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나무는 상록침엽 교목으로서 주목과에 속하며, 높이 25m 지름 2m에 달하는 나무도 있다. 비자나무는 한자로 비자(榧子)라고 하는데 잎의 모양이 비(非)자를 닮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한 잎 모양이 예전에 머리를 빗던 참빗처럼 생겼다.
현재는 이 나무가 남해안 및 제주도에서도 희귀수종이며 큰 비자나무가 분포하는 지역은 대부분 천연기념물과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74호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천연기념물 제182호인 비자나무림은 유명하다.
상록수는 잎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듯 하지만 남 모르게 잎갈이를 한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자나무는 잎의 수명이 6∼7년으로 묵은 잎이 떨어지고 새 잎을 단다. 다른 상록수의 잎은 수명이 2∼3년인데 비하면 매우 긴 편이다.
비자나무는 암·수가 다른 나무이다. 암나무에 대추처럼 생긴 열매는 가을이 깊어 가면서 붉은 자주색으로 익으며, 그 안에 종자가 있다. 종자는 타원형이고 다갈색이며 껍질이 딱딱하다. 열매보다는 다소 작으며 마치 아몬드처럼 생겼지만 그 색이 좀더 연한 갈색이다. 원래 이 종자를 비자라고 말하며 약으로 사용한다.
목재는 질이 좋기 때문에 각종 가구재, 특히 바둑판으로서 귀중한 재목이다. 기름을 짜서 식용하며, 공해에 강하므로 가로수로도 적합하다. 비자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라므로 제주도나 남부 해안지역에 많이 분포하며, 한국·일본 등지에 자생한다.
비자나무의 종자에는 기름이 많아 예전에 식용유로도 사용하였고, 등잔불 기름으로도, 머릿기름으로도 쓰였다. 또 비자나무는 독특한 향이 있어 가지나 생 잎을 태워 연기를 피워 모기의 접근을 막고 물리쳤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예전에 구충제가 제대로 없었을 때 열매는 촌충의 구제 약제로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비자 열매는「동의보감」에 의하면 하루에 7개씩 7일 동안 먹이면 촌충은 녹아서 물이 된다고 하였다. 몇 십년 전까지만 하여도 촌충이나 조충의 구제용으로 많이 먹었다.
숲 속 그늘에 자라며 키가 비자나무에 비해서 작은 개비자나무와 잎의 모양이 매우 비슷하다. 구별은 손바닥을 펴서 잎의 끝 부분을 눌러보았을 때 딱딱하여 찌르는 감이 있으면 비자나무, 반대로 손바닥으로 만졌을 때 찌르지 않고 부드러우면 개비자나무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비자나무는 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비자나무로 나무의 높이가 10m, 둘레가 6m가 넘으며 수관폭은 16m에 달하는데 천연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되어 있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조선 왕조 500년 동안 병사들의 구충제로 사용하기 위하여 보호를 하였다고 한다.
현대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 노거수가 되어 말없이 서 있는 비자나무가 이렇게 인간들의 건강을 위해서 공헌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