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교통난으로 민원이 잦았던 흥무로 동대교 지하구간의 교통정체가 크게 해소된다. 지난 13일 경주시에 따르면 흥무로 일대 교통정체 원인이었던 동대교 지하구간의 진입로를 대폭 개선했다. 이곳은 그동안 부산과 포항을 잇는 ‘동해남부선’ 철길로 지하통로를 오가는 자동차들의 교통사고가 빈번해 구조 개선이 요구돼왔다. 지난 2021년 12월 ‘동해남부선’ 폐선에 따라 경주시가 도로 구조 개선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월 도로 선형과 지형을 감안해 70m 가량 우회하는 기존 지하통로 대신, 폐철도를 철거하고 차로폭 확장, 급경사·급커브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폐철구간 소유권자인 국가철도공단과 국유재산 사용협의를 지난달까지 마쳤고, 곧바로 공사에 착공해 지난 12일 공사를 완료했다. 또 시는 현재 추진 중인 동대유치원에서 동대교까지 865m 신규 개설 사업 착공시기도 앞당겨 도로 기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사업은 만성적 교통정체를 겪고 있는 지역 숙원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경주시는 만성적 교통난이 있는 도로의 선형 개선사업을 시행해 시민과 관광객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주시가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 주관 ‘2023년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운영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선정에 따라 2025년까지 3년간 최대 국비 3억원을 지원받아 장애인의 체계적인 학습지원 기반 구축과 다양한 평생학습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운영사업은 교육부가 지역 중심 장애인 역량개발 지원과 평생교육 활성화 기반 조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경주시는 올해 첫 도전해 선정됐다. 특히 올해는 시가 지난 2013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와 더불어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도 선정됨에 따라 의미를 더하고 있다. 경주시는 올해 국비를 포함한 1억2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 장애인단체 협의회 등 유관기관과 협업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주요 사업은 △장애인 평생학습 전문강사 양성 △장애인 수요맞춤형 평생학습강좌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온라인학습 지원 △장애인 가족 및 자조모임 학습 지원 △‘찾아가는 상상버스 스마트체험관 활용’ 장애인 학습 지원 △공감&소통 장애인식 개선 행사 개최 등 18개 세부사업이 있다. 주낙영 시장은 “장애인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성장하는 평생학습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10일 자매도시인 익산시의회와 교류 활성화를 통해 우호협력 증진을 위한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제9대 의회 개원 이후 처음 갖는 행사로서 양 의회는 소통의 시간을 갖고, 상호 고향사랑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특히 익산시의회는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지지하며 적극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경주시와 익산시는 지난 1998년 자매도시로 결연 후 한국 술과 떡 축제 참가, 익산서동축제 참가, 동시 제야의 종 타종식 등 25년간 지속적인 협력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철우 경주시의회 의장은 “앞으로도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두 도시가 더욱 화합하고 상생 발전하기를 소망한다”며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많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종오 익산시의회 의장은 “2023 익산방문의 해를 맞아 서동축제, 천만송이 국화축제, 익산문화재 야행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와 관광지 정비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경주시민께서 방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9일 UN 에너지 주관 ‘24/7 무탄소에너지 협약(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에 가입했다. 24/7은 24시간, 1주일 내내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24/7 무탄소에너지 협약은 에너지 소비, 발전 등 모든 분야에서 원자력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서약하고 이행하는 운동이다. 이는 UN 에너지를 비롯해 UN 산하의 지속가능에너지 기구(Sustainable Energy for All), 에너지고위급대화(High-level dialogue on Energy) 등이 주관하고 있다. 구글, 세계원자력협회(WNA) 등 총 111개 회사 및 기관이 가입해 참여하고 있다.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은 현실성이 낮고 국내 기업들에겐 비용면에서 큰 부담이 됨에 따라 정부는 원자력 등을 포함하는 CF100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국내 에너지 공기업 중 최초로 24/7 무탄소에너지 협약에 가입함으로써, 정부의 CF100 도입 움직임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향후 CF100 활성화를 위해선 원자력 PPA를 포함해 원자력 인증서, 민간의 지분투자 등 원전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의 무탄소 전력거래 제도의 도입이 필요시 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안전한 원전 운영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물론, 건설원전 적기 준공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신규 건설 등을 통한 청정에너지 용량 증설, i-SMR, 청정수소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해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주시가 내년도 국비 확보 목표액을 9227억원으로 잡고 본격적인 예산 확보 활동에 들어갔다. 시는 지난 14일 시청 알천홀에서 주낙영 시장, 국소본부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국비지원 건의사업 보고회’를 가졌다. 