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주교육원이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3월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자 등록 결과 경주에서는 12개 조합에 총 26명이 후보자가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후보자 등록은 지난 21일, 22일 양일간 진행됐다. 12개 조합 중 안강농협과 외동농협은 각각 4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쳐 격전이 예상된다. 조합별로 후보 등록 현황에 따르면 안강농협·외동농협이 각각 4명으로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내남농협은 3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경주시수협·경주축협·불국사농협·신경주농협·양남농협·현곡농협 등 6개 조합은 각각 2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양자대결 구도를 이뤘다. 또 강동농협과 경주시산림조합, 동경주농협 등 3개 조합은 현 조합장들이 단독 입후보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외동농협을 제외한 모든 조합에서 현 조합장이 도전에 나섰다. 또 경주시수협과 안강농협은 전직 조합장이 다시금 도전장을 내밀어 과거의 영예를 되찾을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 제2회 조합장선거 당시 표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던 불국사농협(50표)과 양남농협(60표)에서도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등록한 인원은 26명으로, 4년 전 선거에 비해 9명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선거에서 초선이나 재선에 도전한 조합장이 많이 당선된 결과로 보인다. 한편,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23일부터 선거 전날인 3월 7일까지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투표는 오는 3월 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각 지정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동행 좋은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 중 하나는 ‘공감능력’이다. 피사체를 단순하게 보지 말고 ‘공감’하고 ‘동화’해야만 피사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표현해 낼 수 있다. 이 작품은 2019년 벨기에 브뤼셀로 가는 기차 안에서 친해진 노인을 촬영한 사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나도 그들에게 동화해 동행하고 있었다.
오는 3월 8일 치러질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가 본격 레이스에 들어갔다. 농·축·임·수협 전국동시선거가 지난 22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2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 1346명의 조합장이 선출되고, 경주지역에서는 합병이 성사된 경주농협을 제외한 12개 조합에서 대표를 선출한다. 지역 조합장 선거 후보등록 결과 안강농협과 외동농협 2곳이 각각 4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내남농협은 3명, 경주시수협·경주축협·불국사농협·신경주농협·양남농협·현곡농협은 각각 2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 강동농협, 경주시산림조합, 동경주농협 등 3개 조합은 현 조합장이 단독 입후보해 사실상 무투표 당선이 유력하다. 조합장 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게 된 것은 지난 2015년부터다. 앞서 2005년부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해오고 있다. 이는 과거 조합마다 선거시기가 다르고, 선거 때마다 금품이 오가는 등 과열양상이 빚어지다보니 그 폐단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따른 폐해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주에서는 지난 2015년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구두경고 37건, 서면경고 1건, 수사의뢰 2건, 고발 1건 등 총 41건이 적발됐다. 2019년 제2회 조합장선거에서도 공명선거 협조요청 1건, 경고 14건, 고발 4건, 과태료 1건 등 총 20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이전 선거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이지만, 현재도 후보자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각종 루머가 나돌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예비후보 등록제나 후보자 토론 등이 없다 보니 유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리려다 정해진 법의 선을 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선거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선거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후보자들은 지난 2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막강한 권한이 있는 조합장직을 두고 후보자 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축·수산업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위기를 감안하면 그 어느 때보다 공명선거 실천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의지와 조합원들의 확고한 주인 의식이 중요하다. 공명정대한 선거는 조합장 한 사람을 뽑는데 그치지 않고 위기의 농·축·수산업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는 4월 1일, 4년 만에 정상 개최되는 경주벚꽃마라톤대회가 참가자 접수 단계에서부터 순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주시가 지난달 4일부터 대회 참가자 사전접수를 시작했는데 20일 기준 외국인 87명, 내국인 4677명 등 총 5262명이 신청했다. 접수 40여일 만에 모집정원 1만2000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신청자가 몰렸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대회에 같은 기간 접수 인원 2560명 보다는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마라토너들의 대회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경주벚꽃마라톤대회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2020년 대회 취소, 2021년 비대면 개최, 지난해는 대회 잠정 중단됐었다. 그러면서 대회 폐지수순까지 밟으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21년 8월 경주시가 경주시체육회에 벚꽃마라톤대회 개최여부 관련 공문에서 대회 폐지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일었던 것이다. 경주시는 지난 1월 제30회 경주벚꽃마라톤대회를 정상 개최한다고 공식발표했다. 반면 대회 규모와 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한국관광공사, 일본 요미우리신문사와 공동 개최해오던 대회를 경주시가 단독으로 개최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과 우려 끝에 최근 대회 참가 신청과 문의가 쇄도하면서 경주시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4년만의 정상 개최에다 경주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마라토너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된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주벚꽃마라톤대회는 오랜 기간 동안 경주 관광산업의 한 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경북도 유망축제로 선정된 경주벚꽃축제와 연계해 관광객들에게 보다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회는 그동안 제기됐던 교통 혼잡 등이 민원을 고려해 풀코스를 제외하고 하프, 10㎞, 5㎞ 등 3개 부문으로 대회를 진행한다. 모쪼록 올해 대회가 벚꽃 개화시기와 맞물려 화려한 꽃잎이 수놓은 환상적인 코스에서 수많은 건각들의 달리는 장면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지방대학이 위기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한다. 예측은 현실이 되고 있다. 