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첫날 국민의힘 출마 예정자 2명이 등록해 총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반면 현역 후보는 프리미엄(선거일 90일 전) 기간, 야당 후보자는 당내 선거제 개편 이후 예비후보 등록할 예정이다. 경주시 선관위에 따르면 제22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12일 박진철 변호사와 이승환 수원대 특임교수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통합위원회 위원인 박진철 변호사는 경주중·고와 고려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현재 삼인행 법률사무소 대표, 행정안전부 공적 심사위원 및 고문 변호사, 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인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법정책연구소를 경주에 열고 경주 발전과 미래를 위한 방안 등을 연구해 지역 발전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38세로 최연소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같은날 등록한 이승환 예비후보는 건천초와 무산중·경주고·동국대를 졸업하고 ROTC 1기로 32년간 복무한 뒤 육군 준장으로 예편했다. 현재 경주발전연구소장,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자문단장, 수원대 특임 교수로 활동 중이며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후보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정보발전분과 부위원장으로 역임했다. 이승환 특임교수는 ‘경주는 이제 이승환입니다’를 슬로건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9일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예비후보 등록 후 충혼탑 참배 등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편 3선에 도전하는 김석기 국회의원은 당분간 현역 프리미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은 선거 90일 전까지 현수막과 공보물, 문자 등 선거운동에 제약이 없어 다음 달 초까지 현역 의원 신분으로 선거에 임할 방침이다. 그리고 야당 출마 예정자인 한영태 더불어민주당 경주지역위원장은 당내 선거제 개편 관련 논의가 정리된 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칠 계획이다.
전국 최고 상금과 권위를 지닌 동리목월문학상이 제대로 된 내부 관리·감독 시스템 없이 허술하게 운영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동리목월문학상 취소와 소송 등이 이어지며 향후 문학상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동리목월기념사업회는 지난 7일 동리목월문학상 운영위원회를 열고 동리목월문학상 올해 수상자 확정과 시상식 개최를 부결했다. 이번 결정은 동리목월 기념사업회 A 회장이 공식절차인 운영위원회의 개최 없이 독단적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작품공모 및 수상자 선정으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동리목월문학상 운영 규정을 살펴보면 기념사업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경주시 문화관광국장, 한국수력원자력 홍보부장, 한국문인협회경주지부장, 동리목월 유족대표, 목월포럼 회장, 동리기념사업회 회장,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장 등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문학상 선정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가 무시된 것이다. 상금 미지급 소송까지 동리목월문학상 취소는 절차를 무시한 운영과 함께 지난해 수상자 상금 미지급 관련 소송도 영향을 미쳤다. 동리목월사업회는 지난해 동리문학상 수상자 김훈 씨에게 상금 사용처 관련된 협약서를 제안했지만 수상자가 이를 거부하자 시상금 지급을 미뤄왔다. 그러다 김훈 씨가 사업회를 상대로 상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와 소송비용까지 청구해 소송을 제기하자 지난 7월 뒤늦게 상금을 지급했다. 기념사업회 A 회장은 “상금이 작가 작업에만 쓰일 수 있도록 일종의 안전 장치였다”며 항변했다. 하지만 최근 소송결과 300여만원의 이자와 일부 소송비용을 지급하도록 판결이 내려지며 사업회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기념사업회 이사회는 이번 사태를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상황을 정리한 후 시상식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당초 12월 1일로 예정돼 있던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작 시상식은 공식적으로 연기됐으며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수상작 역시 무효화 된 것이다. 올해 동리문학상에는 윤순례 소설가의 연작소설집 ‘여름 손님’이, 목월문학상에는 조창환 시인의 시집 ‘건들거리네’가 각각 수상작으로 선정됐었다. 허술하게 관리된 기념사업회 동리목월문학문학상 선정의 절차 문제와 함께 운영 문제점도 지적되며 전반적인 시스템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회기 감사에서 회계 관련 문제점이 드러나 보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감사에서 회계 관련된 문제가 지적됐고 보완 요구가 있었지만 결국 보완되지 않았다”면서 “일련의 사태를 보면 단순히 A 회장의 독단적 행보 이전에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문학상 폐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리목월문학상 취소 사태로 문학상을 후원하는 한수원은 시상금 후원을 중단했다. 한수원 측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신뢰가 회복될 경우 문학상 후원을 재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인 B 씨는 “이번 일로 동리와 목월 선생의 명예가 훼손됐고 경주시와 상금을 지원하는 한수원의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수행해 온 운영 방식을 재검토하고 적극적인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리목월문학상이 다시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서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시 황오동에서 경주체육사를 운영하는 권두표 대표가 지난 5일 황오동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금 50만원을 기탁했다.권두표 대표는 황오동체육회장으로 주민 화합과 복지향상 등 지역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힘쓰고 있다.또한 어려운 이웃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희망2024 나눔캠페인’에..
여름속으로~! 어떠한 물건이든 무에서 유로 창조된다. 그것이 생필품 또는 휴지 한 칸이라도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흙덩이가 발이되고, 손이되고, 몸통이 되고, 작가의 동심을 떠올려 풋풋하고 한없이 즐거웠던 그 추억의 손길로 어루만지고 이쁘다 이쁘다 다듬다보면 1200도 고온을 견디고 완성되어진, 오롯이 나만의 작품을... 나만의 도자기인형을 마주할 수 있다.