보고회는 민선 8기 역점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미래를 이끌어갈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정책과 연계한 신규 사업 발굴, 구체적인 국비 예산 확보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시는 내년도 국비 확보 목표액을 전년도 대비 10% 증액했다. 신규사업 53건, 계속사업 98건 등 총 151개, 9227억원(총사업비 8조 8788억원 중)의 사업비를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새로 발굴된 주요 신규사업은 △신 형산강 프로젝트(20억원)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21억5천만원) △소재부품 특화 산업단지 조성(216억원) △양성자가속기확장사업(50억원) △SMR국가산단 조성(5억원) △블루푸드 플라자 건립(12억원) △농촌협약(30억원) 등이다. 계속사업은 △선부역사기념공원 조성(36억원) △경북 동남권 산단대개조사업(607억원) △해양레저관광거점 사업(25억원) △외동 녹동~문산 간 국도 4차로 확장(200억원) 등이 있다. 시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외에도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미래산업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 전략을 면밀히 분석해 신규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직원 역량강화 교육 등을 통해 국비 확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또 예비타당성조사, 재정투자심사 등 국비 지원 사전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고, 전액 국비사업 및 국비 보조율이 높은 양질의 사업을 우선 선정해 지방재정운용의 건전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의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주요 정책과 연계된 신규사업의 지속적인 발굴이 필요하다”며 “역점사업의 당위성 확보와 단계적 대응전략을 수립해 지난해에 이어 국가 예산 최대 확보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새로운 조합장에 대한 큰 기대를 해 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불법·부정선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치르는 조합장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지려면 농협 전반적인 분위기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 외부로 드러나는 선거운동 관련 위반 사항은 신고가 비교적 쉬운 반면 개인적으로 비밀리에 이뤄지는 금품 관련 위반 사항은 소문만 무성할 뿐 증거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불법선거 신고 중 총 11건에 대해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조치 결과를 살펴보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 위법 소지가 있을 경우 처분하는 협조 요청이 2건 △위탁선거법을 위반했지만 경미한 경우인 준수 촉구 3건 △준수 촉구보다 사항이 중한 경우인 경고 5건 △고발 1건 등이다. 고발 건은 A조합장 후보자의 배우자인 B 씨가 전화로 선거운동을 펼쳐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선거운동을 해 고발된 사례다. 위반 유형별로는 선거운동 관련이 1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품 전달은 1건이지만 단순 물품으로 확인돼 경고에 그쳤다. 하지만 실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금품 선거에 대한 소문은 지역별로 무성했다. 다만 조합 구성의 특성상 조합원과 후보, 조합원과 조합원이 가까운 사이거나 친인척들이 많아 신고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경주시선관위 관계자는 “금품선거는 신고 시 포상금 지급과 처벌 면책이나 감면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조합 내 구성원들이 매우 가까운 사이로 사실상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조합장선거가 금품선거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조합별로 강력한 규정을 만드는 동시에 조합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의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선거가 불법·부정 선거로 치러지는 것은 조합 내 대의원이나 이사 선거 때부터 금품선거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조합별로 관련 처벌 규정을 만들어 금품선거를 펼친 대의원과 이사의 경우 제명하는 등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합장선거를 치르고 나면 마을 내 주민들 사이가 멀어져 심한 경우 다툼도 발생한다”며 “지역 주민 간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합장선거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에 ‘차세대 원전’으로 떠오르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다. 경주시가 정부 신규 국가산단 공모에서 ‘SMR국가산단’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것.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15개 국가산단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경주시가 ‘SMR국가산단’ 조성 부지로 이름을 올리면서, 원자력산업을 중심으로 특화 국가산단을 만들겠다는 경주시의 구상이 적중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전 세계 원전시장을 공략할 150만㎡ 규모의 국가산업단지가 경주시 문무대왕면 일원에 들어서게 된다. 사업비는 3966억원이 투입된다. 경주시에 제조업 분야 국가산단이 들어오는 것은 최초다. 현재 국가산단은 전국 47곳이며, 경북에는 구미 6곳, 포항 2곳, 경주 1곳(월성원전) 등 9곳이다. SMR국가산단 조성사업은 국내 소형모듈원전 연구개발의 전초기지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연계한 특화사업이다.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민선8기 경주시의 핵심 전략사업이기도 하다. 경주시가 최근 연구용역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SMR국가산단을 통해 유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73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410억원, 취업유발효과 5399명에 달한다. 