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후■
한나라당 바람에 무소속 현역 국회의원 2명 참패
정종복 후보 대부분 지역에서 2위와 큰 표 차이
김도현 후보 열린 우리당 바람타고 3위차지 눈길
◆…이번 총선에도 경주지역은 한나라당 바람이 압도했다. 각 후보마다 분석이 엇갈린 가운데 막판 무소속 김일윤 후보의 선전이 예상된다는 여론이 형성됐으나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와 한나라당 결집표로 정종복 후보가 대승을 거뒀다.
탄핵정국에도 불구하고 선거 출발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종복 후보가 김일윤 후보를 15%이상 앞서 있었으나 열린우리당 정동영 선대위원장은 ‘노인폄하’ 발언으로 열린우리당 지지표가 상당수 빠져나가면서 개표결과 한나라당 정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된 비례대표제 정당 투표에서 큰 변화가 일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김영길 후보가 6%를 득표했으나 이번 총선에는 13.5%를 득표해 전국적으로 약진한 민주노동당의 표가 경주지역에도 여파가 그대로 나타났다.
◆…4선의 김일윤 후보와 2선의 임진출 후보가 모두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에게 패했다. 특히 임 후보의 경우 여성 정인으로서 역할론을 부각시키며 득표전에 나섰으나 4천242표를 얻어 7천165표를 얻은 민주노동당 정준호 후보에게 4위 자리를 내어주는 이하의 득표에 그쳤다.
◆…이번 총선에서 총 무효표는 1천829표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 16대 총선에서 무효 처리된 2천8표보다 적었다.
◆…개표결과 정종복 후보가 전 지역에서 2배 이상의 표차를 보였다. 정 부호는 김일윤 후보의 고향인 내남면과 김 후보 재단의 학교가 있는 선도동 3투표구를 제외한 1, 2투표구 모두 이겼다. 정 후보는 76개 투표구 중 75개 투표구에서 이겼다.
◆…25개 읍·면·동 중 평균 투표율인 61.1%를 넘긴 곳은 건천, 양북, 양남, 내남, 산내, 서면, 현곡, 천북, 중부, 성동, 선도, 용강, 황성, 보덕동이며 기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67%를 기록한 양남면,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외동읍으로 56.5%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서 경주지역은 처음 출발은 순조로워 지난 16대(60%)를 다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시간이 거듭될수록 투표율이 낮아지면서 결국 0.11%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 당선자는 16일 오후 1시30분 호국영령의 얼이 숨 쉬는 항성공원 충혼탑을 참배했다. 또 16~17일 양일간 시내권과 읍·면지역으로 나눠 당성 사례인사를 했다.
◆…1인 2투표제로 실시된 이번 총선에서 투표함을 잘 못 넣은 정당 비례표는 모두 54표로 나타났다.
◆…정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후 기자회견에서 2명의 현역의원을 물리친 것에 대한 질문에 “시민들이 낡고 무능한 정치인보다 깨끗하고 능력 있는 인물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투표가 종료되고 각 방송의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선다는 보도가 나오자 개표장은 긴장감은 없었다. 다만 개표 과정에서 일부 투표구에서 후보자들간에 격차를 두고 관심만 보일 뿐이었다.
◆…당선이 확실시 되자 정종복 후보는 오후 10시 50분경 개표장을 찾아 개표사무원들을 격려하고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 후보는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를 건 내는 개표원들에게 일일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한 뒤 손을 크게 흔들며 답례했다.
이 자리에서 정 후보는 "정말 오고 싶었던 곳 중에 한 곳이 선거일 날 개표장이었다"는 농담에 "새벽에 당선증을 꼭 받으러 올 것이다"고 말하며 개표장을 떠났다.
◆…"모든 후보가 다 좋다"는 `다 찍기형`, "내가 찍었습니다"의 `도장·직인 찍기형`, "이거 시험이내"의 `볼펜 기제형`, "이 후보도 찍고 저 후보도 찍고"의 `갈등형` 등 유권자들의 표기 방법도 각양각색이었다.
개표원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한 것은 양 후보자간 중간에 걸치도록 표기한 투표용지들.
경주시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용지에 표기하는 방법도 정말 다양하다"며 "특히 `공명선거`라는 문자 표기에 자기 이름을 표시하는 유권자들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제17대 총선에는 지역구 후보자 투표 외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투표가 실시됐다.
기존 원내 정당을 비롯해 총 15개 정당들이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경주지역 개표소에서는 오후 10시 30분경부터 비례대표 개표가 실시됐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참관인들 외 다른 정당 참관인들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참관인들은 개표가 끝날 때까지 개표장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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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개표 전■
최고령 김모(남·106·현곡면 상구리)씨 선거직전 별세
오후 6시 언론사 출구조사 발표되자 각 캠프 희비 엇갈려
개인 신상이 기재된 선거인명부 투표장 밖에 공공연히 나돌아
◆…지난 8일 선거인 명부 확정 때까지 지역에서 최고령 선거인으로 선정됐던 김모 할아버지와 최모 할머니가 나란히 15일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97년생으로 만 106세이던 김문수(현곡면 상구리) 할아버지는 투표일 확정 직후 노환으로 별세해 13일 장례를 치른 것으로 밝혀졌다.
1898년생으로 여성 최고령이던 최흥용(황성동 446-3)할머니도 황성동 제4투표구(유림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투표에 참가하려 했으나 건강이 악화돼 불참했다.