겨울 불청객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국내에서 첫 발생하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일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전남 고흥의 한 육용 오리 농장에서 검출된 H5형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 앞서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 만경강에서 포획된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이후 가금류(닭·오리) 농장에서는 첫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2월 1일자로 조류인플루엔자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심각’단계로 격상한 이후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철새 이동경로가 유사한 일본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겨울철새가 본격 도래하는 시기여서 발생 위험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지난 10월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AI가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경주시는 먼저 축산관계자들의 철새도래지 출입금지 등 10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또 생석회, 소독약을 지역농가에 배부하고 거점소독시설 2개소의 운영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철새도래지 통제초소 1개소, 대규모 산란계농가 통제초소 1개소를 설치·운영하고, 소독차량도 상시 운행 중이다. 경주지역에서는 지난해 11월 3일 형산강 야생조류 분변 시료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었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2일 천북면 희망농원의 한 농장, 31일엔 내남면 소재 메추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최종 확인돼 산란계 등 21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소 바이러스전염병인 럼피스킨 발생이 진정되자 이번에는 고병원성 AI가 축산 농가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5월 4년 만에 재발한 구제역과 야생멧돼지가 매개체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이 지역 내 확산되면 사육농가는 회복하기 힘든 재산상의 피해를 입게 된다. 그에 따르는 정신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경주지역은 고병원성 AI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축사 내·외부 소독과 출입차량·사람 통제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야생조류 차단을 위한 그물망 정비, 문단속 및 소독 등 철저한 차단방역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첩경이다.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정을 전달해 줄 ‘희망2024 나눔캠페인’ 경주시 사랑의 온도탑이 지난 1일부터 가동했다. 경주문화관 1918광장에서 제막한 사랑의 온도탑은 내년 1월 31일까지 62일간 지역민들의 이웃사랑을 위한 나눔의 손길을 기다린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금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가 목표를 달성하면 100도를 가리키게 된다. 경주시의 올해 목표액은 8억원으로 800만원이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희망2024 나눔 캠페인은 ‘기부로 나를 가치 있게, 기부로 경주를 가치 있게!’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올해도 목표액을 초과달성해 경주의 품격을 높여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주시는 지난해 7억원 목표금액보다 1억2000만원 초과한 8억2000만원의 성금이 모여 사랑의 온도 117도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액을 높여 잡은 것은 어려울 때일수록 나눌 줄 아는 경주시민들의 믿음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엄습한 경기 불황으로 목표 달성을 마냥 낙관할 순 없다. 경기 악화와 지역 사업체들의 경영 악화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소외계층의 겨울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사랑의 손길이 절실한 때다. 이럴 때일수록 십시일반 작은 정성이 모인다면 더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사랑의 온도탑 형상이 된 ‘손모아장갑’처럼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과 독거노인, 사회복지시설 등을 생각하는 온정이 뭉쳐야 한다. 성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추위를 녹이는 소식이 줄지어 전해졌으면 한다.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목표온도인 100도를 넘어 더 위로 치솟아 뜨겁게 마무리되길 희망한다.
유럽의 겨울은 비가 많이 오고 스산한 날씨가 길게 이어진다. 동짓날이 가까워지면 오후 네시에 해가 빠지고 아침 9시에 일출이 시작될 정도로 극단적으로 밤의 길이가 길어지는 상황과 겹치면서 벽난로의 따듯함이 그리워진다. 영어로 fireside chat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노변담화(爐邊談話)는 ‘따뜻한 난롯가에서 허물없이 나누는 이야기’이다. 노변담화에 얽힌 어린날의 추억은 밤마다 고향집 사랑방에 화로가 놓이고 담배를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께서 풍년초를 곰방대에 넣으시고 꼭꼭 눌러 담배를 피우시던 모습에서 시작한다. 긴 겨울밤, 가마니를 짜다가 쉴 때면 가끔씩 화로에 올려진 고구마가 익어가는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어머니가 다듬이로 옷을 다린 후 마지막으로 한복의 대님을 다리기 위해 인두를 올려 달구시기도 했던 추억으로 이어진다. 지난 4월 말, 약 10년간의 이른바 ‘기러기 아빠’ 생활을 청산하고 아일랜드로 건너온 필자에게 춥고 음습한 겨울을 잘 극복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두 딸은 학업과 취업준비 중이고 아내는 직장에 다니는 사이,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필자는 집에서 벽난로의 불을 지피는 일을 떠맡았다. 온돌이나 그 후의 자동 보일러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영화로나 보는 벽난로가 로망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반면 벽난로 지피기가 별로 어렵지 않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만만하게 여겼으나 금방 이 작업이 만만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불을 지펴 효과적으로 집안을 덥힐 수 있을 까 궁리하다 보니 몇 달 사이 전문가가 되어 있었던 것을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지난 10월 말 할로윈 데이 연휴를 전후하여 필자 내외는 두 자녀만 남겨두고 약 일주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때 여행지에서 뜻하지 않게 큰딸의 음성메시지를 들었다. 내용인즉, 막상 날은 추워지고 불을 지피는 데 연기만 나고 겨우 불을 지펴놓았더니 곧 꺼져버리기 일쑤라며 비법을 전수해 달라는 것이었다. 가장 하찮은 일로 여기던 벽난로 불 지피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딸들에게는 난제였던 것이다. 하로동선(夏爐冬扇) 즉 여름에 난로를 준비한다 했던가? 기실 필자의 겨울나기는 우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6월부터 진행되었다. 나무(timber)를 판매하는 사람에게서 잘 잘라 쪼갠 나무를 사서 바람이 잘 드는 헛간(shed)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이후 수시로 문을 열어주어 여름 내내 말렸다. 나무만으로 부족하여 보조 연료 터프(Turf charcoal)을 병행해서 준비했다. 이 세 가지 연료를 적절히 섞어가며 온 집안을 덥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왜 아일랜드 노래, 문학작품에 ‘Keep the Fire Burning’이라는 표현이 일상용어로 등장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밤이 되면 온 가족이 벽난로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주고받는다. 지난 10여년 간 기러기 아빠로 살면서 가족과의 대화단절은 물론 늘 혼자 지내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벽난로가 가족 간의 거리를 좁혀주고 옛 추억을 반추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올 성탄절에는 오랜만에 소나무로 만든 천연 성탄절 트리도 예쁘게 장식하며 분위기를 내 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의 노변담화의 주제들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필자는 요즘 영국과 아일랜드 신문, 지역 라디오까지 모든 정보채널을 열어 두고 되도록 많은 이슈를 접하고 정리하는 중이다. 이보다 솔솔한 재미가 어디 있을까 싶은 요즈음이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은 전 인류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염화불화탄소 등과 같은 온실효과가스의 배출에 의한 것이다. 이 중에서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약 76%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구 전체의 산림 등 생태계를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의 두 배 이상이다. 비록 온실가스 배출량 증대가 멈추더라도 기후위기의 대부분의 영향은 수 세기에 걸쳐 지속될 것이다. 제도, 기술, 생활양식의 전환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파리협정은 적응 및 완화 활동의 의욕(ambition)을 증가시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기후위험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나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일례로 적응의 경우, 오적응(maladaptation)2)의 증거가 모든 부문과 지역별로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 적응을 위한 전지구 금융 흐름은 개도국의 적응 옵션을 이행하는데 부족하다. 