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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이후 천 년간 경주의 심장이었던‘경주 읍성(邑城)과 관부(官府)’ -경주부<慶州府>는 도성 다음으로 가장 큰 거읍<巨邑>… 경주읍성 올바르게 이해해야
읍성 안 모든 행정 집약 집경전 권위와 상징성 대단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36호입력 : 2018년 0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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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읍성 남문 징례문의 문루이며 ‘고도남루’라는 편액이 걸려있다(1909년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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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년 이후로 다시 천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니 경주에는 왕조시대와 지방제 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려와 조선시대 경주의 모습은 어떠했으며, 또한 어떻게 변모해 오늘에 이른 것일까? 이는 신라 역사문화의 맥을 찾아 잇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로 여겨져 왔다. 이후 천년에 이르는 경주의 모습이 신라 역사에 비해 이후 연구가 정립돼 있지 않았다.
신라 이후 천 년간 경주의 중심은 읍성(邑城)과 그 안의 관부(官府)였다. 고려 이후 경주 부성(府城)과 관부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하고자 한국문화원연합회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경주의 조선 500년을 찾다’에서 경상북도문화원연합회와 경주문화원이 주관해 ‘경주 읍성과 관부(제1,2,3권)’를 최근 발간해냈다. 대표 집필을 맡았던 조철제 경북도 문화재전문위원(경주문화원 이사)을 지난 10일 만나, 신라 이후 지금까지 경주 관부의 체제에 대해 소략해 보았다.
경주읍성이 언제 축조됐는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객사, 집경전, 동헌 등 성내 주요 건물의 역사를 일별해 보았다. 경주의 심장이었던 읍성과 관부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하고 집대성한 ‘경주 읍성과 관부(제1,2,3권)’를 바탕으로 해 발췌했으며 대표 집필자 조철제 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한 자문도 곁들였다. 또한 전무후무할 ‘역작’을 발간할 수 있었던 경위와 소회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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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승각 앞의 고루(鼓樓)로 ‘월성아문’이라는 편액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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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경주…관부 먼저 건립되고 읍성 축조, 고려말에 왜구의 침입으로 피해 극심
고려시대 경주는 왕경으로서 모든 기능을 상실하고 고려의 일개 주(州)인 경주(慶州)가 되었다. 왕궁과 성곽은 황량하게 변모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유민들은 경주를 잊지 않았다. 한편 황폐일로에 처한 왕궁을 방치한 채 월성에서 서북쪽으로 5리 거리의 평지에 경주사(慶州司)를 새로 지었다. 경주읍성은 고려 초기에 지방 주현을 통치하는 관부가 필요했고 이에 경주사가 설치된 것이다. 경주사는 오늘날의 시청과 도청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그 기능과 구조는 분리되지 않은 이원적 일체였다. 지방행정 업무를 총괄했던 관청으로 경주 지방사는 여기서 개시됐다. 경주사가 설치된 후 80년 후인 1012년(고려 현종 3년)에 경주 부성을 비로소 축성했다. 고려초에 관부가 먼저 건립됐고 이후 읍성이 축조됐다. 읍성은 그 지방 최고 관부로서 모든 행정이 그 안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읍성 내에는 다수의 관아 건물이 있었으며 객관과 의풍루에 관한 글이 전하고 공해(公廨, 관가의 건물)를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중기에 동경민란 발발, 동여진 침입과 몽고군 침입시에도 그 주요 거점은 부성이었다. 저들에게 빼앗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본래 부성은 행정적, 군사적 목적으로 쌓았지만 전란을 겪으면서 방어적 성벽으로 굳게 쌓을 필요가 있었다. 특히 고려말에 왜구의 침입으로 피해가 극심했다. 1012년 성을 쌓은 뒤 1379년(우왕 5)에 부성을 개축하고 석축했다는 기록이 ‘경상도속찬지리지’에 처음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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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경관의 옛 사진으로 지금은 서헌만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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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경주… 성내에 많은 민가 있었고 징례문 앞에는 남문 시장 개설돼 가게 즐비하고 수많은 사람들 붐벼
조선시대 경주 읍성과 관부는 체계적이었다. 여러 관아 건물이 유기적으로 나뉘어있고 그 명칭과 위치가 명시돼 있다. 이를 가장 명료하게 나타낸 지도가 1798년(정조 22)에 제작된 집경전구기도의 ‘경주읍내전도(이하 구기도)’이다.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전국 거진(巨鎭)에 자신의 어용을 봉안하게 했다. 이반된 민심을 어루만지고 집약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 이에 경주에 어용전이 건립됐고 1442년(세종24) ‘집경전’이라는 전호가 내렸다. 그러나 임란으로 집경전은 돌무더기만 남긴 채 모두 불탔다. 이후 경주 인사들은 여러 차례 집경전을 다시 세워달라고 청했으나 정조(1798년)는 대신 어필로 ‘집경전구기’라는 다섯 글자를 써서 내려 비각을 건립토록 했다. 그리고 화공으로 하여금 경주읍내전도를 그려 바치게 했다. 소실되기 이전 집경전은 경주에서 가장 신성한 곳으로 부윤이나 사신이 경주에 오면 반드시 이곳에 와서 참배하고 업무가 시작됐다. 성내 유일한 전우(殿宇) 집경전은 그 권위와 상징성이 실로 대단했었다.
