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의 방향 중국 당나라 마조선사의 스승인 회양선사가 벽돌을 갈고 있었다. 무엇을 만들려 하느냐는 마조의 말에 회양은 거울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벽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다. “좌선에 집착하여 이로써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어찌 이와 다름이 있으리요.”하며, 회양은 마조에게 확연대오를 안겨주었다고 한다. 거창한 선문답의 차원에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벽돌로 거울을 만들려고 하는 아주 잘못된 판단을 정신없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대중에 직접 호소하여 여당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유혹에 이끌려왔다. 야당은 탄핵소추로 이런 대통령의 선거관여의도를 근본적으로 봉쇄하여 유리한 선거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나아가 야당이 내각제 추진과 같은 새로운 국가질서 형성을 위해 다시 힘을 합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탄핵정국에 있어서 야당의 계산은 완전히 잘못 짚었다. 그것은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했던 헛된 어리석음의 하나임이 분명해졌다. 이는 탄핵소추의결 후 나타난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알 수 있다. 3분의 2 이상의 국민은 압도적으로 그 의결에 반대함을 분명히 표시하였다. 탄핵소추는 의외로 야당의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야당은 국민을 너무 만만히 보았다. 국민은 탄핵소추 속에 숨은 정략적 의도를 간과하지 않았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헌법적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헌법 제65조에서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관하여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할 수 있고, 헌법 제111조에서는 헌법재판소가 그 탄핵소추사유가 정당한지를 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여기서 야당은 헌법 제65조의 문리해석으로 어떤 위헌, 위법이라도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우리는 대통령제 국가로서,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뽑힌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존재이다. 대통령은 이런 민주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국민을 대표하여 국가를 이끌어가는 가장 상위의 대표자, 리더로 인정된다. 그리고 이런 대통령의 지위를 확보할 필요상 그 임기 동안은 원칙적으로 국회나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것이 대통령제의 본질이다. 대통령의 확고한 지도력을 보장하는 이같은 우리 헌법체계 하에서는 헌법 제65조에서 말하는 탄핵사유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될 것이 요구된다. 즉 직무집행상 위헌·위법사유가 어떤 것이라도 발생되면 바로 탄핵으로 귀결된다고 하기보다는, 그것은 국민이 일단 그에게 맡긴 힘을 다시 뺏는 것을 정당화할 만큼 상당한 위법사유가 발생된 때에 한한다고 보는 것이 대통령제의 원칙에서 보아 타당하다. 쉬운 예로, 대통령이 출근길에 교통신호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탄핵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당장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번 탄핵소추에 거세게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라. 국민들은 그래도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인데 선거법 위반 같은 일 갖고 어떻게 탄핵소추를 하는가 하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탄핵소추 후 시간이 지나가도 이에 관한 국민들의 반감은 식을 줄  모른다. 이같은 국민의 여론이 바로 탄핵사유에 관한 헌법의 정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여론은 국민주권주의라는 헌법이념과 결부되어 생생한 헌법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여론에 의한 헌법이념의 체화는 결국 탄핵사유의 제한적 해석으로 이어진다고 하겠다. 그렇다고는 해도 야당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 역시 측근비리 등에 관한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점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 대통령의 측근 혹은 가신들이라는 사람들이 해온 무분별한 행동에 왜 대통령은 끝까지 인정을 앞세워 그들을 감싸려고만 하는가? 국가지도자로서의 좀 더 단호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가? 이런 불만은 곧 대통령의 국가운영방식에 관한 불신으로도 이어졌다는 점을 잊어서 안된다. 3월 18일의 심리를 필두로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절차가 진행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야당이 든 탄핵사유가 헌법 제65조의 요건을 충족시키는지에 관하여 심각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점, 또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이 탄핵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이 명백하고 헌법재판소는 국민주권주의라는 가장 고귀한 헌법상의 이념에 기속되어 국민의 이 같은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의 이유에서 탄핵심판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향후 대통령과 여권은 심기일전하여야 한다. 탄핵정국의 과정에서 나타난 야당과 국민의 비판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며 잘못된 점을 과감히 시정해야 한다. 좋은 기회다 싶어 거꾸로 대중의 힘을 정치의 한복판에서 휘몰아치게 한 뒤 야당과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인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 역시 벽돌로 거울을 만들려는 것으로 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