또한 AR5 이후 많은 국가가 완화를 다루는 정책결정, 고위층 선언, 국가결정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상향, 글로벌 국가 도시 정책과 법률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경로(>50%) 및 지구온난화를 2℃로 제한하는 경로(>67%) 등 지구온난화 완화 경로의 2030년 배출량과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 이전에 발표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모두 이행한다는 전제 하의 배출량과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아래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주요 경제국들이 러시아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선택된 모든 것’(all-of-the-above)이라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서 단기적 조치가 장기적인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국가들이 석유, 가스, 석탄의 격차를 메워야 할 즉각적인 필요성에 너무 집중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무시할 수 있다. 이는 미친 짓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집착은 확실한 상호 파괴이다. 부유한 국가들은 2030년까지 석탄 기반 시설을 완전히 폐기해야 하며, 나머지 국가들도 2040년까지 그렇게 해야 한다.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과 새로운 석유 및 가스 탐사 중단을 요구했는데 특히 석탄에 대한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이 중단돼야 한다. 석탄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기후 목표를 희생시킬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투자이며 수십억 개의 좌초자산(시장 환경 변화나 사업 여건 변화로 수익이 나지 않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을 뜻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석탄발전소·석유시설 등이 대표적)으로 이어진다(2022년 3월 22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주최한 지속가능성 서밋 화상 연설).”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손실과 피해는 증가할 것이며 더 많은 인간과 자연 시스템이 적응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오적응은 유연하고 다양한 분야와 넓은 범위에서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이행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첫째, 기후위기에 대한 증거 확보와 평가가 필요하다. 둘째, 미래 사회경제 발전상에 따른 2100년까지의 장기 기후 변화, 리스크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단기 대응은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적응 행동과 완화 행동을 통합한 기후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경로의 중요성을 적시한다. 단기(2040년까지)에 적응과 완화 행동 옵션들을 평가하고 이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한다.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손실과 피해는 증가할 것이며 더 많은 인간과 자연 시스템이 적응 한계에 도달한다. 오적응(maladaptation)4)은 유연하고 다양한 분야와 넓은 범위에서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이행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를 제한하려면 CO2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이 넷제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화석연료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 CO2 잠재배출량은 1.5℃ 목표달성을 위한 잔여 탄소 배출허용량을 초과한다. 따라서 감축 달성을 위한 CO2 배출 저감 전략으로 탄소배출저감기술을 활용하지 않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 보급 또는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활용 등을 통해 저탄소·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는 것과 에너지 수요관리 조치의 활용 및 효율 향상 등이 있으며, 감축하기 어려운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서 CDR 기술의 적용이 필요하다. 단기 대응(2040년까지)은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적응 행동과 완화 행동을 통합한 기후 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이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줄고 있다.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시민사회 및 민간섹터와 함께)의 역할이 중요하다. 심층적이고 지속적인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고 모두에게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 및 시스템에 걸친 신속한 전환이 중요하다. 그리고 효과적인 기후 행동은 정치적 약속, 잘 연계된 다른 수준의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 제도적 체계, 법, 정책 및 전략 그리고 강화된 기술 및 재정 접근성을 필요로 한다.
영화 <스위치>를 아는가? 바람둥이 남자가 갑자기 죽었다.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등장하는데 영혼의 심판자이다. 죽은 남자를 천국으로 보낼 것인지 지옥으로 보낼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다. 결국 다시 남자를 이승으로 보내, 남자를 진짜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면 천국으로 보내기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워낙 바람둥이였던 남자였기에 다시 여자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남자를 여자로 만들어 이승으로 보낸다. 여자가 된 남자(여남)는 살았을 때 만났던 여자들을 하나둘 찾아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묻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그녀들을 함부로 대했으며, 여자들은 상처를 받았거나 자신과 같이, 그녀들도 진심으로 여남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실망한 여남은 남자인 친구를 찾아가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야기는 여차저차 진행되고 여남의 천국행은 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하룻밤의 실수로 친구와 자게 되었고, 임신하게 되었으며 출산하게 된다. 갓 태어난 딸이 손가락으로 여남의 손가락을 쥐는 순간, 여남은 다시 죽게 된다. 드디어 여남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찾게 된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무엇일까? 아줌마는 남편에게 고백했었다. 당신을 너무 사랑하지만, 당신이 죽는다고 따라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 아이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내가 대신 죽어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죽을 수 있다고. 어렸을 때부터 죽음을 엄청 무서워하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모성애를 나타내는 유전자도 있다고 하더라. 아줌마도 안다. 그 유전자를 일부러 없앤 쥐는 모성애가 없 라고. 하지만 그것으로 다 말할 수 있을까? 부성애는 또 어떤가? 아이를 몸에 품는 과정이 없던 남자는 보통 첫째는 실감을 못 한다고 하지만, 둘째를 낳은 아빠들의 모습은 좀 바보가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딸바보라고 말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둘째 바보, 막내 바보인 아빠들이 훨씬 많다. 아이들은 세 살 때까지 하는 효도가 전부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그만큼 그 시기의 아이들이 예쁘다는 소리다. 태어나 눈만 떠 있던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기어 다니고 옹알이를 하고… 잘 먹고 잘 싸주는 그것만으로도 효도하는 시기다. 아이들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부모에게 충만한 삶의 기쁨을 준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이를 건강하게 낳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가스라이팅이라도 당한 것처럼 아이의 모든 안위가 부모의 책임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함부로 놔둘 수가 없다. 애지중지 키우면서 모든 부분을 엄마가 다 보살펴주는 헬리콥터 맘이 생기고, 자신의 삶을 팽개치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올인한 엄마나 부모는, 자신들의 못다 한 꿈을 아이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꿈이 아주 야무진 부모들이다. 아이를 내가 낳았다고, 내가 창조주라도 된 줄 아는 것인가? 내가 원하는 데로 아이들을 케어하고 성장하게 할 수 있다고 진정 믿는 것인가?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내게 무상으로 의식주를 제공해주고 나를 향한 무조건적이며 진심 어린 사랑을 준다고, 그를 위해 그가 원하는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택도 없는 소리다! 그가 부모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말도 안 되는 길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많은 부모가 걸어가고 있다. 아줌마도 고백한다. 나도 잠시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그러나 내가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았던가 생각하면, 답은 쉽다. 아이는 부모의 것이 아니다. 단지 독립하기 전에 잠시 맡겨져 있는 존재일 뿐이다. 부모는 아이가 제때 독립할 수 있도록 아이의 성향에 맞게, 조언해주거나 지원을 해주는 존재일 뿐이다. 욕심 부리지 마라. 부모의 역할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부모의 역할이 더 커지면 아이는 제대로 된 독립을 못 하고 엄마는 캥거루맘이 되어 다 큰 아이를 끼고 살아야 한다. 그러고 싶은가?
