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문 나무가 꼿꼿이 설 수 있는 것은 뿌리가 땅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흙속에 꼰지박혀 자기를 숨기고 기다리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헤엄치는 백조의 우아함이여 그의 발이 물속에서 수고함이로다 이처럼 세상의 이치는 직분에 따라 드러나거나 가려진다 소용되는 부문에 따라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며 혹은 우뚝 솟은 산과 들, 길이 된다 그러나 이 모두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것이니 뜻도 없이 풀잎에 반짝이는 이슬이나 풍요 속에 과일이 향기롭게 익어가는 함량은 같다 나는 누구를 위한 발이 되고 뿌리가 될 것인가 *경주 문협 시인. -자연의 이치를 생각해 볼 때 이유없는 것이 없고 인연 없는 것이 없음을 잘 말해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시인이 말하는 ``나무``나 ``백조`` 역시 삶을 지탱하는게 ``뿌리``이며 ``발``인 것이다. 이와같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들도 존재하기에 ``소용되는 부문에 따라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며 / 혹은 우뚝 솟은 산과 들, 길이 되``기도 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모두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시인이 예시해 보이는 아주 번뜩이는 직관의 표현으로 ``풀잎에 반짝이는 이슬이나 / 풍요 속에 과일이 향기롭게 익어가는 함량은 같다``는 역동적인 힘이 그것이다. 그 모두가 뿌리의 생성과장에서 파생된 ``풀잎``이며 ``과일``나무이기 때문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주안점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것``인 보이지 않는 땅 속 뿌리이며, 그 뿌리의 힘의 작용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세계와 만나는 그게 다름 아닌 사랑인 것이다. ``뜻도 없이 풀잎에 반짝이는 이슬이나``에서의 ``뜻도 없이``라는 이런 수식어의 잘 앉혀진 폼(form)에도 소홀해서는 아니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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