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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경주고도보존회 이정락 회장

“고도다운 경주라야 관광도 됩니다”
다방면 전문가 100% 회비로만 운영하는 대표적 애향단체

박근영 기자 / 1376호입력 : 2019년 01월 31일
↑↑ 경주고도보존의 당위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이정락 회장.

서울에는 고향 경주를 지향해 만든 단체가 하나 둘이 아니다. 각 지역 읍면 향우회가 있고 학교별 동창회가 있다. 이들은 다시 등산, 골프 등 취미로 나뉘고 법경회, 경제인 모임 등 직능별로 다시 모인다. 그들 중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애향단체는 단연 ‘경주고도보존회(회장 이정락/변호사)’다. 이 경주고도보존회가 올해로 창립 14주년을 맞으며 발전적인 제2기 출범을 계획하고 있어 어느 해보다 주목받고 있다.

경주고도보존회가 다른 단체들과 성격이 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모든 회원들이 회의 경제적 중심축을 이루는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고 법조계와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각종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들이 망라돼 어느 방면에서나 전문성을 발휘할 만큼 인적 구성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우리 회의 가장 큰 자랑은 어느 단체보다 훌륭한 사계의 권위자들이 한마음으로 경주를 위해 봉사한다는 것입니다. 유수의 대학총장들과 존경받는 석학들이 포진하고 있어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단 한 푼의 국비나 시비를 받은 적 없이 100% 회원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이 회가 꾸려지고 있다는 것은 고맙고 놀라운 일이지요. 이로써 우리 회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속가능한 고도의 보존과 발전, 유적과 사람이 공존하는 경주, 길이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세계유산 보호’가 모토
2005년 발족된 경주고도보존회는 ‘지속가능한 고도의 보존과 발전’, ‘유적과 사람이 공존하는 경주’, ‘길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계유산의 보호’ 등을 주요 활동목표로 삼고 올바른 고도보존을 위해 꾸준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당시 60대 중반이던 이정락 회장은 13년 간 회를 이끄는 와중에 어느덧 팔순을 맞았고 대체적으로 40대 초중반에서 50대 중후반에 이르던 이사진들은 50대 중후반에서 6~70대에 이르는 변화를 맞았지만 창립 초기의 인원들이 대부분 이탈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경주고도보존회는 이정락 회장을 중심으로 법조계에는 권은민 변호사, 김정술 변호사, 정주교 변호사, 전명호 변호사 등 쟁쟁한 인사들이 회의 주축을 형성했다. 역사학계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박영복 충청문화연구원 원장(전 경주국립박물관장), 최정필 세종대 명예교수(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최광식 전 문화관광부장관 등이 포진하고 있다. 건축학계에는 권택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상림 (주)공간그룹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최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만화가 이현세 세종대 교수, 변우희 경주대 교수(전 한국관광학회 회장) 등 다방면의 문화계 인사들도 포진했다. 여기에 이지태 한보 이엔씨 대표이사, 박성환 에이스공조 대표이사 등 경제계 인사들도 적극 참여하며 후원자 그룹의 중추가 돼왔다.

“비록 우리 회가 민간의 자격으로 경주보존에 대한 노력을 해왔지만 궁극적으로 경주보존은 국가적이고 거국적인 사업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경주를 고도답게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관광지를 만드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고도다운 경주를 보존했을 때 관광도 발전하고 문화민족의 자부심도 생깁니다”

-“무분별한 개발은 자멸의 길, 의도적인 훼손보다 더 무서워···경주시 행정가들 시민단체, 고도보존회와 교감해야”
특히 이정락 회장은 전쟁이나 도굴 같은 의도적인 훼손보다 더 심각한 고도파괴 행위를 무분별한 개발이라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고성숲의 파괴, 소금강산 맞은 편 들판의 도시화, 남산 남서편과 마주보는 배반동의 고층 아파트, 불국사 지척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 등은 고도의 경관을 훼손하고 유적의 가치를 현격히 떨어뜨리는 유적파괴 행위라고 진단한다.

