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재선충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의 가사처럼 소나무는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이 땅을 지키면서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 친숙해진 나무이다. 소나무는 우리 나라 전역에 거쳐 분포하며 그 수 또한 가장 많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밝혀졌다.
소나무라는 말을 들으면 씩씩한 기상과 곧은 절개와 지조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우리의 소나무가 문화적·정서적 측면에서도 우리의 깊속한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소나무가 가까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나서 솔가지로 금줄을 치고 소나무로 불을 지펴 난방이나 취사를 하였으며, 소나무 목재를 사용하여 집을 짓고 자손대대로 살아왔다. 그리고 농경시대에 생활도구는 거의 소나무를 재료로 하였으며 소나무 숲 속에서 나는 식물이나 버섯을 먹거리로 활용하였다.
이 세상에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갈 때도 소나무관에 시신을 모시고 소나무 숲 속에 영면을 하였으며, 묘역 주변에 도래솔이라 하여 소나무를 심어 가꾸어 왔다. 그래서 ‘소나무에서 나고, 소나무 속에서 살고, 소나무에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오늘날 웰빙시대에 살면서 건강을 위하여 ‘테레핀’이나 ‘피톤치드’ 물질이 많이 발산되는 소나무숲을 찾아 삼림욕도 하고 등산을 한다.
이와 같이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소나무와는 필연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용적인 면에서도 약용, 식용, 건축용, 난방용, 건강, 레져 등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우리의 문화를 ‘소나무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나무는 솔·참솔·송목·솔나무·소오리나무로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이름은‘소나무’이다. 한자로는‘松’이라 하는데 이 한자의 오른쪽의 ‘公’은 소나무가 모든 나무의 윗자리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시진이「본초강목」에 “소나무는 모든 나무의 어른이라”고 적은 것과 같이 오래 전부터 소나무는 나무 중의 제일 높은 자리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옛부터 솔잎은 장기간 생식하면 늙지 않고 몸이 가벼워지며 힘이 나고 흰머리가 검어지고 추위와 배고픔을 모른다고 해서 신선식품이라 했다. 동의보감에도 “솔잎은 풍습창을 다스리고 머리털을 나게 하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곡식 대용으로 쓴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의 민간요법에서도 솔잎에 함유되어 있는 옥실팔티민산이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강력한 작용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소나무는 적송(赤松)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소나무의 껍질이 붉고 가지 끝에 있는 눈의 색깔도 붉기 때문이다. 또한 내륙지방에서 많이 자란다고 해서 육송(陸松)이라고도 부른다. 육송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海松)보다 잎이 연하여 여송(女松)이라 칭하기도 한다.
소나무과에는 잎의 수에 따라 2엽송인 적송(육송)·해송(곰솔,흑송), 3엽송인 리기다소나무·백송, 5엽송인 잣나무·섬잣나무·눈잣나무·스트로브잣나무 등의 종류가 있다. 우리가 모양 및 색깔 등을 보거나 생산지의 지명을 따서 일반적으로 부르고 있는 소나무의 종류 및 이름에는 소나무·금강소나무·춘양목·반송·다행송·처진소나무·곰솔·흑송·백송·리기다소나무·방크스소나무·대왕송·황금소나무 등 여러가지가 있다.
소나무는 스스로 가지가 적당하게 뻗고 잎이 좁아서 숲이 우거져도 다른 나무들처럼 어두운 느낌을 주지 않으며 광선을 적당하게 투과하여 숲 속이 밝고 뒤 쪽의 배경을 완전히 가리지 않고 은은하게 보이도록 해 준다.
또한 소나무의 특성은 양지바른 곳에 흙이 깨끗하고 물이 잘 빠지는 화강암의 풍화토인 마사토 계통의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러한 특성을 볼 때 우리 경주지역의 산에 알맞는 나무가 바로 소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옛날부터 소나무가 주임상을 이루어 왔다.
경주는 남산을 비롯한 8개 지구의 산들이 경주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신라 천년의 수 많은 역사유적들이 대부분 이들의 산지에 분포하고 있어서 문화재보호 차원에서 산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경주의 산림은 침엽수의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침엽수 중에서도 거의 소나무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소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경주의 사적지 주변의 수림은 대부분 소나무이며, 특히 남산이나 왕릉과 같은 문화유적과 경관적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수종이다. 사적지 보호를 위한 소나무림은 이 지역의 고유수종으로서 문화경관적인 측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자연자원이라고 할 수 있으며, 흔히 살아있는 문화재라고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