소위 ‘인서울’로 불리는 서울과 인근 수도권 소재 대학을 제외한 지방대들의 신입생 충원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 감소는 대학의 위기를 가져왔고, 이는 지방 도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방 도시에서 대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지역 사회의 중심의 될 뿐 아니라 대학 상권을 통해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인적자원과 기술적 자원을 지역에 제공하여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루는데도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실제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역 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은 타지로 떠나고 있고 기존 캠퍼스 상권도 원룸촌 규모로 그마저도 방학이면 침체기를 겪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주에 소재한 대학들이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경주에 맞는 대학 모델로 경주 원도심에 대학 캠퍼스를 자리 잡게 하는 것을 제안해본다. 원도심에 캠퍼스가 들어갈 수준의 규모 있는 부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학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산속에 있는 대학 캠퍼스 건물들 또는 일부를 원도심에 두자는 것이다. 경주 원도심에 들어설 대학은 울타리가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교들은 대부분 울타리가 있다. 정문, 후문도 있고 각 단과대 건물이 무리 지어 큰 캠퍼스를 이루기도 한다.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안과 밖을 구분 짓는 물리적 경계가 모호한 곳이 많다. 영국 런던에는 런던정경대, 킹스칼리지, 유니버시티칼리지 등의 캠퍼스 건물들이 도심에 있다. 런던 도심을 걷다 보면 쉽게 이들 각 대학의 건물들을 지나치게 된다.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강의실을 나가면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담은 지역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도심에 대학 캠퍼스가 융화되어 조성되는 대학도시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젊은 층을 원도심으로 끌어와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 침체한 도심에 다시 활력을 찾을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생활할 거주지도 생겨나고 이전보다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학생들은 학교 주변 상점과 식당을 이용할 것이므로, 지역 상점들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대학 축제와 같은 이벤트는 지역에 더 큰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원도심 캠퍼스가 마치 학원 건물처럼 되어 대학생들에게 대학의 낭만과 휴식을 뺏어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경주 원도심 캠퍼스는 대학생들에게 더 좋은 양질의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법원, 경찰서, 상가, 학교 등 책 밖의 현실이 바로 곁에 있게 된다. 그리고 도심에는 역사 유적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자원도 존재한다. 황리단길과 같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거리도 있다. 주변을 보면 대릉원과 봉황대만 하더라도 어느 대학에서도 제공하지 못했던 넓은 면적과 얼마든지 쉴 수 있는 녹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오히려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질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공학이나 의학계열의 경우 원도심 환경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외곽의 기존 캠퍼스를 그대로 활용하면 된다. 다수의 건물이 도심으로 이전하게 되면 실험장비와 연구 공간을 확충하는데 필요한 공간 마련도 오히려 수월해질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학사 서비스 기능은 새롭게 조성되는 구 경주역사 부지에 통합 서비스센터를 마련하면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경주 원도심에는 이미 지역종합대학의 의과대 부속병원도 있어 학생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가능하다. 어찌 보면 경주에서도 런던과 같은 연합대학교를 한번 구상해 볼 수도 있다. 이는 경주의 사회·문화·환경·경제적 인프라를 최대한 공유하여 경주에 소재한 대학들이 연합하여 함께 발전하는 방안으로 될 것이다. 지금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경주에 있는 대학들은 모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위기의 대학, 산속 울타리 안에서 성장의 길을 고민하지 말고 도심으로 나와 상생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을 제안한다.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방폐물법)이 세 개나 계류돼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주당안,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의 정부안,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구미을)의 원전업계안 등 3개 법안이다.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0일 소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은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핵폐기물이 포화되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사용후 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한빛원전이 2030년부터 저장 공간이 가득차고,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원전 등의 순서로 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따라 포화시점이 지난 2021년 12월 전망 당시보다 대부분 1∼2년 앞당겨진 것이다. 새 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7년 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원자력발전 가동이 순차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고준위 방폐물법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폐기물 저장 용량’을 두고 여야 간 입장차이 때문이다. 원전 설계수명만큼 폐기물만 저장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원전 수명을 연장해 폐기물 저장량을 늘려야 한다는 국민의힘 입장이 맞서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 관리 주체도 제대로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 김영식 의원 안은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담당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나머지 2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을 관리주체로 했다. 이를 두고도 여야 간 입장 간격을 좁히지 못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법에는 모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 ‘부지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이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까? 결코 아니다. 법률안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마련이 주 내용이지만, 처분시설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각 원전 외부에 ‘중간 저장시설’을 둘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원전 내 저장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이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미반출에 따른 사과와 함께 대안제시를 촉구했다. 