동복(同福)오씨 휴곡(休谷) 오시복(吳始復,1637~1716)은 우참찬 오억령(吳億齡)의 증손으로, 조부는 오정(吳靖), 부친은 오정규(吳挺奎), 모친은 이여황(李如璜)의 따님이다. 오억령은 문장과 글씨에 능하였고 임진왜란을 예감하였으며 선조를 호위한 인물로 충신이었다. 오시복은 현종 3년 1662년에 증광문과 병과에 급제해 수찬(修撰)·정언(正言)·지평(持平)·교리(校理)·이조정랑 등을 두루 지냈고, 강릉부사를 역임하였다. 1680년 4월 16일 사헌부에서 “평안감사 유하익(俞夏益)은 허적(許積:당시 남인의 영수)의 문객으로 분주하게 심부름하기를 마치 노예처럼 하였고, 평양감사를 맡아서는 정령(政令)과 거조(擧措)가 해괴한 일이 많았으며, 탐욕스럽고 음란하고 방종한 행동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강릉부사 오시복은 본래 어리석고 용렬하고 더러운 인간인데, 허적의 집에 아부하여 역적 허견(許堅:허적의 아들)과 절친하게 지내며 종처럼 분주하게 왕래하는 꼴을 온 세상이 침 뱉고 욕하였습니다. 유하익·오시복을 사판에서 삭제하기를 청합니다”라 아뢰었다. 이 일로 1680년 경신대출척(庚申大黜陟)을 당해 파직되었다가 1689년 소의장씨(昭儀張氏:장희빈) 소생을 원자로 정호(定號)하는 문제를 계기로 서인이 축출되는 기사환국으로 복직되어 이조참판·호조판서 등에 올랐다. 1688년 11월부터 1689년 3월까지는 경주부윤의 중책을 맡아 짧은 임기를 지냈다. 임기가 짧아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는 못하였지만, 그는 한석봉 천자문의 서문을 적을 만큼 글씨에 능하였고 백호(白湖) 윤휴(尹鑴,1617~1680), 귀암(歸巖) 이원정(李元禎,1622~1680) 등이 만사(輓詞)를 지어 그의 행적을 기록하였다. 1694년 숙종의 폐비(廢妃) 민씨(閔氏) 복위운동을 둘러싸고 소론이 남인을 몰락시킨 갑술옥사로 유배되었다가 1697년에 풀려나 시강원 종2품의 우부빈객(右副賓客)을 지냈다. 당시 숙종은 폐비사건을 두고 남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으며, 왕권 강화를 위해 여러 당파로 권력을 교체해가며 정국을 주도하였는데 대표적으로 서인을 등용한 1680년 경신환국, 남인을 등용한 1689년 기사환국, 또다시 서인을 등용한 1694년 갑술환국 등이 있었다. 이때 소론, 남인 등 구분 없이 시류에 따라 파직과 유배를 많이 당하였다. 이후 1701년 신천군수(信川郡守) 윤희(尹憘) 등이 오시복·민암·목창명 등 남인들이 역모를 꾀한다고 고발한 무고(巫蠱)의 옥(獄)에 연루되어 제주 대정현(大靜縣: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부의 옛 행정 구역)으로 안치되었는데,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동시에 원지정배(遠地定配)하도록 아뢰었다. 이후 1712년에 함평·강진 등으로 이배되었다가, 이듬해 영해부(寧海府)에 이배되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무고의 옥은 희빈 장씨가 취선당에서 인현왕후를 저주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신사옥사(辛巳獄事)를 말한다. 이 무렵 남인들이 서인들을 몰락시키기 위해 희빈 장씨의 친정아버지 장형의 묘역을 일부러 파헤치고 비석을 훼손하는 등 물의를 빚었고, 이로 인해 희빈 장씨는 자결하고, 남인의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1627~1704)과 송곡(松谷) 이서우(李瑞雨,1633~1709) 등은 파직되고, 이미 죽은 미수 허목·백호 윤휴·고산 윤선도 등의 관작은 추탈을 당하였다. 오시복은 경주부윤 이후 1701년 무고(巫蠱)의 옥사에 연루되어 대정현에 안치되었고, 마침 영천의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1653~1733)이 1701년 11월에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제수되어 다음해 3월 근무를 위해 제주도에 도착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제주에 유배 중인 오시복이 제주목사 병와 이형상을 만나 일부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 일로 인해 노론의 대사간 이건명(李健命)의 탄핵을 받아 이형상은 제주목사 재임기간을 다 마치지 못하고, 1년 만에 파직되었다. 결국 그는 1703년에 관직이 삭탈되어 영천으로 돌아갔다. 당시 이형상은 제주 목사로 있으면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등을 제작하면서 오시복의 도움을 받았고 이들의 교유는 긴밀하였다. 이형상은 앞서 1699년 8월부터 1700년 3월까지 경주부윤을 지냈기에 제주에서 전 경주부윤을 만난 인연은 참으로 기구하였다. 오시복이 경주를 다스린 1688년 이후 임홍망(任弘望)-유하겸(俞夏謙)-김해일(金海一)-원진택(元振澤)-허영(許穎)-손만웅(孫萬雄)-남치훈(南致薰)-홍득우(洪得禹)-심극(沈極)-이형상 등 불과 10년 사이에 10명의 부윤이 체임되었으니 극심한 붕당정치의 폐단이 느껴진다. 이들이 제주도에서 어떤 얘기들을 주고 받았을까? 국가의 안위와 남인의 거취 그리고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학술연구를 통해 지금이라도 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찾아서 듣고 싶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대표곡이다. 여기서 보헤미아는 오늘날의 체코를 말한다. 과거 그 땅에 보헤미아 왕국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19세기까지 유럽에는 ‘체코’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다. 수 백 년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체르니, 스메타나, 드보르자크,말러가 오늘날 체코 음악가로 분류되지만, 살아생전 그들은 ‘보헤미안’이었을 뿐이다. 스메타나(Bedřich Smetana/1824-1884)의 인생 전환점은 22세 때인 1846년이었다. 이때 낭만파의 거장이자 자신의 우상이었던 리스트가 프라하를 방문했다. 스메타나는 리스트에게 자신이 작곡한 곡을 보여주고, 독일 출판사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스트는 흔쾌히 청년 스메타나에게 출판사를 소개시켜주었다. 오늘날로 치면, 음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그래서 이 보헤미아의 청년은 본격적인 작곡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스메타나는 리스트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리스트는 당시 엄청난 기교의 피아노 비르투오소이면서 ‘교향시’라는 다분히 낭만주의적 음악장르를 창시했다. 교향시는 다악장의 절대음악 교향곡과 달리 단악장의 관현악곡이고 제목이 있다. 스메타나는 교향시 작품들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하지만 체코에서의 반응은 서늘했다. 스메타나에게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스메타나에게 명성을 안겨 준 작품은 1866년 프라하 국립가극장에서 초연된 그의 두 번째 오페라 ‘팔려간 신부’였다. 