한편 임란 이전 읍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4개 대문 중 남문 징례문이 가장 웅대했다. 임란때 활약한 의사실기 가운데 읍성에 관한 간접 자료가 다수 전하는데 전란의 중심지는 항상 읍성을 두고 싸움이 벌어졌다고 했다. 전화의 참상은 정유재란 때가 더욱 극심했다. 이런 기록을 통해 임란때 읍성 4개문이 엄연히 개설돼 있었고 문루도 있었다. 적과의 대치가 읍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음이 증명됐다. 전란을 겪은 관민은 읍성의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했으며 1632년 부윤 전식이 임란때 불에 탄 징례문을 다시 지었다. 그리고 동,서,남 3개 성문을 차례로 세웠다(동경잡기에서 밝힘). 즉 임란때 소실된 성문을 전식이 모두 보수하고 아울러 문루를 건립했던 것이다.
1744년(영조 20) 부윤 정홍제가 문루를 모두 세웠고 1755년에 부윤 이득수가 남문인 징례문을 중건했다. 이때 징례문 문루에 ‘고도남루(故都南樓)’라는 편액을 걸었고 글씨는 당대 최고의 명필이었던 최석신이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 성내에도 많은 민가가 있었고 특히 징례문 앞에는 남문 시장이 개설됐다. 해자 너머에 포목과 옹기 등 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섰고 수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집경전에서 정남으로 몇 채의 민가를 지나면 객사가 있었다. 읍성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이고 뜰도 넓었다. 일승각보다 훨씬 더 웅장했다. 삼동일체(三棟一切)의 건물로 이뤄진 객사는 ‘동경관’이라고도 불렀다. 객사를 이처럼 크게 지은 것은 살아있는 임금을 상징한 전폐와 궐패를 모셨기 때문이었다. 이에 객사는 읍성에서 가장 중심자리에 위치했다. 임란시 왜구들이 주둔했고 이후 몇 차례 중수됐다. 지금은 서헌만 남았다.
한편, 부윤이 집무를 보던 곳은 동헌이다. 경주부윤을 만나려면 홍살문-징례문-월성아문-중문-일승각을 거쳐 동헌으로 들어갔다. 일승각은 내빈을 맞이하거나 부윤이 머물렀다. 일승각 서쪽 내아는 부윤의 관사였다. 1392년~1894년(고종31)까지 502년간 경주부윤으로 부임한 관원은 339명이었다. 서울 남쪽에 종2품이 부임한 고을은 경주와 전주뿐이었다. 전주 부윤은 전라도 감사가 겸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경주 부윤은 경상도 감사가 겸임한 예가 한번도 없었으니 경주부는 도성 다음으로 가장 큰 거읍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문인 향일문 바로 안에 향소청이 있었다. 전직 관원이나 지역의 문벌 높은 사람 중심으로 구성된 일종의 자치 기구였다. 이 외에도 지방 관아 많은 아전들의 우두머리인 호장이 집무했던 부사가 있었다. 읍성 내 군사와 관련된 시설은 3곳 이었다. 호적소 앞에 무학당과 군기소가 있었다. 경주에 주둔한 군사가 활을 쏘며 훈련하거나 창과 칼 등 군기를 간직했던 곳이다. 또한 성안에 80개의 우물과 4개의 냇물, 1개의 연못, 9개의 샘이 있었다. 이렇듯 읍성 안에는 조세와 병역 등 모든 행정이 집약돼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부윤이 있었다. 부윤에게 모든 권한과 업무가 집중돼 있었던 것이다. 경주읍성에 관한 사료 중에 가장 중요한 글은 ‘문종실록(1451)’이다. 읍성의 둘레는 4075척, 높이 11척 6촌, 적대(敵臺) 26개소, 문 3개소이고 ‘옹성은 없으며 해자는 아직 파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 ‘동경잡기’ 등 후세 경주읍성에 관한 모든 기초 자료는 이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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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부윤이 입던 갑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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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경주의 변모… 1900년대 망궐례 행치 않고 봉황대 종소리 멎어, 관부 건물과 읍성 급속히 퇴락하며 무너지기 시작
경주부 부윤이 경주군 군수로 바뀐 것은 1894년(고종31)부터다. 이후 경주군은 청사와 관할 등 변화가 뒤따랐다. 경주의 첫 역은 1918년 경주를 지나가는 협궤 열차였다. 1936년 이를 광궤로 바꾸며 경주 역사(驛舍)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진다. 철도가 개설되면서 많은 석재가 필요했고 이로써 읍성 성벽의 석재는 대거 헐리고 말았다.