“이런 일들이야말로 경주와 우리 자신의 자멸을 불러오는 심각한 일입니다. 코앞의 경제적 이익에만 치중해 고도로서의 생명력을 무너뜨린다면 경주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그 결과 관광객도 외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주의 행정을 책임진 지도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수시로 경주고도보존회와 협력하고 교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조상을 모신 우리가 부끄러운 후손이 될 수 없다’는 자의식으로 경주고도보존회는 경주에 대한 발전적인 감시단체, 생산적인 압력단체의 역할을 하기 위해 스스로 부단한 공부를 거듭해왔다. 지난 13년 동안 해마다 1~2회의 해외 고도 답사를 통해 고도보존을 위한 해외모범 사례를 체험했으며 다양한 현지 교감을 통해 세계인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보존 마인드를 익혀왔다.

-‘유적과 사람 공존하는 우즈벡 고도, 스스로 경관 보호나선 일본 유후인’ 인상적
“많은 곳을 다녔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히바 같은 지역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유적과 더불어 살며 유적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는 모습을 보며 비록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지만 유적보존의 모범 사례를 보는 듯했지요”

한편으로 이정락 회장은 일본 유후인 지역에 대한 답사도 좋은 사례였다고 손꼽는다. 주민들 스스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경관을 지키려는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난 것은 경주시민이 본받아야 한다고 추천한다.

역시 매년 1~2차례 기획한 고향방문 행사에서는 경주시민들조차 가보지 못한 경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경주의 숨겨진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아 출향인들과 타 도시 출신 시민들에게 홍보하기도 했다. 이런 행사에는 반드시 사계의 권위자를 초빙, 시민들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고도의 가치를 알리는 강연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고도보존회의 활동을 곡해한 일부 경주의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에 의해 행사가 중단되는 상황에 맞닥뜨린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다양한 역사유적지, 전국의 중요한 유적과 경관지를 돌아보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월 정기적으로 답사하는 과정을 통해 경주와 비교되는 도시들의 발전을 참고하고 고향신문 등에 기고하는 작업을 병행해 왔다.

-경주 떠나 있는 것과 젊은 피 유입 멈춘 것이 가장 큰 문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대부분 주축 인사가 서울에 포진하고 있다 보니 경주에서 일어나는 고도파괴나 훼손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후약방문격인 대응으로 개발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2~3년 동안 불국사 권역에 건립된 두산 위브 아파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추가 건축을 저지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은 마찰을 빚었다. 개발논리를 앞세우는 해당지역 주민들과 이미 돌이킬 수 없이 건설을 진행한 행정당국의 무성의한 대응이 신문지상에 광고까지 내며 부당함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고도보존회의 이념과 충돌했다.

향후 경주고도보존회의 주축을 이룰 새로운 젊은층 유입이 단절됐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회에서 가장 젊은 층이 박진철 변호사와 백진호 대추밭백한의원 원장인데 이들 역시 40대 중반이고 이들 이후에는 새 인물이 영입되지 않고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과 무거운 주제를 도외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특성이 경주고도보존회라고 피해가지 않는 모양이다. 이정락 회장이 ‘2기 출범’을 통해 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회에는 나보다 더 경주를 사랑하고 존경받은 분들이 많이 있는 만큼 보다 젊고 건강한 분이 고도보존회를 맡아 이끌 때가 됐습니다. 새롭고 발전적인 변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회를 이끌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에 대해 이정락 회장은 다음과 같이 회고하며 경주고도보존회가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되고 존속할 것이라 낙관한다.

“물론 희망은 많습니다. 해외답사를 해보면 우리 회원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온 초등학교 어린 학생부터 주부까지 참가자 전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평가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곤 했습니다. 그들의 열의에 찬 모습이 경주의 발전 가능성과 우리 회의 내일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박근영 기자 / 1376호입력 : 2019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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