모차르트를 연상시키는 수준급 오페라 부파였다. 팔려간 신부는 극 내용만큼이나 서곡도 매우 유명하다. 초연은 이전 작품들처럼 성공적이지 못했다. 나라 없는 암울한 상황에 희극이라는 코드가 부담이었고, 작품에 민족적인 선율이 인용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팔려간 신부는 100회 이상 공연되는 흥행작품이 되었다. 팔려간 신부의 흥행과 함께 스메타나는 프라하 국립가극장의 지휘자가 되었다. 리스트와 바그너를 흠모하여 어느덧 바그네리안의 반열에 오른 스메타나는 바그너처럼 큰 스케일을 가진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 허용된 오케스트라 단원은 30명 정도에 불과였다. 바그너를 닮고자 했던 세 번째 오페라 ‘달리보르(Dalibor)’(1866년 초연)는 대실패였다. 어설픈 바그너 추종자라는 비난이 거셌다. 스메타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프라하의 탄생신화를 소재로 한 네 번째 오페라 ‘리부셰(Libuse)’(1872년 초연)를 발표하여 자신의 명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곧 비극이 일어난다. 스메타나가 리부셰 초연 후 베토벤처럼 청각을 상실한 것이다. 하지만 스메타나도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귀가 들리지 않음에도 6부작으로 된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Má vlast)’을 발표한다. 두 번째 곡 ‘몰다우(블타바)’가 오늘날 자주 무대에서 연주된다. 오늘날 우리가 스메타나를 기억하는 것도 대체로 이 곡 때문이다.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칭에 어울릴 만큼 곳곳이 유적과 유물로 이루어진 도시다. 특히 신라의 수도로서 당시의 도시 규모는 현대의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넓어서 지금도 도처에서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이나 유물들의 나오고 있다. 유적이나 유물이 나오면 당연히 그 일대가 발굴로 이어진다. 땅이 얼어붙은 한겨울을 제외하면 경주는 1년 내내 발굴이 진행되는 곳이다. 그만큼 발굴에 의한 유적과 유물의 수도 많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도 많다. 당연히 발굴에 참여한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늘려 있다. 그런 발굴이 일상화된 경주사람들에게 꼭 맞는 맞춤형 영화가 더 디그(The Dig / 2021 시몬 스톤 감독)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9년, 당시에는 영국 땅이던 아일랜드의 서퍽이란 곳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다. 영화에는 자신의 사유지인 한 언덕을 눈여겨본 ‘이디스 프리티’와 비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대부터 전해온 발굴 실력을 전수받은 발굴전문가 ‘바질 브라운’이 등장한다. 이들은 그 사유지 언덕이 바이킹 이전인 앵글로 색슨 시대의 유적이라 확신하고 발굴을 시작한다. 그러나 역사에는 언제나 냉담한 방관자들이 있듯 당연히 영국 박물관 당국이나 고고학 관련 학자 누구도 이 언덕에 일말의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독자들이 예상하듯 이곳에서 앵글로 색슨 시대의 배로 추정되는 목선이 나온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뒤늦게 박물관 당국이 뛰어들고 이 발굴을 시작했던 바질은 정통 학위 소유자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발굴에서 배제된 채 허드렛일만 맡게 된다. 자신의 손으로 발굴을 완성해 발굴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바질은 굴욕감을 이기지 못한 채 발굴 현장을 떠난다. 과연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경주의 역사적인 인물이 있다. 경주의 향토 사학자로 서봉총 발굴부터 시작해 경주의 여러 고분 발굴에 오래 참가한 석당(石堂) 최남주 선생(1905~1980)이다. 특히 최남주 선생은 임신서기석, 남산신성비, 황복사지 발굴 등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인 박물관장 등이 이 사실을 숨긴 채 선생에 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선생은 더군다나 해방 후에도 새로운 박물관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끝내 역사적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셨다. 다만 선생의 공을 익히 알아 온 학자들과 경주의 향토 사학자, 시민들의 노력으로 일부나마 공로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다 2006년 9월 2일 한국박물관협회에서 선생의 공헌을 인정해 김유신 장군 묘 아래 석당공원을 만들고 기념비를 제작해 세움으로써 선생의 공로가 우리나라 발굴의 귀감으로 알려지게 됐다. 특히 최남주 선생과 동시대 경주에서 발굴작업에 참여했던 사이토 타다시 선생이 한국고분발굴 100주년 기념식차 한국으로 와 최남주 선생에 대해 언급했고 석당공원을 방문해 선생과의 교분을 추억한 것으로 알려지며 선생의 역할이 다시 한번 조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석당 선생의 유지는 선생의 후대에 이어져 큰 아들인 최정필 세종대 명예교수가 역사학자 박물관학계의 권위자로 활약하고 다른 아들들 역시 우리 역사와 경주를 아끼는 중요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선생의 공이 아직까지 튼튼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바질은 자신이 시작한 발굴의 가치를 알고 다시 돌아와 끝까지 발굴에 헌신하였고 프리티 여사는 이때 발굴된 모든 유물들을 대영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러나 끝내 최초 발굴자 바질 브라운의 공헌은 당시 기록에서 빠졌다가 뒤에 양심 있는 학자들의 증언에 의해 지금은 최초 발굴자로 역사의 한 장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더 디그’에는 발굴에 임하는 바질 브라운의 결연한 외침이 나온다. “발굴은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일이다” 그때 영국의 비젤 이나 경주의 석당 선생은 얼추 비슷한 시대를 산 사람들로 보인다. 두 발굴자의 공통점은 현장에 대해 해박하고 발굴 경험이 많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고고학에 대해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학위가 없었다는 것이다. 때로는 알량한 학위보다 현장에서 배운 치밀한 실력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시대를 떠나 양쪽에서 발굴에 혼신을 쏟았을 두 전문가의 탁월함을 기리며 박수 보낸다. 그분들이 밝혀낸 미래의 역사에 우리가 서 있다. 다시 꽃 피울 수 있을까?
