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68)
수양버들
아련한 봄날에 고향의 봄을 느끼게 하는 향수의 나무로서 신윤복과 김홍도가 그린 옛날 풍속화에 개울가의 여인네들과 함께 많이 그려지는 나무이다. 석양에 금빛 놀을 받으며 강둑에 서 있는 수양버들을 보면 마치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서 있는 여인을 연상하게 된다. 실낱 같은 가지가 휘휘낙락 늘어진 수양버들의 아름다운 자태는 많은 묵객과 시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특히 양쯔강 하류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수양버들은 한자로 수양(垂楊) 또는 수류(垂柳)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을 같이 부르고 있는데, 봄에 새가지가 나올 때 적갈색인 것은 수양버들, 황록색인 것은 능수버들이다.
두 나무는 너무 비슷하여 아무리 눈 씻고 보아도 구분이 어렵다. 어느 쪽인지 정확한 판별은 전문가의 몫이고, 우리는 늘어지는 버들을 수양버들보다는 더 낭만적인 능수버들로 알고 있어도 크게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중국 수나라 양제가 북경에서 항주까지 대운하를 파고 그 양변에 운치도 있고 물가에서 잘 자라는 이 나무를 심도록 하였는데, 용배에 삼천궁녀를 태우고 양편에 버들이 늘어진 운하 위에 유유히 떠가면서 양제가 신하들에게 그 나무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이 아름다운 나무가 이름이 없어서야 되나! 당장 이름을 지어 올려라’하니 신하들이‘수나라 양제’를 따서‘수양버들’이라 지어 올린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능수버들은 벌써 삼국시대부터 왕도 좋아하던 나무였다. 삼국사기‘백제 무왕 35년(634)조’에는‘대궐 남쪽에 못을 파서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들이고, 사면 언덕에 버들을 심고, 물 가운데 방장선산(方丈仙山)을 흉내낸 섬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오늘날 부여의 남쪽에 있는 궁남지(宮南池)를 일컫는다.
경주의 안압지(雁鴨池)가 백제 조경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참고할 때 연못 주변에 수양버들이 심겨졌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수양버들이 연못 가에 심겨져 안압지의 운치를 살려 주었으나 모두 베어져서 안타깝게 되었다.
봄에 하얀 솜털이 많이 날리는데 이것은 버드나무 종류의 종자에 붙은 솜털이다. 종족보존 이라는 본능으로 바람에 잘 날려 멀리까지 후손을 퍼뜨리기 위해 고안된 솜털종자(씨앗)인 것이다. 이러한 솜털씨앗을 꽃가루로 잘못 알고 건강을 해친다고 하여 전국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도시 근교에 수양버들이나 왕버들 등의 버드나무 종류는 모두가 벌채되는 수난을 당하였다.
버드나무 종류는 물과 궁합이 맞는 나무이며, 특히 수양버들은 호수나 물가에 어울리며 강변도로의 가로수로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버들이 많다고 유림(柳林)이라고 부른 옛날 유림 숲은 사라졌지만 그 주변에 버드나무라도 몇 그루 심어야 되지 않겠나!
경주의 북천·서천·남천변에 수양버들을 심는다면 도시의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킬 수 있다. 새로 건설되는 강변도로에는 수양버들을 심어서 하천경관을 살리고 가로의 명물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