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북한은 지난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하여 ‘핵 보유’를 공식선언하고 6자회담의 참석을 무기연기 한다고 나섰다. 핵 보유를 선언하고 나선 북한은 김정일의 63회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를 북한 전역에서 벌이며, ‘핵에는 핵으로, 미국을 응징할 강력한 핵무기를 가졌다’고 기염을 토하며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주민 결속을 다지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2월5일 국방부가 2004년도 국방백서를 발표하면서 10년 만에 ‘북한=주적’개념을 공식 삭제한지 일주일 만에 나온 핵폭발인 셈이다. 지금까지, 정확히 말하면 94년 클린턴 행정부시절 북한 핵 위기 이후 10년 만에 만천하에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핵이라는 숱한 진실게임에 시달려왔다. 북한이 핵을 보유할 실질적인 능력이 없는지, 심지어는 있다한들 그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어차피 통일이 되면 우리 것이 될 터인데 웬 호들갑이냐, 한술 더 떠서는 북한이 설마 같은 민족인 우리를 겨냥해 핵을 가지려하겠는가 미국을 상대로 한 것이겠지 등등의 논란이 무수히 난무한 것이다. 그 한없이 무책임한 소모적 논쟁의 중심에 무책임한 정부가 있고 국민들은 이제 마치 양치기 소년과 늑대의 우화속의 사람들이 되어 북한이 제 입으로 핵폭탄을 가지고 있다 해도 놀라지도 않게 되었다. 폭락하지 않고 오히려 치솟는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위험에 무신경 해 진 것인지 나라의 기초체력이 확실해 진 것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아직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대내외적 국가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은 ‘북한은 1-2개의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이다’, 2004국방백서 역시 ‘10-14kg으로 플로토늄탄 1-2개 제조 가능성’을 강력히 뒷받침한 반면, 통일부는 핵물질 10-14kg 보유는 확신하지만 핵무기 제조가능성은 불확실’, 반기문 외통장관은 ‘아직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라고 사리고 있다. 이것이 우리정부의 핵 선언에 대한 대 국민 태도이다. 아직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며, 진실게임을 연장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발등에 불은 떨어졌다. 겉으로는 차분하고 침착한 듯 보여도 심히 당황할 수밖에 없는 화급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외통부는 즉시 미국과 교섭을 통하여 북핵의 평화적 해결방침 불변을 재확인 하고 있으나 사정은 우려했던 대로 우리의 의지대로 가지 않고 있다. 한국은 지속적인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지만 미국은 ‘일방적으로 당근만 줄 수 없다’, 급기야 ‘비료공급을 비롯한 일체의 경제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고, 우리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물자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어물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시각은 점점 벌어지고 결국은 갈등으로 나올 것이 뻔한 것이다. 물론 한미 양국은 북한 핵 해결을 위하여 3원칙을 발 빠르게 발표하여 방향을 가늠케 하여 다소 안심은 되지만 그 귀추가 여간 주목되는 게 아니다. 일련의 초치가 사후 약방문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현재로선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 속수무책인지라 예의 중국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 또한 별로 큰 기대를 걸 것이 없어 보인다. 후진타오가 권력을 장악한 이후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과거 어느 때 보다 밀월이란 점을 보면 그 한계가 보이는 것이다. 결국에는 어어 하다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인데 과연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벼랑 끝에 설 것인지 우리와 미국이 벼랑 끝에 몰리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으로선 정부의 지혜와 정도를 통한 해결책 밖에 없다. 그리고 쉬쉬하며 안일하게 대처하다 발등에 불 떨어지자 미국에 중국에 매달리면서도 겉으로는 단호하게 강력하게 대응 할 것이라고 큰 소리 치는 정부의 태도야말로 앉아서 앞산 지키자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우리 경주는 또 다른 핵 문제가 괴롭히고 있다. 안팎으로 핵이 문제다. 게임 즐기다 뒤에 후회하는 일이 다시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