산단조성 후 본격 가동하게 되면 생산유발효과 6조7357억원, 취업유발효과 2만 2779명에 이를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새정부 출범과 함께 국토균형발전과 차별화된 강소도시 육성을 위해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경주시는 지난해 10월 제안서를 제출하고 현장점검, 전문가 종합평가, 산업입지 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경주시는 국가 전략산업으로서의 정책적 타당성과 풍부한 입주수요 등의 조건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규 국가산단 평가과정에서 가장 큰 관건으로 알려진 입주수요 확보를 위해 전국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서 대기업을 포함한 225개 기업에 275만㎡의 입주수요 면적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경주시는 지난해 9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화파워시스템, 현대엔지니어링과 차세대 발전시스템으로 소형모듈원자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초임계 CO2 발전시스템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원자력 추진 선박·해양시스템 기술개발 및 인프라 구축’ 업무협약 체결 등 SMR국가산단 유치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이번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에 이어 향후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관계부처 협의 등 산단 지정까지 행정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경주시는 SMR국가산단이 경주의 미래 100년을 견인할 성장 동력인 만큼, 최종 지정까지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주낙영 시장은 “SMR 국가산업단지가 후보지로 선정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경주시민께 감사드린다”며 “SMR국가산단이 경주는 물론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세계 최고의 산업단지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나의 챔피언 모든 것이 변해버린 황리단 뒷골목의 막차는 어디 하나 성한데 없이 녹슬고 상처투성이지만 모진 세월 이겨낸 백전노장입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아직도 황리단 골목에서 세월을 증언하고 있기에 당신은 진정 삶의 승리자로서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안녕 나의 챔피언 오늘도 파이팅!” 이렇게 말입니다.
치열했던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끝났다. 지난 8일 치러진 선거에서 경주지역은 모두 12명이 선출됐다. 강동농협과 경주시산림조합, 동경주농협 등 3개 조합은 현 조합장들이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됐다. 나머지 조합은 치열한 경쟁 끝에 9명의 조합장이 선출됐다. 이번이 3회째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잡음이 일었고, 유권자들이 후보자들 면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로 선거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 못지않은 열기 속에 치러졌다. 기존 조합장의 재신임성격의 투표를 한 지역도 있지만, 대부분 현 조합장에 전직 조합장이나 과거 출마 후보, 새로운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어 격전을 치렀다. 그런 만큼 지방선거에 비해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조합원들끼리 경쟁하고, 좁은 지역에서 치러진 탓에 전체적으로는 과열된 선거였다. 조합장 선거가 매번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그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조합마다 다르지만 연봉이 억대에 이르고 활동비까지 쓸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인사권과 예산 및 사업결정 권한 등도 있어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다. 다른 선거에 비해 더 혼탁해지는 이유다. 지난 몇 달 동안 지역을 뜨겁게 달군 조합장 선거는 이제 막을 내렸다. 경주에서 선출된 새로운 조합장들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막중한 책임감도 뒤따라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선거로 인해 갈라진 조합원들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지지후보가 달라 편이 갈렸던 만큼 당분간 내홍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조합원과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반목과 불신, 갈등을 봉합해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조합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합의 발전을 위한 일꾼임을 인지해야 한다.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이나 방만한 경영으로는 차기 선거에서 조합원들의 냉정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새로운 조합장들이 포용과 공정한 인사, 조합의 투명한 운영 등을 통해 각자의 조합이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노후된 경유차와 건설기계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 배출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은 고육지책으로 조기폐차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노후 경유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현재도 도로에서 매연을 뿜으며 달리는 트럭과 건설기계 차량, 심지어는 시내버스까지 목격되기도 한다. 이런 노후 경유차가 자동차 정기검사에서는 큰 지적 없이 통과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심각하다. 또 단속도 느슨하다보니 노후 경유차들이 버젓이 도로를 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주시가 노후 경유차와 건설기계 등 총 2077대 규모의 조기폐차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업내용을 보면 시는 올해 42억4700만원 예산을 들여 5등급 경유차 1637대, 4등급 경유차 438대, 비도로용 건설기계 2대 등 총 2077대의 조기폐차 보조금을 지원한다. 배출가스 4·5등급 경유차와 2009년 8월 31일 이전 배출허용 기준을 적용받고 제작된 도로용 3종 건설기계, 2004년 이전 배출기준에 맞게 제작된 지게차 또는 굴착기 등이 지원 대상이다. 