정부가 중저준위 방폐장 경주유치 후 2016년까지 고준위핵폐기물을 경주 밖으로 반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맥스터 7기를 추가 건설해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고준위 방폐물법안에 명시된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운영’은 독소조항으로 즉시 삭제하고, 관리주체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책위는 경주시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우선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의 기자회견 내용에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되더라도 경주를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가 담겼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해서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하는 중대 과제임은 틀림없다. 방폐장 부지 선정이 쉽지 않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한시가 급한 것도 맞다. 고준위 방폐물을 무한정 임시시설에 보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구처분을 위한 로드맵 설정이 절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미봉책이 아닌 고준위방폐물 처리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으로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특히 현재 원전 내 임시로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동안 불신과 불안이 가득했던 주민에게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떠안기는 셈이 되는 만큼 그냥 넘어가서 될 일은 아니다. 그동안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을 적체한 것에 대해 소위 ‘보관세’ 명목의 지원 등 실현 가능한 방안은 분명히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주민을 위한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 그것이 고준위 방폐장을 적기에 건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아들 녀석과 나는 공포 영화를 안 본다. 아니 못 본다. 무섭기 때문이다. 갑자기 뭔가가 툭 하고 튀어나오질 않나, 반전을 암시하는 듯한 전화벨 소리는 왜 그리 우렁찬 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웃고 있는 주인공을 감싼 배경 음악이 스산한 것도 불편하고, 아무튼 공포영화는 안 본다. 그랬던 우리가 어느 소녀의 춤 동영상을 보며 낄낄대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메건(M3GAN, 2023)〉이라는 이름의 로봇이 추는 춤인데, 지금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겟아웃〉,〈23 아이덴티티〉 같은 히트작으로 유명한 미국 공포 영화의 명가(名家) 블럼 하우스의 이번 신작은 공포영화 초짜인 우리가 보기에도 좀 어설펐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읜 아홉 살짜리 소녀를 위해 이모가 인공지능 로봇을 친구로 만들어 주는 걸로 영화는 시작된다. 무엇보다 저예산 티가 팍팍 났고 등장인물의 연기도 그저 그래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그다음 날까지 아들이랑 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메건이 춤추는 장면이다. 왜 하필 그 장면일까. 신나게 춤은 추는데 얼굴은 표정의 변화를 읽을 수 없는, 그 콘트라스트(대조)의 불편함이랄까? 춤을 추고 있는 몸의 감정은 쉽게 읽히는데 외려 얼굴은 그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다면 그 자체로 공포다. 감정의 인간보다 로봇이라는 설정이 그래서 영화를 더욱 무섭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그렇지, 120cm짜리 아이 크기의 로봇이 무서우면 또 얼마나 무섭겠나 할 수도 있다. 주인공 로봇은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인 큰 머리를 하고 있다. 젖살도 안 빠진, 진짜 아홉 살짜리 귀여운 얼굴인데도 왜 우리는 공포심을 느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인간은 타인의 얼굴을 살피는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화해 온 것이다. 인간은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얼굴 표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도록 발전해 왔다. 따라서 표정은 인간 의사소통의 보편적인 측면이며 특정한 얼굴 표정은 특정한 감정과 연관되어 있다. 미소가 행복의 표시로 인식되고, 찌푸린 얼굴은 슬픔과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사람 얼굴에는 43개의 근육이 있다고 한다. 이 근육의 움직임으로 우아한 미소를 짓고, 인상도 쓰며, 한쪽 눈썹만 올려 시큰둥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인간의 얼굴은 약 1만가지 이상의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표정의 강도, 미묘함, 안면 해부학과 근육 조절의 개인차 등등으로 볼 때 표정은 더욱더 다양해지는데, 이걸 인공지능이 무슨 수로 모방할 수 있으랴!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거다.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는 사람과 흡사해질수록 로봇에 대한 호감도는 증가하지만,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오히려 섬뜩함과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딱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인조인간의 얼굴이 바로 이런 경우다. 얼굴 표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타고 난다. 또한 문화를 초월해서 사람들은 특정 얼굴 표정과 관련된 감정에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얼굴 표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인간의 능력이다. ‘감정 모방’이라고 불러도 좋고 ‘감정 전염’이라고 해도 좋은 이 능력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나아가 사회적 상호 작용과 관계 구축에 핵심이 된다. 즉 인간은 그 다양한 표정으로 인해 비로소 인간인 셈이다. 이런 우리가 왜 마스크를 벗기를 주저하는 것일까? 코로나로 3년이 흐른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어렵다는데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그 이유로 사스나 메르스 같은 감염병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습관이 되었고, 마스크는 타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이며, 미세먼지 등 공해에 실제 마스크가 효과가 있음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습관이 제 2의 천성이 될 수는 없다. 일본인들은 마스크를 안 쓰면 마치 속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불안하다지만, 마스크를 오래 쓴 아이들이 언어 발달과 감정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비일상을 받아들이는 데 걸린 시간만큼 이젠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한 요즘이다.
『삼국유사』「기이」편 ‘만파식적’조에 감은사의 창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제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대왕을 위하여 동해 변에 감은사를 세웠다’ 그리고, 주(註)에서는 다음과 같이 사중기(寺中記)의 기록을 인용하고 있다. ‘문무왕이 왜병을 진압하고자 처음으로 짓다가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동해의 용이 되었다. 그 아들 신문왕이 왕위에 올라 개요 2년(682)에 공사를 마쳤다. 금당 섬돌 아래에 동쪽을 향해 구멍 하나를 뚫어 두었는데 이는 용이 들어와서 서리고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삼한일통을 이룬 문무왕은 바다 건너 왜가 무거운 걱정거리였다. 왜의 잦은 침입은 신라를 초기부터 괴롭혔다. 그래서 문무왕은 왜를 진압한다는 ‘진호국가(鎭護國家)’ 의미를 가진 진국사(鎭國寺)를 짓다가 죽는다. 처음 진국사라고 한 것은 남쪽 바다 건너 있는 왜를 진압한다는 진남루(鎭南樓), 진남관(鎭南館)과도 같은 맥락이다. 바로 이웃 기림사에 진남루가 있고 여수 전라좌수영에 진남관 등이 있다. 왕위를 이어받은 신문왕은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이 되겠다는 부왕의 은혜에 감사해 진국사를 감은사로 사명을 고쳤다. 이곳은 동해로 나가고 들어오는 입구인 동해구(東海口)다. 또한 수도 신라에서 동해로 드나드는 최단 거리라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국찰의 격에 맞는 거대한 탑을 세우고 절을 지었다. 