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부터 마실 심사?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 문제가 경주지역의 새로운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지난 23일 오전 경주시의회 소회의실에서는 시의원들이 간담회를 열어 찬반을 논의했다. 시의회로서는 지역의 최대현안으로 판단하고 이날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 방폐장 유치에 대한 찬반 결정을 하기로 한자리였다. 의원들 사이에는 당장 표결로 찬반을 결정하자는 쪽과 집행부의 진행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에 결정하자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시의회의 입장표명을 둘러싼 논쟁이 2시간 가까이 계속된 가운데 조광조 의원(감포읍)이 “돈 때문에 이 문제(방폐장 유치)를 이야기하는데 지원액을 경주시 전체에 사용한다면 양남지역은 유치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일방적인 유치신청을 하면 욕을 얻어먹기 때문에 유치지역에 몇 %를 줄 것인가를 함께 논의되어 하는 것이 맞다”며 “유치 결정을 하고 나중에 얼마를 줄 것인가를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느닷없는(?) 발언이 회의장을 썰렁하게 했다. 조 의원은 또 양남면 김승환 의원에게 “김 의원은 꼭 같은 배분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겠느냐”고 묻자 김 의원이 “그래도 유치하겠다”고 말하자 다시 한번 회의장의 분위기는 더 이상 논의가 필요없다는 쪽으로 흘렀고 곧 바로 찬반 결정은 28일 간담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하고 회의를 끝냈다. 조 의원의 이날 발언을 두고 ‘아전인수’의 극치를 보여준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경주시의 미래가 달려있는 방폐장 유치문제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나 시민들의 여론 수렴보다는 우선 내 선거구에 얼마를 줄 것이냐는 지원금 배분문제부터 먼저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 의원의 말대로라면 아마 경주가 방폐장 선정지로 결정되더라도 지원금 배분 문제를 두고 지역간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리고 타 지역 주민들이 경주시민들은 돈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지탄할 지도 모른다, 앞으로 방폐장 유치문제를 둘러싼 시민들의 논쟁은 확산될 것이다. 또한 지역간의 갈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인 시의회가 지역의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 의원의 이날 발언은 경주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 지역에 내 인기만 중요하다는 지역이기주의의 단면을 의원 스스로가 보여 준 것이다. 시민들은 이런 시의회를 얼마나 신뢰할 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