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엔 고향집이 있고, 구정이나 추석이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다녀온다. 도시에 살다보면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쉬고 싶을 땐 산 속 통나무집으로 하룻밤 행선지를 잡고서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떠나고 싶다. 온통 시멘트로 발라 놓은 도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복잡한 콘도미니엄과 달리 고요한 숲 속에서 교교히 비치는 달빛을 안고 밤새껏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눈이 내리자마자 녹는 도시와는 달리 산 속은 지금도 여전히 하얀 눈 천지이다. 소나무 가지에 꽃처럼 내린 설경은 시골이 가장 뛰어나다. 숲 속은 하얀 눈을 이고 있고, 통나무집에서는 모락모락 굴뚝 연기가 동화 속 설경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잠시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본다. 대부분 자연 휴양림에 위치한 통나무집들은 모두가 별채로 지어져서 그 사이로 울창한 숲길이 눈꽃 터널을 이루어 낭만과 더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낄 수 있어 그저 좋기만 하다.
현대생활에 억류된 도시인들에게는 두고 온 고향산천 어릴 때 다니던 초등학교의 빈 마당, 그리고 학교 종소리들이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비록 역사의 뒤안길에 밀려 폐교가 됐을망정 어린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유일한 추억의 현장이다. 논둑길을 따라 올망졸망 모여 있는 시골 마을은 거의가 씨족사회의 옛 모습을 간직한 혈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동구에 들어서면 만나는 인심부터가 후하다.
눈이 내리는 시골은 적막하고 밤도 일찍 찾아온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잣나무 숲 속의 오솔길은 눈꽃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소박하면서도 순수한 시골 사람을 만나면 먼저 정부터 느끼게 된다. 집집마다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도 서로 손바닥 보듯 알고 있고 모두의 사정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가족처럼 지낸다. 씨족과 혈족으로 이룬 관계여서 모두가 아지매이고, 아저씨이다.
풍광이 빼어나면 생산이 적다고 하는 옛 풍수인의 말처럼 경치는 있어도 소득이 적으니 고향 산천을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시골의 현실이다. 그래도 고향 떠난 젊은이들이 자식들에게 부모의 본적지를 가르치는 것이 아직도 우리네의 전통이다.
시골의 일과는 거의 매일 같은 일만 되풀이된다. 그러기에 농사는 마음공부하기에 좋다. 산하지대가 온전한 경전이라 하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욕심 버리고 작아져서 풀포기처럼 조용해지면 그 말씀도 더 깊이 알게 될텐데 그게 쉽지 않으니 내내 이 땅을 떠나지 못할 듯하다.
특히 고향에는 동심이 있고 향수가 있으며 어릴 때 보냈던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농(離農)현상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산천은 지키면 되지만 사람은 키워야 쓸모가 있는 법이다. 농촌일수록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농토에서 곡식이 나듯이 농촌에서는 인재가 많이 배출되어 그들이 시골지킴이가 되어서 우리의 농촌이 지금만큼이라도 보존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