이후 경덕왕 때 감은사성전을 두었다. 성전(成典)은 사천왕사, 봉성사, 영묘사, 영흥사 등 주요 사찰을 관리하고 수리를 관장하던 관청이다. 월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감은사의 비중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옛 선착장으로 추정되는 석축 위 목재 계단을 오르면 바로 중문지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기단석은 남아 있지 않고 초석이 놓인 자리만 확인된다. 중문지에 올라서서 좌우를 살피면 웅장한 삼층석탑이 떡 버티고 있다. 중문지 앞 좌우에 석주가 누워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놀랍게도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다. 금당의 기단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재의 면에는 톱니 같은 이등변삼각형 수십 개와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사찰에 유학의 원리를 뜻하는 태극이 새겨진 이유가 궁금하다. 감은사지는 남쪽에서부터 중문, 쌍탑, 금당, 강당 순으로 배열된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쌍탑식 가람이다. 중문 좌우에서부터 후면의 강당지에 이르기까지 회랑으로 이어져 있다. 금당은 정연하게 쌓아올린 2중 기단 위에 세워졌으며, 정면 5칸, 측면 3칸이다. 기단의 사방 중앙에는 돌계단이 각각 배치되었고 기단은 턱이 있는 지대석 위에 면석을 세우고 그 위에 부연이 있는 갑석을 얹은 가구식이다. 금당 아래에서는 특이하게 지하공간을 이룬 석조 유구가 있다. 윗면에 남북으로 홈을 둔 사각형의 돌을 정면 6열, 측면 4열로 놓고 이 홈들에 장대석을 끼워 연결하고, 그 위에 동-서 방향으로 장대석들을 마루널처럼 잇대어 깔아 약 60㎝ 높이의 지하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 공간은 동해의 용이 된 문무왕을 감은사 금당에 들어오게 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 그대로이다. 금당 북쪽의 강당은 지대석, 면석, 갑석을 수직으로 쌓은 가구식의 기단 위에 세워졌는데, 발굴조사에 의하면 처음에는 정면 8칸, 측면 4칸이었으나 후대에는 서쪽 3칸이 축소되어 정면 5칸, 측면 4칸으로 변경되었다. 창건 당시에는 강당 좌우에 각각 독립된 건물을 배치하였으나 후대에는 회랑형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회랑 중에서 남회랑은 중문 동 · 서쪽으로 각각 10칸씩 20칸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동회랑과 서회랑은 남회랑과 접속되는 칸을 포함하여 각각 20칸인데, 남단에서 12번째 칸에 7칸의 익랑(翼廊)이 금당 좌우로 연결된다. 이 회랑들도 지대석, 면석, 갑석을 갖춘 가구식 기단으로 꾸며졌다. 서회랑의 바깥쪽으로는 승방지가 있고 강당지 뒤쪽은 높게 축대를 쌓았다.
목도장 장석남 서랍의 거미줄 아래 아버지의 목도장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서 한번 종이에 찍어보니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 이 도장으로 무엇을 하셨나 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으니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를 나는 저녁 어스름이라고나 불러야 할까보다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표구가 되었으나 그림은 비어있네 -닳아진 도장에서 떠올려보는 쓸쓸한 왕국의 실존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는 가만히 있던 것들이 시인이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말을 걸 듯 반응하는 사물이 있다. 아니다 사물은 이미 말을 걸고 있었음에도, 시인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사물은 자신의 의미를, 전 존재를 개진한다. 시인에게 그것은 거미줄과 함께 숨 쉬고 있는 목도장 속 아버지 이름 세 글자. 인주를 찾아 종이에 한번 찍어본다. 아버지의 성과 이름이 “문턱처럼 닳아”져 희미하다. 이것으로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닳았을까? 생각에 잠기는데 대답처럼 시인의 눈시울이 붉지며 눈물이 떨어진다(“눈앞으로 뜨거운 것이 지나간다.”) 아버지는 아마 식구들의 양식과 공부를 위해, 감당할 수 없이 기울어가는 가계 때문에, 혹은 딱한 지인들의 보증이라도 서 주시기 위해 우리 집이고 남의 집이고를 가리지 않고 문턱이 닳도록 다니셨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도 없이 고개를 숙이기도 하셨으리라.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았”구나. 시인의 마음에 이제사 아버지의 고독한 실존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도장 속 아버지의 이름은 나라의 이미지로 확장된다. 아버지가 나라라니? 예부터 그 함의는 당연하다. 도장은 ‘옥쇄’ 이미지를 가진다. 옥쇄는 말하자면 왕국의 도장이다. 그러니 닳은 도장은 ‘흐린 나라’로 화한다. 우리 가문의 옥쇄를 분실하시지 않고 자식에게 침묵으로 물려주신 닳아진 이름, 닳아진 이름, 이름의 소멸은 왕국의 소멸과 같다. 시인은 그것을 “국경이 헐거워 자꾸만 넓어지는 이 나라”로 상상력을 끌고 간다. 여기서 나라는, 권력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마음속에 세워지는, 한없이 쓸쓸하고 어진, 무릎이 꿇어지는 나라다. 그 나라는 헐거워지는 국경처럼 빛과 어둠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저녁 어스름”으로 번진다. 문득 시인은 “어스름 귀퉁이에 아버지 흐린 이름을 붉게 찍어놓”아 본다. 아, 이 어스름의 표구는 낙관만 있고, 그림이 비어 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유와 무, 있음과 없음을 초극한 공기(어스름)로 휘발되며 물질화되고 있다. 그것은 고독으로 귀결된 ‘아버지라는 나라’를 떠나보내는 의식이면서, 그것이 대기가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의식이리라. 어찌 이런 아버지가 한 사람뿐이었을까? 그 시절 대부분의 아버지들의 표상이고 실존이 아니었을까? 목도장 하나로 이 땅의 무수한 아버지들이 스쳐 지나가게 하고, 사라지지 않는 여백을 만드는 시인! 장석남을 한국적 서정의 적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찰리 채플린(1889-1977)이 감독하고 주연한 첫 번째 유성영화 위대한 독재자(1940)는 영화사적인 가치를 넘어 인류의 자유와 정의에 대한 통렬한 의식을 느끼게 하는 영화로 평가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 등 파시스트들이 지배하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경멸하고 핍박받는 유태인들을 고통에서 구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영화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아리안 독재자 총통 힌켈(찰리 채플린)과 흡사한 용모를 가진 유태인 이발사 찰리(찰리 채플린 1인2역)는 총통의 비뚤어진 폭정에 의해 탄압받다 감옥에 갇힌다. 탈옥해 도망 중이던 이발사는 우연하게 총통과 같은 장소를 지나다 자리가 바뀌며 총통으로 인식되어 황제로 추대될 상황이다. 반대로 총통은 이발사로 오인되어 감옥으로 끌러간다. 이발사는 라디오 방송으로 전 국민이 듣는 황제수락 연설에서 마음을 다잡아 먹고 3분 30초의 통렬한 선언을 외친다. 양화의 전편에는 히틀러와 무솔리니뿐 아니라 세기를 막론한 독재자들의 행태와 언행들이 적나라하게 비꼬아진다. 그런 대사들을 듣다 보면 찰리 채플린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잠깐, 힌켈 총통의 대사를 빌려보자 “민주주의는 피곤한 것이야. 분열을 조장하지. 언론은 통폐합되어야 국민이 단합해 !” “최고를 지키려면 희생이 필요한 법이야. 배고프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 이런 독재자들에게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아무데서나 마음대로 지껄여도 그를 비호하는 추종세력들과 야비한 언론들이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준다는 것이다. 그 신랄한 예가 힌켈 총통의 연설이다. 영어로 만들어진 영화는 힌켈의 독일어(과연 온전한 독일어인지 모르겠지만)연설을 번역하지 않고 내보낸다. 관객들은 힌켈 연설의 내용을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연설이 끝나고 나서 나온 자막에 폭소를 금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각하의 유일한 염원은 세계 평화뿐입니다”는 자막이 나오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통역에는 각하의 통역관이 준비된 원고대로 읽었습니다”는 자막도 나온다. 이 비유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도 절묘하게 겹쳐진다. 독재자들에게 국민의 목숨이나 안녕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신랄한 비판도 쏟아진다. “사회정화차원에서 5만 명쯤만 구속하지. 