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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시인의 詩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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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시인의 詩間]
박물관
박물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접시들은 있지만, 식욕은 없어요. 반지는 있지만, 이심전심은 없어요. 최소한 삼백 년 전부터 쭉. 부채는 있는데 - 홍조 띤 뺨은 어디 있나요? 칼은 있는데 - ..
경주신문 기자 : 2020년 01월 16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지상에서 가장 긴 줄
지상에서 가장 긴 줄 노향림 순식간에 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쏟아지는 햇빛 아래 지리멸렬 흩어져 있다가 금방 생기 도는 얼굴들로 일직선을 그어나간다. 뎅뎅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기..
경주신문 기자 : 2020년 01월 02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바퀴들
바퀴들 박남희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딸내미가 하는 말 아빠, 내 방에 바퀴가 있어 바퀴 좀 제발 없애줘, 무서워 안 그러면 벌레의 방을 나와 함께 폭파시켜줘 너무 과장된 딸내미의 호..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12월 20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배추 꼬리
배추 꼬리 고영민 단단히 포기 진 배추를 뽑아 꼬리를 자르며, 나는 문득 이 배추들이 음전한 자태로 밭고랑에 앉아 있던 목숨이었다고 생각한다 뿌리가 아닌 배추의 긴 꼬리로 땅속에서,..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12월 05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은행털기
은행털기 고진하 은행을 털기 위해서는 복면과 총 따위가 필요하지만 은행을 털기 위해 그는 모자와 고무장갑과 비닐 깔개를 준비했다. 나무를 잘 타는 그는 다람쥐처럼 뽀르르 기어올라가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11월 21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사향가(思鄕歌)
사향가(思鄕歌) 박목월 밤차를 타면 아침에 내린다. 아아 경주역. 이처럼 막막한 지역에서 하룻밤을 가면 그 안존하고 잔잔한 영혼의 나라에 이르는 것을. 천년을 한가락 미소..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11월 07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모닥불
모닥불 백석 새끼 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짖도 캐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10월 24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엿장수 원효
엿장수 원효 전인식 골목길에서 한 사내 떠들어 댔네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한 나 빈병과 헌책, 고장난 선풍기를 들고 나갔네 그 사내 보이질 않고 사금파리 하나에 골목길이 환하였네 멀리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10월 09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발해로 가는 저녁
발해에서 온 비보 같았다 내가 아는 발해는 두 나라의 해안을 간직하고 있었던 미쁘장한 한 여자였다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자전거를 다루어 들을 달리던 선친의 어부인이기도 하였다 학교 가는 길에 들렀..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9월 26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키질
키질 손창기 어머니가 하는 말은 키질로 피어나서 먼지가 일렁이는 헛간의 어두움 속에 있다 도무지 흐릿하여 걸어놓은 망태기처럼 걸러낼 수가 없다 바쁜데 왜 내려 왔느냐! 자식 키우느라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9월 06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쉽게 쓰여진 시
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8월 23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흑백사진-7월
흑백사진-7월 정일근 내 유년의 7월에는 냇가 잘 자란 미루나무 한 그루 솟아오르고 또 그 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내려와 어린 눈동자 속 터져나갈 듯 가득 차고 찬물들은 반짝이는 햇살 수면에 담..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8월 01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녹슨 솥 곁에서 -古代
녹슨 솥 곁에서 -古代 장석남 부엌문이 열리고 솥을 여는 소리 누굴까? 이내 천천히 솥뚜껑을 밀어 닫는 소리 벽 안에서 가랑잎 숨을 쉬며 누워 누군가? 하고 부를 수 없는 어미..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7월 18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그리운 남풍 2
-인정과 가난, 설움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 시절 결혼식을 마치면 삼촌들과 고모들은, 그 자식인 사촌들은 안 방, 건넌방에 모여 저마다 신산한 삶의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어느새 손자 손녀를 업고 온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7월 04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콘크리트 바닥이 금이 가는 까닭은 단단한 등딱지가 쩌억, 쩍 갈라지는 까닭은 밑에서 쉬지 않고 들이받는 머리통들이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가 땅을 덮고 누르기 전 그곳에 먼저 살던 원주민이 있기 때문이다..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6월 20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경주「귀로」다방-정민호
경주 「귀로」다방 정민호 그 때는 그랬지, 멋스럽게 기대앉아 종일을 몸을 비비고 차를 마셨지 오가는 농담으로 마담과 함께 희망곡도 보내고 모닝커피도 마셨지. 시인 한하운도 왔었고, 가짜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6월 05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고양이가 다니는 길
-고양이와 사랑의 당돌하고도 낯선 결합 소재를 참 가까운 곳에서 가져왔다. 시인은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랑은 고양이가 다니는 길이라는 거다. 고양이와 사랑의 당돌한 결합이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좋은 시는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5월 23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작은 신앙 -이병일
-그녀의 이름은 어머니시다. 이런 여자가 기억나지 않는가? 이제 제대로 잘 운신하지도 못하고 새벽잠이 줄어든 여든[傘壽] 줄의 여인. 위중한 일이 없으면 시련(북풍)을 뚫고 키를 키운 목련의 의연함을 말없이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5월 09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연둣빛까지는 얼마나 먼가
-새잎, 그가 내미는 위로와 공감의 말 봄이 되어도 유난히 더디 잎새를 피우는 나무가 있다. 감나무가 그렇고 대추나무가 그렇다. 특히 대추나무는 다른 나무가 이미 꽃을 피워내고 잎이 무성하도록 앙상한 몰골로..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4월 25일
[손진은 시인의 詩間]
영산홍(映山紅)
-영산홍, 어느 슬픈 인생의 압축된 서사 영산홍이 피었다. 벚꽃과 개나리가 지고나자 눈에 띄지 않는 꽃이 정원에 진홍빛 얼굴을 살풋 내밀었다. 영산홍은 철쭉에 가깝다. 그러나 철쭉꽃이 색상이 뚜렷하고 큰 데 ..
경주신문 기자 : 2019년 0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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