연유라고 한다. 바흐라는 음악가의 일대기를 알고 나서 그 음악을 더욱 듣고 싶었고 정복해야할 음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때마침 흐르던 바흐 무반주 첼로곡은 그렇게 우리에게 스며들었다.

↑↑ 평생 모은 3000여 장의 LP와 CD음반, 그랜드 피아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스크린, 고성능 오디오 기기들이 갖춰져 있는 내부. LP와 CD음반이 빼곡하다. 무대에선 수시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최 대표 부부의 정성과 땀이 배인 프로그램 운영하며 문화예술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어
이 공간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카페 테이블마다 그의 안목을 짐작할 수 있는 책들이 놓여져있다. 이 책들은 대여도 하고 있다. 미니 도서관 격이다. 대여기간은 2주.

“이곳에서 터를 잡기를 참 잘한 것 같아요. 단골분들이 음악 뿐만 아니라 미술이나 문학, 철학 분야에도 갈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까페에서 영화보기’를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운영해 약 20편의 영화를 올렸습니다. 또 ‘인문학 강좌’를 일년에 네 번 정도 하고 있는데, 역사, 문학, 음악, 철학으로 범주를 나눠서 하고 있습니다”

카페 바흐에선 이 밖에도 일 년에 세 번 정도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있으며 오는 27일 일곱번째 음악회인 ‘가을의 기도’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카페에서 편지쓰기’를 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카페 백일장’도 운영해보고 싶다고 한다. 이곳은 또 그림 전시공간으로도 제공하고 있다. 손님들에게는 부담을 줄이면서 훌륭한 게스트를 섭외하기 위한 접점을 찾기 위해 늘 부심하며 어떤 프로그램에도 최 대표 부부의 정성과 땀이 배이지 않은 것은 없어 보였다.

↑↑ 평생 모은 3000여 장의 LP와 CD음반, 그랜드 피아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스크린, 고성능 오디오 기기들이 갖춰져 있는 내부. LP와 CD음반이 빼곡하다. 무대에선 수시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평생 음악과 연관된 삶 살면서 지금의 일 즐겨
이곳의 핵심콘텐츠는 음반들과 오디오 시스템이다. 손때 묻은 오디오 기기를 비롯한 음악 이야기는 카페 바흐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최 대표는 영문학도였지만 고등학교부터 기타연주 등 악기를 연주하게 됐고 중창, 합창(테너)활동과 성가대 지휘를 하면서 자연스레 음반수집이 시작됐고 LP판과 CD음반 등을 두루 수집하게 됐다. 

“음반 중 70%는 클래식 음반이고 나머지 30%는 국악, 올드 팝, 포크 가요, 재즈 등의 음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고품질의 기기에 대해선 ‘그저 손님들에게 편하게 들려줄 수 있는 정도일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가 음악을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음에 대해 매우 예민해서 멜로디가 아름다우면 시나 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욱 크게 감흥을 느끼고 정화됐던 경험에서였다. 충청도 서천 출신으로 시골이었지만 교회서 노래도 하고 풍금연주도 하는 등 일찍부터 음악에 노출이 됐다. 그중에서도 음악에 빠졌던 결정적이고 충격적인 계기는 중학교 1학년때였는데, 박인환의 시에 곡을 붙인 ‘세월이 가면’,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등의 곡을 처음 불렀던 우리나라 1세대 유명한 테너 임만섭의 공연을 직접 보고 난 후였다고 한다. 테너 임만섭이 예술단을 조직해 시골학교를 다니며 순회공연을 했을 당시였다. 

“대사건이었죠. ‘저것이 바로 음악이구나’ 라고 생각됐습니다. 나의 음악세계에 불을 붙여준 결정적 영감을 준 분이었죠. 이후 음대로의 진학을 꺼려하셨던 부모님의 의견으로 영문학을 전공하게 됐지만 계속 음악과 연관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추어로 음악을 즐긴 것이 오히려 지금 이런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배경이 돼 준 것 같습니다”

↑↑ 평생 모은 3000여 장의 LP와 CD음반, 그랜드 피아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스크린, 고성능 오디오 기기들이 갖춰져 있는 내부. LP와 CD음반이 빼곡하다. 무대에선 수시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경주의 어느 한 구석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분량만큼 문화적 기쁨 나누는 것으로 만족”
“70대 어느 남성이 누님 내외를 모시고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성장기에 헌신적이었던 누님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서툴지만 6년 동안 배운 피아노 연주를 하던 순간이 매우 감동적이었고 흐뭇했습니다” 

음악으로 하나되는 시간이었다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이웃들과의 모범 공동체적인 삶을 위해 월요일은 영화, 독서 등으로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오픈한다. 2016년엔 동네 음악회를 했는데 10가정이(50대~70대) 무대를 꾸몄다. 연말엔 일년을 회고하는 망년회도 가진다. 이들 부부가 이 마을에 오고나서 이웃간의 정이 더욱 각별해지고 돈독해졌다. “동네주민들에게 들은 최고의 찬사가 최 선생네 덕분에 동네의 격이 높아졌다고 하실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저희가 단지 전원주택만 짓고 살았다면 그렇지 않았겠죠” 주민들과 어울리고 자신들의 공간을 제공하는 그들의 노력을 이웃들이 알아주는 것이다.

“첨단 기계시대가 될수록 정작 인문학적 요소는 빈곤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인문학적 프로그램과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모아 기획하면서 카페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문화예술적, 인문학적 소양의 지평을 넓혀가고 잃어버렸던 정서들을 회복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제가 가장 지향하는 지점입니다”

“힘은 들지만 풀 뽑을때도, 계절이 바뀌면서 꽃이 피고질때도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축복처럼 누리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특권인 것 같구요. 경주의 어느 한 구석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분량만큼 문화적 기쁨을 나누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렇게만 산다면 초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카페들이 있지만 정작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문득 집을 나와 마주하며 마음을 담글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카페 바흐다. 최병한 카페지기가 운영하는 카페 바흐가 있는 한 우리는 쓸쓸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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