동헌과 일승각 건물을 차지했던 군청은 객사 부속실과 뜰을 정비한 후 일본식 건물을 지어 올렸다. 동헌 건물은 매각됐고 집경전 비각 역시 화재로 소실된 후 어필 비신만이 버려진 채 서 있었다. 경주읍성 내의 현존 유적은 완전히 변모했거나 무너지고 흩어진 잔상만 남았다. 성벽을 비롯해 객사, 집경전, 동헌, 내아, 종각 등 주요 건물이 모두 그러한 모습이다. 성내의 대표적인 비보림은 동헌과 객사 뒤에 조성돼 있었다.
1900년대에 이르러 관장(官長)은 망궐례를 행치 않았고 성문 개폐때마다 치던 봉황대 종각의 종소리가 멎었다. 이로써 관부 건물은 물론, 읍성이 급속히 퇴락하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1912년 데라우찌 마시타케 조선 총독이 경주를 찾았을 당시, 그가 타고 온 차가 남문을 통과하기 위해 남문을 헐었다고 한다. 읍성의 상징물인 남문이 가장 먼저 철거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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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읍성과 관부(제1,2,3권)’의 대표 집필자 조철제 경북도문화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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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경주 읍성과 관부(제1,2,3권)’ 대표 집필한 조철제 위원과의 인터뷰
경주에 살면서 무엇에 이바지할까 고민했습니다. 저는 고려와 조선시대 경주의 모습을 종횡으로 긋고 그려온 지 오래입니다. 신라 역사문화에 대해서는 줄줄이 꿰면서도 이후 천년은 언급하기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리하여 진작 이를 깊이 인지하고 관련 유적을 답사하고 사료를 수집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신라 이후 경주 천년 역사 심장부는 읍성이었습니다. 이를 최초로 정리해 집대성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경주읍성의 성훼(成毁)와 관부(官府)의 실태 파악을 위해 무던히도 문헌을 뒤지며 글을 써 왔습니다. 물론 단편적이긴 하지만 여러 편의 관련 글이 발표된 바 있었고요. 마침내 『경주선생안(慶州先生案)』(2002)과 『경주읍지(慶州邑誌)』(2003)를 국역하고, 이어서 『경주문집해제(慶州文集解題)』(2004)를 펴내며 경주지역 공사(公私) 문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집경전과 동경관 등의 글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경주관부의 경위를 가늠하게 되었고, 이러한 작업은 『동경잡기(東京雜記)』(2014)를 국역하면서 지속되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이 있기까지 고운 선생의 계원필경서부터 1920년대까지 출생한 학자들의 300여 종의 책을 20여 년간 수집부터 했는데 경주지역 유학자 문집은 거의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아마도 이런 작업은 다시 나오기 어려운 작업이라고 자부도 해봅니다. 이런 책들을 통해 경주 읍성 관련 자료도 새롭게 심층적으로 조명 할 수 있었습니다.
‘경주 읍성과 관부(제1,2,3권)’에서 지금까지 볼 수 있었던 자료와 제가 쓸 수 있는 말은 거의 다 쏟아내서 집대성 했습니다. 제1권 경주읍성과 관부 논총에서는 저의 글(논문) 25편과 다른 연구자의 논문 6편을 나란히 묶었습니다만, 한 사람의 능력으로 ‘경주 천년’을 집대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부족하고 미진한 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토대로 삼아 후학들의 지속적인 연구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숨길 수 없습니다. |
선애경 문화전문 기자 / 1336호 입력 : 2018년 0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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