하루에 5만 명” 여기에 자신을 지지하고 따라오는 부류들만 살려두면 그만이라는 무서운 심보도 나타난다. “반발하는 주동자 5명 전원 죽여버려, 추종자가 3천 명이라고 다 죽여!” “아리안만 남겨. 금발. 순수한 갈색만 남기고 다 죽여” 그런가 하면 기업과 금융을 틀어쥐고 복종하지 않으면 가차 없지 도륙하는 잔혹성도 보인다. 영화에서는 유태인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려고 일시 유화정책을 쓴 총통이 돈을 빌리지 못하자 삽시간에 변해 유태인을 탄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체제에서는 기업이고 금융이고 독재자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반대의견을 내는 정적들을 가차없이 숙청하는 폭력성도 돋보인다. 극중에서는 슐츠 사령관이 유태인 탄압을 반대하다 즉각 체포되어 교육대로 송치된다. 반면 아부하는 자는 삽시간에 승진도 시킨다. 내편 위주의 인사가 횡행하는 것은 독재의 전형이다. 그러니 바른 말하는 사람이 버틸 수 없다. 이 영화에서 독재자들의 근성이 최고조로 표현되는 장면은 힌켈 총통과 나폴리니 총통이 나누는 대화다. “민주, 자유, 평등은 약한 놈들일 뿐이다. 진정한 국민화합은 정책에 동조하고 지도자를 따르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것은 마지막 부분 무려 3분30초에 해당하는 명연설이다. 특히 눈에 띄는 문구가 군인들, 즉 권력을 수행하는 집단에 대한 호소다. 지금 같으면 군인, 경찰, 검찰쯤 될 것이다. “유태인이건 흑인이건 백인이건 인간은 원래 평등합니다... 욕심이 양심을 짓밟아 미움의 벽을 쌓았고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이, 지식보다는 진실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겪는 불안과 공포는 전진을 두려워하는 자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독재자는 반드시 멸망하고 민중으로부터 뺏은 권력은 민중에게 돌려질 것입니다. 군인이여 복종치 마십시오 독재자에게만은! 그는 당신들을 조종합니다. 행동, 생각, 느낌까지도 그는 당신을 개돼지로 여깁니다.... 독재자는 그와 그 일당만이 자유롭습니다... 이제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싸웁시다. 자유를 위해 투쟁합시다. 군인이여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하나가 됩시다!” 1940년에 발표된 흑백 영화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되돌아보니 새삼 찰리 채플린의 위대함이 돋보일 뿐이다.
2023년 경주시 평생학습대학이 지난 20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개강했다. <사진> 경주시 평생학습가족관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마을정원사 양성과정’의 전문교육과 ‘세계시민 교육과정’의 교양수업으로 2개 과정을 운영한다. 마을정원사 양성과정은 44명의 신입생을 모집해 20일부터 매주 월요일 3시간 상·하반기 12회차 과정으로 진행된다. 마을정원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수업과 현장에서 직접 정원을 설계하는 실습과정, 주요 정원도시를 답사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세계시민 교육과정은 4월에 모집해 5월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 흐름에 맞춰 인권, 문화 다양성 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 있는 시민 의식함양 과정으로 진행된다. 평생학습대학은 삶의 동기부여와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김성학 부시장은 “100세 시대 평생학습이 중요해지는 만큼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 평생학습가족관은 경주사랑 시민캠퍼스, 학습포석정, 학습이랑 등 다양한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MZ세대를 겨냥한 어른용 스포츠 체험 콘텐츠를 개발로 다양한 연령층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건 어떨까? 관람객이 스스로 SNS에 게시할 만한 ‘인스타그래머블’ 공간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경주엑스포대공원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문화관광분야 선진지 벤치마킹 결과 보고회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경주엑스포대공원은 문화관광분야 선진지 벤치마킹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직원들의 문화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3개 팀으로 나누어 1박 2일의 일정으로 선진지 벤치마킹을 실시했다. 서울·경기팀은 서울역사박물관, 스포츠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방문해 실감콘텐츠 및 오감체험콘텐츠 위주로 살펴보았다. 부산팀은 용두산공원, 부산이스포츠경기장,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뮤지엄 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을 방문해 공모사업 선정시설 현장 탐방 및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수집했다. 강원도 강릉팀은 경포아쿠아리움, 아르떼뮤지엄 강릉, 하슬라미술관을 방문, 우수콘텐츠 및 혁신기법 등을 견학했다. 이들 3개 팀은 벤치마킹을 통해 경주엑스포대공원에 접목할 만한 콘텐츠 등 직접 체험하고, 경영, 콘텐츠, 운영, 홍보, 시설 등 전 분야에 대해 꼼꼼히 살폈다. 이날 보고회에서 직원들은 서로의 결과물을 발표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열띤 토의를 펼쳤다. 보고회를 마치며 △관람객이 쉽게 접근하고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가 성공의 열쇠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기보다는 메인 콘텐츠의 고급화 전략 △짧은 시간에 임팩트 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젊은층에 어필 △관람객이 자발적으로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콘텐츠 개발 및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다. 이날 보고회를 주관한 정규식 경주엑스포대공원 사무총장은 “경주엑스포대공원의 변화와 발전을 만들어내겠다는 직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번 선진지 벤치마킹은 질적 성장과 자립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된 만큼 오늘 나온 제안들이 공원에 접목돼 실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다듬어 나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이 연일 회자하는 지금, 인류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알파고의 시대, 사람이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시대적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챗GPT를 위시한 AI가 인간의 지식노동 중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과 지식인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하고 세상을 점점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유포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다수 시민은 ‘기계가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사람의 직업뿐 아니라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문명과 문화가 기계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살아 있는 뼈와 살과 세포와 정신으로 구성된 온전한 나가 아닌 기계 부품으로 전락한 삶이 도래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는 지금이 아닌 무려 40년 전 이 문제를 전면으로 제기한 만화영화가 있었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1977)다. 이 만화영화는 1980~90년대를 살았던 지금의 중년 세대에게 우주적 상상력과 사람다움, 시간, 영생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물론 그것은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중년의 삶을 살아 내면서 마츠모토 레이지의 미래를 읽는 눈에 공감할 때 가능한 것이다. <은하철도 999>는 영원한 생명(영생), 기계의 몸을 얻기 위한 철이와 메텔의 여행기이자 엄마 잃은 소년 철이의 성장 기록이다. 서기 2221년을 배경으로 한 이 만화영화는 슬픈 눈빛,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찰랑 윤기 나는 금발, 가녀린 몸매, 검은 모자와 검은 옷을 입은 메텔과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망토를 두른 작지만 신념에 찬 눈빛을 가진 철이가 정거장(행성)을 하나씩 거치면서 시간과 영생의 의미를 깨우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철이의 길벗인 메텔을 ‘청춘의 상징이자 소년의 욕망이며 엄마와 같은 자기 안의 환영’이라고 정의한다. 