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경주지점 행원강도살인 안팎 경찰수사 결과 계획된 범죄로 드러난 대구은행 경주지점 고객 강도살인사건은 은행 당국의 현금취급 행원에 대한 평소 허술했던 인사관리가 불러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도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된 범인 김 모(41·경주시 안강읍)씨는 은행 차장급 행원이다. 그의 강도살인 행각은 치밀했다. 이 때문에 문화도시 경주는 아직도 시민들의 충격 파고가 높다. 범행 동기는 돈이다. 돈에 눈먼 행원에 목숨을 앗긴 고객 엄모(여·47)씨는 경주에서 혼자 살며 식당업으로 뼈빠지게 모아 2002년 8월 대구은행에 3억5000만원을 예탁한 무학 출신. 예금주 엄 씨와 범인 사이의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엄 씨의 예금관리를 맡은 범인은 “큰 돈으로 불려 주겠다”고 접근, 예금을 양도성예금(CD)으로 전환했다. 이 때부터 이 돈은 범인의 돈이 됐다. 2004년 8월까지 두 햇동안 범인은 거액을 곶감 빼먹 듯 탕진했다. 예금주가 혼자 사는 여자인데다 무학출신으로 분별력이 약한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범인은 사생활이 문란했다. 부인은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포항에 40대 이 모 여인과 내연관계를 맺어 2중 생활을 해왔다. 이같은 문란한 사생활로 돈이 필요했다. 이 때부터 행원으로서 지켜야할 도덕성과 윤리관은 사라졌다. 예금주 엄 씨가 거액의 돈이 날아가버린 것을 안 것은 지난해 10월. 범인의 살인 행각은 이 때 시작됐다. “은행측에 통보하겠다”는 엄 씨의 항변을 듣고 살인을 계획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범인은 예금주 엄 씨를 저녁식사를 하자고 유인했다. 자신의 뜻을 따라주지 않자 15일 새벽 1시께 경주시 황성동 유림 숲 앞 도로변 승용차안에서 엄 씨를 질식시켜 살해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범인의 살인행각은 새해 9일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55일동안 은폐됐다. 범인은 사체를 자신의 승용차 드렁크에 9일 동안 싣고 다니다 경주시 양남면 계곡에 사체를 던져 유기했다. 은행측은 행원의 끔직한 범행을 검거될 때까지 상당기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강도살인범의 행동은 어디가 달라도 달랐지만 은행측은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고객이 믿고 맡긴 돈을 관리하는 행원에 대한 인사관리 시스템이 `무사안일’식으로 방관시 한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사고와 관련, 은행 관계자는 “현금을 취급하는 행원이 창구에 들어오는 돈이 종이가 아닌 돈으로 보이면 횡령·유용 등 금융사고가 나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고객을 살인한 후 근무를 할만큼 강심장인 범인은 경주 경찰의 치밀한 과학수사 앞엔 무릅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하마터면 단순변사 사건으로 처리할 뻔 했다. 그러나 변사자가 은행에 거액을 예금한 사실을 확인, 타살로 방향을 잡았다. 범인은 경찰의 수사에 대비, 내연녀 이 씨와 알리바이를 치밀하게 꾸몄지만 경찰의 수사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범인이 타고 다닌 승용차 조수석 좌석이 교체된 사실을 알아 낸 경찰은 경주·포항지역 자동차 정비업소와 고물상을 뒤진 끝에 원래의 좌석을 찾아냈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 좌석에 묻힌 혈흔이 변사자 혈흔과 같았다. 55일간 양의 얼굴로 위장한 범인의 마각이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고객안전을 제1의 덕목으로 지켜야할 대구은행의 먹칠당한 신뢰성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고객들의 가슴에 남아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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