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가리기 위해 우산을 펴면
빗방울같은 서정시 같은 우산 속으로
바람이 불고
하늘은 우리들 우산 안에 들어와 있다
잠시 접혀있는 우리들의 사랑같은
우산을 펴면
우산 안에서 우리는 서로 젖지 않기
외로움으로부터 슬픔으로부터 서로 젖지 않기
물결 위로 혹은 꿈 위로 얕게 튀어 오르는
빗방울같은 우리 시대의 사랑법같은
우산을 받쳐 들고
비오는 날 우산 안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가기
비는 내려서 우리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흘러가지만
정작 젖는 것은 우리들의 여린 마음이다
우산 하나로 이 빗속에서
무엇을 가리랴
젖지 않는 꿈, 젖지 않는 희망을
누가 간직하랴
비를 가리기 위해 우산을 펴면
물방울같은 서정시같은 우산 속으로
바람이 불고
하늘은 우산만큼 작아져서 정답다
아직 우리에게 사랑이 남아 있는 한
한 번도 꺼내 쓰지 않은
하늘같은 우산 하나
누구에게나 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장.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우산 속 같은 의미있는 삶의 공간도 드물리라. 센티멘탈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품어 충만된 사랑같은 생명의 노래인 것이다. ``바람이 불고``있다는 것은 우산 속 역시 인간세상의 일부분이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그러나 ``서로 젖지 않기`` 위해 필요한 공간임엔 자명한 이치이며 순리인 것이다.
시인은 ``하늘은 우리들 우산 안에 들어와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넓디 넓은 우주공간 속에 인간이 가지는 조그마한 공간이 우산 속이지만, ``하늘은 우산만큼 작아져서 정``다운 것이라고 역설적 표현을 쓰고 있기도 하다.
우산을 펴는 것 또한 ``잠시 접혀있는 우리들의 사랑같다'고 시인은 표현하고 있고 보면, ``물방울같은 서정시' 같은 희노애락을 가진 인간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