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회고적 노스탤지어 75세 고령의 불국사역佛國寺驛
경주의 근대 건축물을 찾아서 ⑦ㅣ불국사역
선애경 기자 /  1006호입력 : 2011년 09월 15일
|  | | | ↑↑ 1936년에 건립된 불국사역의 정면모습, 건립된지 75년이 지나고 있다. | | ⓒ (주)경주신문사 | |
경주시내에서 7번국도를 따라 울산방면으로 약 15분거리 우측에 위치한 경주 불국사역.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불국사의 절 이름을 딴 역이다. 경주시 구정동 459-2번지에 위치한 현역사가 준공된 것은 1936년이며 당시의 신경주역과 함께 건립, 개통되었으며 여객수송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불국사역은 이 지역 주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인 완행열차의 정거장이자 삶의 애환이 담겨있는 곳이다. 75년이라는 세월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초가을 구월의 따가운 햇살 덕분인지 역사는 반질거리며 윤이 나고 있었다. 역사건축물을 비롯한 역 광장은 그렇게도 고적하고 음전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  | | | ↑↑ 불국사역 뒷편의 승강장에서 바라본 모습. | | ⓒ (주)경주신문사 | |
● 조선의 전통적 건축양식 도입
1993년에 발표된 울산대 한삼건 교수의 논문집 ‘식민지시대에 있어서의 읍성공간의 변용’에서 신시설의 도입과 입지특성에서 발췌한 자료에 의하면 ‘식민지시대에 건축된 조선의 전통적 건축양식을 도입한 역사로서 서평양, 전주, 남원, 남양, 신북청, 군선, 명천, 수원 등의 역사가 그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당시의 역사가 남아 있는 것은 경주역과 불국사역 뿐이다.
‘유서 깊은 지역소개에 조선의 정서를 표상하는 의미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있는 지역의 역사驛舍는, 조선식 건물 외관과 색조를 도입하여 새로 개축토록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위 논문에서 언급되었듯이 조선의 전통적 건축양식을 도입한 역사로서 현재 한국에서 당시의 역사가 남아 있는 것은 경주역과 불국사역 뿐인 것이다.
● 불국사역의 약사略史
1916년 조선경성철도주식회사로 부설 면허를 취득하고 1918년 하양, 학산, 불국사간 협궤선이 개통되며 1921년 10월 불국사 울산간 18.7㎞가 연장되었다. 동해남부선으로 1918년 10월31일 조선경북사철 노선으로 경주-포항 사이를 영업했다. 당시 궤간은 762㎜협궤였으며 1935년 12월 부산-태화강-경주구간이 추가로 개통되었다.
1923년 조선사설철도 6사가 합병이 되면서 1928년 조선총독부에서 매수하게 된다. 1936년 12월 울산 경주간 광궤선 개설공사가 준공되고 1969년 구내유효장 및 부본선이 신설된다. 1981년 광장을 시멘트로 포장하고 여객홈을 보도블럭으로 포장한다. 1989년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개조하고 1993년 원격제어 피제어역으로 입실역에서 제어하게 된다.
|  | | | ⓒ (주)경주신문사 | |
|  | | ↑↑ 1936년 우물의 지붕 모습(위), 부속가건물로
서 1936년 지어진 화장실(아래). | | ⓒ (주)경주신문사 | |
● 불국사佛國寺역사驛舍 건축물들은.
동해남부선 역사들은 신축보다는 리모델링한 경우가 많아 역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낡지 않고 깔끔한 형태를 갖춘 곳이 많다. 입실역, 남창역 같은 곳이 대표적이며 신축역사처럼 보이지만 75년으로 역사歷史가 오래 된 역사驛舍가 바로 불국
사역이다.
불국사역은 전통한옥 건축양식에 천정이 상당히 높다는 인상을 준다. 내부를 고치기 전에는 이곳에 귀빈실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역사 본체건물은 전통적인 한옥양식으로 외벽은 나무로 마감, 페인트를 칠했으나 오래된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1936년 당시 건축가와 기술자는 모두 일본인이었고 인부들은 지역의 주민들이었다. 주민 김익주(93세)씨는 “기와는 이북에서 가져왔다. 우리나라 전통기와가 아니고 옹기처럼 구워서 가져온 것이다. 잿물을 많이 먹여서 튼튼하고 단단한 것이 특징으로 검정색으로 광택이 났다. 아마도 80~90년대에 새 기와로 바꾸었을 것이다. 당시 일본인들이 아주 잘 지은 건물로서 골격은 오늘날까지 거의 그대로이다.”고 했다.