◆…오후 6시 방송국 여론조사 발표 후 정 후보측은 당선이 확정 된 것처럼 만세를 불렀다. 오후 6시부터 방송국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정 후보측 100여명의 지지자들은 조용히 이를 지켜보다가 정 후보가 50%이상의 득표가 예상된다고 하자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뭐, 투표권이 없다고..." 투표장에 투표하러 갔다 투표권이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의 말에 격분, 술을 먹고 투표함을 던지려던 40대가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20분경 투표를 하기위해 보덕투표구(서라벌초등)를 찾은 설모(47, 천군동)씨가 투표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권이 없다`고 하자 투표함을 던지려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설씨는 지난해 12월 10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폭력피의사건으로 벌금 600만원의 선고를 받고 출소한 상태.
보문치안센터로 연행된 설씨는 센터에서 술을 깬 후 다시 투표장에 왔지만 결국 투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범법 행위가 없고 선관위 직원들의 오인으로 인해 생긴 해프닝으로 설씨를 귀가 조치시켰다"고 밝혔다.
◆…"제발 아무일도 없이 무사히 끝나길..." 이번 17대 총선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경주경찰서는 총 76개 투표소에 152명이 투입됐다.
경주경찰서는 각 투표소 별로 2명씩 배치됐으며 개표소인 경주공고 체육관에도 전경 2개 중대 100여명이 투입됐다.
경주소방서도 화재를 대비해 투표소에 소방 공무원 및 공익요원 100여명이 개표소에도 소방차 1대와 소방공무원 12명이 배치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공무원의 선거 중립`이란 명목 아래 투표소의 경우 투표소 100m이상 떨어져 있어야만 했고 경주소방서가 장애인 및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들을 위해 실시할 계획이었던 `119 선거 도우미`도 선관위의 지적에 따라 활용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소방공무원은 "공무원의 중립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시민을 위한 그 순수성도 배재된 선거가 과연 누굴 위한 선거 인지 모르겠다"는 말.
◆…어, 잘못 찍은 것 같은데 다시 투표 하면 안 되나요?"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재투표는 불가능하다. 이번 선거에도 선택을 잘못했다며 선관위 직원들에게 재투표를 요구하는 시민이 있었다.
황성 제2투표소에서 투표한 김모씨는 "후보자 투표를 한고 난 후 생각해 보니 잘못 한 것 같아 재투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고 웃기도.
한편 선관위 관계자는 "김씨와 같은 분들이 간혹 있다"며 "꼭 `화장실에 들어갈 때 마음하고 나올 때 마음하고 틀 린 사람`이 있지만 재투표는 안 된다"고 웃음을 지었다.
◆…개인의 신상이 기재된 선거인명부가 투표장 밖에 공공연히 나돌아 물의.
동천동 제1·6투표구인 황성초등학교에서는 유권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선거등재번호가 적힌 선거인명부 색인이 투표소 내가 아닌 교문 밖에서 나돌았다.
교문 밖에서 선거인명부 색인을 들고 있던 투표도우미 학생들은 "한 학교 내에 투표소가 2곳 이어서 유권자들의 편의를 위해 선관위 직원들이 준 것"이라며 "아침부터 교문 밖에서 학생들이 직접 들고 있었으며 시민들이 보고자 하면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번 17대 총선에서 경주지역에는 총 76개 투표구에서 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집계는 경주공고 체육관에서 실시됐다.
투표 종료를 알리는 오후 6시 시계 소리에 이어 10분 뒤 탑정 제1투표구(경주공고)가 개표소에 가장 먼저 도착했으며 양남 제2투표구가 오후 7시 18분 경 가장 늦게 개표소에 도착했다.
한때 투표함 등록부 창고가 협소해 유권자들이 주권을 행사한 소중한 표들이 개표소 밖에서 줄을 있으며 차례를 기다려야만 했다.
경주시선관위는 개표소에서 간단한 개회 행사를 가진 후 오후 6시 41분 탑정 제1투표구를 시작으로 개표를 시작했으며 지역구에 이어 11시경부터 비례대표 개표를 시작했다.
개표는 경주시선관위 직원들을 중심으로 시 공무원, 교사, 은행원, 일반인, 회사원 등 총 240명이 개표 사무원으로 참가했으며 각 후보자 및 정당별 참관인이 각각 5∼6명씩 참석했다.
◆…개표 이전 최대 관심사는 2번의 고배를 마신 정종복 후보인가 아님 김일윤 후보의 5선 인가를 두고 개표 1시간 전부터 개표소 밖은 웅성웅성했다.
6시 정각과 함께 각 방송사에서 조사한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정종복 후보 측 참관인들은 기쁜 속내를 표현하지 않으려는 듯 입가에 미소만 지어졌고 반대로 김일윤 후보를 비롯한 6명의 후보측 참관인들은 침통에 빠졌다.
특히 김일윤 후보 측 참관인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인 가운데 김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개표를 시작하면 달라질 것이다"라는 말을 던지기도.
더욱이 출구조사에서부터 두 후보간 표차가 예상을 깨고 크게 벌어진 가운데 실제 가장 먼저 집계가 끝난 선도 제1투표구, 황남, 황오 투표구에서도 정종복 후보가 큰 표차이로 앞서 압승이 예상됐다.
개표사무원 김 모씨는 "이번 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 정 후보와 김 후보간에 박빙이 예상돼 개표가 재미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너졌다"며 "초반부터 승패가 결정된 것 같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