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문단지는 돈 없는 사람은 못 오겠다. 그 동안 가족단위 관광객이 휴식공원에서 마음껏 놀 수가 있었던 것이 최고 장점이었는데... 너무 난개발이다”
지난 14일 보문단지를 찾은 관광객 대부분이 이 같이 말했다.
보문단지에 휴식공원이 점차적으로 없어지면서 관광객들이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북관광개발공사는 “당초 계획된 부지”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보문단지에 있어 휴식공원으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했던 콩코드호텔 옆 잔디공원이 (주)대명레저산업에 콘도부지로 확정돼 기초공사에 들어가면서부터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사라지는 휴식공간과 보문호 주변 난개발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주)대명레저산업은 약 790여억원을 투자해 2만9천385㎡ 대지면적(건축면적 5천199.24㎡)에 431실을 갖춘 매머드급 콘도미니엄을 지하2층, 지상12층 규모로 오는 2005년 7월 완공 목표로 건설에 들어갔다.
또 경주현대호텔 옆 서라벌광장에는 (주)교원아카데미가 약 450억원을 투자해 5만6천907㎡ 대지면적에 109실을 갖춘 교원그룹 경주연수원을 건립키위해 오는 2005년 9월 완공목표로 공사에 들어간 상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콘도들이 완공되면 신평동 일대에서 보문호수를 구경하기는 어렵게 됐다.
또한 휴식공원도 사라진다.
본격적으로 관광객이 붐비는 벚꽃시즌이 다가오면 기존 보문단지를 찾았던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휴식할 때가 없어 다시 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결국 경북관광개발공사가 보문단지 개발 목적으로 서민층의 관광객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42만평의 보문관광단지 부지에 보문호 48만평을 빼면 194만평이 남는데 이중 82만평이 골프장 부지이며 나머지 112만평의 부지 중 약 10%만이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휴식공간이 10%를 차지한다고 해도 보문단지 진입로 삼거리와 보문청소년수련원 뒤편, 아리원 맞은편 주차장 부지, 보문파출소 뒤편 야영지 등 거의 대부분이 휴식공원과는 거리가 먼 나대지여서 휴식공간의 기능은 사실상 상실한 상태이다.
이처럼 휴식공원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경북관광개발공사는 “당초 계획된 부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치성토지에 부과되는 종토세(1000/50)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당초부터 휴식공원이나 부대시설로 이용키로 돼 있었던 부지를 시설부지로 변경한 곳이 상당부분 차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본다면 경관이 좋고 분양이 잘되는 부지에 대해서는 토지 이용 용도 변경을 해서라도 부지를 분양하거나 개발했다는 것이다.
개발공사 관계자는 “나대지나 공원에 대해서도 높은 종토세를 납부 할 수 없어 실제 용도 변경을 한 곳도 있다”며 “이는 경영 논리로 해석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 수익금 어디로 가나= 경북관광개발공사는 지난 1971년 8월에 수립된 경주종합개발계획에 의거 정부가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전액출자로 설립된 정부 재투자기관으로, 79년 4월 개장된 보문관광단지에 대한 개발과 관리를 맡고 있으며 현재 감포관광단지(제2보문관광단지) 개발과 경북 북부 유교문화권 관광자원에 대해서도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지난 79년 이후 개발공사가 보문단지 242만평에 대해 현재까지 면적에 대한 87%를 개발한 가운데 지금까지 단지 개발에 따른 수익금의 경로에 대해 많은 의문점들이 제시됐다.
한 관계자는 분양 수익금은 세금과 관리비, 인건비를 제외한 대부분이 감포관광단지 부지 매입으로 출현됐고 일부는 안동권 개발에도 사용됐다고 밝혔다.
◆휴식공원 앞으로 어떻게 되나= 개발공사측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현재 공사중인 대명콘도 부지와 서라벌 광장 교원그룹 연수원에 대해 휴식공원 및 조경권이 침해된다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 당초 계획 부지로 지정돼 어쩔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원으로서의 효율 능력이나 경관은 다소 떨어지지만 무궁화 동산(구, 자동차 극장 뒤편)이나 일부 나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콘도 공사 이후 머물곳이 없는 관광객으로 인해 일부 상인들은 경기가 더 좋아졌다는 여론도 있다”며 “실제 부지가 공원으로 활용 됐을 땐 관광객은 많았지만 인근 상가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만 남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 시민들과 관광객,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콘도 공사는 시작됐다.
이번 공사로 인해 개발공사측은 지역 상가가 활성화되고 콘도 예약률이 높아졌다고 언급하지만 시민들과 관광객 입장에서는 수려한 보문호 주변의 조경권은 침해 됐고 휴식공원도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실제 개발공사측이 지난해 10월에서 11월 두 달사이 보문관광단지를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응답에서도 조경, 산책로 등 ‘단지환경·레저편의시설’(74.45점) 만족도가 가장 높아 단지환경(단지 Amenity)이 보문관광단지를 찾는 주된 요인임을 보여주었고 특히 조경(83.13점)이 가장 높게 평가됐다.
특히 보문관광단지 만족요인으로는 ‘경치가 아름답다, 조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등 조경·경치·경관(26.1%)이 주요 만족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미지로서는 ‘편안하고’(79.70점), ‘정취있고’(78.90점), ‘즐기기에 좋은’(76.32점) 관광단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는 응답 결과가 나왔지만 이제 조경권이 훼손되고 난개발된 이시점에 지금과 같은 관광객들의 좋은 응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관광객 설문에서 보듯 보문단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편안하고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에 찾는데 이제 그런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며 “보문단지가 개발공사에 의해 결국 난개발된 것에 대해서는 개발공사를 믿고 방치해둔 경주시와 시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감포관광단지 만큼이라도 시민과 행정당국이 개발에 참여해 상호 견제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