● 완행열차의 정거장, 75세 고령의 역사
1936년에 지어진 불국사 역사는 외장재나무, 기둥, 지붕의 양식, 건물의 골격 등이 건축 초기의 외형을 충실히 간직하고 있으며 불국사역 본체와 부속시설인 화장실 동과 수하물 목조창고, 여객홈대합실, 우물 등은 몇 번의 개보수는 있었으나 지붕과 내부 수리 등을 제외한 전체적인 외형은 건축 당시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불국사역 본체의 기둥의 양식은 배흘림기둥보다는 완만한 민흘림기둥의 양식이며 원형초석으로 받치고 있으며 지붕의 형식은 부섭지붕(본지붕에 덧댄지붕)의 양식이다. 역사 입구에서 오른쪽에 있는 화장실은 1936년 역사와 함께 지어진 부속가건물로서 목조 및 벽돌조로 단층의 기와지붕이다. 작은 우물은 지금도 모터로 뽑아올려 공중화장실로 급수한다.
|  | | | ↑↑ 1970년대의 상·하행선의 철로. | | ⓒ (주)경주신문사 | |
● 역 부근 터줏대감의 ‘소정역’이야기
불국사역 앞에서 60여 년간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온 불국사역 터줏대감 이호우(85세)씨는 과거 대구에서 경주까지, 경주에서 불국사까지 오는 열차는 협궤열차였다고 했다. “협궤선의 옛 철도역은 불국사역 근처 삼각로터리 아사녀상이 있는 곳의 방형분 바로 그 앞으로 철도가 지나다녔고 방형분앞에 구역사가 있었는데 지금의 불국사역보다는 아주 작은 역이었으며 당시 역의 이름은 ‘소정역’이었다. 1918년 소정역이 생긴 걸로 기억한다.
옛 불국사역(소정역)은 지금은 정비가 되어있어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소정역 협궤차량은 한 냥의 길이가 약 6~7미터정도로 50명 정도가 정원으로 양쪽을 마주보고 탔다. 구정리의 옛날이름은 ‘소정’으로 그 지명의 이름을 딴 것이다. ‘성내’로 일컬어지는 경주에 볼 일이 있으면 소정역에서 기차를 타고 경주시내에 있었던 서악쪽의 서라벌문회회관자리에 있었던 구 경주역에서 내렸다.”며 소정역에 대한 향수에 잠시 젖는 듯했다.
그 이후 소정이라는 지명 자체도 없어지고 1936년 불국사역이 생기면서 소정역도 사라지게 된다.
또 “유명인사들이 불국사역에 내려 불국사 석굴암을 다녀갔다. 역에 내린 고급관리들은 가마를 타고 가기도 했다. ”고 했다.
“일제시대 당시 불국사역은 대단한 역할을 했다. 당시 관광객들은 소정역에 내려 불국사로 가곤 했다. 불국사의 명성이 워낙 대단해 지명이 구정동으로 바뀐 후에 불국사역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배경을 제공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  | | | ↑↑ 불국사역 여객 홈 대합실 (1936년 건립) | | ⓒ (주)경주신문사 | |
● 면 단위 역으로는 최고 규모
주민 김익주(93세)씨는 “불국사 인근지역이 면 소재지 정도에도 못 미칠 때 신라고도 ‘고적’이라고 인정하고 면 단위 역으로는 최고의 규모로 만들었다. 그 당시 그보다 더 잘 지은 역이 없었을 정도였다. 불국사역이 일제에 의해 지어진 것은 못마땅했지만 우리지역 시설물이어서 좋았다. 또1936년 신 광궤철도가 생겨 대환영이었다.”
고 술회했다. “하루 수 백 명이 불국사역을 다녀갔다. 한 차에 20~30명씩 하루에 몇 번씩 수차례 내리고는 다시 갔다. 불국사 관광객방문으로는 6.25전쟁 이후가 최고였다. 그러다가
최근 10여년부터 손님이 급감했다.”며 아쉬워 하기도 했다.
● 불국사역의 현황
현재 불국사역은 무궁화호가 일부 정차한다. 오전에는 상행열차가 많고 오후에는 하행열차가 많다. 불국사역에 정차하는 기차는 21대로 상행선 9대, 하행선 12대로 모두 무궁화호이다.
불국사역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주요관광지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이동할 수 있다.불국사역 인근 관광지와의 거리는 불국사와는 3.5㎞떨어져 있으며 석굴암까지15.6㎞,괘릉까지3.0㎞,영지까지는 3.0㎞걸린다.