이 같은 사업 계획으로는 미세먼지 저감과 대기질 개선에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보조금이 현실과 맞지 않거나 조건이 까다로워 차주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매연 저감장치 장착 가능 차량과 생계형·영업용이 아닌 차량 등은 지원에서 제외된 것도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이제라도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 마련을 정부나 지자체가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2050년 탄소중립’ 법제화를 선언했다. 탄소중립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관련된 수많은 분야에서 시민들의 절대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노후 경유차 폐차 보조금 지원 사업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무수한 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조건완화와 지원대상 확대 등 이 사업의 보완을 통해 큰 것보다 작은 사업부터 내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월 21일부터 4박 6일간의 일정으로 공무출장을 다녀왔다. 필자의 공직생활 마지막 출장지는 일반인이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Dhaka)였다. 싱가폴을 경유하여 도착한 시간은 21일 자정이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피부 깊숙이 느낄 수 있도록 환영해 준 건 손목과 목덜미를 향해 쉴새 없이 날아드는 방글라데시 모기들이었다. 간단한 입국절차를 마치고 차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공항 대합실과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찬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마치 7~80년대 우리네 부모님 세대가 독일, 중동국가로 파견되었듯 방글라데시의 인력 회사들은 싱가포르, 중동, 한국 등으로 떠나보낼 노동인력들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눠 출국시키고 있었다. 그 많은 인파들은 이들을 환송하기 위해 모인 가족과 친지들이었는데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항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우리 대표단을 태운 차량은 어느새 왕복 4차선 도로를 곡예하듯 달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우리가 묵을 호텔(Dhaka Regency Hotel)까지 직선거리로 5분 거리인데도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재미있는 것은 도로를 꽉 메운 차량, 오토바이, 릭샤, 자전거가 공존하며 매연과 경적이 울리는 가운데 4차선 도로를 6차선처럼 사용하는 모습에서 숨쉬기 힘들 정도의 매연과 무질서 그 속에서도 물 흐르듯 하는 교통 흐름을 보며 생동감 넘치는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같이 간 동료의 말을 빌자면 ‘공무출장이 아니면, 도무지 자비 들여 올 수 없는 곳’을 무탈하게 그리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어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런 한편 이번에 다녀온 ‘다카’는 명과 암이 확연하게 교차하는 방글라데시의 현주소를 볼 수 있어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가 6번째 투자국가인 동시에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다. 마침 이번 방문기간이 한-방글라데시 수교 50주년이었다. 그곳에서 작게나마 내 마지막 공무를 마무리했다고 생각하니 그 역시 의미 깊게 여겨졌다. 출장 보고서 작성 등 후속 조치를 끝내고 부서장에게 제출할 사직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퇴사일에 전직원에게 보낼 퇴직의 변을 미리 작성하여 임시 저장할 요량으로 그간 정들었던 PC 앞에 앉았다. 30여 년의 공직생활은 나에게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24년의 군 생활 이후 자비로 프랑스 유학을 다녀오고 재취업하게 된 직장은 하나님의 부르심 - 직업(vocation)이라는 단어는 희랍의 voc 즉 to call이라는 의미 - 이란 의미를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때론 직장에서 요구하는 일들이 하찮게 여겨질지라도 내가 가진 한두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하여 그 일을 마무리했다. 소위 586세대인 필자가 9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와 함께 실무자로 근무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할 때도 있었고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며 나 자신을 내려놓는 훈련을 쉴새 없이 했었다. 그러다 보니 이석증과 대상포진을 달고 살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지난 6년을 돌이켜보면, 나 자신의 의(義)를 드러내려고 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젊은 나의 동료들 역시 나와 근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미안함이 앞선다. 필자는 퇴직의 변 마지막 부분을 아일랜드의 전통적인 가요인 석별의 잔(The Parting Glass)를 적어내려 갔다. 그 요지는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나로 인한 것이며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자 하는 석별의 잔을 바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헤어짐을 겪으며 살아간다. 한용운 시인의 회자정리에 동양적인 철학이 담겨 있다면 아일랜드 가요 ‘이별의 잔’에는 떠나는 이의 아량과 담백함이 들어있었다. 오늘 저녁 뉴스에 진주 매화꽃 소식이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새봄, 이제 보름 후면 지난 30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 3막을 지구의 맨 서쪽 ‘땅끝’ 아일랜드에서 K-Culture의 전령사로서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 그동안 보잘것없는 필자의 글을 읽어 주신 경주신문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서구사회와 달리 한국은 민중의 피로 자유와 인권을 쟁취한 측면이 조금 약하다. 그 탓에 권리의식은 강하나 책임과 의무의식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당연히 건전한 시민사회의 성숙도가 뒤처진다. 나아가 규범의 수평화가 지연되며 잘게 쪼개진 섹터별로 집단이기주의가 창궐한다. 