이 만화영화는 기계 백작에게 죽임을 당한 엄마, 그 엄마를 대신해 기계 인간이 돼 영원한 생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 철이와 그의 조력자 메텔이 다양한 존재와 만나면서 세계와 사람을 보는 관점이 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하철도 999>는 결국 ‘메텔의 이야기이자 철이의 사람다움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와 <은하철도 999>의 메텔(maetel)은 라틴어로 어머니(mater)라는 뜻이지만, <매트릭스>의 인공지능보다 메텔이 훨씬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메텔의 슬픈 눈빛과 검은 옷은 여행 중 많은 생명의 죽음에 대한 애도를 상징한다. 마츠모토 레이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한정된 삶 덕분에 더욱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이다. <은하철도 999>는 영생(기계화된 몸)에 대한 인간 군상의 욕망을 보여 준다. 나아가 영생을 얻지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기계 인간들을 통해서 유한한 삶을 긍정하고, 그 시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만약 사람이 “영생을 산다면 대충대충 살 것”이라며 “시간은 꿈을 배반하지 않고 꿈도 시간을 배신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시간과 꿈을 배반하지 않는 삶, 사람다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분별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누고 쪼개고 분리하고 분석하는 분별심, 매트릭스 모체 안에서 컴퓨터 행렬로 적용되는 분별심이 아닌 무엇이 귀중한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분별심이 아닐까! 말하자면 분별심은 자동차, 아파트, 다이아몬드와 쌀, 공기, 물 중 어떤 것이 귀중한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자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후자는 없으면 결코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임을 깨닫는 것이 사람다움이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자동차, 아파트, 다이아몬드를 욕망하는 역설적인 삶, 이것은 사람다움이 아니다. 사람다움은 조화로운 삶, 협동의 삶이다. 쇠귀 선생님은 살아 생전에 ‘삶’을 ‘사람’의 준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람다움’은 연식(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사색의 갈무리라고도 했다. 올바른 분별심을 갖는 공부(工夫, 사람이 도구를 가지고 있는 모양)가 은유(농사짓고 사는 삶)하는 것은 결국, 계절과 자연의 변화, 자연과 사람의 조화,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기를 이해하고 깨닫는 것이 아닐까! ‘사람다움’, 서양의 무슨 무슨 사상(가)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해월 최시형 선생이 말씀하신 삼경(경천·경인·경물)사상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하늘과 땅과 세상의 돌이나 풀이나 벌레나 모두가 한울님을 모시지 않은 게 없다(천지만물막비시천주야天地萬物 莫非侍天主也)’는 마음가짐과 실천으로부터 사람다움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해월의 시천주 사상을 삶으로 체현하고자 했던 장일순 선생은 일찍이 접화군생(接化群生)을 강조한 바 있다. 선생은 “모든 문제가 생명 속에 하나둘 살아나는 것이므로 전체를 모시고 가는 하나의 생활 태도로 ‘함께 사는 관계’를 키워 가는 자세, 즉 만물을 다 껴안고 살리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의 삶이 진정한 사람다움”이라고 했다. 문을 열고 아래로 흘러가는 물(개문류하 開門流下)처럼 사는 삶, 만물을 먹이고 기르되 낮은 곳에 임하고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 삶,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다투지 않는 삶이 사람다운 삶이라는 것이다. 마츠모토 레이지가 말한 시간을 배반하지 않는 꿈, 꿈을 배반하지 않는 시간은 작지만 하늘과 소통하고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고 꿈일게다. 이와 반대로 화폐, 핵무기, 무력, 성장과 발전의 신화는 기계화된 사람의 회색빛 욕망이다. “돈을 모시지 말고 생명을 모시고, 쇠 물레를 섬기지 말고 흙을 섬기며, 눈에 보이는 겉껍데기를 모시지 말고 그 속에 들어있는 알짜로 값진 것을 모시고 섬길 때만이 마침내 새로운 누리가 열릴 수 있다”는 장일순 선생의 말씀이 삶으로 스며드는 것, 그것이 철이가 깨달은 사람다움이 아니었을까!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가 기계화 제국의 숭배자이자 메텔의 어머니인 프로메슘과 괴물이 되어 버린 기계제국을 거부하고 다시 여행길에 올라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더디게 흐르는 삶(시간), 느리게 스미는 관계(꿈)’에 숨겨진 깊은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제 천천히 걸으며 꿈(희망)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 꿈(희망)은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꿈, 소유와 힘의 논리, 경쟁과 지배의 논리로 살아온 왜곡된 자기 사랑의 삶을 참회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오늘은 마츠모토 레이지 선생의 철학과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철학과 세계관, SDGs 17개 목표와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이행과 실천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은 2017년 6월 필자가 프레시안에 게재한 글 <기계 인간으로 영생을 산다면, 진정한 ‘사람다움’은?>을 재구성한 글이다.
경주 남산은 어디를 가도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용장 계곡이 가장 좋다. 특히 비 온 뒤 용장골은 환상적이다. 청량한 물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게 흘러내리며 귀를 즐겁게 한다. 용장사지에 앉아 멍하니 바라보는 저 멀리 영남알프스 운무는 선계(仙界)와 다름없다. 그리고 솔가지 스치는 바람 소리는 매월당 선생의 시를 읊어주는 듯하다. 남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시심을 불러일으키는 금오산과 용장사는 조선팔도를 떠돌던 김시습을 멈춰 세우기에 충분했다. 1463년 29살 늦가을쯤 김시습은 경주에 당도했다. 금오산 용장사에 머물며 우리나라 소설의 효시가 된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를 썼다. 『금오신화』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일면을 엿보는 것 같다. 대표작 『금오신화』가 유명하다 보니 그의 다른 작품집들은 주목을 덜 받는 느낌이다. 삼천리강산을 유람하며 쓴 기행문인 4대 유록의 평가와 언급은 부족하다. 경주로 오기 전 김시습은 승려 차림으로 관서지방과 관동지방을 여행하고 「유관서록」과 「유관동록」을 엮었다. 그리고 호남지역을 유랑한 다음 지리산 넘어 함양과 해인사를 거쳐 이곳 용장사지에서 머물면서 「유호남록」을 마무리했다. 그가 평생 운수납자로 떠돈 이유로는 가정사와 가치관 때문이었다. 어머니를 여윈 뒤 부친의 재혼, 외가살이, 평탄하지 못한 가정생활과 계유정란, 세조의 왕위찬탈, 사육신 처형, 단종유배 등 큼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느낀 무력감과 자괴감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경주에서 머문 7년여 동안 그는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텅 빈 궁궐터, 잡초 가득한 절 마당, 무너져 내린 탑과 전각, 훼손된 불상들, 그 옛날의 영화가 사라진 폐도 경주의 모습과 본인의 마음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윽한 고도의 분위기가 좋았던 걸까? 1583년 편찬된 문집 『매월당집』 속 「유금오록」을 통해 경주의 모습과 그의 심사도 엿볼 수 있다. 「유금오록」에는 106제, 146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경주의 풍물, 생활과 관련된 시가 100수 가량 된다. 그는 경주 곳곳의 유적지와 사찰들을 빠짐없이 돌아보며 시를 남겼다. 분황사에서는 본인처럼 아웃사이더인 원효를 추모하며 지은 시 ‘무쟁비(無諍碑)’는 존경의 마음이 묻어나 있다. 백률사를 중심으로 결성된 민간공동체인 향도가 신라에서 조선 중기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당시에는 존재했지만, 지금에 없는 것도 상당히 많다. 