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도시의 경관과 소리의 조화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 1140호입력 : 2014년 05월 16일
 |  | | ↑↑ 허 권 세계유산도시기구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총장 | | ⓒ (주)경주신문사 |
도시행정가의 책무는 지역주민을 위한 최적의 좋은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적용된 여러 다양한 시책을 보면 이들 사업들이 주로 ‘시각’이 위주가 되어 건물, 길, 이정표, 간판, 공원 등 보이는 실체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환경개선방안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로 도시 미관에 치중되어 우리의 시야를 복잡하게 하는 어지러운 시설물들의 정비작업에 그치고 만다. 즉, 경관(landscape)에 대한 논의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과연 시각만이 중요한 것인가?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은 우리가 객체를 파악하는데 매우 긴요할 뿐 아니라 이 중 하나라도 빠질 경우, 우리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이 오감 중 어느 일부분이 극한 반응을 보인다면 이는 어떤 역겨운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있는 사람이라도 악취가 나거나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된다.
본능은 인식을 넘어선 원초적 개념이다. 만약 어떤 도시나 공간을 방문했을 때, 그 지역이 빼어난 풍치를 자랑해도 냄새가 나거나 매우 혼잡하고 시끄러운 소리로 그득하다면 매우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다시는 그 공간을 찾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오감은 매우 정직하며 오감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에 따른 반응도 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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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고급화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인간의 오감에 대한 배려이다. 문화의 생산과 소비행위에 결정적 작용을 하는 오감을 최대한 고려한 도시개발정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보존관리에는 시각적 요소만 강조되어 왔다. 고고미술, 건축, 디자인, 조경 등은 시각에 근거해서 사물의 크기, 형태, 색, 구조에 집중된 학문영역이다.
즉, 눈을 통해 인지하는 시각관련 학문이다. 자연히 우리의 문화재보존정책은 보존관리계획의 수립에 시각적 요소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왜 냄새를 통한 후각, 소리를 통한 청각은 고려하지 않는가? 인간은 태어나면서 오감 중 시각이 제일 늦게 개발되며 후각, 촉각, 청각이 더 원시적이고 본능적 감각이 아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학문이 음향생태학(acoustic ecology)이며 도시 공간 속에서의 소리를 연구하는 학문이 도시음향생태학이다. 기초적인 학문이지만 최근에서야 점차 그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세계유산도시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지 않고 있다. 주로 미국과 스웨덴 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뉴욕음향생태학회 등이 대표적 단체이다.
시각에 의존하는 경관(landscape)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경관, 이러한 자연경관에 인공을 가해 변화된 문화경관, 그리고 도시공간에서 여러 구성물이 만들어내는 도시경관 등이 있듯이 음경(soundscape)에도 자연음경, 문화음경, 도시음경 등이 있다.
도서관 등 평균생활소음은 40dB(데시벨)이지만 교통량이 많은 거리나 지하철은 80~90dB이고 자동차 경적소리인 110 dB이상이면 청각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터키의 대표적인 세계유산도시인 이스탄불은 최근 도시의 음경지도(soundscape mapping)를 만들기 위해 관광객이 즐겨 찾는 200여 곳의 소리를 채음해 가장 쾌적한 소리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경주신문 기자 / gjnews21@hanmail.net 1140호 입력 : 2014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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