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건축물로 손꼽히는 인도 아그라의 타즈마할을 보면 Endless love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인도 아그라에 있는 타즈마할은 무굴제국시대 사자한이라는 왕이 17년의 결혼 기간동안 14명의 아이를 낳고 15번째의 아이를 나으려다 1629년에 세상을 떠난 부인 뭄타즈 마할를 추모하며 만든 무덤이다. 1631년에 짓기 시작하여 22년만인 1653년에 완공된 이 건물을 만들기 위해 2만여명의 장인들과 건축자재를 실어나르기 위한 1,000여마리의 코끼리가 동원되었다 한다.
인도를 소개하는 책자의 표지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 타즈마할은 건축의 규모나 아름다움도 그렇지만 절대왕권 시대 죽은 부인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했으면 저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 주었을까하는 감탄이 절로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그 죽은 부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수절(?)하고 자식(아우랑제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감금생활을 하다 결국은 부인의 무덤곁에 함께 묻혀 영원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사연이다.
인도에 타즈마할이 있다면 우리나라 경주엔 흥덕왕릉이 있다. 안강읍 소재지에서 포항신광면 가는 길로 약 1킬로미터쯤 달리다 보면 신라42대 흥덕왕릉의 표지판이 보인다. 십이지신호석, 돌사자, 무인석, 문인석, 석화표, 귀부 등을 갖춘 원성왕릉과 더불어 가장 완전한 형태의 신라왕릉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외형적인 모습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인도의 타즈마할처럼 왕비와 함께 묻힌 부부합장묘라는 것과 흥덕왕의 장화왕비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진하게 스며든 곳이라는 점이다.
신라 42대 흥덕왕은 원성왕의 태자 인겸의 아들로 39대 소성왕, 41대 헌덕왕의 친동생이다. 역사기록에는 헌덕왕과 함께 어린 조카인 애장왕(40대)을 살해했다고 되어 있다. 함께 묻힌 장화부인은 바로 애장왕의 누나였었다. 즉 무슨 정치적 사연과 곡절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형(헌덕왕)과 함께 조카이자 처남을 애장왕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셈이다. 소성왕이 죽고 난 뒤 왕비였던 계화부인(흥덕왕의 형수님이자 장모님)은 이런 비극을 예감하고 암곡동 무장사지에 아미타불상을 모시지는 않았을까?
각설하고 비록 흥덕왕이 왕이 되었지만 부인 장화부인의 마음은 편하지는 않았으리라. 친동생(애장왕)을 죽이고 잡은 왕권에 대한 괴로움인지 장화부인은 죽게되고 흥덕왕은 부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정성을 다해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함께 묻혔다. 그 곳이 바로 현재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에 있는 흥덕왕릉이다. 아내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나누고자 함께 묻히기를 유언했으리라.
인도의 타즈마할과 경주의 흥덕왕릉은 비슷한 점이 많다. 사자한과 흥덕왕 모두 후세에 남을 좋은 정치를 펼쳤다는 점은 물론이고, 왕비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죽은 부인을 위해 정성을 다해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어 주었고 수절을 했다는 점(흥덕왕은 나중에 새 왕비를 맏아들였다). 그리고 죽어서도 함께 묻여 영원한 사랑(Endless love)을 나누고 있다는 것과 지금도 많은 문화답사인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흥덕왕릉이나 타즈마할을 찾아갈 때는 꼭 Lionel Richie & Diana Ross의 ``Endless Love`` CD음악을 들으면서 답사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