경주동산병원은 지난달 30일 힐튼호텔 경주에서 장기요양기관 관계자들과 진료협력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2월 요양기관 초청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26개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경섭 병원장은 “경주는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도시로 요양기관과 병원 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듣고 병원이 시민들의 의료복지 증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동산병원은 의료복지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 기반 128채널 CT장비를 도입·운영할 예정이며, 또 다양한 협력관계 구축 등 진료 역량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경주향교 부설 어린이선비학교와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는 지난 2일 명륜당에서 업무협력을 위한 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사진> 업무 협약식은 경주시유도회장, 선비학교 학부형, 학생들을 포함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협약은 창의적 인재육성과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상호간 협력의 첫 걸음으로 양 기관은 교육시설, 과학교육 프로그램 및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협력하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다른 사업들에 대해서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업무협의 조정과 홍보 등에 있어서 호혜평등의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전했다.
경주시가 오는 17일 오후 7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대공연장)에서 제13회 청소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선보인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West side story를 시작으로 Animation medley, 클라리넷 협주곡, Danzon No.2, Mambo로 1부 무대를 장식한다. <사진> 이어 2부는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의 일화로 유명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의 1악장과 4악장 연주를 통해 정통 클래식 ‘운명’ 속으로 들어가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특히 클래식, 크로스 오버,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한 해 동안 정성과 노력으로 꾸며진 무대인만큼 청소년 단원들이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오케스트라는 내년 1월 8일부터 18일까지 신규단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단원 모집에 대해 보다 자세한 사항은 경주시 아동청소년과로 문의하면 된다.
‘2023년 경주시 평생교육 관계자 워크숍’이 지난 2일 경주 황룡원 대연회장에서 열렸다. <사진> 경주시평생교육사협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이규익 경주시 시민행정국장, 배진석·최덕규 도의원, 임활 시의원, 경주시종합장애인복지관 정빈스님, (사)한국평생교육사협회 이재주 회장 등을 비롯해 회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성희 사무국장의 진행으로 시작된 워크숍은 기관사례 발표 전 알숨달숨 사회협동조합 김유리 이사장의 타일공예체험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규익 시민행정국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평생학습도시 경주가 체계적인 학습도시로 발돋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한국평생교육사협회 이재주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평생교육은 단순한 배움을 넘어 성숙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라며 “평생교육사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평생학습의 꿈을 꾸어야하는 사람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초고령사회 접어든 경주는 고령층 특화형 평생학습을 강화하고 제5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 슬로건이 ‘배우고 배운 것은 버리고 다시 배우기’를 강조했다. 이어 경주노인종합복지관 권향인 운영팀장은 복지관의 총 54개 강좌 자율이용시설과 건강증진실 운영, 앞으로 안강분관인 고령자복지주택 단지 내 프로그램에 대해 발표했다. 이외에도 경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지원팀 이나은 대리가 복지관의 주요사업 안내, 평생교육지원사업 소개와 장애인평생학습권 보장에 대한 사례를 발표했다. 김명희 경주시평생교육사협회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평생교육이 많이 위축돼 강사와 관계자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모든 것이 정상화 돼 평생학습과 교육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평생교육법도 법·제도적으로 많은 변화의 대열에 있음으로 워크숍을 통해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지난 5일 행정안전부와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주최한 지방 공공기관 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구조개혁 추진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전국 지방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구조개혁 추진’, ‘재무건전성 강화’, ‘민간협력 강화’, ‘관리체계 개편’ 등 4개 혁신 분야에 대한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 결과 총 535건의 혁신과제 중 4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16건의 혁신 우수사례를 선정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구조개혁 추진’ 분야에 공모해 공사와 재단법인 문화엑스포 통합 관련 ‘문화관광인프라와 콘텐츠 통합으로 지방시대 경북문화관광 선도’를 주제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문화엑스포와의 기관 통합은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 간의 법인 성격이 다른 기관의 차질 없는 통합으로 공공기관 슬림화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국·도정 과제 수행에 크게 기여한 바를 인정받았다. 김성조 사장은 “지역 문화관광거점기관인 공사와 재단법인 문화엑스포 간 통합 관리, 운영을 통한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방주도 문화관광 대표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편 공사는 부상으로 받은 온누리상품권 50만원은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해 경상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유교권에는 개에 대한 속담이 있다면 서양권에는 개에 대한 명언이 있다. 명언(名言)은 어떤 교훈이나 가르침을 주는 말을 하기 쉽게 간결하고 짧은 문장으로 표현한 것을 가리킨다. 서양에는 실제로 개에 관한 많은 명언들이 있다. 