그중에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각 기관별로 내거는 분리와 독립의 과다한 주장이다. 분리와 독립만 하면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공동체의 선이 이루어질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은 그 반대로 작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국 그 주장은 우리 경주시민을 포함한 전체 국민에 대한 기만으로 끝나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취임 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재판의 독립’,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해왔다. 그의 입에서는 아마 단 한번도 국민의 처절한 일념인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세계 법학계에서는, 사법의 독립을 이처럼 과도하게 주장하면 그 부작용으로 재판처리의 지연이나 법관의 부정이 증가한다고 하며 많은 실증적 예를 제시한다. ‘김명수 사법부’에서 역시 예외 없이, 사건처리가 엄청나게 지연된 것이 통계상으로 확실하게 제시되었다. 장기미제 사건이 무려 민사는 3배, 형사는 2배로 늘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彦)도 있다. 김명수 사법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해방 후 최악의 사법부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독립 주장을 본받아 한 때는 검찰의 중립 혹은 검찰의 독립이 주장되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경찰의 독립’ 주장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런 검찰, 경찰의 독립 주장들 역시 ‘공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바라는 국민의 한결같은 소망을 도외시한 근시안적 주장이다. 절대 독립만으로는 국민의 소망이 실현될 수 없다. 독립과 함께 책임(accountability)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는 세계 법학계의 주장이 옳음은 불문가지이다. 그런데 이런 과도한 독립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에서 지금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것으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당정분리’라는 개념이다. 당을 대통령실에서 완전분리하면 아름다운 당내민주주의가 지켜지고, 만약에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당무에 관여하면 이 ‘당무개입’은 극악한 권위주의 혹은 전체주의 정권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운위된다. 그러나 이 ‘당정분리’와 그 위에 붙은 관념의 뚜껑은 실상 어디에도 근거를 잘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국민의힘 당헌 제8조에서는 대통령과 당이 하나의 주체가 되어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였다. 제1야당이자 다수당이며 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105조 제2, 3, 4항에서는 대통령의 당무전반에 대한 개입의 길을 국힘당보다 일부러 더 열어놓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정일체’를 강하게 부르짖기도 했는데, 지금 이런 사실은 의도적으로 가려지고 있다. 대통령의 ‘당무개입’이 민주주의 후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대부분의 언론과 식자들은 과연 이 여, 야당의 당헌을 한 번이라도 자세히 검토했을까? 희한한 일이다. 그들 주장에 어떤 논거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다만 ‘당내민주주의’를 저해한다며 일방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 그런데 ‘당정분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에 의한 ‘당무개입’이 규범적으로 옳은 것이며, 또 상식에도 부합하고, 한편 다음의 헌법적 해석과도 궤를 같이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있는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그는 따라서 ‘사상의 자유’니 ‘언론의 자유’와 같은 헌법적 기본권을 가진다. 좀 더 초점을 좁혀 말하자면, 정당법이나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폭행, 협박’ 혹은 ‘위계, 사술’등의 행위금지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한 당대표 경선에 관여하는 것이 허용되고, 또 그 기본권 보장의 범위에서 일반적 당무에 간섭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렇게 헌법을 해석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우리 헌법이나 관련법률의 해석, 그리고 여, 야당 당헌의 해석을 통하여 어디에도 무조건적인 대통령의 ‘당무개입’ 금지의 근거는 없다. 우리 사회를 망령(妄靈)처럼 떠돌고 있음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주장은 오히려 대통령의 정치적 무책임성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고, 악용될 우려가 있다. 대통령이 막중한 책임을 방기하고 제 좋은대로 해도 된다는 식으로 기운다. 김명수 사법부에서의 헛된 ‘사법부의 독립’ 주장처럼 말이다.
다음은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일근 시인이 감은사지를 들러보고 읊은 시이다. 감은사지 1 탑은 달을 꿈꾸었는지 몰라 버려진 세월의 뱃속 가득 푸른 이끼만 차고 변방(邊方)의 돌들의 이마는 시나브로 금이 갔다. 그 금 사이 무심한 바다가 들여다보곤 돌아갔다. 천 년(千年) 전 바람은 피리구멍 속에 잠들었고 신화는 유사(有史) 행간 사이 숨어 버렸다. 문득문득 사라진 절의 풍경(風磬)소리 들리고 항아리마다 칠월 보름달이 떠오를 때 저기 사랑하는 신라 여인이 긴 회랑(回廊)을 돌아간다. 탑 속 빈 금동사리함에 누운 잠아 천년(千年)의 사랑아 내가 너를 안을 수 있다면 ......돌 속에 묻힌 혀는 무겁기만 한데 항아리 속에서 떠오른 누우런 달이 둥근 맨발로 걸어 탑 속으로 숨어든다. 어허 탑마다 즐거운 만삭(滿朔)이다. 내가 탑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고 하지만 아무리 공을 들여 세운 탑이라고 해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감은사지 이 쌍탑도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상흔을 남기고 있다. 그래도 바다의 냄새가 배이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풍경소리가 들리고 탑돌이를 하는 신라 여인이 어른거린다. 