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지 월 태초에 쑥과 더불어 흰 마늘을 먹고 우리 민족은 태동 되었거늘 아마 천지는 흰 눈으로 덮인 세상이었을 거야 거기 수억 만년 꿈꾸어 온 민족이 있었으니 바로 백의민족ㅡ 순박하면서 티끌 없는 심성으로 새 하늘을 열어, 거기 질경이도 숨쉬게 하고 봇나무의 물결도 온 숲을 이루었을 거야 하늘이 하나이듯이 땅도 하나 태초에 둥근 밥그릇에 흰 밥과 흰 사발에 냉수 한 그릇씩 떠받들고 개벽을 이룬 민족이었으니 원을 그리며 덩실덩실 춤추며 흰 고무신의 발걸음이 언덕 넘어 왔을 거야 오늘의 우리가 산과 강 바다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 또한, 산엣것인 푸성귀와 강의 것인 물고기와 바다의 것인 흰 돛 펄럭이며 풍악을 울리며 더도 아닌 덜도 아닌 알맞은 돌담 쌓으며 굴뚝의 흰 연기 피워 올렸을 거야 아, 내 민족이 내 나라가 내 고장이 무사하게 지탱해 온 것 역시 흰옷과 흰 밥과 흰 사발과 흰 고무신과 흰 마늘의 정신이었을 거야 * 중국 수상 시인. - 우리 민족은 마늘과 같이 매운 맛이 있으면서 헤픈 맛이 아닌 그 마늘의 정신으로 이어온 민족이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마늘의 싹도 보면 추위에도 잘 견뎌내고 은근과 끈기가 있는 뿌리가 온 기운을 다 빨아들여 어디에도 굴하지 않는 속성을 지녔듯이 말이다. 흰옷과 흰 밥의 문화도 그와 같아서 깨끗하며 지고지순한 품성 다름 아닌 것이다. 자랑스런 민족이라 여겨지는 것도 마늘같이 매운 맛이 오천년을 이어왔다고 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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