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선사묘탑비 이 근 식 무너진 돌담 너머로 뚜벅뚜벅 걸어오다 뜬구름으로 흔들리며 한때는 가지산 골짝의 맑은 물소리였다 바람에 휘몰려 떠돌다가 내 앞에 다가서는 당당한 모습 잠자는 바다가 번쩍이며 일어선다 노란 민들레로 비탈에 뿌리 내리고 산골을 외롭게 헤매이며 아픈 그리움 하나 안고 살다간 세월 한 끼의 누른 수수밥 익을 시간이었다 어두운 길 꿍꿍 앓으며 수척하게 늙어갔지만 삶은 누구나 부르는 민요가락 같은 것이지만 지금 유난히 빛나는 그 얼굴 가지산 봉우리 위로 솟고 있다 *경주문인협회 회장 역임. <해설> - 일연선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묘탑비를 찾아간 시인의 심사를 읊은 시이다. 역사의 흐름과 인간사의 유한함에 대한 허무를 만날 수 있다. 그게 `뜬구름으로 흔들리`는 것이며, `삶은 누구나 부르는 민요가락 같은 것이`리라. 가지산을 배경으로 해 `뜬구름`, `물소리`, `바다`, 등이 세월의 흐름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유난히 빛나는 그 얼굴`로 묘탑비는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2005년 3월 17일 오전, 09시 40분에 쓰다) <서지월 / MBC문화센터 문예창작 지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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