이 석탑은 1963년에 국보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석탑의 시원은 백제에서 찾아지지만, 전형적인 석탑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통일신라 직후이다. 이때 조성된 이곳 감은사터 동서 3층 석탑이나 고선사터 3층 석탑에서 층수를 3층으로 하였다는 것은 『조탑공덕경』에서 ‘탑을 세우려면 그 형상은 높고 묘하여 3계를 지나게 하라[其狀高妙出過三界]’ ‘표찰은 범천까지 이르게 하라’ ‘윤개는 대천세계를 덮게 하라’는 것 등에 충실하였던 것이다. 높이는 각 13.4m이고, 동서의 쌍탑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양탑은 같은 구조와 규모로 되어 있으며 상하 2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하층기단은 지대석과 면석이 같은 돌로 된 12장의 석재로 구성되어 있고, 각 면에는 양쪽 우주(隅柱, 모서리 기둥)와 탱주(撑柱, 받침기둥)가 3주(柱)씩 있다. 갑석도 12장의 석재로 짜여져 있으며, 갑석 중앙에는 호형과 각형의 2단 굄이 있다. 상층기단도 면석이 12장의 석재로 조립되어 있으며, 각 면에는 양쪽 우주가 있는 외에 탱주가 2주씩 있다. 갑석 중앙에는 각형의 2단 굄이 여러 개의 석재로 구성되어 있다. 하층기단의 아래쪽 주위에는 일정한 너비의 탑구(塔區)가 마련되어 탑을 돌 수 있도록 하였다. 탑신부의 탑신과 옥개석은 각 부마다 4-8개의 석재로 구성되어 있고, 그 내부는 적심석으로 메워져 있으나, 3층 탑신만은 석재가 하나인데 이는 사리장치를 매납하기 위해서이다. 초층 탑신은 네 모서리의 우주와 그 사이의 면석들을 따로 만들어 맞추어 세웠으며, 2층 탑신은 각각 한쪽에 우주를 하나씩 모각한 판석 4장으로 조립되어 있고, 1장으로 조성된 3층 탑신에는 각 면 양쪽의 우주가 정연하다. 옥개석은 낙수면 부분과 받침 부분을 별개의 돌로 조성하되 각각 4장으로 짜여져 있다. 받침은 각 층 5단씩이며, 낙수면 정상에는 2단의 높직한 굄이 있다. 상륜부는 3층 옥개석 위에 노반만 남아 있고, 그 이상의 부재는 없어졌다. 현재는 쇠로 된 찰주가 노반석을 관통하여 탑신부에 꽂혀 있을 뿐이고 그 위의 상륜부는 멸실되었다. 노반 위로 보이는 찰주의 높이는 3.5m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소유물 또는 지위를 과시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럽다. 최신 장난감을 손에 쥔 꼬마 아이는 주변 아이들의 선망의 눈초리를 은근히 즐긴다. 혀가 이미 꼬였는데도 “나 술 안 취했어!”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것도 일종의 과시욕이다. 술이 센 게 결코 능력은 아니다. 이 자연스러운 욕구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법인데, 이번에 세상에 알린 한국인의 과시욕이 그런 경우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이 1인당 명품 소비 1위라고 한다. 미국과 일본, 서구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우리가 당당히 일등이란다. 가령 영국 자동차의 명가(名家) 롤스로이스의 경우 118년 역사상 최다 판매의 기록을 달성했는데, 그 일등 공신으로 한국 판매량의 급증을 꼽는다. 대당 5억 원이 넘는 차를 작년 한 해 한국이라는 아주 조그마한 나라에서 234대나 샀다니 말 다한 거다. 과시욕은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메커니즘을 가진 복잡한 심리 현상이다. 진화 심리학에서는 그 근원을 우리의 저 먼 조상에서 찾는다. 척박한 환경에서 짝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우세한 계층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과시욕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자신의 기술이나 자원이 더 나아 보여야 이성에게나 구성원의 일인으로나 선택될 가능성이 커지니 말이다. 그러니 그 후손인 우리는 술이 취해도 멀쩡하다고 잡아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그 반대도 있다. 과시욕이 열등감 또는 자기 의심에서 비롯되는 경우다.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할 때 괜히 오버를 하는 식이다. 그런 방식으로 타인의 관심과 칭찬을 구함으로써 외부의 검증과 승인을 얻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필요 이상의 과시로 오히려 내면의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숨기려는 방어기제로서의 과시 형태다. 외신들도 한국인의 과시욕의 원인으로 자산 가격의 상승이나 한류의 힘 등을 꼽고 있지만, 돈을 최고로 치는 문화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무한한 과시욕 경쟁을 꼬집고 있다. 영국의 국제교류 자문 업체인 헨리 앤드 파트너스(Henley & Partners)에서 2023년 1분기 헨리 여권지수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이 2등이란다. 여권지수라는 것은 글로벌 여행 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199개국 중에서 특정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하거나 사실상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 산출한 순위다. 쉽게 말해 어느 나라 여권이 가장 힘이 센 지 그 랭킹을 매긴 거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상 어디를 가든 상대적으로 간단한 입국절차를 받는다는 의미다. 타 국가가 우리나라와 국민을 그만큼 인정하고 보증한다는 말이다. ‘와, 우리가 이렇게 대단했어?’ 여기서 딱 멈추면 좋은데, 어느 정도 불안과 조바심에 기인한 우리의 자긍심은 여기서 멈추질 못한다. 우리보다 더 선진국이 있단 말이지? 하는 조금 과한 자긍(만?)심에 2등을 하고서도 만족을 못 한다. 이건 마치 올림픽이나 주요 경기 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금메달 수상자는 일등을 해서 행복하고, 동메달 선수도 4등을 할 뻔했는데 이게 웬 떡이야 기뻐하는데, 유독 은메달리스트만 표정이 밝지 않다. 1등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여권지수 1위는 일본이다. 일본 여권으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나라 수는 193국에 이른다고 한다. 요즘 텔레비전에서는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들이 홍어에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을 본다. 생긴 것부터 빨간 게 매워 보이는 한국 음식을 이들은 먹을 수 있겠어? 의심스러운 렌즈는 연신 외국인의 얼굴을 훑는다. “좀 맵지만 맛있는걸?” 하는 멘트가 나와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는 듯 화면은 전환된다. 그냥 어릴 때 같이 뛰어놀던 친구가 지금 살고 있다는 한국에 와서 그 친구가 느꼈을 문화충격을 하나씩 경험해 보는 좌충우돌식 프로그램이면 족하지 않나 싶은 대목이다. 이젠 ‘두유 노 김치?’ 식의 조바심 내지 말자. 모든 한국 음식이 외국인들에게 환영받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어느 인터뷰에서 질문자가 “당신 몸에는 왜 타투가 없나요?”라고 하자 유명 여자 연예인이 “밴틀리 차에 스티커 붙이는 거 봤어요? ”하고 대답하더란다. 자신이 그 자체로 명품인데 굳이 아기자기한 스티커[타투]로 꾸밀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그렇다. 그러니 제발 조바심내거나 오버하지 말자. 여긴 대한민국이고 우린 한국사람이다. 선진국이라는 타투나 스티커로 절대 가릴 수 없는
