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바람이 지나가듯 또 한해가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새벽 닭 우는 소리와 함께 을유년 새해가 밝아 왔다. 근래 들어 자주 지나간 날들이 돌아다 보인다. 얼마 전 고향 출신 수필가의 글을 읽었다. 토속적인 어투와 지방색 물신 풍기는 지명들, 때묻지 않은 소박한 필치로 그려내는 풍경들은 나의 어린 시절이 잔잔한 호수에 거꾸로 비치는 듯 했다. 고향 마을에는 낯익은 어른들이 기억 속에 묻히고 낯설은 젊은 후배들이 자리를 채운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남산도 가본 골짜기 보다 안 가본 골짜기가 더 많았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뭔가? 끊임없이 설은 것을 익히는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제부터는 고향의 설은 것을 익히기 위해 열심히 경주에 다녀야겠다. 그리고 새해에는 작은 소망 하나 빌어 본다.
연탄재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보리라. 어느 시인이 연탄재의 꾸지람을 듣고 옮겨놓은 시가 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누구를 위해 뜨거워본 적이 있느냐?”
내게 아직 남은 열기가 있을진대 누굴 위해 써보리라.
이걸우(경상북도 부교육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