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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시인의 詩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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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시인의 詩間]
콘크리트 바닥이 금이 가는 까닭은 단단한 등딱지가 쩌억, 쩍 갈라지는 까닭은 밑에서 쉬지 않고 들이받는 머리통들이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가 땅을 덮고 누르기 전 그곳에 먼저 살던 원주민이 있기 때문이다..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6월 20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경주「귀로」다방-정민호
경주 「귀로」다방 정민호 그 때는 그랬지, 멋스럽게 기대앉아 종일을 몸을 비비고 차를 마셨지 오가는 농담으로 마담과 함께 희망곡도 보내고 모닝커피도 마셨지. 시인 한하운도 왔었고, 가짜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6월 05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고양이가 다니는 길
-고양이와 사랑의 당돌하고도 낯선 결합 소재를 참 가까운 곳에서 가져왔다. 시인은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랑은 고양이가 다니는 길이라는 거다. 고양이와 사랑의 당돌한 결합이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좋은 시는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5월 23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작은 신앙 -이병일
-그녀의 이름은 어머니시다. 이런 여자가 기억나지 않는가? 이제 제대로 잘 운신하지도 못하고 새벽잠이 줄어든 여든[傘壽] 줄의 여인. 위중한 일이 없으면 시련(북풍)을 뚫고 키를 키운 목련의 의연함을 말없이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5월 09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연둣빛까지는 얼마나 먼가
-새잎, 그가 내미는 위로와 공감의 말 봄이 되어도 유난히 더디 잎새를 피우는 나무가 있다. 감나무가 그렇고 대추나무가 그렇다. 특히 대추나무는 다른 나무가 이미 꽃을 피워내고 잎이 무성하도록 앙상한 몰골로..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4월 25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영산홍(映山紅)
-영산홍, 어느 슬픈 인생의 압축된 서사 영산홍이 피었다. 벚꽃과 개나리가 지고나자 눈에 띄지 않는 꽃이 정원에 진홍빛 얼굴을 살풋 내밀었다. 영산홍은 철쭉에 가깝다. 그러나 철쭉꽃이 색상이 뚜렷하고 큰 데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4월 11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봄은 전쟁처럼 -오세영
-생명의 아수라장인 봄의 전쟁 봄을 이렇게 강렬하고 격하게 표현한 시를 읽는다. 봄이 전쟁이라니? 이 비유는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역설처럼 보인다. 그래서 너 놀람을 준다. 시인은 예상하지 않은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3월 28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鐵(철)을 버리다-유종인
-스테이플러 철심에서 발견하는 야성의 영혼 왜 있잖은가? 완력에 순응하며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사람. 숨죽이며 살아가는 다수들 가운데서 적당히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 아니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면 절대..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3월 14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호기심과 궁금증이 없다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까. 이 시는 만물에 깃든 존재의 근원과 현상을 어린이다운 시각으로 질문하고 있다. 물론 그 질문의 끝은 “우리는 단지 질문하다가 사라질 뿐”이라는 인간의 왜소..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2월 28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세상을 버리고 순수해질 수 있는 용기 며칠 전 반월성에 때 아니게 내린 눈을 핸드폰으로 찍어 내게 보내오면서 지인이 적은 제목은 ‘벚꽃 피다’였다. 아닌 게 아니라, 가지에 가득 내린 눈은 활짝 핀 벚꽃과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2월 14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스테이플러 씨
-사자 아가리보다 게걸스런 스테이플러의 식욕 사무실에서 가장 많이 쓰는 도구는 아마 복사용지와 함께 스테이플러일 것이다. 작은 서류 뭉치는 어김없이 따악, 하는 스테이플러로 철해진다. 순식간에 책상은 그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1월 24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박라연
-새해의 일출을 보며 새해가 밝았다. “목메게 불러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길만 가는 게 시간이다.” “눈보라 모진 광풍, 칠흑의 어둠 속에서도 앞만 보며 잘도 가는 게 세월이야.” 신년을 맞을 때마다 떠올..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1월 11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성탄제
-그 시절. 아버지가 그린 ‘성탄’의 그림 성탄 시즌이다. 흥청거리는 축제가 도심의 거리를 달구고 있다. ‘크리스마스 베이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원래의 의미가 퇴색된 성탄 풍경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12월 27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공백이 뚜렷하다
-한 해, 다 빠져 달아나버린 딱정벌레의 날들 요즘이야 핸드폰에 달력 기능이 있어 덜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력 인심이라는 게 있었다. 해마다 연말이면 달력을 얻어 옆구리에 끼고 들고 오는 재미가 있었다..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12월 14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집이 집에 없다
집이 집에 없다 -이문재 집이 집에 없다. 집이 집을 나갔다. 안방이 제일 먼저 나갔다. 안방이 안방을 나가자 출산이 밖으로 나갔다. 윗목이 방을 나가자 마루가 밖으로 나가자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11월 30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운문사 뒤뜰 은행나무
-쌓이는 은행잎이 던지는 화두 가는 곳마다 은행나무 황금 잎사귀가 길바닥에 속절없이 내리는 계절이다. 노란 은행잎들은 바람이 없어도 내려 쌓인다. 자신의 몸 그늘에 내리니, 시인의 다른 시 「산수유 나무의 ..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11월 16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여우
여우 -류인서 재 하나 넘을 적마다 꼬리 하나씩 새로 돋던 때 나는 꼬리를 팔아 낮과 밤을 사고 싶었다 꼬리에 해와 달을 매달아 지치도록 끌고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꽃을 샀다 새를 샀다 ..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11월 02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과목(果木)
과목(果木) -박성룡 과목에 과물(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 붉은 황토에 가지는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모든 것이 멸렬(滅裂)하는..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10월 19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만술 아비의 축문
만술 아비의 축문 -박목월 아베요 아베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베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눌러 소금에 밥이나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릿고개 아베도 알지러요 간..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10월 04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코스모스
코스모스 -송찬호 지난 팔월 아라비아 상인이 찾아와 코스모스 가을 신상품을 소개하고 돌아갔다 여전히 가늘고 긴 꽃대와 석청 냄새가 나는 꽃은 밀교(密敎)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것처럼 보인다 헌데 나..
경주신문 기자 : 2018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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