이는 개가 서양 문화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동반자로서 존중받아 온 결과이며, 개에 관한 명언들은 주로 개의 충성심, 헌신 등과 같은 가치를 강조하며, 사람과 개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개에 대한 명언들이 만들어진 배경은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개는 사람에게 충성과 사랑을 보여주는 동반자로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동물이다. 이러한 개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고, 많은 작가, 시인, 철학자 등이 개에 관한 명언을 남겼다. 개는 우리에게 성실함과 헌신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기고 있다. 개의 충성심과 무조건적인 사랑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줄 수 있는 가치와 감동을 주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개에 관한 명언을 창작했다. 그리고 속담과 명언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서로 비슷하지만, 명언은 여러 시대와 공간에서 유래된 것이 많으므로 시대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속담은 발화 주체부터 시대와 장소가 불명하다는 점이 다르다. 개와 사람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명언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는 자기 자신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존재입니다”-조쉬 빌링스, Josh Billings “만약 모두가 개처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능력을 가졌다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M.K. 클린턴, M.K. Clinton “당신의 얼굴을 핥는 저먼 셰퍼드만큼 세상에 정신과 의사는 없습니다”-벤 윌리엄스, Ben Williams “개는 우리의 삶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개는 우리의 삶을 완전하게 만든다” -로저 카라스, Roger Caras, 미국작가 “개와 함께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진힐 “삶을 말하지 못하는 생명체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생명을 원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러하다”-달라이 라마, Dalai Lama “당신이 개에게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 개는 당신을 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와, 당신 말이 맞아요!”나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데이브 베리, Dave Barry 컬럼니스트 “만약 천국에 개가 없다면 나는 천국에 가고 싶지 않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윌 로저스, Will Rogers, 영화배우 “순수한 사랑을 전하기에 충분할 만큼 진화한 유일한 동물은 개들과 아기들 뿐이다”-죠니 뎁, Johnny Depp, 영화배우 “나의 인생의 목표는 나의 개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나만큼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작가 미상 “민족의 위대함과 그 도덕적인 수준은 그 민족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마하트마 간디, Mahatma Gandhi “개는 절대로 나를 물지 않습니다. 사람이 물지...”-마릴린 몬로(Marilyn Monroe) “사람에 대해 더 알면 알수록 더 개를 사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De Gaulle, 드골 프랑스 대통령 “개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듣는 법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말이죠”-오르한 파무크, Orhan Pamuk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다면, 적어도 한 마리는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삶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로저 카라스, Roger Caras, 미국작가 “사람 사이의 신뢰는 깨지기 쉽다. 그러나 충직한 개는 결코 우리를 무시하지 않는다”-콘라드 로렌츠, Konrad Lorenz, 동물학자 “개들은 우리에게 그들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주어 왔습니다. 우리는 그들 우주의 중심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사랑과 신념과 신뢰의 초점입니다. 그들은 먹다 남은 음식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에게 봉사를 합니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인간이 해온 최고의 거래입니다” -로저 카라스, Roger Caras “개들은 사랑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제프리 무사예프 매슨, Jeffrey Musayev Masson 개에 관한 서양 문화권의 명언과 동양 문화권의 속담에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세상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을 마음 아픔으로 표현한 것이 많다. 명언은 인간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인간사와 함께 영원할 것이다. 개의 인생은 짧지만, 인간사는 길게 이어지므로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보고, 느끼고, 잊는 생활 과정에서 다가오는 세상사의 안타까움은 개를 키우는 데서 위안이 될 것이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
옛 수도를 감돌아 넘실넘실 흐르는 문천 (蚊水沄沄遶古京) 모래 씻으며 소리 없이 서쪽으로 내려가니 (淘沙西下細無聲) 외려 경순왕이 고려에 귀화할 적에 (還如敬順歸王化) 갑옷 입은 채 싸우지 않고 투항한 일과 한가지네 (卸甲投降不敢爭) 김시습의 시문집 ‘매월당시집’(梅月堂詩集) 권12 ‘유금오록’(遊金鰲錄)에 실린 ‘문천’(蚊川)이라는 시다. 신라시대엔 세 가지 기이한 물건을 뜻하는 ‘삼기’(三奇)와 호국을 상징하는 세 가지 보물인 ‘삼보’(三寶), 여덟 가지 괴이한 현상을 일컫는 ‘팔괴’(八怪)가 있었다고 한다. 삼기는 금척(金尺)과 옥적(玉笛), 화주(火珠)다. 금척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꿈에 신인(神人)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해지는 금으로 만든 자(尺)다. 옥적은 옥으로 만든 피리인데, 죽어서 용이 된 문무왕과 김유신 장군의 혼령이 합해져 신문왕에게 내려 준 만파식적이라는 설도 있다. 화주는 선덕여왕이 지녔던 수정 돋보기로, 햇볕을 비추면 솜에 불이 붙어 화주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삼보는 신라를 지킨 세 가지 보물인데, 황룡사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장육존상’과 신라 진평왕 때 천사가 궁중에 내려와 왕에게 줬다는 ‘천사옥대’, 그리고 ‘황룡사 9층목탑’을 말한다. 팔괴는 △안압지(지금의 동궁과월지) 부평초가 땅에 뿌리가 닿지 않아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일컫는 ‘압지부평’(鴨池浮萍) △소나무엔 원래 순이 돋지 않는데 백률사 소나무는 가지를 치고 나면 다시 새순이 돋아난다는 ‘백률송순’(栢栗松筍) △경주 남산에 있는 허공에 뜬 바위 ‘남산부석’(南山浮石) △남천의 모래가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의 ‘문천도사’(蚊川倒沙) △계림의 나뭇잎은 움이 틀 때부터 단풍처럼 변한다는 ‘계림황엽’(鷄林黃葉) △왕이 놀던 금장대에 기러기가 반드시 쉬어간다는 ‘금장낙안’(金藏落雁) △불국사의 탑이 영지에 비친다는 ‘불국영지’(佛國影池) △탑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나원백탑’(羅原白塔) 등이다. 