반월성 터에 있었다는 연회 장소 월성당(月城堂), 오릉 북쪽에 있었다는 남정(南亭)이라는 정자, 사계화라는 꽃을 노래했던 알천 북쪽에 있었던 동천사(東川寺), 그리고 본인의 22대조이자 강릉 김씨 시조로 알천 홍수로 왕이 되지 못한 김주원의 집터 등은 시에는 있지만, 현재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곳들이다. 김시습은 매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스스로 ‘매월당’이라는 별호를 짓고, 당호로 삼았다. 매화를 찾아 나서는 탐매(探梅)에 관한 시만 14수나 된다. 그런가 하면 그는 직접 매화를 심으며 지은 ‘종매(種梅’)라는 시도 남겼다. 매화뿐만 아니다. 거처 주변에 장미도 심고, 소나무와 잣나무도 심었다. 죽순을 키우고 대나무 울타리도 치며 경내 한쪽에 차나무도 재배했다. 교유하던 서거정에게 작설차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가 즐긴 ‘초암차’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차 문화의 원류가 되었다. 그는 경주에 머무는 동안 두 번 한양을 다녀왔다. 효령대군 추천으로, 법화경언해 사업과 원각사 낙성식 참석으로 한양에 갔는데 꿈속에서 보일 만큼 경주 금오산을 그리워하는 시를 지었다. ‘꿈에 산방에 이르다’ (夢到山房) 라는 부제가 달린 시다. 어젯밤에 금오산 꿈을 꾸었는데 산새들이 울며 돌아오라 재촉하더라. 산방에는 책들이 가지런하였지 너무도 기뻐하다가 그 끝에 슬프더라. 또한 ‘옛산이 그립다(憶故山)’를 시를 보면, 한양에서 나고 자란 그가 금오산을 고향의 옛 동산으로 여길 정도로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에 발 멈춘 지 서너 해건만 여전히 꿈속에선 옛 산으로 돌아가네. 금오산 천 겹 봉우리에 구름 걷히고 파도 그친 바다에 한 조각 배 떠 있으리. 매화 꽃봉오리 눈앞에 삼삼하고 창맡 파초의 빗방울 소리 들리는 듯. 봄 들어 죽순과 고비 우쑥 자란 때 용당 영령(금오산 산신령)은 나 돌아오길 기다리리. 잘 차려진 서울 음식보다는 고사리와 죽순, 송이버섯 같은 금오산에서 나는 산나물들을 그리워했다. 다음 시를 읽으면 책 속에서 송이 향이 새어 나오는 듯도 하다. 남산 송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유명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온 뒤 송이꽃이 덥수룩 젖었더니 갓이 막 올라오매 향기가 진동하네 -중략- 썰거나 국 끓여도 물리지 아니하니 가을에 쌓아두어 겨울을 대비하리 -시‘송이버섯을 따다’ 중 일부 경주 남산 달 밝은 밤에 「초사(楚辭)」와 「이소경(離騷經)」을 읽으며 불우한 처지의 굴원(屈原)과 자신의 심정을 비추어 보았으리라. 자기모순과 자기분열의 사회 부적응자, 이방인, 광인, 영원한 자유인 김시습에게 경주와 금오산은 젊은 날의 방랑과 방황으로 점철된 피 뜨겁던 한 시절이 정리 정돈된 시간이었다. 한 겹 성숙한 영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금오신화』와 같은 작품이 태어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 경주와 금오산은 글에 나오는 그대로 정신적 고향이었다. 21세기의 우리가 「유금오록」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15세기 당시 경주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일도 뜻 깊은 일일 것이다. 한 시대를 살다간 천재의 눈에 비친 경주를 통해 우리는 눈 밝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철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경북도지사)이 지난 14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방정부 자치조직권 확대 등 지방정부 안건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도지사는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개최된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 지방 안건으로 상정한 △지방정부 자치조직권 확대 방안 △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정부 대상 일괄이관 방안 △지방교육재정 합리화 방안 등에 관한 내용 및 회의 결과와 앞으로 추진 계획 등을 공개했다. 먼저 ‘지방정부 자치조직권 확대 방안’을 제안한 이유로는 자치조직권 확대를 통한 지역 주민·기업의 권익·복리 증진 및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관계법령 및 규정 등 개정을 통한 지방정부 조직규제를 개선하는 것으로 △지방정부 기구 및 보조·보좌기관 설치·운영의 자율성 보장 △지방정부 부단체장 정수·사무분장 및 지위 등의 자율화 △긴급·특수 행정수요 대응을 위한 한시기구 설치·운영의 자율성·탄력성 확보 △지방의회 조직권·예산편성권 독립 등 권한 강화 등이다. ‘특별지방행정기관 지방정부 대상 일괄이관 방안’은 국가행정 총량 효과성 제고와 지역행정의 종합성·책무성·고유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안했다고 밝혔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은 2005년 3668개에서 2015년 5206개, 2023년 1월 현재 5842개(정원 25만5000여명)이다. 공공기관도 2012년 286개에서 2022년 350개로 지속적인 증가로 높은 행정 경로비용이 발생(약 20% 이상 추정)해 2020년 복지예산 180조원 중 행정비용이 30조원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또 지방공공기관과 공기업은 2022년 출자기관 100개, 출연기관 750개, 지방공기업은 411개로 민선8기 출범 후 통·폐합을 추진 중이며, 대구는 18개에서 10개로 통·폐합했다. 행정 주체별 특성에 따른 역할 분담을 통해 중앙은 분야별 높은 전문성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지방은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종합성·책무성·고유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특별지방행정기관 가운데 지방정부의 기능과 유사·중복성이 높고, 현지성·지역경제 및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지방환경청 △지방고용노동청의 기능·인력·조직·예산 등을 일괄 지방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 합리화 방안’을 제안한 이유는 국가 교육재정 부담 완화와 교육재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연간 국가교육재정 100조원 시대로 국가 총지출의 15%에 해당할 정도로 교육재정은 부담이지만, 학교 1인당 교육투자비는 OECD국가 대비 초·중등 133.5%인 반면 고등교육은 66.2%에 불과하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 교육재정 규모를 축소(90조원대, 13% 수준 유지)하고 지방교육재정 합리화를 통해 국가 교육재정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전면 개정과 시·도 고등평생교육 재원 약 6.3조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의 ‘고등·평생교육 포괄보조금’ 설치·시행(1.1조원) △지방교육세입의 50%를 시·도 고등·평생교육 재원으로 전환(3.6조원) △시·도세 전출률의 법정 하한선(현행의 50%) 규정 및 조례 결정(1.6조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 결과 관계부처, 시·도 및 지방4대 협의체, 민간전문가 등이 합동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방안을 마련 후 지방정부 자치조직권 확대 방안과 지방교육재정 합리화 방안은 2분기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의결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또 특별지방행정기관 일괄이관 방안은 올해 하반기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의결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대통령 말씀과 같이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지역발전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지역의 발전이 곧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국가운영의 판’을 바꿔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새로워지는 경북도내 지역 안전정책이 소개돼 관심을 끈다. 경북도는 올해 추진하고 있는 안전정책 가운데 도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4개 정책을 선정해 홍보에 나섰다. 전 도민 대상 안전보험 보장 확대 먼저 도민안전보험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난과 사고로 피해를 입은 도민에게 안전보험금을 지원한다. 경북도와 경주시를 비롯한 23개 시·군이 함께 시행하고 있다. 경북도로 주민등록이 돼있는 주민은 물론 지역에 등록해 거주하는 외국인까지 별도 가입 절차 없이 혜택 받을 수 있는 무료보험이다. 시·군에 따라 보장항목의 종류와 보상한도가 차이가 있다. 