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교사가 하나되는 학교
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는 오리가 연못에서 헤엄치고 학교 뒤편 사육장에는 토끼가 풀을 뜯고, 학교 동산에는 고구마와 땅콩이 자라고….
왕신분교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학교였다.
시골의 작은 분교라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육장과 동산을 관리하는 주인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였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모여 학교를 꾸미고 늘 살아 숨쉬는 학교를 위해 혼연일치가 되고 있었다.
협동심을 밑바탕으로 아동인성교육을 중점 교육으로 시행하고 있는 왕신분교는 시골이지만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자연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동산과 사육장을 만들었으며 일 할때면 학부모들까지 참여해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러한 학교 운영 방침 때문인지 자폐증으로 인해 2년 전 도시에서 전학 온 김모(5학년)군은 현재 완쾌됐으며 대인기피증을 있던 4학년 한 학생도 전학 온지 1년만에 모두 완쾌돼 생기 발랄한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현재 강동초등학교 왕신분교에는 남학생 20명과 여학생 14명이 4명의 선생님들과 내일의 꿈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으며 9명의 유치원생들도 왕신분교 입학만을 기다리며 오빠, 언니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왕신분교에는 공동체 의식 배양 외에도 `즐겁고 재미있는 학교 만들기`에도 중점을 두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학부모들을 학교에 초청해 참관수업을 하는가 하면 봉숭아 꽃물 들이기 대회, 가족댄스 경연대회, 노래자랑 대회, 체육대회 등을 수시로 열어 즐겁고 재미있는 학교로 만들고 있었다.
학교의 이런 방침들은 왕신분교 선생님들의 1인 1교사 연구 풍토 조성에 그 밑거름이 있었다.
독서교육 실천 사례 연구대회에서 도 1등급, 인성교육 실천 사례 연구 대회에서 도 1등급, 수업개선 실천 사례 연구대회에서 도 2등급, 교육 자료전 공모 대회에서 전국 1등급을 차지하는 등 선생님들의 열과 성의는 객관적인 자료만 보더라도 그 검증이 충분했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은 교사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도 대단했다.
지난 1938년 왕신간이학교로 인가 받은 왕신분교는 90살의 1기 졸업생들도 늘 안부·격려 전화와 함께 자주 학교를 찾고 있을 만큼 `분교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살아 숨쉬고 있는 듯` 했다.
99년 9월 1일자로 강동초등학교 왕신분교로 개편될 당시에도 많은 졸업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도 했다고 한다.
왕신분교 이충남(60) 부장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40년 동안 교편 생활 했지만 왕신분교 만큼 특별한 느낌이 들었던 학교는 한 곳도 없었는 것 같다"며 "마치 내가 다닌 모교처럼 편안했고 앞으로 남은 교편 생활을 이곳에서 왕신 아이들과 함께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시골 마을의 분교에 불과한 왕신분교.
학교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에만 눈을 돌리며 어린 초등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혹사를 당하고 있는 작금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 앞에 왕신분교는 어두운 마음 한 구석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학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