단념 황성희 고양이에게는 고양이가 전부이다 그것은 제가 어느 입간판 속에 갇힌지도 모르면서 아무 의심 없이 제 옆에 놓인 사료 봉지를 쳐다본다 저의 머리가 언제나 오른쪽으로 기운 것도 모른 채 저의 혓바닥이 행인의 담뱃불로 지져진 것도 모른 채 한번도 돌아본 적 없는 왼쪽의 세계에 대한 무지 아닌 무지와 달관 아닌 달관의 표정으로 결코 제 입속으로 떨어져지지 않을 공중의 간식을 향해 평생 한 가지의 눈빛과 부동하는 한 자세를 선보인다 하지만 고양이는 고양이에 관한 의문을 키우지 않는다 하늘을 의심하는 일이 하늘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 술을 먹고 입간판을 걷어차 본 자식들은 알 것이다 아무도 고양이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을 고양이를 조각조각 부숴볼 수는 있지만 고양이에게 이 세계를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보수와 진보의 알레고리, 고양이 ‘단념’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품었던 생각을 아주 끊어 버림’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고양이 사료 가게의 입간판에 붙어 있는 “제 옆에 놓인 사료 봉지를 쳐다”보는 그림을 소재로 한 이 시에서 무엇을 단념한다는 말인가? 우리는 이 시를 읽으면서 이 작품이 단순히 고양이 이야기를 아니고, 고양이는 알레고리로 쓰였다는 걸 알게 된다. 첫 줄 “고양이에게는 고양이가 전부이다”라는 말부터 심상치 않다. 고양이는 고양이 바깥에 뭐가 있나? 자신을 탈출할 방법은 없는가 고민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입간판이라는 강고한 물체 덩어리에 갇혀 있는 고양이. 우리는 이것이 편향의 세계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오른쪽으로만 보고 있는 고양이 사진 “저의 머리가 언제나 오른쪽으로 기운 것”은 고정된 세계를 고수하는 사람들의 생리이자 양태이다. 그러나 그 사실마저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무섭다. 더 놀라운 것은 “한번도 돌아본 적 없는 왼쪽의 세계”라는 말이다. 보수든 진보든 다른 쪽은 없다는 듯, 자신의 너머를 보지 못한 채 치우쳐 기울면 문제가 된다. 저들은 “저의 혓바닥이 행인의 담뱃불로 지져진 것도 모”르는 입간판 속의 고양이와 무엇이 다른가? 상대방이 이야기엔 귀도 열지 않은 채 “무지 아닌 무지와 달관 아닌 달관의 표정으로” 있는 고양이와 같은 통속이 아닌가? “결코 제 입속으로 떨어져지지 않을 공중의 간식”이라는 달콤하고도 공허한 유혹, 이데올로기를 작동시키는 교묘한 규율이라니. 그 작동장치에 갇힌 사람들은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고양이는 고양이에 관한 의문을 키우지 않는다”. 이를 시인은 “하늘을 의심하는 일이 하늘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엉뚱한 비유로 받아친다. 하늘마저 하나의 사물이 되었다는 말이다. “평생 한 가지의 눈빛과 부동하는 한 자세를 선보”이는, 자신의 몸이 해체될지언정 “고양이를 조각조각 부숴볼 수는 있지만”, 다른 세계를 못 받아들이는 치우친 보수와 치우친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에 물든 고양이들! 제목에서 시인은 단념한다고 했지만, 역으로 순종적인 고양이 속에서 저항의 제스쳐를 읽어낼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믿는다.
열아홉 살에 접어든 나에게 세 살 손위 누나가 소포로 보내준 책은 청담스님의 ‘마음’이었다. 교회 다니기를 그만 둔지 오래지 않은 때였다. 내 생애 처음 받은 책 선물은 중학교 졸업 무렵에 한 여자 친구가 건네준 ‘성경’이었고, 청담스님의 ‘마음’은 내 생애 두 번째 받는 책 선물이었다. 신학대학을 가고 싶었고 목사가 되고 싶었으며 목사가 되어 소록도로 가고 싶었으나 나의 그러한 꿈이 가족들에게는 한동안 큰 우환거리였다. 예수쟁이가 된 것도 모자라 이웃 나환자 마을을 들락거려 쌌더니 이윽고 목사가 되어 소록도로 가고 싶다니, 부모형제 입장에서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가당찮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집안의 우환덩어리인 나는 어느 때에 이르러 스스로 기독교에 환멸을 느끼고 교회를 뛰쳐나왔다. 고3인 나에게 공부는 뒷전이 되었고 무엇이 참된 종교인지를 찾는 방랑이 시작되었다. 가까운 성당엘 찾아가 주임신부님을 붙들고 가톨릭의 진리를 설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사제관에 들어가 조곤조곤 문답이 이뤄졌고 이후 몇 차례 더 찾아뵈었지만 개신교회에서 느낀 환멸감이 가톨릭을 통해 씻기지는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흔히 통일교회라 불리는 곳을 찾아가 원리강론을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는데 한동안은 제법 솔깃하였다. 목사님은 문학적 감성을 지닌 사뭇 낭만적인 분이었으나 나를 통일교 목사로 만들고 싶어 너무 안달하시는 바람에 오래잖아 그만 정나미가 떨어져버렸다. 뒤이어 ‘국조단군정신선양회’라는 간판이 걸린 집에도 ‘천지대안도’라는 간판이 걸린 집에도 들어가 보았다. 목마름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나 아쉽게도 인근에서 종교 간판 걸린 곳을 더는 찾을 수 없었다. 딱 그 무렵에 청담스님의 마음이 내게 당도한 거였다. 법문집이기보다 회고록이었지 싶은데 지금 내게 그 책이 없는 데다 절판된 지도 오랜 터라서 다시금 내용들을 확인할 길은 없다. 결혼하고서 자식은 두지 않은 채로 출가하였는데 속가(俗家)에 한 차례 들렀더니 노모께서 씨 하나는 남겨달라고 간청하시었고 차마 그 간청을 뿌리칠 수는 없어 노모를 모시며 수절하고 있던 젊은 아내를 하룻밤 품고서야 속가를 떴으며 훗날 결국 딸이 태어났고 더 훗날엔 결국 그 딸도 출가하고 만다. 기억나는 거라고는 스님의 이 회고담 한 토막과 1954년부터 진행된 이른바 불교정화운동 시기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당신이 어떻게 불교와 인연되었고 출가 이후 누구를 은사(恩師)로 모시고 어떤 수행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며 스스로가 깨달은 마음에 대한 장광설(長廣舌)이 실려 있었을 것이고 거기 내가 사뭇 매료되었을 것이다. 어찌어찌 알아보니 학교와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포교당이 하나 있었고 비구니 두 분이 살고 계셨다. 몇 차례 찾아갔어도 별 신통한 얘기를 들을 수 없었는데 어느 날엔 읍내에 내려왔다가 거기 잠시 들린 큰절 주지스님을 뵙게 되었고 그 스님이 계신 심심산골 천년고찰을 곧장 찾아가 불교 기초교리를 익히게 되면서 참된 종교를 찾는 나의 방랑이 비로소 멈췄다. 그 때 내 생각엔 기독교가 산비탈 작은 도랑이라면 불교는 한량없이 큰 바다였다. 그립고 궁금하다. 