경주시의 경우 자연재해 상해사망 폭발·화재·붕괴 상해 사망, 대중교통 사망 및 후유장해, 농기계 사고 상해사망 등 10개 항목에 최대 2000만원까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경주시는 지난 2019년 6월 1일 9개 보장항목에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내용으로 시민안전보험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6월부터는 10개 항목에 최대 2000만원까지 확대했다. 경주시 시민안전보험은 검색포털에서 ‘시민안전보험’을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보장항목, 보험사(공제사), 담당부서와 홈페이지, 보상사례, 자주 묻는 질문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IoT 기술 활용 노후·위험시설 안전관리 강화 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을 활용해 교량 등의 노후·위험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교량, 산사태 취약지, 다중이용건축물 등 도내 노후·위험시설 84여개소에 IoT 센서를 설치해 크랙, 기울기 등을 상시 모니터링 한다. 이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관리주체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관리주체는 전달 받은 정보를 활용해 위험요인 제거 및 위험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 등 시설물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안전관리 한다. 이 사업은 행정안전부 공모 선정으로 국비 6억5000만원을 확보했고 지방비 6억5000만원을 투입해 시행한다. 자연재해 예방사업 3557억원 투자 자연재해 예방사업에 3557억원(국비 1141억, 지방비 2416억)을 투자해 자연재해 위험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사업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이 사업 예산은 지난해 대비 약 14.5%(451억원) 증액됐다. 현재 추진 중인 계속사업으로는 212지구에 3489억원을 투입한다.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74지구 1162억원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 12지구 471억원 △급경사지 붕괴위험지구 정비 20지구 312억원 △재해위험저수지 정비 17지구 114억원 △우수저류시설 설치 2지구 230억원 등이다. 신규사업은 215지구에 68억원을 투입한다. △스마트 계측관리 시스템 설치 58개소 40억원 △소하천 퇴적토 정비사업 127개소 20억원 △침수우려 취약도로 자동차단시설 설치 2개소 3억원 △23개 시군 지진가속도계측 경북통합 관리시스템 구축 2억원 등이다. 민간건축물 내진성능평가 및 인증 수수료 지원 도는 2019년부터 도내 민간건축물의 지진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진성능평가 비용 및 인증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사업수요가 증가해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은 국비를 확보했으며, 사업비 6억 8000만원을 들여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대상은 내진성능평가 및 인증을 희망하는 내진성능 미확보 민간건축물이다. 해당 건축물 소재지 시·군 재난 업무부서에 신청할 수 있다. 내진성능평가 최대 3000만원, 인증수수료는 최대 1000만원 범위 내에서 100% 지원한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광역시와 더불어 경북도가 유일하게 자부담 없이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민간건축물 내진보강비용 지원사업,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지원사업 등을 통해 시설물 내진성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김병삼 경북도 재난안전실장은 “현장을 더욱 꼼꼼히 점검해 재난 발생과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낙영 시장과 장애인단체협의회는 지난 15일 장애인기초재활교육센터에서 소통·협력 간담회를 갖고 장애인 재활·자립방안 등의 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 간담회는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와 장애인 편의시설 정비·개선 등 건의사항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체, 신장, 뇌병변, 장애인부모회, 척수, 교통장애인 등 지역 장애인단체지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김헌덕 경주시장애인단체협의회장은 지역 장애인 정책방안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또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증진을 통한 민·관협력 체계구축 뿐만 아니라 재활, 자립방안과 안전한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안했다. 주낙영 시장은 “소통과 협력으로 장애인단체 의견을 정책 수립 과정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편견과 차별을 넘어 시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복지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경주시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시간과 대상자 범위가 대폭 확대된다. 이는 맞벌이 부모 등 양육공백이 발생하는 만 12세 이하 아동 가정에 돌보미가 직접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원 시간은 ‘960시간’으로 기존 연간 840시간에서 120시간 늘어났다. 지원 범위는 맞벌이 및 한부모 가정 등에서 다문화가정과 아동학대 피해 위기 가정까지 확대했다. 돌보미 이용 대상자 중 한부모가정(조손가정 포함), 장애부모가정, 장애아동가정, 청소년부모가정 등은 전액 무료이다. 이외의 가정은 이용가정의 소득수준에 따라 4개 유형(가∼라형)으로 정부 지원율에 맞춰 차등 지원되며, 중위소득 150% 이하(4인 가구 810만2000원)면 지원받을 수 있다. 시는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정의 비용(본인 부담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지원 외 3억원의 자체예산도 편성했다.시는 또 이달 중 공고를 통해 신규 아이돌보미 40명을 채용한다. 돌봄서비스 지원시간과 대상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서비스 이용자 대기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파견되는 아이돌보미는 돌봄 전문 양성교육을 80시간 이수해야하고, 등·하교 도와주기, 식사·간식 챙겨주기, 놀이활동 등 다양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을 원하는 가정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복지로(www.bokjiro.go.kr) 온라인 신청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확대되는 정책에 맞춰 시 자체예산 편성과 신규 아이돌보미 채용 등 필요한 사항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발굴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이 올해부터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5.1%)을 반영해 월 최대 32만3180원으로 전년대비 1만5680원 인상된다. 2023년도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202만원, 부부가구는 323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 22만원, 35만2000원 인상됐다. 단독가구의 경우 1월부터 월 소득인정액이 202만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됐다. 또한 2022년 월 소득인정액이 180만원을 초과해 기초연금을 받지 못했던 어르신도 2023년에는 소득인정액이 202만원을 넘지 않으면 기초연금을 신청해 신규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일하는 어르신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초연금 수급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2023년도 인상된 최저임금을 반영해 근로소득 공제액을 10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초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청해야 하며 올해 만 65세인 1958년생이 신규 신청 대상이다. 장은경 국민연금공단 경주영천지사장은 “변경된 기초연금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신청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으므로 반드시 신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