이 시는 팔괴 가운데 ‘문천도사’를 신라 왕실의 역사적 사실과 연결하고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망국이라는 고통을 오히려 민생을 살리는 행위로 승화해, 마치 세월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운 왕권 교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월성의 남쪽 의미 ‘남천’으로도 불려 이 시에 등장하는 문천은 오늘날 경주 사람들이 ‘남천’(南川)이라고 부르는 하천이다. 남천은 토함산 서북쪽 계곡에서 발원해 불국동, 평동, 남산동, 탑정동 등을 거쳐 사정동에 이른 뒤 형산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신라 왕궁이 있던 월성의 남쪽, 경주 시내의 남쪽을 흐르는 하천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천’(沙川), ‘황천’(荒川)이라고도 불렸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문천’(蚊川)으로 기록돼 있다. 순우리말 이름인 ‘모그내’를 한자의 뜻을 따서 표기한 것이라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사천’(沙川), ‘황천’(荒川)이란 이름은 남천 바닥에 모래가 쌓인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추정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경주)부 남쪽 5리에 있으며, 사등이천(史等伊川)의 하류”라고 기록돼 있다. ‘사등이천’은 남천의 상류인 외동읍 신계리에서 부르던 이름으로, 순우리말인 ‘사드릿거랑’ 또는 ‘사드랫거랑’을 한자의 뜻을 따서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문천은 월성의 북쪽에 있는 ‘북천’(北川)에 비해 물의 흐름이 완만하다. 이는 물길이 뱀처럼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하천 바닥의 모래가 많이 드러나 있다.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데 모래가 거꾸로 위로 쌓인다’(문천도사)라는 표현도 오래 전부터 문천에 그만큼 모래가 많이 쌓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 설명이다. 원효·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 전해 문천은 신라 왕이 머물던 월성 남쪽을 감아 돌며 흐른다. 이런 이유로 남천은, 성벽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채운 방어시설인 월성의 해자(垓子) 역할을 했다. 그 주변엔 월정교 등 신라 왕실과 관련된 각종 유적이 있다. 문천 남쪽으로는 도당산과 남산, 오릉, 영묘사, 천관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이 일대가 신라 왕경인들의 주된 생활공간이었기에 문천엔 특히나 다리가 많이 놓였다. 월정교를 비롯해 효불효교(孝不孝橋), 일정교(日精橋), 유교(楡橋), 대교(大橋), 남정교(南亭橋), 귀교(鬼橋) 등 기록으로 확인되는 다리의 수만 해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게 월정교다.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진 월정교는 월성과 문천 남단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는 “경덕왕 19년(760년) 2월에 궁궐 남쪽의 문천 위에 월정교와 춘양교(春陽橋) 두 다리를 놓았다”고 전한다. “원성왕 14년(798년) 3월에 궁 남쪽 누교(樓橋)가 불에 탔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 충렬왕 6년(1280년)에 중수한 기록도 남아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기록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월정교는 옛날 본부 서남쪽 문천 가에 있었다. 두 다리의 옛터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미뤄보면, 월정교는 적어도 13세기 말까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다가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되는 1530년 이전 어느 시점에 무너져 흔적만 남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월정교는 최근까지 남아있던 다리의 흔적을 토대로 2018년 새로 지은 것이다. 폭 9m, 길이 66m, 높이 9m 규모로 다리 위에 지붕을 씌운 형태로 만들어졌다. 월정교 근처 어딘가에 있었을 ‘문천교’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의 배경이 됐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어느 날 원효가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누가 자루 빠진 도끼를 허락하려는가. 나는 하늘을 받칠 기둥을 다듬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임금이 이 노래를 듣고 말했다. “이 대사가 귀부인을 얻어 귀한 아들을 낳고자 하는구나” 그 때 요석궁엔 홀로 사는 공주가 있었다. 왕은 궁중의 관리에게 원효를 찾아 궁중으로 맞아들이게 했다. 왕명을 받들어 길을 나선 관리는 문천교에서 원효를 만나게 된다. 이를 알아차린 원효는 일부러 물에 빠져서 옷을 적셨다. 관리는 원효를 궁으로 데려가 옷을 말리고 머물며 쉬게 했다. 이후 공주는 태기를 보였고 설총(薛聰)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효불효교’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문천 서쪽 마을에 일곱 아들과 사는 홀어머니가 있었다. 홀어머니는 동쪽 마을에 사는 남자를 사귀게 되면서부터 밤마다 강을 건넜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큰아들은 어머니의 뒤를 밟았다. 어머니는 옷을 걷어 올리고 차가운 강물을 첨벙첨벙 건너고 있었다. 장남은 곧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됐다. 크게 당황했지만 자식된 도리로서 어머니의 고통을 그저 모르는 척 할 수만은 없었던 장남은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에게 말했다. “우리 칠형제를 혼자 몸으로 힘들게 키워주신 어머니께서 매일 밤 강물을 맨발로 건너시는데 어머니를 도와드릴 방법이 없겠는가” 이후 형제들은 어머니 몰래 문천에 다리를 놓아드렸다. 어떤 이는 이 일을 두고 효도라고 하고, 어떤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겐 불효가 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효불효교란 이름을 얻게 됐다는 이야기다. 일부 학자들은 효불효교를 일정교(춘양교로도 불림)의 다른 이름으로 본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지도첩인 ‘동여비고’(東輿備考)엔 일정교 조금 떨어진 곳에 효불효교가 따로 표기돼 있다. 일정교와는 별개로 효불효교라는 다리가 있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운 역사여행가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지원을 위한 2023년 청소년지도위원 워크숍이 지난달 28일 화랑마을에서 열렸다. <사진> 지역 청소년지도위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워크숍에서는 올해 청소년 보호와 복지증진에 기여한 우수 청소년지도위원 16명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이어 특강에서는 ‘오행심리와 상담기법’을 주제로 인간의 기본심리를 분석해 청소년 지도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으로 호응을 얻었다. 청소년지도위원은 23개 읍면동에서 현재 240여명이 활동 중이며 유해업소와 유해약물 등으로 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함을 물론 개학기와 수능 전후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캠페인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