로만 칼라가 썩 잘 어울리는 미남자시던 요셉 채영희 신부님, 교문 앞에서 내 하교를 기다리곤 하시던 박길서 목사님, 그 무렵 인연으로 훗날 내 어머님 49재를 지내주신 인호스님, 그 분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종교와 성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잃었으며 마침내 어떤 마음에 이르렀는지, 아직 모두 강건하신지. 아니 그보다는, 청담의 마음이 열아홉 살의 내 마음에 일으킨 작은 파문이 그 후 40여년 내 삶의 여정을 어디로 어떻게 이끌었고 나야말로 정녕 어떤 걸음을 걸어 어떤 마음에 이르렀는지를 성찰하고 그 이야기를 풀어낼 일이나 아쉽게도 주어진 지면이 여기까지다. 청담의 마음이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불교와 인연이 닿긴 닿았을지 알 길 없으되 내 나이 쉰여덟에 이른 지금 다시, 아니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마음공부가 실로 절박해진다. *이남희 씨 : 스스로 밥벌이하고 남는 힘으로 통일운동 단체인 <겨레하나>와 동학정신 선양단체인 <경주동학역사문화사업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청화선사(淸華禪師) 법문집을 틈틈이 읽으며 마음공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동학경전을 탐독하면서 동학정신을 지금 이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경주시가 ‘2023년 경주시 생애주기별 인구정책 안내서’를 발간·배포한다. <사진> 이번에 발간되는 책은 경주시 각 부서별 인구정책 관련 정보를 하나로 묶어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분야별로 알기 쉽게 구성했다. 또 QR서비스 제공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경주시민 누구나 쉽게 인구정책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안내서에는 △전입지원 △귀농·귀촌지원 △예비엄마·아빠 △영·유아 △아동·청소년 △청년 △중장년 △어르신 △가족 등 총 9개 분야 123개 인구정책 정보를 담았다. 시는 이 안내서를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 시청민원실, 도서관을 비롯해 지역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병원에 비치할 예정이다. 더불어 경주시청 홈페이지(분야별정보/생애주기별 인구정책 안내서)에 전자책으로 게시해 언제든지 편리하게 열람할 수 있게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다양한 인구정책 정보를 알기 쉽고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제작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인구정책을 발굴해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경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사진>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프로그램이 경주 인근 지역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운영되는 것. 올해로 70번째 입학생을 받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는 전쟁폐허 속에서도 교육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역 선각자들의 뜻이 모여 설립된 유서 깊은 박물과 교육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 수업으로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의 역사를 배운다. 고청기념관을 방문해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을 세운 윤경렬 선생님의 뜻을 배우며, 이후에는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 ‘부처님의 나라, 신라’, ‘신라 과학 탐구 생활’, ‘신라와 경주를 기억하다’ 등 23개의 다양한 체험활동과 답사 수업을 진행하며 신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국립경주박물관의 역할 등을 전달한다. 참가 신청은 12일까지며 국립경주박물관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입학 정원은 35명이며, 신청자 수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추첨을 거쳐 선발할 예정이다.
각종 완구나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일본의 요괴 문화가 관람객들에게 소개된다. <사진> 로마에서 시작된 ‘요괴대행진’ 전시회가 서울, 제주를 거쳐 경주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 ‘요괴대행진: 일본에서 온 신비한 요괴들’ 전시회가 13일부터 26일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과 일본국제교류기금, 경주시가 주최하고 한일문화포럼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에서 두루마리 그림인 에마키와 다양한 색으로 찍어낸 니시키에를 중심으로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일본의 요괴문화를 선보인다. 요괴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현상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들로 존재해 왔으며, 각종 이야기 속에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겁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일본의 요괴는 시대가 바뀌고, 새로운 과학과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면서 점차 공포심을 덜어내고, 장난기 많은 친구 같은 존재로 바뀌어 왔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여름이 되면 괴담을 즐기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TV나 극장, 애니메이션에서 요괴들을 다루는 일도 자주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일본 요괴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춰 신비한 요괴의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류희림 경주엑스포대공원 대표는 “일본에는 ‘요괴산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괴문화가 저변에 깔려 있으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이나 귀여운 ‘포켓몬’도 일본의 요괴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며 “전시를 통해 일본의 요괴 문화를 살펴보고, 우리 문화 속에는 어떤 요괴들이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막식은 13일 오후 2시 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