1973년 1일 승하차 인원을 보면 승차233명, 하차376명이었고 1일 영업수입은 29,828원이었다. 도로교통의 발달과 자가용의 증가로 하루 이용객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어 버린 현상으로 결국 2008년1월 위탁판매소가 된다. 코레일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코레일 유통에 업무를 위탁한 것이다. 1992년 연간 승차는 61220명, 하차70942명이었으나 2004년 승차 6168명,하차5674명으로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2006년 승차 8,427명, 하차 7,932명이었으며 2010년 다시 승차 25506명,하차 28,433명으로 대폭 증가추세로 분석되었다.
주로 인근 울산역, 태화강역, 해운대역에서 많이 이용한다.
한편 작년 신경주역이 생긴 이래 오히려 인근주민들이 KTX를 이용하기 위해 신경주역으로 이동하는 승객들이 늘어났다. 특히 금년에 승객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는‘내일로 티켓’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내일로 티켓’은 7일간의 무제한 자유이용으로 만 25세 이하 연령을 대상으로 열차 티켓을 발매하는 것이다. 경주역과 함께 운영해 금년 상반기 이용승객이 증가한 것이다.
● 박정희 대통령 불국사역 자주 들러
역 진입로에는 커다란 향나무 두 그루가 정겹게 승객들을 맞이한다.그들은 불국사역과 역사를 같이 하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경주의 문화유적에 관심이 많았다. 또 새마을 운동, 불국사,석굴암 도로공사와 관련해 자주 경주를 방문했는데 이곳 불국사역을 이용했다. 역사 입구와 뒷편 승강장에 심어져 있는 향나무에 반한 박정희 대통령은 지시를 내려 야간조명을 설치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가동되고 있지 않다. 당시 경
주와 불국사, 그리고 불국사역의 위상이 지금과는 크게 달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향나무는 처음의 ‘소정역’에 있던 향나무를 몇 그루 이식해서 심기도 하고 일본에서 직접가져와 식재하기도 했다고 한다.
● 문화유산국민신탁(내셔널트러스트)운동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언젠가는 우리들의 무관심으로 사라져갈 근대문화유산인 동해남부선의 경주역과 불국사역을 비롯한 소중한 간이역들은 근대문화유산 철도유적으로 타당성을 검토해 지켜야 할 문화유산들이다. 일제시대 개통된 이래 당시의 건축양식을 잘 갖추고 있는 역사(驛舍)와 시설물들이 ‘동해남부선 철도역사관’등의 공익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국철도공사나 경주시, 그리고 시민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1895년 영국에서 시작되어 가치있는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다. 이 단체는 개발이나 도시화로부터 자연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국민 기금으로 운영된다)을 통해 철도관련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활용방안을 강구해 철도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문화재청은 등록문화재 제도를 통하여 사라져가는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진해역, 원주 반곡역, 남창역, 군산 임피역, 익산 춘포역, 순천 원창역, 구례 곡성역, 서울 신촌역 등과 다수의 증기기관차 급수탑이 철도사적,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소유 당사들(대부분 한국철도공사)과의 합의가 이루어져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또한 경주 입실역과역무원 관사를 포함하여 불국사역, 사방역,경주역 급수탑 등은 철도사적, 건축사적 가치를 더 조사하고 입증해서 근대문화유산 으로의 가치가 검증되도록 해야겠다.
|  | | | ↑↑ 상행선과 하행선에서 교차하고 있는 기차. | | ⓒ (주)경주신문사 | |
● 아! 미래의 불국사역
사라지는 모든 역들을 보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동네)은 저마다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다. 불국사역은 정체성이 분명한 지역에 있는 75세 고령의 역사驛舍이다. 그래서 불국사역의 보존과 근대문화재로의 지정이 시급하다. 올해 8월, 구 서울역사가 기차역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삶을 기억하는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로 돌아왔다. 문화공간이라는 컨셉과 사적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그 가치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문화가 교차되는 역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 공간에서의 추억 또한 같이 보존하는 것이다.
한국철도공사대구 관계자는 “대구복선화관련 사업으로 선로가 이전되지만 당장은 역사와 선로가 철거되지 않을 것이다. 역사와 기존선로를 놔두고 다시 어느 기점에서 신경주역으로 선로를 깔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세월의 더께와 더불어 고졸한 멋을 간직한 경주시 구정동 불국사역의 미래가 밝기를 염원한다. |
선애경 기자 / 1006호 입력 : 2011년 09월 15일 
- Copyrights ⓒ경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방문자수
|
|
어제 방문자 수 : 17,576 |
|
오늘 방문자 수 : 5,864 |
|
총 방문자 수 : 7,072,858,851 |
|
상호: 경주신문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계림로 69 / 발행인·편집인 : 손동우 / 발행인 : 정학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동우
mail: gjnews21@hanmail.net / Tel: 054-746-0040 / Fax : 054-746-004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024
Copyright ⓒ 경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
|
|
|
|
|
회원가입
기사쓰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