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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유치가 남긴 것과 유치지역지원사업(하)
지지부진한 지원사업-예산 투입 35% 수준에 그쳐
이성주 기자 /  1172호입력 : 2014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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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이 지난 11일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았다.
2005년 11월 2일 방폐장이 경주로 결정된 지 9년만이며, 2007년 7월 9일 착공식을 한 지 7년 5개월여 만이다. 방폐장 유치는 경주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과 함께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주장이 지역사회에서 팽팽히 대립하게 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경주시민은 방폐장 유치에 올인 했다. 3000억원에 달하는 특별지원금 지원과 방폐장유치지역지원에관한특별법에 따른 지원 사업,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은 경주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폐장 사용승인에도 불구하고 방폐장 유치로 인해 발생한 지역사회의 분열은 여전히 남아 있고, 유치당시 기대했던 유치지역지원사업도 여전히 지지부진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방폐장 유치과정에서 시민에게 약속한 것은 무엇?
방폐장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것을 분류해보면 대략 3가지로 볼 수 있다. 법으로 정한 경제적 지원과 경주시민에게 한 각종 복지사업, 동경주(감포, 양남, 양북) 지역발전 약속 등이다.
방폐장 유치로 경주시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을 받았다. 그리고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 양성자가속기 설치 지원, 한수원 자사고 설치 등 굵직한 사업도 약속받았다.
경주시는 2006년 6월 30일 총 116개 사업에 8조8226억원 규모의 유치지역지원사업을 정부에 제출했으며 정부는 이중 62건(시행사업 55건, 장기검토사업 7건) 4조4482억원 규모의 사업을 확정했다. 하지만 아직 첫 단추도 끼지 못한 장기검토사업 7건의 예산규모가 1조192억원에 달해 실질적인 사업규모는 55건에 3조4290억원으로 보면 된다.
#아직도 지지부진한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
2014년까지 유치지역지원사업이 진행된 것은 51건에 총 1조7154억원(국비 1조991억원, 도비 354억원, 시비 973억원, 기타 4836억원)이다. 이중 32건이 올해 안으로 완료된다. 보기에는 절반이 넘는 사업이 진행된 것 같지만 전체적인 사업내용을 보면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말 현재 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으로 추진했던 신라궁성 월성유적발굴복원과 황룡사지 복원, 경주 읍성정비 복원 등 문화재청 사업 등 12건은 아직 단 한건도 마무리 된 것이 없다.
이외에도 첨단신라문화체험단지 조성, 에너지박물관 등은 대체 사업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전면 백지화 됐다. 마무리된 사업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이거나 기반시설 또는 환경시설 등이다.
유치지역지원사업의 지지부진은 방폐장을 유치한 지역을 위해 특별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별 짜여있는 예산 범위 내에서 가져와야 하는 ‘탑다운(Top-down)’방식이어서 예산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폐장 유치운동 당시 참여했던 시민단체 A씨는 “경주시민들이 어려움 속에 방폐장을 유치하려고 한 것은 지역발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방폐장 유치지역이라고 해서 특별히 예산을 더 준 것이라곤 없다”면서 “방폐장 사용승인이 떨어졌는데 아직까지 유치지역지원사업 중 시작도 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들의 기대를 무시하는 처사다. 정부나 한수원은 사업추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딜레마에 빠진 사업
유치지역지원사업 중 국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은 사업만 6건에 달하며 총사업비가 7532억원이다.
첨단 신라문화체험단지조성(596억4600만원/대체사업 추진 중), 전통도자기 전승공방마을조성(380억원/타당성조사 용역완료), 경주역사도시문학관건립(600억원/부지확정 및 발굴조사), 양성자가속기 배후단지조성(1480억원), 에너지박물관 건립(2000억원/대체사업 협의 후 추진), 국도 31호선(양북~대종교~감포 전촌 확포장/247
6억원/예산미확보로 실시설계지연) 등으로 전체지원사업예산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예산 때문에 경주시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양성자가속기사업이다. 총사업비 3143억원(국비 1836억원, 지방비 1182억원, 민자 125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정부가 1836억원을 부담하고 경주시가 토지매입비, 기반시설비, 연구지원시설비 등 총 1182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사업이다.
경주시는 그동안 특별지원금으로 받은 3000억원에서 발생한 이자로 부지매입 등 사업비로 사용했고, 갖고 있는 원금(3000억원) 중에 310억원도 투입했다.
현재까지 총 987억원(도비 180억원, 시비 807억원)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195억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양성자가속기 배후단지 조성비에 국비를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그동안 지역 국회의원과 경주시의 꾸준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없었다.
유치지역지원사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수원 자율형사립고 설치도 백지화 됐다. 자사고 설치는 2007년 7월 9일 방폐장 착공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했고 시민들은 이를 기정사실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난색을 드러내자 정부의 눈치만 보던 한수원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방폐장 유치로 갈라진 민심 수습은?
방폐장 유치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한수원 본사 이전, 유치지역지원사업 확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방폐장 유치전이 치열했던 2005년 한 해 동안 지역 내 찬반 대결은 심각했다.
방폐장 유치가 경주의 발전을 약속한다는 논리만 팽배했지 이후 경주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려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의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2006년에는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결정을 앞두고 동경주 주민들과 도심권 주민들은 서로 명분을 내세워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리고 양북면 장항리로 결정이 된 이후에도 선거 때만 되면 출마자들은 도심으로 가져오겠다는 공약으로 민심을 갈라놓았다. 또 특별지원금 3000억원 사용을 두고도 팽팽히 맞섰다.
경주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종자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는 무시됐다. 머리를 맞대어 유치지역지원사업을 어떻게 잘 짜보겠다는 노력보다는 ‘왜 우리는 안 주느냐’‘우리지역 사업은 왜 없느냐’는 식의 눈앞 이득에만 몰두했다.
지역대학의 B교수는 “방폐장 유치가 경주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다소 이득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큰 손실은 지역사회의 분열이다. 방폐장 유치이후 서로 머리를 맞대어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분위기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면서 “방폐장과 관련된 것은 지금이라도 진지한 검토를 하고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마무리할 것은 해야 한다. 방폐장을 이용한 지역 여론 몰이는 더 이상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
이성주 기자 / 1172호 입력 : 2014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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